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대만불교의 어제, 오늘, 내일

양정연한림대 생사학연구소 ​​​​​​​생명교육융합과정(대학원) 부교수
양정연
한림대 생사학연구소
​​​​​​​​​​​​​​생명교육융합과정(대학원) 부교수

중국불교의 역사에서 대만불교가 명확하게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청대 말로서, 대만을 거점으로 반청운동을 전개하려고 했던 정성공(鄭成功, 1624~1662)의 통치 이후라고 볼 수 있다. 대만불교의 전개 과정을 보면, 일본강점기에 이뤄진 일본불교화 시기, 국민당 정부와 대만 거주민들 간의 갈등이 고조되던 계엄 시기, 1980년대 중반의 민주화를 거치면서 이뤄지던 본토화와 주체화 시기, 그리고 이후의 국제화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오늘날 대만불교의 발전을 보면, 1980년대까지 계엄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대학과 청년들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청년학불운동(靑年學佛運動)의 영향이 크다. 당시 상황에서 집단 활동은 자유롭지 않았기 때문에, 불교 활동은 학교마다 설립된 불학사를 중심으로 강좌와 강연회, 토론회 등 학술 형식으로 주로 전개되었다. 이러한 학술적인 교육 활동은 오히려 대학생들의 불교 수행에도 도움을 주었고, 연인사(蓮因寺)의 재계회, 고웅(高雄)의 불광산 불학여름캠프, 고웅 ‘봉산연사정진불칠(鳳山蓮社精進佛七)’ 등의 활동과도 연계되어 있다.

대만불교의 대표적인 신흥교단인 불광산(佛光山), 법고산(法鼓山), 자제(慈濟)는 포교와 교육, 자비, 학술과 함께 실천이라고 하는 대만불교의 다원화된 특성을 보여주면서 국제화를 주도하고 있다. 오늘날 대만불교의 발전 동력을 말할 때, 흔히 성운(星雲) 스님, 성엄(聖嚴) 스님, 증엄(證嚴) 스님, 유각(惟覺) 스님 등 대만의 4대 신흥 불교교단을 창립한 지도자들의 지도력을 거론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들 신흥교단의 활동을 보면, 본토화 과정에서의 성과가 해외 포교와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불광산, 법고산, 자제의 국제화 역시 교육과 활동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고, 청년 세대의 교육과 연계되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1. 불광산의 인재 교육과 포교 활동

불광산은 1976년, 영어불학센터를 세운 이후로 영문불학원과 일문불학원 등을 설립하면서 국제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1994년에는 불광산을 찾아오는 외국인들을 위해 ‘외국학생연수반’을 설립하고 계속해서 인도불학원, 아프리카불학원 등을 세웠다. 1990년대를 전후하여 적극적인 해외 전법과 교육 활동을 펼칠 수 있었던 배경에는 1987년 계엄이 해제된 것도 있지만, 이미 대만 내에서 불교단체들이 팽창하면서 새로운 홍법 활동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불광산의 해외 전법은 각 지역의 상황과 문화에 맞는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다. 1990년대 이후 2000년대 초기에 설립된 해외 기관들을 보면, 대승불교권인 한국과 일본, 남방불교권인 태국, 힌두 전통의 인도, 그리고 다른 종교 전통을 배경으로 하는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에서는 현지 종교계와의 교류와 협력에 중점을 두면서 지역사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지역 인재들의 교류 활동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거나 대학가 근처에 도량이나 센터를 설립함으로써 적극적인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또한 중남미의 경우는 가톨릭과의 교류, 자선이나 문화교육 활동을 통하여 지역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런 점들은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융합해야만 성공적인 불법 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고 하는 불광산의 실천 이념에 따른 것이다. 1994년 설립된 아프리카불학원은 현지인을 육성하여 지속적인 홍법 활동이 가능하도록 하고, 교육과정에 중국 역사, 문화에 대한 이해와 대중 전법에 대한 능력을 키우는 과정도 포함하고 있다. 불광산의 현지화 노력은 오스트레일리아의 남천대학(Nan Tien Institute of Higher Education)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이곳에는 구미권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출신의 학승들도 공부하고 있다. 초기에는 불학원의 역할을 담당하며 졸업 후에 대만 불광산에서 더욱 체계적인 교육을 받는 형태로 이뤄졌지만, 현재는 응용불교학. 정신건강 등 석사과정을 포함해 다양한 과정을 제공하고 있으며 인간불교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도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다.

