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불교의 현황과 전망

들어가는 글

다른 서양 국가와 비교하면 호주는 아시아에서 비교적 가까운 나라다. 물론 남반구에 위치하여 아시아인의 입장에서 볼 때는 심적으로 그리 가깝다고 볼 순 없지만, 지리적으로는 가깝다고 한다. 특히 불교 인구가 2016년 18.1%로 보고된 크리스마스섬의 경우 자바와 수마트라에서 350km 거리의 인도양에 위치하여 아시아와 가장 가까운 호주 땅이다. 이런 지리적 접근성은 아시아인의 이주나 교역을 일찍부터 용이하게 하여 호주의 주류 백인들의 경계심을 자극했다. 

그 결과 1901년에 ‘백인 호주 정책(White Australia policy)’이 등장하여 비유럽계 이민, 특히 아시아와 태평양 섬나라 주민들의 이민을 금지하였다. 50여 년간 유지되던 이런 인종차별 정책은 1949년부터 1973년까지 점차적 폐지의 수순을 밟아 사라졌다. 하지만 1980년대에도 이런 이질감은 대중사회에 줄어들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1988년 연방다문화사무국의 조사에 의하면 호주 인구 41%가 불자를 함께 일하는 동료로 두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고 한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호주에서 불교 인구는 현재 기독교, 이슬람교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한때는 기독교에 이어 불교가 2위를 차지한 적도 있었다. 호주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데이터에 의하면 2,150만 호주 인구 중 불교가 2위를 차지한다고 했다. 2016년 10월 5일 디킨대학교(Deakin University) 홈페이지에 의하면 “호주 2위 종교인 불교 역사가 이제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불교 삶 이야기 프로젝트로 되살아나고 온라인에서 제공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불교가 잠시나마 2위를 차지했던 것은 어떤 서양국가에도 없는 호주만의 특성이다. 2016년 호주 불자는 총 563,677명으로서 인구의 2.4%가 불자이다. 지역별로 보면 시드니광역시가 최다로 33%, 멜버른광역시가 30%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먼 남쪽에 위치한 태즈메이니아섬도 0.79%가 불자로 나와 있다. 

이 글에서는 180여 년 역사를 지닌 호주불교의 역사적 발전 상황을 살펴보고 호주불교의 특성을 살펴볼 것이다. 불교가 자라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불교단체도 늘어나고 불교학회도 생성되는 면모를 살펴본 후 세계적인 규모의 불교 기념물 건립 배경도 살펴볼 것이다. 이후 호주불교에 큰 기여를 했으며 현재 살아 있는 불교 지도자들의 이야기를 동영상으로 취재한 프로젝트와 호주의 여성불교 현황도 살펴볼 예정이다.

 

1. 호주불교의 역사

기록상 불교가 호주로 도래한 것은 1840년대 호주에 금광 붐이 불면서 중국과 스리랑카에서 아시아 이민들이 이주하면서이다. 금광은 멜버른시가 위치한 빅토리아주와 시드니시가 위치한 뉴사우스웨일스주 두 지역에서 개발되었는데, 당시 교통 여건이 멜버른 항이 더 유리했기 때문에 호주 초기 불교도 빅토리아주에서 더 먼저 개발되고 번창하였다. 

1870년에는 사탕수수 농장으로 스리랑카의 불자들이 도착했다. 당시 서스데이섬에 심은 두 그루의 보리수나무가 지금도 절이 있던 곳을 말해준다. 1891년에는 신지학회를 공동창립한 미국 불자 헨리 올코트가 호주를 방문해 강연을 펼쳐 상류층에 불교를 인식시켰다. 이때 신지학회에 가입한 알프레드 디킨(Alfred Deakin, 1856~ 1919)은 후에 호주 2대 수상(재임 1903~1910)이 되는데, 인도와 스리랑카에서 3개월을 머물렀고 불교를 포함한 영성을 다룬 책을 쓰기도 했다. 문헌적 증거를 찾진 못했지만, 국가 수장이 불교를 좋아하고 불교 체험을 위해 불교국가에서도 살았다는 것은 불교 발전에 좋은 영향을 미쳤으리라 짐작된다.

호주에 스님들이 방문하기 시작한 것은 1910년이지만 스님이 상주하게 된 것은 1970년대가 되어서 스리랑카의 소말로카 스님이 최초였다. 현재 호주에는 대부분의 불교 종파가 다 존재하고 스님 수도 200여 명이 된다고 한다.

오랫동안 재가 중심이던 호주 불교계를 초기에 이끈 것은 1953년 설립된 빅토리아불교회(Buddhist Society of Victoria)와 1956년 설립된 뉴사우스웨일즈불교회(Buddhist Society of New South Wales)였다. 1970년대 후반에는 베트남전 종전으로 인해 베트남 이민이 늘었고 또 티베트불교도 호주에 퍼졌다. 

