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불련(大佛聯)은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의 약칭이다. 한국불교 현대사에서 재가불교 흥기에 청년불교의 중추로서 역할을 담당해 온 대불련, 올해로 60년 차를 맞이하였다. 필자는 1972년에 대불련의 10년 차 중앙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돌이켜 보면 대불련과의 인연은 1970년 여름 송광사에서 있었던 제14차 수련대회에 참가한 것이 시작이었다. 요즘은 템플스테이로 명칭이 바뀌었지만 이른바 사찰 수련대회는 1960년대 대불련을 시작으로 재가불자들의 수행 프로그램으로 유행하였다. 당시 수련대회는 사찰에서 스님들처럼 출가수행자의 생활을 체험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대불련의 14차 수련대회는 종래의 대회와 내용이 달랐다. 절과 참선 등 불교 고유의 수행 프로그램 이외에 대학 사회에서 주로 하는 주제 토론과 갖가지 문화 프로그램 등을 가미하여 자못 신선하였다. 대학생들 특유의 젊은 지성과 문화 취향을 반영한 새로운 시도를 보여 준 것이었다. 필자가 이 새로운 시도에 대한 장단점을 논문으로 지적한 바가 있다. 필자의 이러한 관심은 대불련 활동 참여의 인연으로 이어지고 1972년에 10년 차 중앙회장으로 선출되었다. 

대불련은 한국전쟁이 끝난 후 1960년 4 · 19, 1961년 5 · 16이라는 현대사회의 변화와 1962년 불교계 통합종단의 출범이라는 격동의 시대적 배경 속에서 1963년 창립되었다. 그 취지는 불교를 현대사회의 시대정신으로 삼아 나갈 것과 아울러 한국불교를 기복불교와 산중불교가 아닌 구도불교와 대중불교로 전환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창립 취지 달성을 위해 초기부터 대불련은 학교와 사찰에서 정기적인 법회와 수련대회를 실시하여 젊은 지성들을 향한 불교 대중화를 추진했다. 특히 전국의 각 대학 캠퍼스에서 불교사상 강연회를 개최하여 불법을 홍포하였는데, 그로 인해 대학마다 불교학생회가 속속 창립되었다. 또한, 1965년 봉은사에 대학생수도원을 설치하여 구도부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불교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1970년대 들어서면서 대불련은 구도 및 전법 활동을 계속하면서 앞서 예시한 새로운 수련대회의 시도와 함께 불교 정신의 사회적 전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이에 1972년 필자가 새로운 청년불교운동을 제안, ‘한국 청년의 새로운 정신적 방향’을 주제로 이른바 ‘화랑대회’를 개최하였다. 전국의 대학생 불교 대표자 150여 명이 참가한 제1차 대회는 통일을 염원하며 불교사상을 시대정신으로 삼고자 한 젊은 불교지성의 대사회적 결사였다. 이때부터 대학생 불교운동이 한국불교와 한국사회의 등불이 되고자 시동한 것이다. 유신독재로 암울했던 1970년대 초반 불교의 대사회적 활동은 1974년 서울대총불교학생회가 대각사에서 불교계 최초의 민주화 투쟁에 나섰으며, 이후 대불련은 ‘화랑대회’를 민중불교운동으로 승화시켜 나아갔다. 

대불련 회장 재임 시 유난히 많은 사업과 행사를 벌였다는 생각이 든다. 예컨대 부처님오신날을 기해 거리마다 ‘자비의 등 달기’ 행사를 최초로 시행하였으며, 여름방학에는 화랑대회, 겨울방학에는 지도자 수련회, 가을 창립기념 주간에 ‘청련제(靑蓮祭)’라는 창립제 행사를 개최하였다. 지역별로는 영남인대회, 호남인대회, 충청인대회 등 연합행사를 개최, 회원의 유대를 강화해 나갔다. 그리고 특별활동으로 잊혀가는 만해 한용운 선사의 정신을 현양하기 위하여 동상 건립 사업을 추진하기도 하였다.

창립 후 10년 만에 대불련의 정체성이 정립되고 그에 따른 실천이 본격화된 것이다. 1972년 대불련은 77개 대학에 지회가 설립되고, 회원 총수가 3,000명에 이르렀다. 이후의 대불련 활동 상황은 필자가 기작성한 논문 〈청년불교의 중추 대불련의 현황과 활성화 방안〉을 참고하여 요약한다. 

1980년대 대불련은 사회변화의 흐름에 따라 이전부터 진행되어 오던 ‘화랑대회’를 1982년부터 ‘한국불교 1600년대회’로 개칭하여 진행하면서 ‘민중불교운동’을 중점 전개하였다. 1990년대 대불련 활동은 불교개혁과 재가불교운동, 통일운동 등이 돋보였는데 특히, 1994년 개혁종단의 출범에 기여하였으며, 1999년 참여불교재가연대의 결성에 대불련총동문회와 함께 주도적 역할을 하였다. 그리고 1996∼1997년 북녘동포돕기운동이 통일사업의 주요 사업으로 전개되면서부터 ‘통일순례단’을 결성하였다. 

대불련 총회 자료에 따르면 2000년에 전국의 173개 대학이 지회로 등록하고 26개 지부가 결성되어, 역사상 최대 규모의 조직을 이루었다. 그러나 2000년대 탈종교시대의 흐름에 대불련은 15년여 동안 회원 수가 급감하고 조직이 대폭 축소되었며 활동마저 침체하여 한국 청년불교의 미래에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대불련의 지도간사단과 임원들은 오히려 시대의 변화와 달라진 여건에 맞추어 제반 사업을 다시 새롭게 설계, 그 추진에 진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신입회원 증대를 위해 캠퍼스 포교에 적극 나서는 한편, 현대적 지도자수련회인 ‘KBUF 대학생청년 리더십 워크숍’, 전통문화 체험이 배가된 사찰 수련대회 ‘KBUF 템플스테이’ ‘화랑대회’와 ‘한국불교 1600년 대회’를 잇는 이른바 대불련 여름대회 ‘YOUNG BUDDHIST CAMP’ 등을 개최해 오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대불련은 그동안 한국불교와 우리 사회의 미래를 담보할 인재의 산실로서 위상을 견지해 왔다. 불교계에 많은 불교학자, 재가 지도자, 종무행정가, 고승 및 출가수행자를, 그리고 한국사회에는 유능한 정치가, 기업가, 언론인, 법조인, 각 분야 교수와 교사 등을 배출하였다. 

향후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후원으로 대불련의 이러한 역할과 성과가 전과 다름없이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임동주 / 전 대학생불교연합 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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