2003년 불교를 더욱 촉진시키기 위하여 설립된 ‘세계불학 연구센터’ 하부에 불학, 관리학, 인간불교, 불광학, 영문불학, 일문불학 등 열 곳의 연구소를 두고, 교재편찬과 함께 전문적인 연구 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국제학부에 영문불학 연구소를 설립하고, 이들이 미국 시라이대학(University of the West)에서 개설한 과목을 원거리 교육을 통하여 수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전문 능력을 높이도록 하였다. 1992년 로스앤젤레스에 설립된 시라이대학은 현재 불교, 경제, 종교, 심리 등 다양한 과정의 학부, 대학원 학위 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인간불교와 범어 문헌 디지털 프로젝트를 위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초기 불광산의 발전은 일본 유학을 경험한 자혜(慈惠) 스님, 자용(慈容) 스님, 자장(慈莊) 스님 등과 이후에 미국이나 유럽 등으로 유학했던 인재들이 발전을 이끄는 형태였다면, 지금은 해외에 설립한 대학에서 인재를 직접 양성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대만의 불광대학과 미국의 시라이대학은 공동학위 과정을 통하여 국제적인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불광산의 전 세계 도량은 200여 곳이 넘고, 문화와 교육, 자선, 홍법 활동을 일체화시킨 형태로 인간불교의 이념을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도량이나 센터들은 각 지역의 특성에 맞춰 지역 공동체와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활동 등을 통해 생활 속에서 융합되는 형태의 홍법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개략적으로 불광산 포교의 국가, 지역별 특징을 보면, 다음 페이지의 〈표-1〉 〈표-2〉와 같다.

미국에서는 시라이대학과 불학원, 센터 등을 중심으로 교향악단, 문화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초기에 캐나다 토론토에 텔레비전 방송국을 설립하여 중국과 서양의 종교문화를 이해하는 장으로 확대시켰다. 미국에서 불광 도량을 세울 때는 화교 중심 지역을 고려하기도 하지만, 현대화 정신과 전방위적인 홍법 활동을 위해 과학 인재들이 모이는 장소에 설립하거나 대학가 근처, 시내 번화가에 설립한다. 이런 점은 도심불교를 표방하는 불광산의 이념이 외국의 포교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중남미에서의 홍법 활동은 1992년부터 이뤄졌다. 2003년 남미 최초로 브라질의 여래사가 건립되었으며, 다양한 교육과정이 제공되고 있고 번역센터가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다. 여래사는 현지에서 관광자원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이 외에도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칠레, 코스타리카에 도량이 설립되어 문화 교육 및 자선사업을 펼치고 있다. 남미에서는 특히 가톨릭 지도자들과 긴밀한 교류를 통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고 지역사회에 대한 교육, 문화, 자선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유럽에서의 홍법 활동은 초기에 화교를 중심으로 이뤄지거나 유학승을 중심으로 불광산의 설립과 불광회의 활동 기반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았다. 2022년 현재, 영국, 프랑스, 독일 이외에도 오스트리아, 스위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유럽 각 지역에 14곳의 도량 또는 센터가 설립되어 있으며, 지역의 화교와 지역민들을 위한 문화, 불교 강좌 등을 개설하고 지역사회와 교류를 강화하고 있다.

이탈리아, 노르웨이, 덴마크 등 아직 도량이 건립되지 않은 국가나 지역들에서는 성운(星雲) 스님의 서예전이나 불광산의 범패문화 행사를 전개하면서 불교문화를 통해 불광산의 이념을 알리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 외에 오세아니아에서는 오스트레일리아를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1992년 중천사(中天寺, Chung Tian Tem-ple)를 설립하여, 화교들의 현지 생활을 돕고 자선활동 및 불교문물 전람, 불학 강좌 등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종교의 상호존중과 다원화 활동을 통한 현지화 노력으로 이미 불교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제2의 종교 세력으로 성장하는 데도 크게 기여하였다. 남천사(南天寺, Nan Tien Temple, 1995년 설립)와 남천대학(南天大學, Nan Tien Institute, 2011년)은 현지의 문화, 교육 중심지이면서 국제적인 활동까지 담당하는 것으로 성장하였다. 파푸아뉴기니에는 중문학교(中文學校)를 설립하여 현지 화교들과 현지인들의 교육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2022년 현재, 오세아니아 지역에 11곳의 도량이나 센터가 설립되어 있으며, 타 종교와의 교류를 확대하면서 지속적으로 지역사회에 영향력을 확대시키고 있다.

