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한국사회의 성윤리와 불교

1. 들어가기

옥복연
종교와 젠더연구소 소장
얼마 전 서지현 검사가 성추행 피해 사실을 고발한 이후,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서는 미투 운동이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기독교나 천주교 역시 여성 신자의 폭로가 이어졌지만, 유독 불교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이는 성범죄가 없어서가 아니라 피해를 당하고도 여전히 ‘말하기’를 꺼리는 것으로, 불교는 피해자가 ‘말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억압적이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불교계에서 왜 미투 운동이 일어나지 않는지 의아해하면서도, 나름대로 저마다 그 이유를 추측하기도 했다. 붓다가 세속적 욕구를 버리고 출가한 것처럼 불교는 세속적인 일에 관심이 없다거나, 모든 일이 인연 따라 일어나고 인연 따라 해결되므로 애써 개입할 필요가 없다거나, 붓다가 사회개혁가가 아닌 것처럼 불교는 여성의 지위나 성차별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무관심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사실 미투 운동을 바라보는 불교계의 반응은 다양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가해자를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굳이 지난 과거를 들추어낼 필요가 없다는 ‘과거 묵인설’, 전생에 나쁜 업을 저질러서 이런 일을 당했다는 ‘피해자 업설’, 불자로서 자비를 베풀어야지 복수를 하면 안 된다는 ‘자비 실천설’, 그리고 여자가 유혹했으니까 성폭력도 일어난다는 ‘여성 유혹설’ 등도 있었다.

그런데 가부장제하의 순결담론은 성의 상품화와 동전의 양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즉, 성별 권력이 작동하는 성규범(性規範) 아래서는 남성의 성욕을 해결하기 위해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고, 순결한 여성을 지킬 수 있다는 이유로 성을 거래하는 행위를 합법화한다. 그 때문에 우리나라는 2004년 ‘성매매특별법’의 시행으로 성매매가 불법이 되었지만, 마사지업소나 휴게텔, 키스방, 귀청소방 등 변종 업종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했다. 영화나 게임, 만화 등에서도 ‘보이는 성’은 언제든지 ‘사고팔 수 있는 성’으로 유혹한다. 그리하여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하에서 성매매 여성은 필요악이 되는데, 섹스와 쾌락의 역학관계는 무한한 경제적 이익에 의해 보장되고 대체된다.

이 과정에서 여성이 대상화, 상품화되는 현실의 문제를 지적하고 이의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여성주의가 등장했다. 불교 내 성평등을 추구하는 불교여성주의도 여성이 억압받고 있는 현실에 대한 자각과 함께 이러한 억압이 사회적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변화 가능함을 인식하고, 불교 사상을 기반으로 여성해방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온 생명의 존귀함과 평등을 성취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다면 2,600년 전 가부장제 인도 사회에서, 불교는 순결이나 성의 상품화에 대해서 어떻게 가르치고 있었을까? 기녀가 당연시되었던 사회에서 성을 사고파는 행위에 대해 경전에서는 어떻게 전해 내려올까?
이 글은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순결 담론과 성의 상품화는 동전의 양면처럼 나타나는 가부장제 성규범에서 필수적인 현상임을 분석하고, 경전에 나타난 순결 이데올로기와 성의 상품화를 붓다의 가르침을 통해 살펴볼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전해오는 경전에는 순결과 관련된 가르침이 많지 않기 때문에, 불자라면 누구나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윤리인 오계(五戒, 불살생, 불투도, 불사음, 불망어, 불음주의 계율) 가운데 하나인 ‘불사음(不邪淫)’을 통해 알아볼 것이다. 왜냐면 ‘사음’에 대한 정의를 통해 무엇이 ‘사랑을 나눔에 잘못된 행위’인지 분명히 알 수 있고, 또한 ‘순결한 성관계’의 의미를 통해 순결과 성의 상품화 개념을 보다 명확하게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 ‘불사음’과 관련해서는 인도의 대승불교 승려인 나가르주나가 저술했다고 전해지는, 불교계의 대표적인 논서이자 백과사전인 《마하프라즈냐파라미타사스트라(Mahaprajnaparamitasastra, 대지도론)》 프랑스어판을 참고로 할 것이다. 또한 이 책을 구마라습이 한문으로 번역하고, 석법성이 한글로 번역한 《대지도론》도 함께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붓다의 가르침과 관련된 주요 내용은 붓다의 원음에 가깝다고 알려진 초기경전 니까야를 참고할 것이다.


