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애가 텅 빈 항아리 같다
폭풍처럼 몰아치던 파도도 고요해지고
창문에 반짝반짝 별빛을 매달고 달리던
야간열차의 기적 소리도 아스라이 잦아지고
나의 한 생애여, 이제는
오직 적막
한때는 부글부글 들끓음으로 가득 찼으나
한때는 한기 돋는 소소리바람에도 출렁거렸으나
나의 한 생애여,
이제는
오직 적막
— 시선집 《있으라 하신 자리에》(문예바다, 2021)
허형만
1973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 《비 잠시 그친 뒤》 《첫차》 《눈먼 사랑》 《그늘이라는 말》 등. 편운문학상, 영랑시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공초문학상 등 수상. 목포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