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사이버 시대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웹 도메인이 ‘구글(google)’이다. 그러나 이 말의 의미를 아는 사람은 드물고, 또한 부처님이 이미 2,600년 전에 말씀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Google’이란 용어는 ‘googol’에서 나왔다. ‘googol’은 수학자 에드워드 카스너가 조카인 밀턴 시로타와 함께 명명한 수의 단위로 10100을 뜻한다. 이 숫자는 사람이 직관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큰 수이고, 사실은 무한대인 셈이다. 논리적으로 표현하면, googol은 우리가 생각하는 ‘최대한의 공간’ 즉 우주를 채울 수 있는 ‘가장 작은 입자인 소립자의 총수’보다 더 큰 숫자이다.

1996년 스탠퍼드 대학원생 몇 명이 인터넷 검색 회사를 창립하면서 이름을 정할 때 무한대의 자료를 다루어 제공하겠다는 야심 찬 희망으로 googol을 선택하였다. 기존의 웹 사이트 도메인을 검색하다가 google.com으로 잘못 입력했고, 오히려 이것이 마음에 들어 그대로 등록했다는 뒷이야기가 있다.

한편 중국과 인도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큰 수에 관한 논리가 일찍부터 발달하여 있었다. 만 배가 될 때마다 각각 단위가 정해져 일(1), 만(104), 억(108), 조(1012), 경(1016)과 같이 실제로 계산하고 사용하는 단위도 있지만, 재(1044), 극(1048), 항하사(1052), 불가사의(1064), 무량대수(1068)처럼 아주 큰 숫자도 생각해 놓았다. 1052를 이르는 단위인 항하사(恒河沙)는 인도 갠지스 강가 백사장에 있는 모래알 수이다. 1064 단위인 불가사의(不可思議)는 도저히 헤아릴 수 없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사람이 정의할 수 있는 가장 큰 수는 1068이고 그 단위는 끝이 없다는 의미의 무량대수(無量大數)였다. 예를 들면 극락정토를 다스리는 아미타불을 모신 영주 부석사의 본당은 이 부처의 수명이 끝이 없이 길기 때문에 무량수전(無量壽殿)으로 이름 붙였다. 이 건물은 이름에 걸맞게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란다.

나는 불교 경전에서 큰 숫자에 관한 부처님 말씀을 찾았다. 《금강반야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密經)》의 13품에서 항하사(恒河沙)를 비유로 사용하신 것이다. 부처님은 한없이 많은 숫자의 개념으로 항하사를 언급하고, 거기에 더해서 “항하에 있는 모래알 수처럼 또 그렇게 많은 항하가 있다고 할 때, 그 모든 항하에 있는 총 모래알 수”를 언급했다. 이를 수학적으로 계산해 보면 (1052)2즉, 10104이 된다. 부처님이 가장 큰 숫자로 말씀을 한 지 2,600년이 지난 지금에야 googol이라는 개념이 수학계에 나타난 것이다.

연이어 하신 다음 말씀은 더욱 기가 막히다. “그 모래알 수처럼 많은 삼천대천세계에 가득 찬 일곱 가지 보물로 널리 보시하여도, 이 불경 가운데 있는 네 글귀만 남을 위해 전해준다면 그 복덕이 더 없이 뛰어나리라.” 이 얼마나 진리에 대한 무한대적(無限大的) 확신이고 자신감인가!

《금강반야바라밀경》의 ‘금강’은 다이아몬드를 뜻하며 견고하고 날카롭다는 의미를 지녔다. ‘반야’는 지혜를 뜻하고 ‘바라밀’은 ‘바라밀다’를 줄인 말로 저쪽 언덕으로 건너가는 것, 즉 도피안(到彼岸) 또는 열반을 가리킨다. 다시 말하면 《금강반야바라밀경》은 무명을 타파하고 열반에 이르는 견고한 지혜를 담은 책자이다.

흔히 《금강경》으로 줄여 말하는 이 경전은 불교에서뿐 아니라 동양문화권에서 2천여 년 동안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수많은 사람이 공부하고, 정진하고, 깨닫고, 실천하고, 다시 미망에 빠지고, 재해석하여 왔다. 그러나 부처님이 깨치고 열반에 든 진리는 갠지스 강가 모래의 비유와 같이 우리 인간이 헤아릴 수 있는 정도를 넘은 googol적 수준이지 않을까? 나는 다소 비약적이고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정준기 /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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