2. 가부장제적 성규범: 순결담론과 성의 상품화

1) 가부장제와 성담론의 변화

가부장제(patriarchy)는 고대 로마의 가장권(patria potestas)과 유사한 형태로 출발했는데, 남성 가장은 가족, 특히 여성을 사고팔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절대적 지배자였다. 삼종지도, 열녀, 여필종부 등은 여성의 필수 윤리였고, 여성의 기능에 따라 아내, 하녀, 여성 노예, 기녀 등 여성 내부의 위계도 존재했다. 이러한 여성의 지위는 2,600여 년 전 붓다 재세 시 인도 사회와 매우 유사했음을 당시 인도 사회의 법과 규범을 제시한 《마누법전》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여성의 본성이 어리석고 악하다는 것을 전제로 출발하는 이 법전은 여성의 순결을 당연시하지만, 남성의 성충동을 해소하기 위한 기녀의 존재도 자연스러웠다. 즉, 가부장제는 순결 이데올로기와 성의 상품화가 당연한 성규범으로 남녀에게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특정한 사회의 성적 관습이나 규범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한국사를 통해 보면, 신라시대는 공주와 평민의 사랑 이야기인 〈서동요〉가 전해오며, 김유신 부모의 연애결혼 사실과 김유신의 누이 문희와 김춘추의 연애담도 기록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고려 말 원나라가 침공하여 조공으로 젊은 여성을 요구하면서 이를 피하기 위해 조혼제도가 급격하게 성행하기 시작했고, 일부일처제가 일부다처제로 변해갔다.

유교가 정착된 조선은 후기부터 부부유별, 남녀칠세부동석, 칠거지악과 같은 ‘순결담론’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억압하며 성규범을 법과 제도로 규제하는 순결담론은 여성을 출산과 육아의 주체인 ‘부인’과 남성에게 성적으로 서비스를 하는 첩이나 기생 등으로 이분화하기 때문에, 여성의 성이 상품으로 전락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한국사회에서 순결담론은 1920년대 신여성의 등장과 함께 ‘자유연애 담론’과 경합하게 된다. 교육받은 전문직 젊은 여성인 이들 신여성은 축첩과 조혼, 과부 수절 등은 낡은 관습이라며 거부하고 자유연애를 주장하였다. 당시 대표적인 신여성으로 최초의 여류 화가, 여류 소설가 그리고 이혼녀였던 나혜석은 1934년 발표한 〈이혼고백서〉에서, 여성도 남성과 똑같은 인간임을 주장했다.

조선의 남성이란 인간들은 참으로 이상하오. 잘나건 못나건 간 그네들은 적실, 후실에 몇 집 살림을 하면서도 여성에게는 정조를 요구하고 있구려. 하지만 여자도 사람이외다! 한순간 분출하는 감정에 흩뜨려지기도 하고 실수도 하는 그런 사람들이외다.

이렇게 남성이 제시한 법과 규범에 맞서 자유와 평등을 주장했던 당시 다수의 신여성들은 ‘나쁜 여자’로 낙인찍히고 가정과 사회에서 쫓겨나는 처벌을 받기도 했다. 이후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친 1960년대에는 경제개발이 중시되면서 국가 주도의 출산억제 정책으로 인해 적게 낳아 건강하게 키울 것을 강조하는 ‘성적 건강권 담론’이 등장했다.

한국사회에서 성담론이 쏟아져 나오게 된 계기는 1980년대 발생한 부천서 여대생 성폭력 사건이나 노동운동의 과정에서 여성 노동자들에게 행해진 일련의 성폭력 사건들이다. 한국 여성운동의 발전으로 인해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거나 성폭력을 정당화하는 남성 중심적인 성문화에 도전하였고, 보수적인 지배문화에 저항하였다. 한국사회에 페미니즘이 등장한 1980년대 중반부터 성을 학문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하였고, 여성의 성적 억압이 여성억압의 핵심 기제가 된다는 사실이 강조되었다.

그리하여 여성의 성적 주체성을 억압하고 성폭력을 정당화하는 남성 중심적인 성문화에 대한 끊임없는 문제 제기 속에서 다양한 성담론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순결담론과 경합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1990년대에 들어서면, 여성의 몸은 아기를 낳을 몸, 아기를 낳는 몸, 그리고 아기를 낳은 몸이므로 소중하다는 ‘생명 중심 성담론’, 2000년대에는 스스로 성적 행동을 선택하고, 그 행동에 대한 책임성을 부여하는 ‘성적 자기결정권 담론’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후 우리 사회에서 여성운동의 발전과 함께 반(反)성폭력이 공식 담론으로 등장하는데, 성을 매개로 하는 개인적, 집단적 억압의 원인을 밝히며 성폭력을 젠더 권력관계로 분석하며, 나아가서 성평등을 추구하는 ‘성평등 담론’이 등장했다. 특히 여성부의 성인지적 정책의 수립과 시행 과정에서 양성평등이 강조되고 성차별적, 남성 중심적 가부장적 권력관계와 심리 구조를 해체하고 여성 차별적 요인들을 제거함으로써 여성 내부에서 내면화된 성별 권력관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시도했다. 하지만 최근의 미투 운동에서 ‘여자가 유혹했으니……’ ‘제 발로 호텔에 들어와서는……’ 등의 댓글들이 넘쳐나는 것을 보면 순결담론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2) 여성의 섹슈얼리티 통제와 성의 상품화

