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머리말

불교계에서 역사를 정리하는 방법으로 구술은 매우 친근하게 다루어져 왔다. 붓다의 입멸 이후 칠엽굴에서 아난의 기억을 5백의 아라한과 함께 합송(合誦, Samghiti)을 통해 집단의 기억으로 정립해 불교가 출발하였다. 불교사에서 사찰의 창건 연기에서부터 고승들의 수행과 이적 또는 역사의 한 장면들은 대부분 구술을 통해 전승되어왔다. 이는 때로는 기록을 통해 정리되어 역사로 전승되거나 화자의 상상력이 더해져 전설로 구전됐다. 그러나 그것들은 언제나 집단적 기억에 대중의 희망과 불교적 가치를 담아서 전해져 왔다.

구술사(oral history)는 개인의 기억을 바탕으로 구술이라는 형태로 재현해내서 이를 정리한 자료를 정리, 해석하여 역사 자료로 활용하는 것이다. 역사학을 비롯한 대부분 학문의 토대는 자료를 기반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한 자료를 생산하는 문제는 반드시 특정한 의도가 개입되는 사회적 활동의 결과이다. 이는 개인 연구자에 의한 구술 자료라 해도 이미 인터뷰의 대상과 사회적 관계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불교 구술사의 출발 시점을 2002년으로 잡고자 한다. 그것은 불교계의 조직적인 구술작업 성과와 불교사학자의 구술작업 성과가 공개된 시점이기 때문이다. 지난 20년 동안 불교 구술사는 어떠한 길을 걸었는지 성과를 제시하고, 회고와 반성을 통해 발전 전망을 제시하고자 한다.
 

2. 불교 구술사의 중요성과 그 서막

구술 기록은 구술성, 주관성 및 공동 작업의 성과를 담는 특성으로 인해 구술자의 삶과 경험, 기억을 담은 중요한 자료이다. 이는 세대와 집단 간의 이해와 소통을 이끌어내며, 개인의 기억이 사화화되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연구로 이어진다. 나아가 구술사라는 작업을 통해 새로운 문화 생산의 영역까지 확장이 가능하다.

불교 구술사에 주목하는 이유는 근현대사 연구에서 자료의 결핍을 극복하기 위한 현실적인 요구가 크다. 불교 구술사는 기록의 빈곤을 타개하기 위한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노력의 산물이었다. 불교사 연구의 핵심적 대상인 고승, 종단 및 사건의 연구에서 이를 경험한 이들의 증언을 인터뷰를 통해서 채록하고, 비판적인 시각에서 정리해 출간하여 자료로 활용해왔다. 이를 통해 21세기 인문학의 새로운 영역을 주도적으로 개척해 왔다고 평가한다.

1980년대 ‘민중자서전’ 출간을 통해 민중들의 삶을 생애사적 측면에서 본격적으로 조망했던 《뿌리깊은나무》의 선도적인 작업에 힘입어 역사학계에서 본격적으로 구술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아울러 1993년 이후 일본군 위안부의 증언집 출판으로 다양한 부분에서 구술사가 주목받기 시작하였다.

불교계에서는 일찍이 삼보학회(회장 이한상)가 1865년부터 1965년까지의 최근 100년 동안의 불교계 움직임을 정리한 《한국불교 최근 백년사》에서 구술사가 일부 정리되기도 하였다. 이는 ① 흩어진 토막자료를 더 없어지기 전에 모아 놓아야 했고 ② 격동하는 사회변천기에 불교가 어떤 영향을 속세에 주었는지 알아보며 ③ 한국불교가 나아갈 방향의 이정표를 세우고자 편찬하였다. 이때 정광호, 서경수, 박성배, 안진오 등은 당시 승려들의 증언을 요약, 정리하여 그 요지를 ‘백년사’의 각 분야에 수록하였다.

석주 스님의 증언으로 〈중앙일보〉에서 연재하던 〈한국불교 근세사〉를 박경훈이 수정 보완하여 발간한 《불교 근세 백년》이 있었지만, 구술사의 연구 방법까지는 도달하지 못하였다고 본다.

불교계에서 구술사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한 것은 1994년 종단개혁 이후 근현대 불교사에 대한 반성과 함께 새롭게 역사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성찰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자료의 한계를 분명히 느꼈기 때문이다. 