아프리카에서의 활동은 1992년 남아프리카에 남화사(南華寺)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전개되었다. 브롱크호스트스프루트(Bron-khorstspruit)시 의장의 요청에 따라 건립된 난화사는 현지 정부의 지지를 기반으로 중국문화와의 교류 및 교육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아프리카 각국의 홍법 인재들을 양성하는 도량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1994년 아프리카불학원이 설립되었고, 2022년 현재, 8곳의 불광산 도량 또는 선정센터가 있다.

 

2. 법고산의 불학 연구와 심령환보 운동

대만불교가 짧은 역사에도 다원화된 활동과 국제화를 전개할 수 있는 힘의 배경에는 출가와 재가자에 대한 교육이 있다. 이러한 점은 불학 연구로 유명한 법고산의 중화불학연구소의 발전 연혁을 통해서도 잘 나타난다.

법고산 중화불학연구소의 전신은 1965년 설립된 중화학술원 불학 연구소이다. 1975년, 일본 릿쇼(立正)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성엄(聖嚴, 1930~2009) 스님은 대만으로 돌아와 중국문화학원 철학연구소 교수 겸 중화학술원 불학 연구소 소장을 맡았다. 1985년 스님이 창립한 중화불학연구소는 1987년에 정식으로 교육부 인가를 받았으며, 오늘날 대만 최고 수준의 불학 연구 기관으로 성장하였다. 스님은 연구소를 창립하면서 중화문화를 발전시키고 높은 수준의 불교교육과 홍법 인재를 양성하며 국제적인 불교 학술연구를 이룬다는 목표를 설정하였다. 대만의 불학 연구를 국제적인 수준으로 향상시키려고 했던 스님의 노력에 맞게, 연구소는 불학 교육의 국제화를 위해 외국 교수를 영입하여 교학 활동과 연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2007년 교육부 인가를 받은 법고불교학원(2014년 법고문리학원으로 개명)은 박사 학생을 모집하면서 전문적인 교육이 가능하게 되었고, 중화연구소는 학술연구와 출판 · 교류 업무를 전담하게 되었다. 연구소는 성엄 스님이 강조하였던 중국불교 발전을 중점사업으로 정하고 있다. 2006년에 중단되었던 《중화불학연구》를 재발간하고 국 · 내외 석 · 박사생들과 졸업생들이 ‘한전불교(漢傳佛敎)’의 학술연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으며, ‘송원명청한전불교인물자료고(宋元明清漢傳佛教人物資料庫)’와 ‘한전불교논총’ 사업, ‘한전불교연구전서(漢傳佛教研究專書) 영역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화불학연구소의 조직은 크게 학술교류센터와 학술연구센터로 나뉜다. 학술교류센터는 홍보부[公關組]와 회의부[會議組]로 나뉘며, 주로 ‘한전불교’의 홍양과 연구 활동 촉진, 국제학술교류 확대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학술연구센터는 연구실, 연구개발부, 학술출판부, 디지털작업부로 나뉘어 연구 활동, 학술지 간행 및 출판 업무, 자료 디지털화, 문화콘텐츠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연구실에는 전임연구원과 겸임연구원이 있고 외국학자의 경우 겸임연구원으로 소속되어 연구하고 있다. 연구개발부는 현재 성엄 스님 사상 연구를 포함하여 수륙의궤(水陸儀軌) 연구, 중국불교 전적의 정리 및 연구, 유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1998년에 설립한 중화전자불전협회(CBETA)는 북미의 인순도사(仁順導師)협회와 공동으로 불전의 디지털 작업을 진행하여, 2004년 정식으로 대장경 교정판과 만속장경(卍續藏經)의 디지털 자료를 발표하였다.

국제교류는 중화국제불학회의, 양안 교류, 한전불교, 성엄사상 국제학술회의와 ‘한전불교 청년학자 논단’ ‘근현대 한전불교 논단’ 등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으며, 해외 유명 학자들의 강좌와 교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한전불교 전공자의 연구를 장려하기 위하여 2011년부터 영문 석 · 박사생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고, 2009년 미국 컬럼비아대학과 함께 ‘한전불교학술 출판영구기금’을 설립하여 한전불교 관련 연구로 출간된 서적을 지원하고 있다.