달라이 라마의 6회에 걸친 호주 방문도 대중의 불교 인식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1982년 최초 방문 시에 달라이 라마는 아직 유명해지지 않았고 미디어도 별로 주목하지 않았다. 하지만 1989년 노벨평화상 수상 이후 1992년 2차 방문에는 모든 것이 달라졌고 수상과도 면담했다. 1996년 3차 방문 시에는 남반구 최초의 칼라차크라 관정식을 집전했다. 2007년 4차 방문 시에는 중국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호주 수상 존 하워드가 면담을 강행했다. 

2011년 5차 방문 시에는 시드니대학교에 예정되었던 강연이 중국의 압박으로 캠퍼스 밖으로 이동되었다. 이 사태로 인해 권위 있는 대학이 학자의 고결성을 훼손했다고 대학 측은 많은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강연은 800여 명의 학생이 참석한 가운데 장소만 이동해서 진행되었다. 2015년 6차 방문 시에는 호주의 성스러운 유물인 울룰루를 방문하여 원주민을 만났다. 이런 기록으로 볼 때 호주 방문 초기에는 중국이 간섭하지 않았지만 2007년부터는 지속적인 압박을 호주 정부에 가한 것으로 보인다. 달라이 라마는 2017~2018년에도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를 방문했다. 하지만 2018년 11월 일본을 방문한 이후로 해외 방문은 하지 않고 있다.

부처님오신날 축하 행사는 호주에서 대중에게 공개되고 불자와 비불자 공히 참석하고 있다. 일반 사회에 불교가 인식되고 받아들여졌다는 정황은 미국의 9 · 11 사태 이후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열렸던 호주 다종교집회에 불교 의례가 포함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또한 2003년 모든 불교단체를 아우르는 연방불교의회(Feder-ation of Buddhist Councils)가 창립되면서 불교결혼식 의례를 제정한 것도 그 일례라고 할 수 있다. 일반 사회에서 불교는 관용과 자비를 선양하여 다문화사회가 조화롭게 지속되도록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 호주불교의 특성

호주불교 발달에는 많은 요인이 있는데 첫째로는 이민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호주불교에서 주류를 이루는 아시아계 전통 불자는 약 85%로서 백인 불자는 소수에 그치는 것 같지만, 인구조사에서 자신을 불자로 밝히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불교 수행과 활동을 하는 백인도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호주불교 발달의 둘째 요인은 사회문화적 환경에 있다. 1989년 발표된 ‘다문화 호주 국가정책(1989 National Agenda for a Multi-cultural Australia)’은 다문화사회가 된 호주에서 모든 개인이 자신의 인종 · 언어 · 종교 배경에 상관없이 문화적 정체성, 사회 정의, 경제적 효율성 측면에서 동일한 권리와 혜택을 누릴 것을 천명하고 있다. 더욱이 불교가 도입된 대부분의 서양 국가와 달리 호주에는 주류를 이루는 국가 종교가 없었다. 

다문화사회는 전통불교에서 파생했거나 새로이 탄생한 수많은 새 종교 운동과 뉴에이지 운동을 낳았다. 이런 운동들은 주류 종교가 제공하지 않는 요소들을 통해 많은 호응을 얻었는데 일명 “대체 종교라고 부를 수도 있으며, 현대사회에 대한 부정적 반응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 현대사회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즉 현대사회의 요구에 응해 자연스럽게 일어났다는 설이다. 이들 새 종교 운동과 뉴에이지 운동은 백인 불교의 부상을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 

미국과 유럽에 부상하는 백인 불교의 특징은 호주불교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민주화, 실용주의, 참여의 세 가지를 꼽는 학자들이 많다. 민주화는 재가 수행과 여성화를 의미하고, 실용주의는 명상, 진언, 신행, 계율 등의 의례 수행을 의미하고, 참여는 가족과 지역사회, 더 넓은 세상의 사회 환경 문제를 포함하는 수행을 의미한다. 

다른 서양 불교와 마찬가지로 심리학과 불교의 결합도 호주에 두드러진다. 2006년 호주불교상담자심리치료사협회(Australian Association of Buddhist Counsellors and Psychotherapists)가 창립되었고, 소피아대학에는 불교심리치료 학위(Diploma of Buddhist Psychotherapy) 과정이 설립되어 있다.

참여불교 요소도 돋보인다. 2004년 호주 최초로 ‘호주 참여불교(Engaging Buddhism in Australia)’ 회의가 결성되었다. 이 회의에서 다양한 사회문제에 호주 불자들이 참여할 방법이 논의되었는데 수감자 재활, 호스피스 환자 완화치료와 가족 지원, 중고등학생 명상 및 불교철학 교육, 도시 풍경의 환경 회복, 인터넷 정보와 교육 서비스, 빅토리아주 내 초등생 8천 명을 위한 교육과정 개발 등이 있다. 

