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갈무리해놓았던
곤드레나물을 해동시킨 후
들기름에 무쳐 밥을 안치고
달래간장에 쓱쓱 한 끼 때운다
강원도 정선비행기재를 지나
나의 위장을 거친 곤드레는
비로소 흐물흐물해진 제 삭신을
내려놓는다
반찬이 마땅찮을 때 생각나는
곤드레나 톳나물,
아무리 애를 써도
조연일 수밖에 없는
그런 삶도 있다 


— 시집 《심장을 가졌다》(현대시학사, 2020)
 

김지헌
199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다음 마을로 가는 길》 《회중시계》 《황금빛 가창가오리 떼》 《배롱나무 사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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