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과 성찰

 《불교 커뮤니케이션》(커뮤니케이션북스, 2020, 462쪽)
 《불교 커뮤니케이션》(커뮤니케이션북스, 2020, 462쪽)

통계청의 종교인 전수조사를 들지 않더라도 피부에 닿는 공기에서도 불교가 정체되어가는 것을 느낀 터에, 2015년 통계청 조사는 실제로 이를 확인시켜 준 계기였다. 불교를 위시해 기독교, 천주교 등 종교 모두가 큰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다. 전 국민의 56.1% 이상이 무종교인이라는 것은 모든 종교인에게 충격이었고, 2020년에는 61% 이상이 종교가 필요 없다고 답했다. 더 심한 것은 ‘종교가 이제는 더 이상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에는 전 국민의 82%가 동의한 것이다. 

21세기의 판을 뒤엎는 최첨단 과학기술들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면서 현대인의 삶 자체가 바뀌어 가고, 대한민국이 우주산업 국가로 발돋움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과학의 진보를 향유하는 가운데 종교의 자리매김과 과학발전과의 갭은 엄청나게 벌어지고 있다. 불교는 과학적이라고 외치면서도 그다음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생태계의 인드라망 네트워크에서는 가치 창출의 이해득실 방향이 크게 부각되어 자본에 대한 실태가 가중되고 있다. 물질에 대한 탐욕과 정체성이 굳어가는 듯한 위험성이 커져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시대적 과정이라고 느껴지지만,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비인간적인 행태를 보이는 모습들이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탐욕스러운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이고 있는데, 하루빨리 이기적인 모습에서 탈피해 공생, 공영, 협력의 유대를 보다 부드러운 욕구로 승화해 나가야 한다. 인간 내부의 성숙한 진보가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며 시급하기조차 하다.

21세기의 새로운 문을 여는 이 시대에 오프라인상의 나와 온라인상의 내가 일체화됨으로써 사회적 연결의 욕구와 자타의 실현이 이루어져야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직면해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어느 때보다 현실에서 적용되기 좋은 때이며 수행이 곧 삶이 되어 증명해 보일 수 있는 좋은 때이기도 하다. 따라서 불교의 과거 틀에서 과감히 벗어나 보다 세련되고 성숙된 진보 프로젝트가 정신과 마음, 행동과 육체 등에서 절실하다. 

과거보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고 삶의 편리한 생활방식 등이 새로운 삶의 패턴을 보여주고 있듯, 그에 맞는 인간 정신의 고양된 시스템 변환이 요청된다. 예전 그대로의 방식을 고수하는 어리석음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더구나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계와 대화하는 여러 신세대들과의 괴리감은 새로운 유형의 종교 패러다임이 제안되고 있다. 

그러나 제아무리 세상이 뒤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것은 부처님 말씀과 정신이다. 이를 현대에서 시대적 색깔에 맞춰 어떻게 만나도록 할지는 순전히 우리의 몫이다. 말 그대로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전법과 포교가 종교의 유지 및 발전을 담보로 하고 있는 이상, 온갖 커뮤니케이션 기기들에 올라타 전 세계로 쭉쭉 뻗어나갈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K-pop을 통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의 전 세계적 공유와 공감을 경험하고 있음은 좋은 예이다. 문화, 예술의 힘은 전 세계를 묶는 끈 역할을 하고 있다. 그보다 더 강하고 영속적인 울타리는 ‘정신 및 종교’의 힘이다. 타자와의 호혜적 관계, 교류만이 인류가 지향하는 공존공영의 긍정적인 세계를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창한 디지털 기기들을 활용할 능력이나 재간이 없더라도 부처님 말씀 한 구절이라도 전하려는 소박한 그 마음이 마중물이 될 수 있다. 남과의 대화에서도 부처님 말씀을 전해보는 그 용기가 현대 불교 정신의 디딤돌이다. 타 종교와의 숫자적인 경쟁의식에서 나온 탐욕스러운 것이 아닌, 함께 공유할 정신적인 가치를 나누자는 대승적 마음의 발로이다. 

부처님이 평생을 맨발로 걸어 다니면서 법을 전한 그 정신을 이어받아 전 세계인과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불교 커뮤니케이션》을 집필하게 되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생각과 말, 그중에서도 인간만이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해야 할 최적의 시기이다. 나를 낮추고, 비우고, 그러면서 부처님의 말씀을 담아 전하는 활동 하나하나가 곧 부처님을 닮아가는 제자의 모습이며 부처님의 아들, 딸로서의 도리이다. 우리가 부처님을 모델링하여 살아가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불자의 자세일 것이다. 화합의 종교, 서로 어우러지는 종교로서의 입지를 강하게 세울 필요가 있다. 

세상은 틀이 바뀌어 가는 과도기로서 혼란의 소용돌이 안에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적인 기둥을 마련해주는 부처님 말씀 딱 한 마디라도 기억하고 알려주는 마음이 소중하다. 

부화뇌동하기 쉽고, 자신의 주체성이 없이 좀비처럼 살아가기 쉬운 인터넷 디지털 시대에서 불교야말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재포장하여 알릴 중차대한 임무를 띠고 있다. 예로부터 글공부만 중시했던 우리로서 말로 뭔가를 한다는 것에 대한 편협한 선입견이 전법과 포교의 앞을 가리고 있다. 과거의 잘못 연결된 편견은 훌훌 털어버리고 부처님 말씀을 리모델링하여 알리는 센스가 발휘되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호모 사피엔스 시대를 벗어나 호모 나렌스 즉 ‘이야기를 하는 인간’으로서의 입지를 세워, 부처님 말씀을 전하는 방법과 기술, 말하는 훈련, 세상과의 연결고리 등을 마련해야만 한다. 《불교 커뮤니케이션》은 그 옛날 부처님이 하신 말하는 방법과 자세, 내용 등을 파헤쳐보고자 마련하였다. 특히 《금강경》을 통해 본 최고의 커뮤니케이터로서 부처님을 닮아가는 길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이현정 / 스피치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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