여타 서양 불교와 다른 호주불교만의 특성으로 ‘반권위주의’를 꼽은 연구도 있다. 이런 성향은 권위적 체계를 중시하는 선불교와 소카가카이(Soka Gakkai, 創価学会)를 대하는 호주 백인 불자에게서 나타난다고 한다. 

 

3. 불교단체와 불교학회

불자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이들이 계속 불교를 공부하고 수행하도록 뒷받침하는 단체가 필요하다. 호주에는 다양한 종파의 불교단체가 500여 곳 있을 뿐 아니라 불교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학회도 창립되어 활동하고 있다. 

현재 호주에서 명상센터, 호스피스, 사회운동, 도서관 등 불교단체로 등록된 곳은 총 538곳이 있다. 2001년 빅토리아주에서 불교단체로 등록된 곳은 총 97개로서 대승(36개)이 가장 많고 테라와다(29개), 금강승(21개)의 순이다. 이중 금강승은 주로 백인 불자로 구성되어 있고, 테라와다는 전통불교를 믿는 아시아 이민과 위빠사나를 수행하는 백인 불자가 섞여 있다. 

1953년 설립된 빅토리아불교회(Buddhist Society of Victoria)와 1956년 설립된 뉴사우스웨일즈불교회(Buddhist Society of New South Wales)가 오랫동안 불자들을 지원하다가 2003년에는 늘어난 불교단체를 제대로 대표하고 협력하기 위해 연방불교의회(Federation of Buddhist Councils)가 창립되었다. 연방불교의회는 호주 불자를 국가적으로 대표하는 목소리를 내며 불교 종단 인정과 옹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1) 붓다넷

2010년 1월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신자들에게 뉴미디어를 사용하여 ‘선한 말씀(good words)’을 많이 퍼트리라고 독려했다. 같은 해 2월 달라이 라마도 트위터 계정을 열었는데 한 달 만에 팔로워가 157,000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보다 거의 20년 전인 1992년 불교 교리 및 수행 정보를 가장 빠르게 전달하는 인터넷의 가능성을 알아본 태국불교 스님이 있었으니 바로 호주의 빤냐와로(Pannyavaro) 스님이다. 

이몽크(e-monk), 사이버 몽크(cyber monk)라 불리는 이 호주인이 개설한 ‘온라인 법마당’은 붓다넷(BuddhaNe: www.buddha-net.net)이다. 이 새로운 매체는 21세기를 넘어 미래로 불교를 이끌어가리라 믿으며 “컴퓨터 소통기술 내에 불교의 존재를 의미 있게 촉진하며, 이 기술을 적용하여 붓다의 가르침이 모두에게 무료로 자유롭게 사용 가능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빤냐와로 스님은 말하는데 그는 2009년 만해대상(포교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안적 가치와 종교를 찾는 젊은이들이 가입 부담 없이 불교를 검색하고 탐구할 수 있으며, 원한다면 온라인으로 명상 방법도 배울 수 있게 했다”는 스님은 온라인 명상수행을 열어 ‘사이버 열반(cyber-nirvana)’의 가능성도 제공하고 있다. 하루 5만 건의 검색을 기록하는 붓다넷은 다르마 세계화를 통해 지역 특유의 문화적 부가물을 걸러내고 본질에 더 다가갈 수 있게 도울 것이며 궁극적으로 불교 르네상스도 가져오리라고 스님은 믿는다. 

2) 호주불교의 불교학

1990년부터 다수의 호주 학자들이 불교학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2005년에는 이들 학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호주불교학협회(Australian Association of Buddhist Studies: AABS)가 창설되었다. 협회는 서시드니대학(University of Western Sydney)의 문화연구센터에 겸임교수로 부임한 에이드리언 스노드그래스(Adrian Snodgrass)가 다학제간 연구에 중점을 둔 불교학 포럼을 정기적으로 개최한 데서 발전했다. 그런데 문제는 불교학만을 전공하는 전통적 의미의 학자가 아직은 호주에 존재하지 않고 대부분 역사학, 인류학, 사회학, 심리학과의 접목적 시각에서 불교를 연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과 국제불교학회 등을 통해 이들은 ‘생산적인 경계 넘나들기’를 하며 간학문적 시각에서 호주 현대사회에 더 도움이 되는 불교를 모색하고 있다. 비교적 최근까지도 AABS는 정기적 월례 세미나를 시드니에서 열었다고 한다.