선우도량 한국불교 근현대사연구회는 1994년부터 기획하여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총 22인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였다. 그 성과를 담아 《22인의 증언을 통해 본 근현대불교사》를 2002년 4월에 출간하였다. ‘정화’라는 한국불교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사적 사건과 공간에 직접 참여하거나 목격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스님과 조계종 외 소속의 스님들과 재가자에 대한 인터뷰를 하였고, 이를 집단적으로 연구하여 책이라는 형식을 통해 출간하였다. 이는 단순한 증언 채록이 아닌 기획의도를 가지고, 조직적인 사업으로 전문적인 불교 역사학자들이 참여하여 이룩해낸 성과이다. 

김광식에 의해서 청담 대종사 탄신 100주년 기념 증언 인터뷰를 만일염불회 지도법사인 설산 스님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2001년 12월 《여성불교》 271호부터 연재하기 시작하였다. “큰스님의 법력과 계행을 50여 년 동안 지키고 있습니다: 이승택” “스님의 마음법문과 포교상(布敎像)은 저에게 화두입니다: 오형근” “빨치산을 설득시켜 총살을 면하기도 했지: 혜명 스님” 등의 증언을 비롯해 법행 · 동광 · 현성 · 능혜 · 천제 · 광우 스님과 김선근, 최준섭, 우경배, 강원룡 등의 구술 인터뷰를 담아서 연재하였다. 

불교 구술사의 본격적인 서막은 2002년 《22인의 증언을 통해 본 근현대불교사》가 출간되고 《여성불교》에 구술 인터뷰가 실린 것을 계기로 열리게 되었다고 본다.


3. 지난 20년의 불교 구술사 성과 

지난 20년 동안 불교 구술사 작업의 성과를 먼저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사업 성과와 개인이 수행한 성과로 구분해서 정리하고자 한다. 아울러 불교 구술사 관련 연구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조직적인 불교 구술사 사업의 성과

선우도량 한국불교근현대사연구회에서 2002년 《22인의 증언을 통해 본 근현대불교사》를 출간하였다. 이는 동 연구회가 1994년부터 기획하고 1997년 사업에 착수하여 2000년까지 22인의 증언을 정리한 증언집이다. 이 책은 몇 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교단 정화를 중심으로 한 근현대 불교사의 핵심 쟁점을 본격적으로 다룬 구술 자료집이다. 이경순은 문헌적 권위에 눌렸던 역사의 주체인 개인의 복권이자 지배적 담론체계의 대항 논리로서 기능을 높게 보았다. 특히 교단 정화 사건을 경험한 스님들의 증언을 채록하고 정리해 출간한 것으로 불교 구술사의 서막을 알리게 된 사건이다. 

김광식은 이 책에 대해 ‘증언을 통해 본 근현대 불교사’라는 주제상으로 광의적인 성격이 부각되었지만 새로운 주제 발굴은 미약하였고, 인터뷰 대상으로 정한 인물(승려, 재가자 등)의 균형성 문제, 구술 주체인 선우도량 한국불교 근현대사연구회의 학문적, 조직적 역량과 예산의 한계, 다양한 인물의 참여로 관련 작업들에 대한 일정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구술 대상자의 약력, 보충 각주, 사진, 연표 등 보충자료를 추가했으며, 선우도량에서 저술을 만들어낸 실무팀의 역량은 높이 평가하였다.

아울러 이 책에 대한 성과로 첫째, 불교계 구술사의 최초성 부여, 둘째, 구술사의 영역은 무궁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제시한 점, 셋째, 선우도량에서 녹취, 정리하여 간행한 저술의 내용에는 지금껏 밝혀지지 않은 내용이 다수 제기되어 있다고 평가하였다. 이를 통해 향후 불교 구술사의 새로운 과제가 제시되었다.