역사학자 거다 러너에 의하면 성을 사고파는 관습은 기원전 사원 매춘이 기원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원 매춘은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풍요의 숭배의식의 한 과정으로 신성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으며, 최고의 권위를 가진 여사제들에 의해 집행된 종교의식이었으므로 오늘날의 매춘과는 그 성격이 매우 달랐다. 성매매의 본격적인 도입은 기원전 2000년경, 부족 간의 전쟁으로 인해 노예제가 확립되면서 일부 노예 소유주들이 자신의 여자 노예를 매춘부로 만들거나 빈곤한 농민들의 딸들이 가족 생계를 위해 매춘부가 되면서 상업적 매춘이 자리 잡게 되었다.

러너는 사유재산의 소유와 자본주의의 출현과 함께 중산층 가족의 여성 성통제가 일어난 것이 아니라, 이미 고대문명의 맹아기에 친족집단의 재산 소유와 부계제의 출현이 여성의 출산력과 생산력을 함께 사유화하게 되었다고 본다. 그녀는 모계 중심 사회보다는 모처 거주제와 남성에 의한 생산력의 소유 및 통제로 인해 여성의 예속은 고대부터 이미 효율적인 제도로 확립되었던 것으로 주장한다. 부족국가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남성 전쟁포로는 죽임을 당했지만, 여성은 정복 부족의 집단으로 받아들여져 노동력을 제공하거나, 혹은 성적 노예로 취급받게 되었다. 여성을 노예로 다스려본 경험은 노예제의 기반이 되기도 하는데, 부계 중심 체제가 권력 확장을 위한 기반으로서 확립되었고, 고대국가가 형성되자 지배계급은 자신의 지위를 자식에게 상속시키면서 권력을 강화하게 되었다.

이와 함께 결혼 체계가 정교화되면서 여성이 직접 교환되기도 했으며, 여성들 중에서도 정숙한 여성과 성적 도구로서의 노예 여성으로 이분화했다. 또한 부인과 대역 부인, 여자 하인과 첩, 여성 노예 등 한 남성에 속한 여성들 간의 위계화 과정은 여성들 간의 사이를 멀어지게 하고 집단적 저항이 불가능한 구조를 만들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국가기관의 통제, 종교, 법, 신화, 상징체계, 공사 영역의 분리들로 성(Sexuality) 통제를 내면화했고 가부장적 이데올로기가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 즉, 여성의 성은 상품으로서 드러내놓고 사고파는 것이 당연시된 것이다.

엥겔스는 재산의 소유와 함께 노예 노동과 임금 노동이 발생하고, 여자 노예나 빈곤한 자유민 여자가 매춘녀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매춘이 양면성을 띠고 있다고 보는데, 한편에서는 일부일처제를 유지하게 해주는 측면이 있고, 남성의 성적 자유를 보장하면서 남성 지배를 사회의 기본 법칙으로 확립하는 데 기여했다고 본다. 실제로 성은 개인의 영역이고 사적인 영역으로 생각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성은 사회적으로, 공적으로 통용된다. 예를 들면 푸코는 개인의 섹슈얼리티에 권력이 어떻게 개입했는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푸코는 역사적으로 성은 억압되어 왔으며 그 억압의 동기를 권력의 통제로 보았다. 18세기 말 어린이의 성, 성도착 등에 대한 관심의 급증은 비정상적인 성을 엄격히 통제하겠다는 권력의 의지로 보이지만, 사실은 이러한 권력이 문제적 성의 위기의식을 심어주면서 각 가정의 성을 권력이 통제하고, 이를 통해 권력을 확고히 하려는 의도였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어린이의 자위행위 등 여러 가지 변태적 성을 의학의 대상으로 부각시켜, 출산을 통한 부부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함으로써 인구를 적절하게 조절하고, 퇴폐적 쾌락을 정신병으로 규정함으로써 결혼제도 속에서 자녀 출산을 위한 성을 정상적인 성으로 규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시기에도 아무런 제재 없이 여성의 성은 상품으로서 사고팔기가 행해졌다. 19세기로 넘어오면서 성매매는 사회적인 교류보다는 성기 중심의 성적 서비스 제공을 강조하는 상업적인 성이 등장했는데, 도시 노동계급 남성이 증가하고 성비가 불균형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여성의 임금 노동이 감소하여 여성의 성적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성매매가 증가했다고 본다. 상업적 성은 시장, 국가, 위생주의, 상업적 효율성과 공공성을 강조하는 여러 기관에 의해 점점 더 구조화되면서 근대 자본주의와 결합하여 다양한 형태의 성매매를 만들어내게 되었다.