2010년에는 모나쉬대학이 ‘오늘날의 불교: 단일 설립자, 다수의 길’이라는 주제로 회의를 개최했는데, 공동 주최자는 빅토리아불교의회(Buddhist Council of Victoria), 호주사회학협회(Australian Sociological Associaiton: TASA)였다. 2012년 호주종교학협회(AA SR) 학회에서도 불교에 관한 논문이 두 편 발표되었다. 

학문의 발전은 참고도서 목록(bibliography) 분량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2012년 업데이트된 호주불교 관련 도서목록은 도서, 도서의 장, 학술지 논문, 학위논문, 영상자료, 홈페이지 등을 포함하여 133건이 있었다고 한다.

2006년에는 호주불교 상담자 심리치료사회(Australian Associati-on of Buddhist Counsellors and Psychotherapists)가 창립되었고 소피아대학에는 불교상담학(Buddhist Counseling) 학부 및 대학원 과정이 설립되어 있다.

 

3) 초등교육에 기여하는 호주불교

빅토리아불교의회는 빅토리아교육청과 공동으로 빅토리아주 내 초등학생에게 불교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004년 열린 제1회 호주참여불교 회의에서 주요 안건 중 하나가 초등학생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일이었다. 

뉴사우스웨일스불교의회는 이민, 지역 정부 관련, 주내 학교 불자 학생 종교교육에 도움을 주고, 불교를 가르치는 교사 인가 역시 주 교육청에서 위임받아 수행하고 있다. 1995년 블랙히스초등학교에 부모들이 교장을 찾아와서 기존의 가톨릭, 개신교 교육 외에 불교도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현재는 55개 초등학교 350명의 학생이 불교 수업을 듣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지역사회에서 시작되었고 전체 학교에 강요하거나 부과한 것이 아니다. 부모들의 선택이었다.”고 교장 케이트 앨런은 말한다. 

2016년에는 불교의 인기가 증가함에 따라 뉴사우스웨일스의 3,000여 공립학교에서 불교를 가르칠 교사가 부족한 현상이 일어났다. 교사들은 뉴사우스웨일스불교의회에서 교육을 받은 후 수업에 임하는데, 이미 70명이 활동 중이지만 60명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학교마다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교사 배정을 기다리고 있고 문의 전화도 많다고 한다. 호주 ABC 뉴스에 의하면 명상의 혜택과 7~8세 아동도 명상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불교적 생활방식이 평화롭고 실용적이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바이런베이공립학교에서는 전체 학생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50명이 불교 수업을 듣고 있다. 많은 학생들이 여러 종교의 수업을 순차적으로 듣고 그런 후에는 스스로 원하는 종교를 결정할 수 있게 하는 개방적 종교 수업이라고 한다. 

 

4. 호주의 대형불교 기념물의 건립 배경과 현황

호주 내 대형 불교기념물로는 티베트불교의 만인연민탑(Great Stupa of Universal Compassion)과 불광산종이 세운 남천사가 있다. 서양 땅에 불교시설이 들어서려면 땅을 매입하는 단계부터 건축 인가까지 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불교와 아시아인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있기 때문이다. 틱낫한 스님이 남프랑스에 세운 플럼빌리지도 한 번에 큰 땅을 매입할 수 없어서 지역이 윗마을, 아랫마을, 새마을 등 세 곳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렇다면 호주의 이 두 곳은 어떻게 그 문제를 극복했을까? 두 곳 모두 살아 있는 가르침을 전하는 종교 성지의 측면보다는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관광자원의 측면을 부각했다고 한다. 또한 특정 종교에 속한 성소라기보다는 사람들에게 평화를 전하는 보편적 가치를 강조했다. 두 곳 모두 지역정부에서 건설 지원금을 받았다. 

1) 만인연민탑(Great Stupa of Universal Compassion)

라마 예세, 라마 조파의 발원과 불자 독지가 이안 그린(Ian Green)의 합심으로 2003년에 시공하여 2020년 1월 완공했다. 빅토리아주 벤디고시에 있는 이 스투파는 높이가 50m, 바닥이 50㎡라고 한다. 2천만 달러 예산 중 빅토리아 지역발전기금에서 250만 달러를 기부했고 또 공사 막바지에는 5백만 달러를 빅토리아 관광기반시설기금에서 지원했다. 스투파 안에 모신 세계 최고급 옥으로 조각한 2.5m 높이 옥불상은 2008년에 완성되어 10여 년간 20개국 120개 도시를 순회 전시하기도 했다. 