대한불교조계종 불학연구소가 수행한 구술 작업은 불교 구술사에서 종단이 조직적으로 수행한 매우 중요한 작업이었다. 불학연구소는 2004년에 ‘조계종 강맥 전등사’ 관련 인터뷰를 수행하였다. 지관 · 인환 · 월운 · 고산 스님, 김지복 · 현성주 거사 등 6인을 대상으로 인터뷰하였고, 그 녹취록을 가제본으로 제작하는 것에 그쳤다. 이때 김광식이 인터뷰를 채록하고, 최은미 연구원이 함께 현장취재를 하였다. 2006년 김광식은 채록한 원고 중에서 지관 스님, 인환 스님의 원고를 정리하여 〈인터뷰: 회고, 수행의 현장과 역사〉를 수록하였다.

2006년에는 혜해 · 경희 · 범행 · 원명 · 법인 스님, 이건호 등 6인의 인터뷰를 역시 김광식이 진행하였다. 당시 불학연구소 사무국장인 명연 스님도 일부 인터뷰 탐방에 동참하였다. 불학연구소는 이 녹취록을 자료화하여 보관하였다. 2007년 봉암사 결사 현장에 있었던 고승(혜명, 묘엄)과 결사 이야기를 성철 스님으로부터 전해 들은 천제 스님에 대한 구술 인터뷰를 진행하여 〈인터뷰: 내가 보고 들은 봉암사 결사(혜명, 묘엄)〉를 수록하였다. 이러한 구술작업의 성과는 향후 정리, 출간하여 조계종의 교육과 수행 관련 연구 자료로 활용되길 바란다. 

다음으로 주목할 부분은 동국대학교 한국불교사연구소(소장 고영섭)를 중심으로 2009년부터 수행한 〈민주화와 종교 분야〉 구술 아카이브 구축사업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2009년 4월부터 10년 사업으로 ‘현대한국구술사연구 사업’을 시작하였다. 그 성과물은 ‘현대한국구술사자료관(https://mkoha.aks.ac.kr/)’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종교 분야에서는 동국대학교와 한신대학교가 연합하여 ‘현대 한국사 발전의 내면적 동력을 찾아서-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끈 종교인의 구술자료 수집과 연구’라는 주제로 동국대학교 한국불교사연구소를 중심으로 과제를 수행하였다. 대부분의 인터뷰는 최동순에 의해 진행되었다. 이 작업을 통해 그는 불교 구술사의 영역을 확장하고 추가 작업을 진행하는 계가를 마련하였다.

〈민주화와 종교 분야〉의 전체 77인 가운데 불교계의 인사는 28인으로 지선(최형술), 진관(박용모), 청화, 연담(진재일), 여연(유봉), 효림(임종율), 법타(신광수), 가산(손성수), 명성(전임호), 묘엄(이인순), 무여(윤광오), 성타(이충웅), 월운(김성구), 월탄(유찬수), 인묵(이삼길), 일면(황일면), 정원(조철규), 홍파(이무웅) 등 출가 18인과 여익구, 정의행, 전재성, 최연, 배영진, 이희선, 김치온, 박경준, 신규탁, 전보삼 등 재가불자 10인, 총 28인의 구술 자료를 아카이브로 구축하였다. 1980년대 불교계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던 핵심 인물인 지선, 진관, 청화, 연담, 여연, 효림, 법타 등 스님들이 포함되었지만. 불교계 민주화운동의 주역과 실질적으로 불교단체를 이끌었던 인물들이 소개되지 않은 점은 상당한 아쉬움이 남는다. 아울러 교육, 문화 관련 인사들을 포진한 부분은 나름대로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2010년 3차례에 걸쳐 5시간 38분의 분량의 영상으로 구술 채록한 여익구의 경우이다. 여익구는 1985년 《민중불교입문》을 저술하고, 민중불교연합을 창립하여 민중불교운동의 대부로 불교 민주화운동에 지대한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여익구의 구술을 통해 자신의 생애, 불교와의 인연과 불교의 수용과 내면화, 아울러 이를 통한 민주화운동에 대한 심층적인 부분을 구술로 남겼다. 여익구의 구술은 동영상과 함께 구술 상세자료까지 서비스하고 있다. 또한 5 · 18 민주화운동에 참여하고, 광주 지역에서 평화실천광주전남불교연대를 결성한 정의행의 구술을 통해 출가 생활을 통한 개인사, 5 · 18 진상규명을 위한 투쟁과 1987년 6월항쟁 이후 광주 지역 불교운동의 핵심적인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이 작업은 구술사 아카이브의 모델로 손꼽을 만하다.

