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시
봉은사 가는 길은 억새풀 바다였다
천 이랑 만 이랑 벌판을 덮던 물결
황량도 아름다울 손, 그 가을의 억새
멀리 해으름은 솔푸른 그늘에 젖고
신간고서들 나란히 꽂힌 방안
억새풀 우짖는 소리 승속이 따로 없었다
— 시집 《향기 남은 가을》(상서각, 1989)
김상옥
1920~2004. 194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초적(草笛)》 《고원(故園)의 곡(曲)》 《이단(異端)의 시(詩)》 《김상옥 시선》 등. 노산문학상, 중앙시조대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