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것들은 속이 시꺼먼 이중인격자들이야. 자기들은 잡석이 아니고 오석이라고 으스대지만 보잘것없는 돌일 뿐이야. 처음부터 자기주장만 내세우고 남의 소리를 듣지 않는 고집불통들이야. 이내 깨어져 모래가 될 형국인데도 끝까지 버티고 입을 앙다문 벙어리들이야. 피 한 방울 나지 않는 비정한 인간들이 울려대는 저 단단한 쇳소리를 들어봐. 죽어서 반질거리는 오석에 새겨놓은 공적은 아무도 믿는 사람이 없을 거야. 무덤 위를 날아가는 까마귀처럼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까욱거리는 오만한 몽상가들아.

 

— 시집 《꿈꾸는 물》(도훈, 2019)

 

권달웅
1975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 《해바라기 환상》 《사슴뿔》 《바람 부는 날》 《지상의 한 사람》 《달빛 아래 잠들다》 《염소똥은 고요하다》 《공손한 귀》 등. 편운문학상, 최계락문학상, 신석초문학상, 목월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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