불광연구원에서는 광덕 스님의 생애와 사상을 인터뷰하고 이를 《전법학연구》에 게재해 왔다. 특히 2017년 《전법학연구》 12호에서는 광덕 스님과 함께 불광운동의 초석을 다졌던 흥교 스님과 송석구 전 불광법회장의 인터뷰를 통해서 광덕 스님의 전법행과 불광운동의 시대정신을 엿볼 수 있는 최초의 증언이 실리기도 했다. 2018년에는 광덕 스님의 제자 혜담 스님의 인터뷰를 통해 광덕 스님의 전법행과 불광운동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자료가 제작되었다. 누리집이나 한국학술정보시스템에 관련 자료가 서비스될 수 있도록 하여 자료의 접근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2) 개인적인 불교 구술사 작업의 성과

광덕 스님 상좌 송암 스님이 1999년부터 2008년까지 저술한 《광덕 스님 시봉일기》는 광덕 스님의 사상과 수행정신을 담았다. 송암 스님이 10년간 123명을 만나 이룬 성과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광덕 스님 시봉일기》는 1권 《내일이면 늦으리》를 시작으로 2권 《징검다리》, 3권 《구국구세의 횃불》에서 10권 《반야바라밀결사》 등 본 책 10권과 《빛으로 오소서》 등 별책 5권, 총 16권으로 구성됐다. 광덕 스님 외에도 한국불교 현대사에 일획을 그은 경봉 · 구하 · 동산 · 청담 스님 등의 구체적인 일화와 자료가 실려 있다. 현대 한국불교의 종단사는 물론 신행 활동인 불광운동과 광덕 스님 연구의 중요한 자료로 주목된다.

원택 스님은 《고경》이라는 잡지에 성철 스님의 인연 스님들 인터뷰를 게재하였다. 여기에 서옹, 혜암, 법전, 도우, 일각, 일타, 혜춘, 묘엄 등 고승들의 인터뷰가 전재되어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성철사상연구원 누리집에서 e-book으로 제공하고 있는 《고경》 창간호(2013년 5월)에 〈나의 스승, 성철〉이라는 지면을 마련하여 성철 스님 제자들의 인터뷰를 연재하였다. 창간호에 “돈오돈수로써 생사해탈할 수 있어”라는 선방 수좌 원규 스님의 인터뷰를 유철주가 정리하여 싣고 있다. 《고경》 2호(2013.06)에는 “성철 스님을 모신 것은 인생 최고의 행운”이라는 제목으로 원소 스님의 인터뷰를 실었다. 이 같은 인터뷰를 통해 성철 스님의 본래면목과 생애, 제자들과의 수행담을 정리할 수 있다. 추후에 이러한 인터뷰들도 정리하여 출간되기를 바란다. 

김광식의 현대 고승의 증언집 관련 작업은 불교 구술사의 금자탑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불교 근현대사 연구의 개척자이자 왕성한 자료 발굴자로 구술사의 영역을 개척한 개척자로, 지난 20년간 구술사를 진행하며 인터뷰한 인물이 무려 50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을 만나기 위해 오간 거리도 수만km에 달한다. 김광식은 사학자로서 역사적 사건과 인물 간의 비판적 시각을 통해 이 양자의 관계를 잘 조율하고 정리하였다. 무엇보다도 고승의 내면 사상을 논구하고 사건역사적 관점의 해석이 탁월하며 관련 구술의 비평에도 뛰어나 사료로서 가치가 매우 높다고 평가할 수 있다. 2004년 《아! 청담》을 필두로 고승 관련 증언집을 출간해왔다. 그가 작업한 내역을 요약하면 〈표 1〉과 같다.

