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과 성찰

이 책을 쓴 일차적 의도는 비록 재가의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마음만으로라도 출가를 해야 불자일 수 있다고 할 때, 과연 ‘출가’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다음 이차적 의도는, 스님들, 특히 젊은 스님들에게 출가를 감행하는 일이 갖는 높은 가치, 출가자의 자부심(프라이드), 그리고 그에 따르는 책임감 등에 대해서 전달하고자 해서입니다. 

《출가정신의 전개-붓다에서 법정까지》는 2017년에 펴낸 《결사, 근현대 한국불교의 몸부림》(씨아이알)의 후속작입니다. 애당초 ‘결사’와 ‘출가’는 함께 추구되어온 주제들입니다. 결사는 출가정신의 형식적 구현이고, 출가는 결사운동을 낳은 모태이기 때문입니다. 《결사, 근현대 한국불교의 몸부림》의 머리말에서 고백한 대로, 저의 경우에는 1970년대 중반부터 우리 종단(대한불교조계종)을 살아왔습니다만, 종단의 가는 방향이 저 자신의 원력과 반대 방향으로 향할 때가 많았습니다. 

제가 원하는 방향은 포교가 잘되어서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믿고 행하는 것인데, 그것을 방해하여 오히려 역효과를 내게 하는 상황은 종단의 ‘분규’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분규가 없을 수 있을까? 이를 제도적으로 접근하는 개혁운동도 적지 않게 이어져 왔습니다. 

그러나 저는 개혁운동보다는 결사라는 운동에 관심을 기울여 왔고, 그보다 더욱 깊이는 ‘정신’의 문제에서 해답을 찾고자 했습니다. 그것이 붓다의 출가로부터 시작되는 ‘출가정신의 전개’를 살펴보는 것이었습니다. 

분규와 관련해서 본다면, 중요한 것이 붓다의 출가는 탈(脫)권력, 권력으로부터의 자유, 권력으로부터의 탈피라는 점입니다. 탈정치, 정치적인 메커니즘으로부터의 탈피라는 방향으로 보았습니다. 결사나 출가나, 이들 두 주제를 다루면서 그러한 맥락에서 권력화되지 않았던 스님들, 권력화되기를 거부해왔던 스님들, 또는 역사적 사건이나 흐름에 대해서 찾아내고 널리 알리고 싶었습니다. 

한편, 이 책의 성격은 계, 정, 혜 삼학(三學) 중에서 계에 관한 책입니다. 다만 구체적인 역사 현실 위에서 붓다나 스님들이 출가정신을 어떻게 이해하고 행동하였는지 묻는 것입니다. 그래서 문화사 위의 출가정신을 추적하고 있는데, 특히 그것을 인도, 한국, 그리고 일본이라는 구체적인 문화사 속에서의 일을 서로 비교하여 총체적으로 파악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비교문화사’라 할 수도 있고, 주제가 윤리적인 문제의 천착이므로 ‘비교윤리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사 주제의 논문은 《결사, 근현대 한국불교의 몸부림》 속의 7편을 포함하여 총 9편을 발표하였고, 출가 주제의 논문은 이 책 속에 실리는 8편을 포함하여 총 12편을 발표하였습니다. 합하면, 21편입니다. 이 21편은 현재까지 발표한 110편의 논문(33년간 평균하여 매년 3.3편씩 발표) 중, 거의 5분의 1에 가깝습니다. 어떤 한 주제에 10편 이상의 논문을 썼다면, 그 주제는 그 학자의 전공이라 말해도 좋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의 전공은 ‘교단’이고 ‘불교윤리’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다만, 복수전공을 몇 개 더 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이 두 가지 주제의 21편 논문을 통해서, 특히 2권의 책을 통해서 ‘교단의 은혜’를 갚고자 하였습니다.

사실, 이 책은 오랜 산고를 겪었습니다. 무엇보다 큰 것은 심리적인 이유입니다. 《결사, 근현대 한국불교의 몸부림》이 기대했던 것보다 널리 읽히지 못했습니다. 또 하나는 저출가 현상입니다. 출가자가 이렇게나 적은데, 출가정신 운운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는 점에서 적지 않은 갈등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저출가 시대이기에 더 가치가 있다는 것은, 저출가는 질적으로밖에 극복될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붓다는 단 한 분의 출가자였습니다. 한 분의 출가자라도, 한 사람의 불자라도 출가정신을 투철히 정립하고 실천할 수 있다면, 저출가의 문제는 그 자체로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저출가 시대 21세기에 출가의 의미를 묻는 책’입니다. 동시에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분규 없는 교단 건설을 지향한다는 뜻에서 ‘김호성이 쓴 조선불교유신론’이라고 자임합니다.

다만, 만해 스님의 《조선불교유신론》과 달리, 《출가정신의 전개》는 철저히 제도적 측면은 배제하고 정신의 차원에서만 논의하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김호성 / 동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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