3) 경전에 나타난 성적인 존재로서의 여성

디가니까야의 《세계의 기원에 대한 경》에서는 남자와 여자가 어떻게 생겨났는가에 대한 붓다의 가르침이 나온다. 이 세계가 생성하는 시기에 대부분의 뭇 삶들은 정신으로 이루어져서 기쁨을 먹고 스스로 빛을 내며 허공을 날아다녔지만, 균류나 바달라따초, 그리고 쌀 등 단단한 음식을 먹게 되자 몸에서 빛나던 광명은 사라지고 몸이 거칠게 변하면서 남녀의 성기가 나타났다고 한다. 즉, 남자와 여자는 단지 몸의 생김새가 다를 뿐이고, 어느 몸이 우등하다거나 열등하다는 위계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남녀가 자신과 다른 몸에 대한 호기심으로 서로를 쳐다보다가 자신과 다른 성에 대한 성욕이 생겨나 성관계를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처럼 음식에 대한 욕망에서 남녀의 성 기관이 생기고, 그 결과 성욕이 발생한다는 연속적인 연관성 때문에 ‘불만족’이라는 번뇌가 존재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불교는 성적 욕구에 대해 어떻게 가르칠까? 가부장적 사회에서 태동한 종교인 불교는 남녀 이분법적인 성규범을 제시할까? 불교에서는 성욕을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로 인정하며, 금욕이 깨달음의 절대적인 전제조건이라고는 제시하지 않는다. 감각적 쾌락으로 이끄는 성욕 그 자체가 죄악이 아니라, 해탈이라는 이상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이를 억제할 것을 가르치는 것이다. 이는 앙굿따라니까야의 《여자의 경》과 《남자의 경》에서도 알 수 있다.

아난다, 나는 여자 이상으로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어떤 것도 알지 못한다. 어떤 소리나 냄새도, 맛도, 감촉도, 여자와 관계된 것 이상으로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없다.
……
마찬가지로 아난다여, 나는 남자 이상으로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도 생각할 수 없다. 어떤 소리나 냄새도, 맛도, 감촉도 남자와 관계된 것 이상으로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없으리라.

《여자의 경》에서는 남성이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대상이지만 《남자의 경》에서는 여자가 그 대상으로 나온다. 그러므로 붓다는 여성 또한 성적인 존재임을 인정한다. 그리고 성적 행위에서 재가신자는 ‘오계’ 가운데 ‘불사음계’, 즉 성행위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나눔에 잘못된 행위’를 하지 말 것을 가르친다. 합법적인 아내/남편이 상호존중하며 성관계를 한다면 이는 순결한 성관계이며, 아내는 물론 남편도 배우자에게 순결해야 함을 가르친다. 부부 사이의 성평등을 강조한 이 가르침은 당시 인도 사회에서 매우 파격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재가신자와 달리 붓다는 출가자에게 철저한 금욕을 강조했다. 이는 단순히 조직의 기강을 위한 규범 체계나 윤리조항일 뿐만 아니라, 수행을 방해하며 고통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반드시 금욕할 것을 가르쳤다. 그리고 출가자에게 ‘사음’은 참회를 해도 용서받을 수 없으며 다시 승가로 돌아올 수도 없는 큰 죄(바라이죄)이다.

재가자가 지켜야 하는 ‘오계’ 가운데 ‘불사음계(不邪淫戒)’는 불자가 지켜야 하는 성규범인데, 그렇다면 사랑을 나눔에서 잘못된 행위, 즉 ‘사음’은 무엇을 의미할까? 율장에서는 사음의 정의를 단순한 ‘관념’이 아니라 ‘행위’, 즉 후춧가루만큼의 양을 넣어도 ‘행한 것’이라고 기록한다. 율장에는 불사음과 관련된 승가의 처벌로 바라이죄를 설명하면서, 세 종류의 여인을 설명한다. 즉, 음행을 하는 대상인 여성은 인간 여성, 천신 등 비인간 여성, 그리고 축생의 암컷을 의미한다. 물론 세 종류의 남자(인남, 비인남, 축생남)도 음행의 대상에 포함된다. 음행을 하는 장소로는 여성의 항문, 요도, 그리고 입이라는 3가지 기관을 칭하고 있는데, 율장은 성적 행위와 관련된 규율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3. 가부장적 성규범에 대한 경전적 해석

1) ‘잘못된 성관계’ 보호와 금기의 경계

‘오계’ 가운데 ‘불사음계’는 불자가 지켜야 하는 성규범인데, 초기 경전인 맛지마니까야의 《쌀라 마을 장자들에 대한 경》에서는 성관계를 해서는 안 되는 여성에 대해 나온다.

