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잔이 마룻바닥에 떨어졌다

아끼던 것

그는 깨지면서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벌겋게 충혈된 안개꽃무늬들

책상다리의 살점을 저며내고

내 손가락에서도 피가 흘렀다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없는

서로 다른 세상의

낯선 기호가 되고 말았다

 

아끼던 것들은 깨지는 순간에

그처럼

얼굴을 바꾸는구나

 

순한 이별은 없다

— 시집 《기둥들은 모두 새가 되었다》(한국문연, 2022)

 

최금녀
1962년 《자유문학》으로 소설 등단. 1998년부터 시 창작. 시집 《바람에게 밥 사주고 싶다》 《길 위에 시간을 묻는다》 외. 현대시인상, 여성문학인상, 공초문학상 등 수상.

저작권자 © 불교평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