이곳은 완공되기 전에도 해마다 2만5천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고 완공 이후엔 연 9만 명의 방문객을 예상한다고 한다. 스투파 주변에는 ‘작은 붓다 도시’가 건설된다고 한다. 210에이커 부지에 60개 가옥, 양로원, 초등학교, 호텔, 공원, 식당, 박물관, 태양열발전소, 마을 텃밭을 건설할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세계 ‘최초의 붓다 도시’로서 관광 가치가 더 올라갈 것이라고 한다. 

달라이 라마는 2007년 탑 건설현장을 방문하여 말했다. “이 탑은 불교 영성과 티베트 문화에 매우 큰 의미가 될 것입니다. 고귀한 불사를 지원하는 것은 선업을 쌓는 데 좋은 일입니다.”

2) 남천사(Nan Tien Temple)

남반구 최대 사찰인 남천사(南天寺, Nan Tien Temple)는 불광산종이 1995년 완공한 사찰이다. 시드니 남쪽으로 80㎞ 거리의 월롱공 시의 버클리에 자리하고 있다. ‘남쪽의 천국’이라는 의미의 이름을 가진 본 사찰은 성륜 대사가 직접 부지를 답사하고 나서, 두 개의 산봉우리 사이에 의자 형태의 자리가 풍수적으로 길상하고, 또 도시 이름인 ‘Wollongong’이 중국어 ‘와룡(臥龍, Wolong)’과 닮았다며 좋아했다고 한다. 호주 관광 안내서에 따르면 남천사는 다른 관광명소와 달리 중국식 건축미를 보는 즐거움이 있으며 미술, 문화, 전시회, 회의 시설, 숙박시설을 갖추었다고 한다. 경내 시설 중 순례자 숙소(Pilgrim Lodge)는 100개 객실을 갖춘 숙박시설인데 객실에서 연지, 사원, 아름다운 정원, 굽이치는 산등성이와 일라와라산맥도 전망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10분만 가면 해변도 있어 입지가 좋다. 단지에는 두 개의 채식 식당을 갖추어 외부인도 와서 식사할 수 있다. 객실의 규모로 미루어 신자 외에 일반 투숙객을 받는 호텔로 볼 수도 있지만, 서양 사찰은 신자에게 숙소를 제공할 때도 등급에 맞는 숙박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영국에서도 필자가 2000년 초반 확인한 것인데, 사찰에 별 세 개 숙소 마크가 있고 하룻밤 묵을 때 소정의 숙박료를 지급해야 했다. 매월 첫째 주는 건강웰빙마켓을 열어 다양한 건강 및 환경상품을 선보이고 또한 태극권, 명상 클래스를 비롯한 다양한 미니 워크숍과 시범을 선보여 일반인들도 자연스럽게 사원을 찾을 수 있다. 

남천대학(Nan Tien Institute, NTI)은 불광산종이 4번째로 연 대학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1990년 설립한 웨스트대학(University of the West), 대만에 1993년 설립한 불광대학(Fo Guang Univer-sity)과 1996년 설립한 남화대학(Nan Hua University)에 이어 설립한 호주 남천대학은 사립, 비영리단체로서 정부가 인정한 학위를 받을 수 있는 곳이다. 남천사 길 건너편에 위치한 남천대학은 응용불교학, 건강, 인간불교 부문에 학사, 석사 프로그램이 있다. 

남천사가 위치한 버클리는 본래 철강, 석탄에 주력한 도시였으나 두 산업이 사양길로 들어서면서 도시도 쇠락의 길을 걸었다. 5천만 달러 예산의 남천사는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관광인구를 유입할 수 있는 자원으로 생각되었고 또 불광산종 측에서도 그런 측면을 강조하여 건축 허가를 받았다. 물론 성공회 주교인 레그 파이퍼를 비롯하여 기독교 세력, 보수세력 등의 공공연한 반대가 있었지만 결국에는 많은 모임과 합의를 거쳐 건축 허가를 받아냈다. 

 

5. 호주 불자의 삶 이야기 프로젝트(BLSA)

하나의 종교를 이해하고 그 종교가 대중에게 미친 영향을 제대로 알려면 그 종교를 전파하고 가르치는 데 헌신한 지도자들의 삶을 기록하고 그들의 생생한 경험과 증언을 보존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도 많은 비구니들이 삶을 기록하지도 못한 채 열반에 들어 지금 살아 있는 노장 비구니만이라도 삶을 기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런데 호주에 이런 일을 시작한 사람들이 있다. 

‘호주 불자의 삶 이야기(Buddhist Life Stories of Australia: BLSA)’ 프로젝트를 시작한 사람은 디킨대학교 사회학 강사이며 동 대학의 시민권 · 세계화연구소에 재직하는 애나 할라포프(Anna Halafoff) 박사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모집한 1만 달러의 소박한 예산으로 이런 프로젝트를 해낸 사람들은 분명 사명감과 예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할라포프 박사와 3명의 연구원은 지금까지 아잔 브람, 로비나 코틴, 반테 수자토, 지광 스님, 예세 카드로, 그래미 리알, 틱 푸옥 등의 삶과 이야기를 동영상으로 기록했다. 총 17명의 기록 대상 중 6명이 여성이고 재가자도 5명이 있어 남녀, 성 · 속의 배분이 비교적 균형 있어 보인다. 