법고문리학원은 불교학과, 인문사회학군, 평생교육 및 연구센터로 구성되어 있다. 불교학과는 학사반과 석 · 박사반을 운영하고 있으며, 중화불학연구소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전(漢傳), 남전(南傳), 장전(藏傳) 불교의 뛰어난 점을 융합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범어, 빨리어, 티베트어 등 불전 원어에 대한 훈련과 영어, 일본어 등 외국어 학습 강화, 불전 번역을 위한 과정도 개설되어 있다. 2008년에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2009년에 금강대학교와도 학생 및 학술교류협정을 체결하였다.

학사반이 불교 교의와 교파, 사상, 수행 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생명 돌봄과 지역사회에 대한 활동을 실천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면, 대학원 과정은 학술 능력을 심화하는 과정으로 운영되고 있다. 석사생의 경우 원칙적으로 2학기부터 인도불교, 한전불교, 티베트불교, 불교정보 전공을 선택하고 심화된 교육과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법고산은 학술연구 이외에도 학교 교육에서 돌봄 교육을 목표로 하고 대중교육에서도 그 목적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심령환보(心靈環保)’라는 교육 이념을 사회 실천으로 확장하기 위해 설립된 ‘돌봄원’은 임종 돌봄, 왕생 조념, 애도, 법회 등에 대한 활동과 함께 자연장에 대한 활동을 조직적으로 펼치고 있다. ‘심령환보’는 1992년 성엄 스님이 제시한 이념으로서, 올바른 마음을 통해 사회, 인류, 환경, 자연, 생태 등으로 확장시키려는 운동이다.

법고산의 해외 홍법 활동은 주로 미국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북미권에 도량과 센터, 연락처가 22곳 설립되어 있으며, 유럽 2곳, 아시아 4곳, 오세아니아 2곳이 있다.

법고산의 해외 도량은 한전불교의 선풍을 잇고 선불교를 홍양하며, 국제적인 활동과 종교 간 대화에 참여하는 등 다원화된 형식의 교류를 통해 종교적 인간 정토를 구현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성엄 스님은 2002년 세계종교지도자회의(World Council of Religious Leaders)에서 ‘심령 빈곤’이라는 의제를 제시하고, 심령환보에 대한 이해를 촉구하였다. 그와 함께 ‘환경보호’ 주제에서 공동으로 의장을 맡았던 랍비 이스라엘 메이르 라우(Yisrael Meir Lau)는 국제 ‘지구헌장(The Earth Charter)’의 이사로서, 후에 법고산의 심령환보를 지구헌장에 넣도록 건의하였다. 2018년, 미국의 법고산협회(DDMBA), 세계평화여성지도자회의(Global Peace Initiative of Women), 지구헌장(Earth Charter International)과 함께 태국, 사이프러스에서 2월과 10월에 열린 ‘기후변천의 내재적 차원(Inner Dimensions of Climate Change)’ 주제 회의에 법고산의 과상(果祥) 스님 등이 참가하여 지구의 미래에 대한 논의를 전개하였다. 과상 스님은 국제적인 생태, 농업 전문가인 반다나 시바(Vandana shiva)의 요청을 받고, 그해 생태 다양성 국제회의(International Biodiversity Congress)에 참석하여 성엄 스님의 심령환보 이념을 발표하였다.

법고산은 2017년 미국의 9 · 11사건(2001년) 기념식 행사에 참여를 요청받았고, 미국의 동추초 선사를 비롯한 법고산 단체들은 기념법회를 열기도 하였다. 캐나다의 밴쿠버 도량은 캘거리대학 등과 공동으로 ‘불교 여성의 수행과 홍법’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등 지역단체나 공동체와 함께하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법고산의 이러한 활동을 보면, 한전불교의 홍양이 이제는 기후변화와 같은 전 세계적인 문제를 논의하는 장을 통해 심령환보의 이념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자제의 대자대비 정신과 실천

‘대자대비’, 이 말은 1966년, 대만 화련에서 ‘불교극난자제공덕회’가 창립된 이후로 자제공덕회를 설명하는 여러 글에서 공통으로 보이는 표현이다. 30명의 가정주부들이 매일 식사거리를 사면서 아낀 돈을 모았던 대나무 저금통은 5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66개국 122곳에 1,000만 명이 넘는 자제인이 자선활동을 펼치는 거대한 기금회로 성장하였다.