사랑을 나눔에 잘못된 행위를 합니다. 어머니의 보호를 받고 있고, 아버지의 보호를 받고 있고, 부모의 보호를 받고 있고, 형제의 보호를 받고 있고, 자매의 보호를 받고 있고, 친족의 보호를 받고 있거나, 이미 혼인했거나, 주인이 있거나, 법의 보호를 받거나, 심지어 약혼의 표시로 꽃다발을 쓴 여인과 관계합니다.

이 가르침에 의하면 열 가지 유형의 여성과는 성관계를 금하고 있는데, 아버지나 남편, 아들뿐만 아니라 어머니와 자매의 보호 아래 있는 여성도 성관계를 금지하고 있어 집안 여성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음을 짐작할 수 있다. 즉, 불교가 사회법보다 여성의 인권보호에 훨씬 앞서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불사음과 관련된 내용은 초기불교 이후 등장한 대승불교의 대표적 논서인 나가르주나의 《대지도론》에도 나오는데, 이 논서에 의하면 ‘사음(邪淫, Kāmamaithyācāra, 잘못된 성관계)’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만약 여성이(strī) 아버지의 보호를 받고 있고(pitṛrakṣitā), 어머니의 보호를 받고 있고(mātṛ-), 형제(bhrātṛ-)의 보호를 받고 있고, 자매의 보호를 받고 있고 (bhaginī-), 남편의 보호를 받고 있고(pati-), 아들의 보호를 받고 있고(putrarakṣitā), 법의 보호를 받거나(loka-dharma), 왕의 법의 보호를 받고(rājadharma) 있다면, 이런 여성과 성관계를 하면 ‘사음(Kāmesumicchā cārī)’이다.

성관계와 관련된 여성(strī)은 소녀들(kūmarī)이 아닌 것으로 보아, 여자아이가 아니라 성인여성을 대상으로 함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법(dharma)의 보호를 받는 여성과 왕의 법으로부터 보호받는다는 것은, 출가한 비구니(pravrajitastrī)와 아직도 집에 머무르고 있는 여성(gṛhasthā) 가운데 밤낮으로 계를 지키는 여성(rātridivasaśīla), 즉 재가 여성 신자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 논서는 성적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할 대상을 더욱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만약 힘(bala), 재물(dhana) 또는 속임수(vañana)로 유혹했다면, 혹은 어떤 사람의 아내(kalatra)라 할지라도 계를 받았거나(samādānaśīla), 임신했거나 (garbhiṇī), 젖먹이를 키우고 있거나(pāyayanti), 혹은 금지된 방법으로(amārga) 성관계를 하는 것도 잘못된 성관계이다. 기녀(gaṇikā, veśyā)에게 약혼의 표시로 꽃장식(mālāguṇaparikṣipta)을 주면서 원하는 것은 ‘사음(Kāmesu micch-ācārī)’이고, 이처럼 갖가지를 범하지 않는다면 ‘불사음(kāma mit-hyācāravirati)’이라 한다.

성관계를 해서는 안 되는 여성을 초기경전과 대승경전으로 비교하면, 맛지마니까야에서는 거론되지 않았던 남편과 아들이 《대지도론》에서는 포함된다. 이는 초기불교보다는 대승불교로 넘어가면서 가부장성이 보다 명백하게 제시된 것이 아닌가 추측할 수도 있다. 하지만 친족으로부터 보호받는 여성이 《대지도론》에서는 빠진 반면, 아래의 표처럼 초기 경전에서는 거론되지 않았던 성관계를 금지하는 여성 유형이 일곱 가지나 더 첨가되어 있다. 성관계를 금지하는 여성이 많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보호하고 존중하는 여성이 증가한 것으로 여성의 인권이 향상되었음을 알 수 있다. 즉, 초기불교보다 대승불교에 이르러 여성의 지위가 더욱 높아진 것을 짐작할 수 있다.