본래는 1950년대 이후 호주에서의 불교 활동을 스스로 말해줄 수 있는 사람에게 구두로 역사를 듣는 기획이었다. 그런데 뛰어난 활동을 한 대상은 더 많으나 이미 작고한 사람은 이야기를 들을 수 없어 제외되었다며 할라포프 박사는 말했다. “호주의 저명한 불자들의 삶 이야기는 지금까지 거의 기록된 적이 없다. 이런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이 시급하고 미래세대를 위해 보존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 동영상은 이런 작업에 딱 맞는 방식이다.” 취재한 이야기는 온라인에서 비디오로 만나볼 수 있다(https://vimeo.com/channels/buddhismaustralia/122072208).

본 장에서는 이들 17명 중 한국불교를 배우고 호주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지광 스님의 삶을 살펴본다. 

 

1) 지광 스님

호주 불자의 삶 이야기 프로젝트(BLSA)에서 취재한 총 17명의 기록 대상 중 6명이 여성이다. 이들은 호주인 한국불교 비구니 지광 스님, 호주인 태국불교 비구니 니로다, 호주인이며 티베트불교 비구니 스님 3인 예세 카드로, 마가렛 매캔드루, 로비나 코틴, 그리고 호주인이며 티베트불교 재가 지도자인 캐시 비치타이다. 

이들 중 이 글에서는 한국 송광사에서 구산 스님에게 선을 지도받고 구산 스님이 입적한 이후에도 한국에 남아 모두 20년을 활동하다 호주로 귀국한 지광 스님의 활약을 살펴본다. 

호주에서 태어난 데비 케인(Debbie Cain)은 1973년 시드니에 온 태국 비구 프라 칸티팔로의 초기 제자가 되고 이후 한국에서 계를 받아 지광 스님이 되었다. 지광 스님보다 먼저 칸티팔로의 제자가 된 여성인 일제 레더맨(1923~1997)은 후에 스리랑카에서 계를 받고 아야 케마가 되어 샤카디타를 설립하는 등 주목받는 국제적 활동을 벌였다. 지광 스님은 칸티팔로와 레더맨 두 사람에게 배웠다. 현재는 많은 존경을 받는 스승으로서 지광 스님은 호주불교의 중심인물이라고 한다. 오랫동안 요가를 하던 스님은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던 중 불교와 명상 이야기를 듣고 위빠사나 안거에도 참가했다. 

서호주로 돌아와 미술을 가르치며 불교 지도자를 찾던 중 칸티팔로와 레더맨이 이끄는 1개월 안거에 참석했다. 이 안거 참석자 중 5명이 스님이 되었고 나머지도 불교에 평생을 이바지했다니 그 공부와 수행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이후 스승의 사찰인 왓붓다랑세에 있던 작은 동굴(일명 ‘데비의 동굴’)에서 6개월을 수행하고, 다시 자신이 창립을 도왔던 왓붓다담마에서 1979년까지 지내다가 스승의 조언에 따라 한국으로 와서 수행하며 비구니계를 받았다. 스승은 태국에 가서는 상황이 어려우니 한국의 비구니 교육이 매우 발달해 있고 비구들의 존경도 받는다며 그곳으로 가라고 조언했다. 1979년 송광사로 출가해 구산 스님, 보성 스님과 일타 스님, 운문사 명성 스님에게 간화선과 계율을 공부했다. 지금도 2년마다 한국에 가서 송광사도 가고, 운문사도 가고 다른 절에도 가고 있다. 

호주로 귀국해서 처음에 리알을 만나 다양한 전통의 스님들과 사원을 소개받았다. 그래미 리알(Graeme Lyall, 1931~2015)은 20세기 호주불교의 중심 인물로서 전통 불자들이 호주에 정착하도록 많은 도움을 준 사람이다. 지광 스님은 스승 칸티팔로와 함께 불교도서관을 설립했고 지금도 도서관 책임자로 있다. 기금을 모아 킹레이크에 정혜사를 설립했고, 뉴사우스웨일스불교의회, 빅토리아불교의회, 연방호주불교의회에서도 활동했다. 

스님은 테라와다와 티베트불교에서 비구니 수계를 받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비구니 수계를 받아본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안다. 자신이 구족계를 받은 사람이라는 인지와 그런 이해에서 오는 인식, 비구와 같은 힘이 주어졌음을 아는 데서 오는 차이가 있다”고 스님은 말한다. 지광 스님은 6장에서 설명할 호주 최초의 태국 비구니 수계식에도 계사단의 일원으로 참석했다. 