김광식은 〈고승 연구와 불교 구술사〉에서 그가 작업한 고승 구술사 자료의 본말을 회고하였다. 그가 진행한 작업의 출발은 청담 스님의 구술 인터뷰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한 작업을 수행한 목적을 청담 스님을 문헌으로만 접하고 연구한 필자가 청담 스님의 진면목과 정신을 파악하고 구술사를 불교사에 접목시키려는 의도였다고 밝혔다. 2001년부터 3년 동안 36명을 인터뷰하고, 매월 녹취한 내용을 정리하여 《여성불교》에 게재하였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기획, 인터뷰, 녹취, 게재 등의 과정을 통해 구술작업의 성과를 2004년 5월 단행본 《아! 청담》으로 출간하였다. 이는 불교계에서 최초로 개인이 정리한 구술사 증언집이라는 점과 함께, 불교사를 전공한 학자의 관점에서 정리한 자료라는 부분을 주목하고자 한다.

그는 2004년, 조계종단의 종정을 네 차례나 역임한 한암 스님 관련 구술작업을 월정사와 함께 기획해, 근현대기 오대산 불교문화의 주역인 한암을 조명하는 증언집을 2006년에 출간하였다. 당시 한암 친견자 22인과 친견하지 못한 3인을 포함 25인을 인터뷰하였는데, 2018년 기준으로 인터뷰 대상자 80%가 입적하였다. 고승 관련 구술사 작업이 시급한 지점이 여기에 있다고 할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작업 이후에 한암문도회와 월정사는 한암-탄허-희찬으로 이어진 문중 역사와 오대산 불교문화에 대한 학문적 관심이 학술세미나 및 후속 구술작업으로 이어졌다.

김광식은 백용성 스님의 제자인 동산 스님 증언집 《내 마음의 생불(동산 대종사와 불교정화운동)》에 33인의 증언을 수록하였다. 이 증언집은 동산 스님과 근현대기 범어사 및 불교정화운동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2007년 관련 학술세미나 이후, 일련의 문제를 제기한 범어사 측과 협의하여 추가로 18인을 인터뷰하고, 불교정화운동 논문과 《태고종사》를 분석한 김광식의 논고와 관련 화보를 담은 《내 영혼을 뜨겁게 달구었던 스님-범어사와 불교정화운동》을 2008년에 출간하였다.

그는 2011년에는 현대 율사로 큰 명성이 있는 석암 스님 관련 22인의 증언을 담은 증언집 《처처에 나툰 보살행-석암 스님의 수행과 가르침》을 출간하였는데, 현대 조계종의 율맥과 계단 운영과 관련한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같은 해에 오대산 중흥주로 알려진 희찬 스님에 관한 40인의 인터뷰를 담은 《오대산의 버팀목-만화희찬 선사의 수행과 가르침》을 출간하여, 오대산 중창 불사와 한암-탄허-희찬으로 이어지는 오대산 문중과 월정사와 관련된 근현대사 자료를 살펴볼 수 있게 했다. 한암 스님의 수제자이자 봉암사 결사의 주역인 보문 스님 관련 22인의 인터뷰를 담은 《보문선사-신화 속으로 사라진 선승》은 2012년에 출간하였다.

이를 통해 제방 선승들의 현대 한국선 수행과 선사들의 지형도를 살펴볼 수 있다. 2013년에는 탄허 스님 탄신 100주년과 입적 30주년을 기념하는 사업으로 35인의 스님과 재가자 30인 총 65인의 인터뷰를 담은 《탄허: 방산굴의 무영수》(상, 하)를 출간하였다. 상권에는 출가자, 하권에는 재가자들의 인터뷰를 실었다. 또 그해 12월, 통도사의 고승 벽안 스님과 관련된 스님 24인의 구술 인터뷰와 관련 자료를 정리하여 《청백가풍의 표상-벽안 스님의 수행과 가르침》을 출간하였다. 이 책은 특히 사진, 신문기사, 관련 문건 등의 자료를 망라한 것이 주목된다.

용성 스님의 법을 이어받은 자운 스님에 대해 스님 27인, 재가자 3인 등 30인의 인터뷰를 담은 《자운대율사》가 2017년 6월 출간되었다. 자운의 생애와 사상, 용성문도, 성철, 해인사 및 조계종단에 관한 내용이 풍부하게 담긴 이 책은 율원, 율사 등에 대한 학술적 연구 기반을 확보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8년 3월에는 직지사 대강백 관응 스님을 조명한 스님 36인, 재가자 7인 등 총 43인의 인터뷰를 담은 《관응 대종사 황악일지록(黃岳一旨錄)》이 출간되었다. 