2) ‘성의 상품화’로서의 ‘사음(邪淫)’

《대지도론》에서 금지하고 있는 ‘사음(邪淫)’은 오늘날의 성범죄 범주와 매우 유사하다. ‘힘으로 범하는 것’은 오늘날의 ‘성폭력’, 즉 성희롱, 성추행(강제추행), 성폭행(강간)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리고 결혼한 부부일지라도 ‘아내가 임신했을 때, 젖먹이를 키울 때, 그리고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의 성관계를 금지하고 있다.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이라 함은 성기가 아닌 기관에 성관계를 하거나, 부인이 싫어하는 행동을 강요하는 것으로 주석서는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오늘날 ‘부부강간’과도 유사하다. 당시 인도 사회는 아내는 남편에게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존재이지만, 붓다는 아내가 원치 않는 성관계를 삿된 음행으로 규정할 정도로 여성을 존중할 것을 가르치고 있다.

‘재물(dhana)’을 주거나 ‘꽃장식을 기녀(gaṇikā, veśyā)에게 주면서’ 범하는 것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성매매’와 유사한 개념인데, 이는 삿된 음행이라고 붓다는 규정했다. 붓다 제세 시 인도 사회는 웨시야(vesiyā), 가니까(gaṇikā), 나가라소비니(nagara-sobhinī) 등으로 불리는 다양한 기녀들이 존재했던 것으로 전한다.
고급 기녀 가운데 망고나무 아래에서 태어났다는 암바빨리가 있었다. 그녀는 너무나도 아름다워 이웃 왕자들이 서로 차지하려는 바람에 전쟁이 일어날 정도여서, 원하는 남성들은 누구나 그녀를 안을 수 있도록 국왕이 기녀로 만들었다고 한다. 즉 공창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암바빨리는 아름다운 미모에 춤과 노래, 악기 연주에도 능숙해서 많은 남성이 모여들어 그 도시가 번창할 정도였다고 하며, 신하들은 왕에게 국가 재정을 위해 더 많은 기녀를 유치하자고 건의하기도 했다. 그녀는 기녀 생활로 엄청난 돈을 벌어 붓다께 숲을 통째로 기증하기도 했으며, 훗날 출가해서 아라한의 위치에 오르기도 했다. 또 다른 유명했던 기녀 살라바띠는 국왕이던 빔비사라왕이 종종 찾아갈 정도로 아름다운 여성이었는데, 그녀 역시 나라의 재정을 확보할 목적으로 만든 기녀였다. 이처럼 국가가 관리하는 공창과 함께, 개인적으로 몸을 파는 기녀도 있었다는 것은 당시 인도 사회에서 성의 상품화가 만연했음을 알 수 있다.

붓다는 이러한 기녀에게 그 직업을 비난하거나 꾸짖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웃따라가 붓다께서 참여하는 안거를 가기 위해, 자기 대신 남편에게 시중을 들도록 기녀 시리마를 집에 데리고 왔다. 웃따라는 붓다의 재가 10대 여성제자 가운데 한 명으로, 붓다께서 ‘선정을 닦는 님 가운데 제일’이라고 칭송한 여성이다. 이러한 여성이 기녀를 자신의 집으로 불렀다는 것은 아내가 집을 비울 때 당시 관습은 아내를 대신할 여자를 데려다 놓아야 했음을 짐작할 수 있고, 그러한 임시 아내 역할을 기녀도 할 수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기녀인 시리마가 웃따라 대신에 아내의 지위를 가진다는 것은, 그만큼 아내의 지위가 취약했음도 알 수 있다.

또한 시리마가 질투심에 눈이 멀어 웃따라에게 기름을 끼얹고 난 후 용서를 빌었을 때, 웃따라는 그녀를 데리고 붓다께 갔다. 하지만 붓다는 시리마가 성을 파는 기녀라고 비난하거나 경멸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르침을 설해서 시리마가 그 자리에서 수다원과에 오르게 되었다. 이를 두고 마치 붓다가 성매매를 받아들였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앙굿따라니까야의 《판매의 경(Vaṇijjā-sutta)》에서 붓다는 다섯 가지 장사를 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즉, 무기, 사람, 동물, 술, 독약 장사를 금지했는데, 사람 장사란 빨리어 주석서에서 ‘사람을 파는 것(manussa-vikkava)’으로 설명한다. 인신매매는 물론이고 여성의 성을 사고파는 것 또한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붓다는 성매매를 금지했다고 할 수 있다. 붓다는 결코 성매매를 모른 척하거나 용인하지 않았으며, 이를 ‘잘못된 성관계’로 가르쳤음을 알 수 있다.

3) 아내의 위계화와 베일의 정치학

붓다 제세 시 인도 사회에는 다양한 유형의 아내가 존재했는데, 《근본유부율》에서는 열 가지 종류의 아내를 설명하고 있다. 즉 재물로 산 아내, 욕망으로 데려온 여자, 물건 등을 주고 데려온 여자, 의복을 주고 데려온 여자, 부모나 보호자가 결혼시킨 여자, 생계가 어려워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된 여자, 여성 노예를 아내로 삼은 여자, 하녀를 아내로 삼은 여자, 전쟁에서 포로가 되어 아내가 된 여자, 잠시 빌린 여자 등이다. 재물이나 의복, 물건 등을 주고 아내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은 오늘날의 성의 상품화와 동일한 맥락이다. 아내의 유형 가운데 마지막 유형인 잠시 빌린 여자는 시리마의 경우처럼 기녀로 볼 수도 있다. 심지어는 욕망 때문에 여자를 아내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은 당시 여성의 지위가 얼마나 취약했는지 짐작하게 한다.