호주불교의 중진에서 출발하여 이제 선참자에 속하는 스님은 불교 간 활동, 종교 간 활동, 환경과 복지 프로그램에서 참여를 요청받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빅토리아불교회(Buddhist Society of Victoria)에서 법문하고 있고 홈페이지에서는 법문 동영상 제공도 한다(https://www.bsv.net.au/ven-chi-kwang-sunim/). 

 

6. 호주의 여성불교

문헌 분석과 BLSA 자료에 근거할 때 “1880년대에서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은 호주에 불교를 가져오고 정착시키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고, 그들의 활동영역은 부지를 매입하여 불교센터를 설립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불교회에서 지도자 역할을 창조하고 수행했으며, 호주 안과 밖에서 많은 존경을 받는 불교 지도자가 되었다. 여성들은 저명한 재가 · 승가 남성과 파트너십을 이루어 남성과 동등한 역할을 했다.”

1950년대 환경활동가였던 불자 마리 바일스가 1953년 호주에서 처음으로 부처님오신날 행사를 치르면서 불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기 시작했고, 이후 러시아계 호주인인 나타샤 잭슨, 여성 불자 엘리자베스 벨, 예세 카드로, 로비나 코틴, 니로다 비구니, 마가렛 매킨드루, 캐시 비치타, 한국에서 출가한 호주인인 지광 스님 등이 호주 여성불교를 이끌고 있다. 

 

1) 제16회 샤카디타대회 호주 개최

2019년 6월 23~28일에는 호주 블루마운틴에서 제16회 샤카디타국제회의가 개최되었다. 재가 · 승가가 공히 회원인 세계 유일의 여성불교단체 샤카디타는 그동안 주로 동남아시아에서 회의를 열었고 한국에서도 2004년 제8회 회의를 개최했는데 이 해에 최초로 서양에서 회의를 개최했다. 

‘불교의 새로운 지평: 도전에 맞서는 불교 여성’을 주제로 열린 회의에는 28개국 803명이 참가했고 한국에서는 136명(스님 65명, 재가자 71명)이 대거 참여했다. 대회 첫날은 주최국의 여성불교를 다루는 것이 관례라서 애나 할라포프 박사가 호주 여성불교 역사를 발표했고, 지광 스님이 왓붓다담마에서의 초기 수행 시절, 한국에서 20년간 비구니 수행 시절, 그리고 호주로 귀국해서 20년간 불교센터를 설립하고 활동한 내역을 발표했다. 

 

2) 호주 최초의 태국 비구니 수계

2009년에 호주에서 4명의 여성이 테라와다불교 비구니 수계를 받았다. 서호주주 퍼스시에서 10월 22일 거행된 이 수계식은 태국에서 비구계를 받은 영국인 아잔 브람 스님이 주석하는 보디냐나 사원에서 행해졌다. 담마사라 비구니 사원(Dhammasara Nuns Monastery) 주지 바야마와 함께 수계를 받은 스님은 니로다, 세리, 하사판나이다. 이들은 빨리 율장이 명시한 대로 이부승수계를 받았다. 베트남의 비디타담마 비구니가 계사로, 테라와다 비구니 7명이 7증사로 초대되었고 대승불교의 지광 스님과 범현 스님이 증사로 초대되었다. 

테라와다불교에서 전례 없던 이 수계식은 많은 논란과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그동안 테라와다와 티베트불교에서 비구니 수계를 받은 사람들은 있었지만 모두가 대승불교인 한국이나 대만 등에서 계를 받았고, 테라와다 전통에서 받은 적은 없었다. 아잔 브람은 아잔 차 계열의 태국 삼림승가 소속이고, 본사인 왓파퐁에서 허락을 얻었다고 주장했지만, 왓파퐁에서는 11월 1일 아잔 브람을 소환했고 이어 투표를 통해 아잔 브람을 왓파퐁 승가에서 파문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14년 5월 베트남에서 열린 제11회 UN 웨삭 회의에서 이미 승인받은 아잔 브람의 비구니 수계에 대한 발표가 마지막에 취소되어 테라와다불교의 젠더 문제에 대한 대중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테라와다불교의 젠더 평등과 여성 권한 부여〉라는 제목의 아잔 브람의 논문은 UN이 정한 회의 주제 중 ‘천년 개발 목표 3: 젠더 평등’ 부문에서 1차로 발표될 예정이었다. 아잔 브람은 결론에서 이렇게 말할 예정이었다. 

