진화하는 불교: 21세기 불교를 바라며

1.

인공지능, 가상현실, 자율주행 자동차 등 인공지능에 기초한 과학공학기술은 21세기를 살고 있는 현대인의 생활 속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기술들의 발전 속도에 힘입어 삶이 더욱 윤택해지리라 기대하며 기뻐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기술의 발전 때문에 우리의 존재가 하찮아지게 될 것 같아 두려워지기도 한다. 보일 스님의 저서 《AI 부디즘》은 우리가 황홀해할 것도 그렇다고 불안해할 것도 없다고 말하며, 과학공학기술들과 건강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중도의 길을 제안한다.

《AI 부디즘》은 해인사 승가대학 학장 보일✽ 스님(이하, 저자)이 시절인연을 만나 이뤄낸 결과물이다. 저자는 21세기 우리의 삶이 인공지능기술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것을 직시한다. 인공지능기술은 과학과 공학의 문제를 넘어 종교와 철학의 문제라고 생각하며, 지금 이 순간에 불교는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실존적이고 실천적인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불교가 종교와 전통을 넘어서서 인공지능기술로 인해 “급변하는 우리 삶의 구체적인 경험을 해석하고 나아갈 길을 안내하는 동반자와 같은 가르침”(15쪽)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불교가 지향해야 할 21세기의 모습을 ‘AI 부디즘’이라 명명한다.

《AI 부디즘》은 “‘AI 부디즘’에 대하여”라는 소개 글에 이어, 제1부 “인공지능에도 불성이 있나요?”, 제2부 “디지털 자아, 나는 무엇인가”, 그리고 제3부 “인공지능에게 길을 묻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에필로그가 따른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공지능의 과학기술이 무엇인가를 알리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유전자가위 기술, 킬러인공지능로봇, 딥러닝, 딥페이크, 가상현실, 메타버스, 3D 프린터, 자율주행 자동차 등 과학공학기술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며, 불교계를 21세기 과학공학기술의 언어와 지식으로 교화하려 한다. 저자는 또 책 곳곳에 주제와 관련 있는 소설이나 영화, 그리고 드라마 등을 소개하며, 독자들이 이러한 매체를 통해 무거운 주제를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AI 부디즘》은 인공지능기술을 붓다의 가르침인 연기, 무아, 무상, 공, 그리고 중도로 해설한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사고방식과 마음의 작용이 실현되는 곳이 뇌라는 전제하에 시작된 이론이다. 우리의 사고와 마음의 변화가 우리의 뇌를 본뜬 인공지능에서의 변화에 상응한다고 전제한다. 이렇듯 인공지능은 인간의 사고방식에 근거한 이론이지만 인공지능이론의 발전은 다시 우리의 사고방식을 바꾸고 있다. 이렇게 상호 의존하는 인간과 인공지능과의 관계는 불교의 연기법으로 설명되고 이해된다.

연기법은 현실과 가상현실 그리고 증강현실의 관계도 설명한다. 빅데이터로 가능해진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 기술들은 현실의 데이터가 없었다면 불가능하다. 그런데 현재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이 우리의 현실 생활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저자는 “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가 서로 상즉하고 상입하며, 두 세계가 하나인 동시에 별개라고 할 수 있다.”(185쪽)고 말한다. 현실과 가상현실은 중중무진(重重無盡)한 관계로 그 경계가 사라진다. 현실을 현실로 그리고 가상현실을 가상현실로 고정불변하게 만드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현실도 가상현실도 모두 공하다.

인간의 마음과 인공지능도 상즉상입하여 경계가 따로 없이 서로 의존하고 있다. 마음이나 인공지능 그 어디에도 각각을 불변불멸하게 하는 그 무엇이 없기에 공하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껏 생각했던 인간 대 인공지능로봇이나 현실 대 가상현실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면 인공지능로봇이나 가상현실에 대한 환상이나 두려움을 없앨 수 있다. 나아가 우리가 인공지능로봇이나 가상현실과 공존하고 상생하는 중도의 길을 찾을 수 있다.

