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들은 왜 머리를 깊이 숙이고
새들은 할끔할끔 눈치를 보는지

나는 왜 구걸처럼
수없이 이마를 조아렸나 몰라.

먹어야 하나
또 한 끼 절을 하며 먹어야 하나.

수저를 놓다가도
그보다 더 고개를 들 수 없는 건

말없이 먹을 걸 내주는 저 천지에
부끄러워 저절로 그런지 몰라.

— 시집 《나의 봄 우리 여름》(넓은마루, 2021)

 

홍우계
198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옥가락지》 《마당에 뒹구는 반달》 《가라앉는 섬》 《바보꿀벌》 《백묵을 던지고》 등. 충북 보은고, 안양예고 등에서 교편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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