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시
삼짇날 아침 제비가
처마를 한 바퀴 휙 돌고 날아가더니
열흘이 넘도록 다시 안 온다
제비가 제 집을 버렸다
올봄 우리 마을에는
-충북고속철도 애련마을 통과 결사반대!
붉은 현수막이 하나 나붙었다
철도가 지나가면
사람 집도 제비집도 다 날아간다는 걸
제비는 어떻게 알았을까
공청회에 참석하여
결사반대 결사반대 외치자고
마을 방송은 아침부터 목이 쉰다
— 시집 《비백(飛白)》(문학세계사, 2022)
오탁번
1966년 〈동아일보〉(동화) 1967년 〈중앙일보〉(시) 1969년 〈대한일보〉(소설) 등단. 시집 《아침의 예언》 《벙어리 장갑》 《손님》 《우리 동네》 등. 정지용문학상 목월문학상 유심작품상 등 수상. 한국시인협회 회장 역임. 현재 고려대 명예교수, 대한민국예술원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