이처럼 다양한 아내들의 위상은 각기 다르게 자리매김된다. 여성역사학자 거다 러너는 여성들 간의 위계는 가부장 사회에서 귀족이나 평민 등 신분제도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즉, 왕족이나 귀족계급은 남성의 혈통을 지키기 위해 아내나 딸들의 성을 엄격하게 규제하는데, 이처럼 지체 높은 집안 딸들의 순결은 재산이나 지위로 맞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들은 ‘존중받는 여성’인 반면, 하녀나 유녀 등은 ‘존중받지 못하는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들은 그들의 성을 겁탈하거나 돈으로 살 수 있었다. 그리고 중기 아시리아법 40조에는 ‘존중받는 여성’과 ‘존중받지 못하는 여성’을 구분하기 위해 여성에게 베일을 씌웠다. 베일은 존경받는 여성의 표시이기 때문에 오늘날 이슬람 사회에서도 여전히 베일이 전승되고 있다.

베일은 불교 경전에서도 등장한다. 부처님이 싯다르타 태자이던 시절, 태자비 야소다라는 결혼 직후 싯다르타의 궁전으로 들어올 때 베일 쓰기를 거부하고 자신의 얼굴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뿐만 아니라 붓다의 뛰어난 10대 재가 여성제자 가운데 교단의 어머니로 칭송받았던 위사카도 결혼해서 시댁으로 들어올 때 베일로 얼굴을 감싸지 않고 당당하게 들어왔다. 이 두 여성처럼 베일을 거부한 여성의 삶은 기존 여성들의 삶과는 달리 매우 당당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베일로 구분되는 여성들 간의 차별을 엄밀하게 살펴보면, 이들은 출신 성분이나 계급보다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남성의 숫자에 따라 구분됨을 알 수 있다. 한 남성을 위해 성적 서비스를 하는 여성들은 베일이 씌워지고 ‘존중받을 만한 여성’들로 인정받았고, 여러 남자와 성적 행위를 하는 여성들은 ‘공공의 여성(public women)’이 되어 ‘존중받지 못하는 여성’이 되었다. 또한 이들 여성에게는 서열이 존재했다. 최상층에는 결혼한 숙녀나 그녀의 미혼 딸이 있고, 그 아래 결혼한 첩이 있으며, 맨 아래에는 ‘존중받지 못하는 여성’으로 분명하게 표시된 매춘부와 여성 노예가 있다. 즉, 법은 여성과 관련된 규칙을 정했을 뿐만 아니라 매춘부가 베일을 쓰면 법으로 엄격하게 처벌할 정도로 국가가 법과 제도로 여성들을 서열화했다.

그렇다면 붓다는 아내의 유형을 나누고 위계화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가르쳤을까? 재가자의 삶에 대한 가르침이 담긴 디가니까야의 《씽갈라에 대한 훈계의 경(Siṅgālovāda Sutta)》에서 붓다는 우리에게 《육방예경》으로 알려진 아내와 남편의 상호 의무를 가르치고 있다. 주석서에 의하면 남편은 아내를 존중하고, 경멸하고 모멸하여 말하지 않고, 바람을 피우지 않고(anaticāriya), 권한을 넘겨주고, 장신구를 사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여기서 ‘바람을 피우지 않고’에 대한 주석서의 상세한 설명은 “그녀를 넘어서서 밖으로 다른 여성에게 믿음을 주고 사귀는 경우 신의를 저버린다고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야 한다.”고 표현한다.
남편뿐만 아니라 아내의 의무도 이어서 설명하고 있는데, 아내는 맡은 일을 잘 처리하고, 하인이나 주위 사람들을 잘 챙기고, 바람피우지 않고(anaticārinī), 가산을 잘 보호하고, 모든 일에 숙련되고 게으르지 않아야 한다. 즉, 붓다는 아내만이 아니라 남편도 동일하게 배우자에게 상호존중하면서 다른 이성을 사귀지 말고 서로에게 충실해야 함을 가르치고 있다.