가상현실을 예로 들어보자.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해 우리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들을 경험할 수 있어서 가상현실에 대한 일종의 환희심 같은 것을 느낀다. 그러나 우리가 잘 알듯이 가상현실은 진짜가 아니다.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가상현실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느끼기도 한다. 붓다의 가르침인 무아와 연기의 시각으로 보면, 가상현실 기술은 “마치 환상에 환상을 더해가고, 미망에 미망을 더해가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181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이러한 환상의 세계가 허구인 줄 알면서도 배척할 필요 없이 기꺼이 가상현실을 체험한다고 말한다. 가상현실이 만드는 상에 머무르지 않고, 가상현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그 세계 속에서 중생을 구제하는 발원”(187쪽)을 해야 하며, “바라밀의 훌륭한 방편으로써 활용”(188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

《AI 부디즘》은 내용이 풍부하면서도 경쾌하고 흥미진진하게 잘 읽히는 책이어서 좋다. 그런데 저자는 일반 대중을 상대로 저술하다 보니 초기불교, 유식, 중관, 법화경, 화엄, 그리고 선문의 전통 등 서로 많이 다른 교리와 수행법을 가진 가르침들을 모두 ‘불교’라는 이름으로 논의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불교’와 인공지능의 접점을 찾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유구한 전통의 불교를 쉽고 간단히 서술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인공지능은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분야로 발전하고 있어, 인공지능도 분명히 정의(定義)하기는 여의치 않다.

그래서 필자들은 저자가 책의 앞부분에 챕터를 하나 따로 만들었으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그 내용은 불교 교리의 가장 기본인, 예를 들어 무아와 연기 그리고 공을 간단히 설명하고 불교사에서의 여러 전통과 그 기본 교리의 관련성을 간단히 언급하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은 불교 일반에 대한 일관적인 이해에 도움이 되었으리라 본다. 그리고 이 챕터에서 인공지능에 대해서도 비슷한 구조의 시도를 한다. 인공지능의 기본을 설명하고, 이후에 발달하는 여러 응용 분야와 연결해 주면, 인공지능 일반에 대한 독자의 이해력도 더 높여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난 후 불교와 인공지능 사이의 연관성을 간단히 논의해 준다면, 독자들이 책의 나머지 부분들을 더 큰 그림 안에서 질서 있게 읽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을 것 같다.

필자들은 저자의 중도 사고가 인공지능과 관련된 과학공학적 방법이나 과학이론에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본다. 현재의 과학공학적 방법, 과학이론 그리고 과학지식은 영원히 참이 아님을 인지해야 한다. 이들은 언제든지 고쳐지거나 거짓으로 판명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이들을 고정불변하게 참으로 만드는 자성은 없다. 최근에는 ‘리트랙션 워치(RetractionWatch)’ 등과 같은 그룹에서 과학공학 잡지에 발표되었던 논문들이 때로는 거짓으로 밝혀져 취소되는 것을 보고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의 과학공학 방법이나 실험보고들을 무조건 믿을 것도, 그렇다고 모두 가짜라고 여기며 무시해서도 안 된다. 여기에도 불교의 중도 정신이 필요하다.

한편, 저자는 이 책에서 불교와 인공지능의 비교 연구를 통해 둘 사이의 유사점을 찾는다. 그리고 주로 인공지능을 불교계에서 어떻게 십분 받아들여 활용해야 하는가를 논의하고 있다. 그런데 필자들은 이와 더불어 불교의 가르침이 인공지능을 이해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고, 또 불교가 인공지능을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이끌어 줄 수 있는가도 궁금하다. 그리고 인공지능의 발전과 응용이 초래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불교가 미리 어떤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있는가도 논의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AI 부디즘》 후속편이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니, 그 책에서 이런 논의들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3.

《AI 부디즘》에서는 어느 종교보다 전통적인 불교가, 그리고 깊은 산속에 계신 스님이 최첨단의 과학공학기술들을 자세히 설명하며 불교의 사유방식으로 현재의 상황을 해석하고 있어서 놀랍고 또 반갑다. 인공지능기술 없이는 우리의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게 되어 가는 지금, 불교는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진지한 고민에서 나온 저자의 물음은 한국 불교계를 미래로 이끌어 갈 중요한 화두의 하나로 들린다. ■

 

유선경 sun.yu@mnsu.edu
서울대학교 분자생물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미국 브라운대학에서 세포분자생물학 박사과정 및 텁스대학 철학과 석사과정 수학. 미국 듀크대학 철학박사. 주요 저서로 《생명과학의 철학》 《생명과학과 불교는 어떻게 만나는가》(공저) 등이 있다. 현재 미네소타주립대학교 철학교수.

홍창성 cshongmnstate@hotmail.com
서울대학교 철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미국 브라운대학교 철학박사. 저서로 《미네소타주립대학 불교철학 강의》 《연기와 공 그리고 무상과 무아》 《생명과학과 불교는 어떻게 만나는가》(공저) 등이 있다. 현재 미네소타주립대학교 철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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