2017년 동국대 불교학술원에서 통도사의 고승 경봉 스님의 관련 문헌과 문서를 조사 · 촬영하여 불교기록문화유산 아카이브 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경봉문도회에서는 2012년 불교TV와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면서 얻게 된 스님 26인 재가자 2인 등 28인의 인터뷰 자료를 정리하고, 추가로 김광식이 인터뷰를 보완하여 총 50인의 증언이 담긴 《삼소굴 법향》을 2020년 7월 출간하였다. 이를 통해 경봉 스님의 가르침, 수행과 사상 및 현대불교사의 단면을 살펴볼 수 있다. 김광식은 또한 춘성 스님 관련 18인의 증언을 르포 형식의 기사로 정리하여 《춘성-무애도인 삶의 이야기》에 담아 2009년 출간하였다. 

2017년 출간된 《호암인환 스님 회고록-나의 발심수행장》은 연구자 최동순, 윤문자, 한상길이 참여하여 원천자료를 비판적으로 정리한 저술이다. 기획과 인터뷰 진행 및 생전의 인환 스님의 검수를 받아 출간한 매우 드문 저작이다. 이는 불교학자로 그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공 구술채록 프로젝트를 수행해온 최동순이 인환 스님의 생애사를 구술로 채록 및 촬영하고, 한상길이 불교사, 문화사, 생애사에서 불교사학적 관점에서 윤문을 통해 편찬하였다. 특히 사진과 관련 자료 발굴의 성과를 담았다.


3. 불교 구술사 관련 연구의 개괄

불교 구술사 관련 연구의 필요성은 2003년 《불교평론》 15호에 투고한 김광식의 〈구술사 연구의 필요성: 근현대 불교의 공백을 메우자〉를 통해서 제기되었다. 이 논의를 통해 불교 구술사 연구의 필요성과 근현대 불교의 복원을 위한 자료 생산의 토대로 불교 구술사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것을 주장하였다. 

이경순은 2008년 〈근현대불교사와 구술사〉라는 논문을 통해 불교사의 일상성 주목과 권력에서 배제된 소수자의 역할에 대한 조명을 통해 불교생활사에 대한 서술이 가능함을 논증하였다. 또한 당시 구술의 성과가 대부분 종단과 문중의 현창 도구가 되지 않기 위한 비판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중요 인물들에 대한 대체 사료 만들기 작업에 그치지 않는 생애사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과 구술 자체가 구술자의 역사 해석이 담긴 서술로 존중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아울러 구술 내용의 ‘구성적’ 성격에 대한 이해를 통해 세심한 작업과 해석이 이루어져야 함과 현재 구술사 관련 한계인 연구층 확충을 위한 노력의 필요성과 구술 자료 활용 문제를 역설하였다. 

최동순은 2010년 현대한국 구술사 자료관 구축 작업을 위한 구술사 사업단의 사업과 구술작업 과정을 소개하고, 여익구의 민주화운동 구술 및 사료 발굴 내용에 대해 정리하였다. 아카이브 구축을 위한 인터뷰 촬영 및 장비 운용에 대해서도 소개하여 구술작업의 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조승미는 2013년 한국불교 여성 성직자 현황을 조사하고, 심층 면접을 통해 주변화되고 억압되었던 젠더 경험(gender experi-ence)을 고찰하였다. 그동안 비구니 연구의 대상에서 비주류로 소외되었던 태고종, 천태종, 진각종의 여성에 대해 여성 구술사적 분야의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를 통해 불교 여성 성직자들의 구술을 기록해 역사화한 젠더 경험을 논의한 매우 주목할 만한 연구로 평가할 수 있다.

2018년 《전자불전》 20집은 불교 구술사를 특집으로 정해 본격적으로 다루었다. 먼저 김광식은 그동안 그가 수행했던 고승 관련 증언집 발간을 위한 증언 채록과 발간의 전말을 밝혔다. 최동순은 인환 스님 회고록의 기획과 구술작업 및 윤문과 편집 과정을 밝히고 인환 스님의 생애사 발굴 자료의 가치와 의의에 대해 논의하였다.

