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한쪽 어디에선가 게르니카가 자행되고, 그 야만과 참혹을 누군가는 촬영하여 전시하고 판매하고, 또 누군가는 교양인의 안목으로 전시장을 찾는다. 폭발음 속에서 반쯤 찢긴 치마춤과 끝까지 아이를 놓지 않으려는 한 여인의 손등에 밴 핏발, 멀찍이 나동그라지고 짓밟힌 어린아이의 주먹만 한 신발, 숨 몰아쉬면서도 손가락 세 개를 꼿꼿이 펼쳐 든 청년의 어깨를 어루만지는 햇발. 그 처연한 발들이 클로즈업된 작품을 쓱 훑어본 나는, 전시장 2층 레스토랑에 앉아 노을이 잠드는 시간을 뒤적거리며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 시집 《하얗게 말려 쓰는 슬픔》(서정시학, 2022)

 

김선아
2011년 《문학청춘》으로 등단. 시집 《얼룩이라는 무늬》 등. 김명배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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