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가을 강원도 산골학교 운동회 날

탕! 달리기 경주 신호가 울리고 저마다 일등을 하려고 내달리던 아이들이 어느 순간 누구나 할 것 없이 멈칫멈칫한다. 웬일? 저만치 뒤뚱뒤뚱 힘겹게 달려오는 장애동무가 가까스로 일행 무리에 다다르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 어깨를 겯고 하낫 둘! 하낫 둘! 함께 나란히 결승선에 들어섰다. 이 가슴 저린 광경을 지켜보던 모두들 박수치고 와와! 함성을 내지르며 환호와 감탄 연발

만국기 휘날리는 하늘 눈부시게 참 맑다

— 시집 《동행》(푸른사상, 2022)

 

박시교
1970년 〈매일신문〉과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겨울강》 《가슴으로 오는 새벽》 《낙화》 《독작》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 등. 중앙시조대상, 이호우문학상, 가람시조문학상, 유심작품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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