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 마을에 와서

새벽 닭소리 듣는다

저 닭들은 모두가 잠든 깊은 밤

홀로 깨어서 홰를 치며

왜 저리도 큰소리로 자꾸 외치는가

한참 생각하다가

그 사연과 까닭 문득 깨달았다

닭들은 밤새도록 하늘의 경전을 읽고 있었던 것이다

닭과 별과 구름의 운행

벌레소리와 안개의 조용한 이동을 보다가

옛날 어느 큰스님이 그랬듯이

한순간 알았다 알았다 되풀이하며

그 기쁨 못 참고 날개까지 푸드득거리며

통쾌한 깨달음의 소식

혼자 목청껏 외치는 것이다

 

— 시집 《고요의 이유》(애지, 2022)

 

이동순
1973년 〈동아일보〉에 시, 1989년 〈동아일보〉 평론 당선으로 등단. 시집 《개밥풀》 《물의 노래》 《강제이주열차》 《독도의 푸른 밤》 등. 신동엽문학상, 김삿갓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 수상. 현재 영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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