“비구니 수계를 복원함으로써 테라와다 승가에 여성 동등권을 회복하면 많은 테라와다 국가에서 여성의 열등한 지위 문제를 개선하고, 교육을 통해 젠더 평등을 촉진하여 UN 천년개발 제3목표를 지원할 수 있다. 집안 문제를 먼저 해결함으로써 우리는 서적과 가르침을 통해 불교 신자들 역시 종교 밖 영역에서 성평등을 위해 일하도록 격려할 도덕적 권위와 기회를 가지는 것이다. 그리되면 세계는 폭력은 줄고 건강과 번영은 늘어날 것이다.” 

2009년 10월을 기점으로 아잔 브람은 왓파퐁 승가의 일원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이것은 일면 테라와다 승가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인내심으로 꾸준한 교육을 통해 의식을 고양하면 여성이 테라와다와 티베트불교에서도 비구니가 될 수 있는 날이 오리라 생각한다. 아잔 브람은 단지 의식 있는 붓다의 제자로서 21세기에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비록 그로 인해 가족처럼 지내던 사형, 사제로부터 비난과 무시, 외면을 당하고 축출까지 당했다고 해도 말이다. 

 

나가는 글

2500년 불교 역사에서 불교는 늘 새로운 지역으로 전해지고, 다시 그 지역의 문화와 어울리고 스며들며 조금씩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하곤 했다. 오늘날 서양에선 이를 ‘문화적 짐보따리(cultural baggage)’라 하며 그것을 벗겨내면 불교의 본질이 나온다고 말하며 아시아 전통불교의 지역적 특색을 벗겨내려 하고 있다. 하지만 각 지역의 서양인들 역시 이런 행위 속에서 자신만의 ‘문화적 짐보따리’를 더하고 있을 수 있다. 

1970년대 미국에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한 나라에 모든 전통과 형식의 불교가 공존하는 상황이 일어났고, 이는 21세기 호주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라마 수리야 다스는 이런 미국불교에 대해 대체로 “미국불교의 삼보는 me, myself, I”라고 할 수 있다며 일침을 놓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미래 미국불교의 10가지 특징을 다음과 같이 예견했다. 1) 독단적 견해 없는 다르마, 2) 재가중심적 승가, 3) 명상 기반의 체험적 전통, 4) 젠더 평등성, 5) 비종파적 전통, 6) 본질에 충실한 단순화된 전통, 7) 평등주의적, 민주적, 비위계적 전통, 8) 심리학에 민첩한 합리적 전통, 9) 실험적, 혁신적, 질문-기반의 전통, 10) 사회적으로 박식한 참여 전통.

호주불교에서도 이런 특색은 대체로 나타나고 있다. 다른 서양 국가와 달리 국가 종교가 없던 호주에서는 바람직한 혁신 불교도 자라고 있다. 붓다넷을 통해 미래를 이끌어갈 인터넷을 활용한 수행과 포교를 하는 빤냐와로 스님과, 테라와다불교 최초의 비구니 수계식을 행한 아잔 브람이 그런 혁신을 이끌고 있다. 로버트 아잇켄이 창시한 다이아몬드상가에 속한 호주불교센터에서는 여성들의 안거에서 호주 전래 신화를 차용하며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현대화된 불교는 호주를 넘어 다른 서양 국가와 아시아 전통 불교국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잔 브람은 사람들이 “좋은 대학에서 대단한 학위를 따신 분이 지금 뭘 하고 계세요, 당신은 실패자(loser)군요.”라고 말하며 놀리는 사람들에게 “대단한 칭찬 감사합니다”라고 답한다고 한다. ‘잃어버리는 사람(loser)’이 그의 삶의 목표고 가장 크게 잃어버린 사람은 석가모니 붓다라는 것이다. 다 잃고 버리고 남은 것은 공성과 자유뿐이라고 말한다. 

궁극적으로 불자가 해야 할 일은 저 밖의 거대한 세상이 아니라 내 몸과 내 마음 안의 세상을 접하고 그 안에서 진리를 보는 것이다. 그 궁극의 일을 위해서 각 지역의 문화와 성향에 따라 그리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조금씩 다른 접근법과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바람직한 일이리라. ■

 

진우기 florajean@naver.com

서울대 사대 졸업. 미국 텍사스 A&M 대학교 석사를 거쳐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에서 명상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불교 전문 번역 · 통역가로서 《화해》 《당신의 기억》 등 20여 권의 국역서와 《간화선》 《법계명성의 불교관과 비구니 승가교육관》 등 5권의 영역서가 있고, 저서 《달마, 서양으로 가다》가 있다. 조계종 승가대학 영어교재 《불교영어》 초급, 중급 각 2권을 집필 · 번역했다. 현재 로터스불교영어연구원 원장.

저작권자 © 불교평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