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 외할머니랑 둘이서
오두막집 꼬작집 지켜서 살 때
가을만 깊어지면 뒤뜰 울타리에
가랑잎 부시럭대던 소리
밤중에는 더욱 크게 들리던
가랑잎 바람에 맨살 부비는 소리
아무래도 나는 가랑잎이
사람들처럼 살아 있어
가랑잎이 숨 쉬는 소리라 여겼는데
이제 와 돌이켜보니 과연 그건
그런 게 아닌가 싶은 생각
내 몸의 저 깊은 곳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살아서 들려오는
가랑잎 바람에 몸 부비는 소리
마른 기침으로 친구하자 알은체한다.
— 시집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열림원, 2022)
나태주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첫 시집 《대숲 아래서》 외 《풀꽃》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등. 소월시문학상, 흙의 문학상, 충남도문화상, 유심작품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