4. 나가기

2,600여 년 전, 인도 사회는 가부장적 이중적인 성규범으로 여성의 지위가 매우 열악했다. 여성에게 순결을 강조했지만, 여성을 위계화하여 아내와 기녀로 나누었고, 그 결과 남성은 성적 쾌락을 위하여 여성의 성을 거래할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붓다는 불자라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오계 가운데 ‘불사음계’를 포함시켜, 사랑을 나눔에서 잘못된 행동을 삼갈 것을 요구했다. 잘못된 성관계는 독을 가진 뱀 또는 막기 어려운 큰 불과 같은 재앙(upa-drava)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붓다는 아내는 물론 남편도 배우자를 존중하고 상호 배려하는 성관계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당시 인도 사회에 만연했던 여성만의 순결, 성의 상품화, 아내의 위계화 등 가부장적인 이중적 성규범을 배격하였다. 붓다는 맛지마니까야의 《평화에 대한 분석의 경》에서 수행자들에게 “저속하고 비속하고 거칠고 천박하고 무익한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과 관계된 즐거움에서 오는 쾌락을 추구하는 자라면, 누구나 고통을 수반하고 상처를 수반하고 불안을 수반하고 고뇌를 수반하는 것으로 잘못된 길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즉, 남녀 모두 쾌락을 추구하는 자라면 잘못된 것이라고 가르친다.

붓다는 만약 ‘사음’을 하면 부부 불화가 일어남은 물론, 선한 성품이 줄어들고, 사람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재산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내생에 자신도 동일한 업보를 받는다고 한다. 또한 부인을 외롭게 하여 부부 사이에 신뢰를 잃고, 가정이 파탄 나는 것은 물론, 친척들로부터 배척당한다고 한다. 더 나아가서 《숫타니파타》의 《파멸의 경》에서는, “자기 아내로 만족하지 않고, 매춘부(vesiyā)와 놀아나고, 남의 아내와 어울린다면, 그것이야말로 파멸의 문입니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사랑을 나눔에서 잘못된 행위는 파멸할 수밖에 없고, 그러한 행위를 하는 사람은 천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또한 붓다는 가부장제에서 남편이 아내에게 절대적 권리를 가지며 여성에게 순결을 강요하거나 여성을 성적 도구로 취급하여 사고파는 것을 금지했다. 이는 앙굿따라니까야의 《결혼생활의 경(Paṭh-amasaṃvāsa sutta)》에서 붓다는 여러 종류의 결혼 가운데 삿된 음행을 삼가며 오계를 지키는 남성과 여성의 결혼을, 마치 신(神, deva)과 같이 훌륭한 남자와 여신처럼 존귀한 여자가 성스럽고 고귀하게 살아간다는 의미에서 “신과 여신이 만난 결혼”으로 부른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이러한 부부는 현세에서도 즐거움이 끊이지 않고 다음 생에서도 천상의 복을 누릴 것이라고도 예언했는데, 이처럼 붓다는 부부간에 상호존중하며 서로에게 충실한 평등 부부가 될 것을 강조했다.

불교는 ‘고(苦)’를 강조하기보다는 행복을 추구하는 종교이다. 미래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남이 아니라 ‘나’를 중시한다. 그러므로 불교에서 선업(善業)이란 나도 좋고 남도 좋고 나와 남이 좋은 행위를 말하고, 악업(惡業)은 나도 나쁘고 남도 나쁘고 나와 남도 나쁜 행위를 말한다. 즉, 모든 것이 ‘나’의 행복에서 출발해서, 이고득락(離苦得樂, 고통을 여의고 즐거움을 얻기 위한 것)을 얻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붓다는 남성의 성충동을 위해서 여성의 성을 도구화하고, 여성은 무조건 남성에게 복종하고 따라야 한다는 가부장적 성규범을 2,600여 년 전에 이미 극복하고 있다. 남녀 모두가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이며, 남편과 아내는 상호존중하고 배려하는 평등 부부라는 부부관을 제시한 것이다. “많은 사람의 이익을 위하여, 많은 사람의 행복을 위하여. 세상에 대한 자비심으로, 신(神)들과 사람들의 이익과 행복을 위하여“라는 붓다의 전도 선언도 불교가 얼마나 성평등을 주장하는 종교인지 분명히 보여준다고 하겠다. ■

 

 

옥복연
종교와 젠더연구소 소장. 미국 코네티컷주립대 석사, 서울대학교 박사(여성학 전공). 서울대 여성연구소 선임연구원, 국민대 강사 등 역임. 주요 논문으로 〈붓다의 10대 재가 여성제자에 대한 불교여성주의적 분석〉  〈경전에 나타난 여성혐오적 교리의 재해석〉 등이 있고, 저서로 《붓다의 길을 걷는 여성》(공저) 《불교와 섹슈얼리티》(공저) 등이 있다. 여성의 관점으로 경전을 읽고 교리를 재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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