아시아 지역에는 일본, 싱가포르, 중국 대륙, 말레이시아, 요르단 등 15곳의 분회가 있고, 미주 지역에 20곳, 오세아니아 지역 2곳, 유럽에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 5곳, 아프리카에 남아프리카공화국, 모잠비크 등 4곳에 분회가 있다. 한국에서도 2021년 ‘대만불교자제종 자제공덕회 한국지부’란 명칭으로 공식 출범하여 자제이념을 실천하고 있다.

자제공덕회가 추구하는 사업은 자선, 의료, 교육, 인문을 중심으로 한다. “다른 사람이 상처를 입으면 내가 아프고, 다른 사람이 고통스러워하면 내가 슬프다”고 하는 인문 정신은 국가와 민족, 언어, 종교를 초월하여 자비희사를 실천하는 자제정신의 근본이기도 하다.

1980년 불교자제자선사업기금회가 성립되고, 1985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최초의 해외 거점을 마련하였다. 이미 대만 내에서 평온한 가정과 사회를 일구는 활동을 전개하면서, 일상에서 빈곤 가정 지원, 돌봄 제공, 장학금 지원 등을 지원하고 있고, 2014년 이후만 하더라도 26개의 학교를 짓는 등 학교 건설을 위한 지원을 계속해왔다. 최근에 있었던 2021년 화련 지역의 열차 사고로 49명의 사망자와 2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였던 사건에서도 봉사활동을 전개하는 자제인의 모습이 보였는데 지진, 태풍 등 여러 재해가 있을 때마다 최일선의 현장에는 부상자 구호와 유가족 지원 활동을 펼치는 자제인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모습들은 전 세계의 재난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020년 태풍 고니(Goni)의 영향으로 필리핀 북부 지역에서만 17명의 사망자와 40만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하였다. 그리고 불과 2주 뒤에 다시 태풍 뱀코(Vamco)의 영향으로 인근 지역 전체가 침수되면서 2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피해가 있었다. 코로나로 인한 상황에서 지원이 원활하지 않았지만, 여기에서도 자제인의 활동은 신속하게 전개되었다. 46,000여 명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3개월 동안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지원하였으며, 57,000여 가정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였다. 이러한 활동은 아프리카, 멕시코, 미국, 네팔, 일본, 이란, 인도네시아, 동남아 지역 등 재난이 있는 곳이면 어디에서든지 이뤄진다. 

이러한 지원은 중국 대륙과 북한 지역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북한은 특히 2011년에 기근 피해가 심각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제공덕회는 황해도와 평안도 일부의 피해지역을 직접 방문하고 당시 14만 가구, 44만여 명의 재해민들에게 직접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였다. 자제인의 활동은 이와 같이 직접 피해자들에게 구호품과 도움을 전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리고 그때 자제인의 태도는 반드시 양손으로 정중하게 드리며, 도와준다는 마음이 아니라 오히려 도와드릴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취한다. 이러한 자제인의 태도에서 위로의 마음을 진심으로 느꼈으며 도움에 감사하다는 인사와 편지가 전 세계에서 자제공덕회로 전달되고 있다.

1991년 중국의 화동[華東] 지역에서 홍수피해가 발생했을 때, 자제 봉사자들은 자비로 경비를 마련하여 지원 활동을 펼쳤고, 이후에도 지진, 학교 건설, 골수 기증, 의료 지원 등 다양한 지원을 전개하면서 대만과 대륙의 민간 교류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이러한 활동을 인정받아 자제기금회는 2010년 중국 대륙의 국무원 인준을 받고 대륙에서 공식적인 단체로 활동하고 있다.

의료봉사는 증엄 스님이 가난 때문에 난산으로 치료받지 못하던 원주민 산부의 모습을 보고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는 그의 원력에서 비롯되었다. 1972년 화련에 빈민의료소가 세워진 이후로 1986년 화련자제의원을 설립하였고 1993년 골수간세포센터를 설립하였다. 

자제인의 의료봉사는 1996년 성립된 국제자제인의회가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현재 15,000명이 넘는 의료봉사자가 봉사횔동을 전개하고 있다. 2020년에 이미 전 세계 50여 개국의 지역에 무료 의료활동을 전개하였고, 300만 명이 넘는 환자들을 치료하였다. 그동안 참여한 의료인만 35만 명이 넘고 봉사자는 59만 명이 넘는다.