황상준은 천태종단사와 천태종에서 실시한 인터뷰 작업을 구술사적 측면에서 논의하였다. 이재수는 불교 구술 아카이브 구축의 필요성과 활용 방안에 대해 논의하였다. 부록으로 용성 스님이 선농불교, 역경불교와 불교혁신, 독립운동을 위해 설립한 화과원 관련 역사와 문화에 대한 종합적인 증언록으로 화과원 원장 혜원 스님과 오일창, 김창덕, 하종화의 구술 자료를 수록하였다.

황상준은 최근 관음신앙 관련 논의를 구술사 자료를 통해 시도하였다. 《한국비구니수행담록》을 통해 근현대 한국 비구니의 가피 사례를 고찰하여 출가자의 가피 유형을 밝혔고, 관음신앙을 중심으로 한국 고승의 가피 사례를 고찰하여 출가자의 가피 유형을 분석하였다. 구술 자료를 통해 신앙 관련 연구와 한국불교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도 논의하였다. 최동순은 대행선 사상 연구의 확장을 위해 구술사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활용해야 함을 역설하였다.

다음으로 중요하게 보아야 할 연구의 흐름이 있다. 최근 근현대 불교사와 고승 관련 연구에서 구술사 자료를 활용하여 새로운 사실을 발굴하고 연구의 지평을 확장한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김광식은 신문이나 잡지의 구술 자료를 발굴하고 정리하여 한용운, 최범술, 김범부, 김동리와 연관된 역사적 사실과 쟁점을 발굴하는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최근 이원석은 탄허 스님의 유가적 경세 사상을 고찰하여 탄허학 연구의 사상적 토대를 논의하였다. 또한 통도사 내원암에 주석한 한암 스님의 행적을 고찰하여 선교관 확립의 토대를 논증하는데, 김광식의 구술사 연구 저술이 기본적인 연구 자료로 활용되었다. 이처럼 근현대 불교사나 고승 관련 연구에서 구술사의 결과가 중요한 연구 자료가 되는 경우가 늘어났다는 점은 구술사의 중요성과 그 성과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충분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근현대 불교사 연구 및 고승 관련 연구에서 이제 구술사는 필수적인 연구방법론으로 정착되었다. 향후 조직적인 교육과 수행, 연구를 통해 구술사 관련 연구의 지평이 더욱 확장되기를 기대한다.
 

4. 역사의 주인공을 발굴하는 불교 구술사가 되기를 

우리나라 구술사 연구는 1980년대 후반부터 금단의 역사를 밝히는 증언 채록과 자료집의 출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2010년 함한희는 《구술사 연구》 창간호에서 구술사는 사회운동으로 출발해 아래로부터 대항 담론을 형성하였고, 이론적으로는 기억의 방식과 정체성 정치 및 서사 전략에 주목하여 왔다고 평가하였다. 아울러 앞으로 디지털 기술과 환경이 구술사 발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즉 구술사의 증언 채록 과정에서 디지털화가 필수적이지만, 그 구술을 기획하고 증언을 채록하고 후작업 및 결과를 자료화하고 서비스하여 활용하는 전 과정의 단계에서 디지털화와 네트워킹을 통해 집단적 지성을 통해 구술사를 한 단계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구술사 연구의 핵심 주제로 떠올랐다.

논자는 지난 20년 동안의 불교 구술사를 회고하면서 불교 구술사의 토대를 놓은 김광식, 이경순의 선구적인 구술작업과 노력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 김광식은 고승 증언집 관련 작업에서 불교사학자로서 성실하고 치밀한 연구로 고승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재발견해내고 본래면목을 역사의 전면으로 불러왔다. 아울러 그가 인터뷰의 결과를 정리해낸 작업은 불교사학자로서 비평을 통해 정립한 역사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그의 자료들은 마치 다른 판본을 대조해 교차 검토하고 교감작업이라는 문헌비평을 통해 정본화 작업을 거친 원전 텍스트와 같은 느낌이 든다. 아울러 그는 구술 자료를 활용하여 역사적 맥락과 사실관계의 재검토를 통해 늘 사건의 이면을 재정리해내서 새로운 역사를 발굴해왔다.

