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죽이기도 한다는 투구꽃을
긴 시간 검은콩과 함께 푹푹 삶으면
보약인 초우가 된다

독성이 강한 옻나무도 율피와 함께 삶아 말리면
위장을 다스리는 최고의 약이 된다

독이 있는 것들은 모두
누군가와 더불어 뜨거운 시간을 지나야만
쓸모 있는 그 무엇이 된다

내가 당신을 만나 이토록 물컹한
계절을 살아내는 것도
쓸모 있는 그 무엇이 되기 위함일 것이다

 — 시집 《불이론》(천년의 시작, 2001)

 

문숙
2000년 자유문학으로 등단. 시집 《단추》 《기울어짐에 대하여》 등. 2005, 2010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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