교육 부문에서는 1989년 자제간호전문학교(2015년 자제과기대학으로 개명)를 설립하였고, 1994년 자제의학원(2000년 자제대학으로 개명)을 설립하였다. 2000년 화련자제중 · 초등학교가 설립되면서 유치원에서 초등, 중등, 대학까지 일관된 교육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인문교육으로는 1967년 《자제월간(慈濟月刊)》을 창간한 이후로, 1998년 대애(大愛)텔레비전 방송국을 개국하였다. 자제환경보호센터는 환경교육을 위한 장소이자 지역사회 노인들이 함께하는 모임의 장으로서, 자원의 분류, 해체 작업 등의 작업과 함께 돌봄과 참여가 이뤄진다. 전 세계 18개국 또는 지역에 센터나 활동 장소가 설립되어 있으며, 아시아의 경우 대만을 포함, 중국 대륙,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11개국 또는 지역에 11곳, 미국, 캐나다, 과테말라 등 4곳,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에 2곳, 남아프리카공화국에 1곳이 있다. 

아시아 지역에만 520곳의 환경보호센터가 설립되어 자원 회수를 담당하고 있고, 수집장소로 지정된 환경보호점이 8,166곳 설치되어 있다. 미주 지역에 환경보호센터 10곳, 환경보호점 16곳, 대양주에 센터 2곳, 환경보호점 3곳, 남아프리카에 센터 1곳, 환경보호점 50곳이 있다. 이들 장소에는 3세부터 100세의 노인까지 11만 명이 넘는 봉사자가 참여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분류된 플라스틱 등 자원들은 의류, 모포, 목도리 등 생활용품으로 재활용되고 있다.

흔히 대만불교의 특징을 말할 때, 불광산의 포교, 법고산의 교육, 자제의 자선활동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러한 특징은 개별적인 특징이 아니라 이들의 발전과정에서 모두 강조하고 중시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오늘날 대만불교는 국제적인 활동을 전개하면서 세계적인 문제들에 대해, 인간불교의 이념에 기반하면서 종교 간 대화와 지역사회와의 교류, 환경운동, 자비실천 등 구체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의 활동에 불광산의 국제불광회청년단(1996년), 법고산의 세계청년회(1994년), 자제의 대학청년우의회(1992년) 등을 통해 세계의 청년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 마치 제2의 청년학불운동이 연상된다. 

오늘날 대만불교의 활동을 보면서, 우리 불교계는 우리 사회의 문제, 세계의 문제들에 대해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고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 살펴보게 된다. ■

 

* 이상의 글은 《대만불교의 5가지 성공코드》(2012, 불광출판사)에 실린 필자의 〈대만불교의 성장과정과 특징〉 〈대만 사찰의 교육체계와 인재육성 제도〉의 내용을 수정 보완하였으며, 다음의 자료들을 참고하였다.

 

- 《慈濟年鑑》(財團法人佛教慈濟慈善事業基金會. 2017, 2018, 2019, 2020)
- 《法鼓山年鑑》(財團法人法鼓山文教基金會, 2017, 2018, 2019, 2020)
- 侯坤宏 《論戰後臺灣佛教》 新北: 博揚, 2019.
- 闞正宗 《臺灣佛教一百年》 台北: 東大, 1999.
- 江燦騰 《臺灣佛教史(2版)》, 台北: 五南, 2020.
- 江燦騰 《新視野下的台灣近現代佛教史》 北京: 中國社會科學出版社, 2006.
- 慈濟全球資訊網 https://www.tzuchi.org.tw
- 法鼓山全球資訊網 https://www.ddm.org.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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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연 zamyangtibet@hanmail.net

서울대 종교학과 졸업, 동국대 불교학과 박사. 불교교학(중국불교, 티베트불교), 생사학 전공. 주요 논문으로 〈현대 생사학을 위한 불교 생사관의 제언〉 〈불교의 행복 개념과 인식〉 〈행복과학에 대한 불교적 성찰〉 〈타이완 생명교육의 전개와 시사점〉 등과 저서로 《대승 보살계의 사상과 실천》 역서로 《자살대책의 이론과 실제》 《현대 생사학 개론》 등이 있다. 현재 한림대 생사학연구소 생명교육융합과정(대학원)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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