그동안의 불교 구술사 작업 성과를 바탕으로 근현대 불교사의 재정립을 위한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불교 구술사는 비평과 연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동안 불교 구술사는 문도회 중심의 큰스님 만들기로 전락하여 지나치게 배타적으로 흘러왔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일어왔다. 구술이 역사에서 소외된 민중들의 생활사 복원이라는 점과 연구자의 비평을 통해 객관성을 담보해야만 역사 사료로서 가치를 갖는다. 아울러 구술사 자료를 통한 학술적 연구로 이어져야만 구술이 역사의 전면에 객관화되고, 이를 통해 역사의 주인공을 새롭게 발굴할 수 있다. 구술사가 비평과 연구를 통해서 거듭날 때 21세기 새로운 인문학 연구의 지평을 열어가는 데 이바지할 것이다.

둘째, 불교 구술 자료의 특성에 주목해 접근해야 한다. 불교 구술 자료는 공업의 소산이다. 구술의 기획, 인터뷰 및 채록, 정리 및 분석, 활용 등의 일련의 과정은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집단과 집단 간의 연기적 공업의 과정이다. 구술은 구업(口業)과 기억의 의업(意業), 전 과정의 신업(身業)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한 공업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접근은 반드시 소통과 공유 및 공공재적 관점에서 논의해야 한다. 또한 구술 자료는 융 · 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구술 자료의 생산은 무형의 기획을 기반으로 텍스트, 이미지, 음성 및 음향, 동영상 등의 포맷을 한 쌍으로 기획하고 생산하여 갈무리해야 한다. 구술 기록은 관련 사진, 영상들과 결합할 때 더욱 빛을 발한다. 그러한 사례는 김광식의 증언집에 담긴 사진을 통해 증명되어 왔다. 구술 기록을 체계적으로 정리, 보관 및 활용하는 방법 모두 디지털화를 거쳐 활용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셋째, 불교 구술사 관련 전문가들의 협업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구술사라는 연구 방법론은 이미 불교사 연구의 필수 불가결한 토대가 되었다. 이를 체계적으로 정립하고, 교육하여 지속적인 구술사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근현대 불교사에서 생애사적 관점에서 활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종단, 학교, 연구자 간 협업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불교 구술사 네트워크’(가칭)를 통해 구술사 전반에 대한 의견 조율과 협업을 통해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소통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학교는 구술사 교육을 통해 전문 구술사 작업 인력을 생산하고, 종단은 구술작업의 대상과 사업의 범위를 조율하여 프로젝트를 생산하며, 연구자는 관련 사건과 인물들의 조사, 분석 및 작업의 성과를 비평적 시각에서 검토하여 자료로 구축하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협업 네트워크의 운영 성과를 기반으로 조계종의 중앙기록관과 불교사회연구소의 목적 사업으로 준비해 가는 것을 제안한다.

넷째, 불교 구술사 작업의 성과를 디지털화하여 ‘불교 구술 아카이브’(가칭)를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 구술사 작업의 성과는 기록유산의 범주로 기록유산 보존의 시급성과 불교문화 자원의 공공재적 성격으로 공유를 전제로 접근해야 하며, 새로운 문화 생산의 입장에서 아카이브 구축이 필요하다. 아울러 복합적인 활용을 염두에 두고 개방형 연결데이터[Linked Open Data]로 구축해야 한다.

다섯째, 불교 구술사 자료를 활용하여 2차적 문화생산을 할 수 있는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구술 기록은 민감한 개인사적 문제나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자료는 제외하고, 관련 연구자와 기록자의 엄격한 기준에 따라 선별하여 공공적으로 이용 가능한 자료는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불교 구술사를 통해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구술 자료를 통해 학문적 성과를 생산하거나, 개인의 문화, 종교적 목적에 따라 자료를 향유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개인의 기억은 소통을 통해 사회화되고 역사가 될 것이며 그 역사는 불교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것이다. ■

 

이재수 ljscitta@hanmail.net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에서 응용불교학을 전공하고, 〈유비쿼터스 시대의 불교문화콘텐츠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최근 논문으로 〈한국 근현대 생전 예수재 가치 확산을 위한 방안-봉은사를 중심으로〉 〈점찰법회의 체험형 콘텐츠 개발 전망〉 등이 있다. 현재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불교기록문화유산 아카이브 사업단’ DB팀장.

저작권자 © 불교평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