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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과 성찰] 작품은 작가의 분신 / 김영택
[71호] 2017년 09월 01일 (금) 김영택 penwhaga@daum.net

펜화를 시작하여 10년이 되던 2004년 6월 학고재에서 첫 전시를 열었다.

인사동 학고재 3개 층 전관에서 4주간 열린 전시 첫날, 아침부터 쏟아지는 폭우 속에 첫 손님으로 탤런트 고두심 씨가 와서 전시장을 둘러본 뒤 작품을 구입했다. 첫 전시, 첫날, 첫 손님이 첫 번째 구매자가 된 것이다. 고두심 씨가 마수걸이를 한 뒤 모든 작품이 매진되었고, 만 원짜리 도록 500여 권, 엽서세트, 포스터까지 완판이 되었다. 한국 화랑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라고 하였다. IMF 뒤라 유명 화가도 한 점 팔기 어렵다고 하였던 학고재에서도 깜짝 놀랐다.

개막 일주일쯤 되었을 때 백발에 한복을 입은 도사 같은 분이 나에게 안내를 청하고는 작품에 대해 이상한 평을 하였다. 그림마다 각기 다른 기가 나온다는 것이다. 합천 영암사지 그림에서는 배경인 황매산의 좋은 기가 강하게 나오니, 자녀 방에 걸어 주면 좋은 학교에 진학할 것이라는 황당한 말을 하였다. 반신반의하면서 판화본을 만들어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 방에 걸었다. 과학고를 거쳐 카이스트 생명공학과에 진학했으니 그림 덕을 본 것일까?

도사에게 고두심 씨가 산 ‘봉암사 일주문’을 소개하니 “작품 잘 샀네. 좋은 작품에 출연하여 칭찬 많이 받겠네.” 하였다. 고두심 씨는 그해 연말 KBS와 MBC에서 연기대상을 수상하였다. 담당이었던 학고재 큐레이터 유지현 씨가 “도사분 말씀처럼 고두심 씨가 방송대상을 두 개나 받았네요.” 하며 축하 전화를 해주었다. 정말 내 작품을 소장하고 있어서 대상을 두 개나 받았을까?

전시장을 방문한 손님 몇 분이 “작가 생활에 일반인과 다른 것이 있습니까?” 하고 물었다. “채식을 합니다만, 왜 물어보십니까?”고 되물어보니 ‘그림에서 무언가 다른 기운이 느껴진다.’는 분과 ‘맑은 기운이 느껴진다.’는 분이 있었다. 기를 연구하신다는 분들은 그림에 담긴 절이나 바위, 산에서 강한 기가 나온다고 했다.

1972년 디자이너로 첫걸음을 시작하여 23년 차가 되던 1994년, 디자이너 최고의 영예인 ‘디자인 앰배서더’ 칭호를 한국 최초로 받았다. 제1회 세계로고디자인비엔날레에 초대받았다. ITC(국제상표센타)가 ‘디자인 앰배서더’를 주축으로 벨기에 오스탕드에서 연 일주일간의 국제적 행사였다. 벨기에와 프랑스 파리의 미술관과 화랑에서 많은 펜화 작품을 만났다. 도처에서 만난 펜화 복제품을 보고 펜화가로 전업을 결심했다. 그때 나이가 50이었다. 궁궐 스케치를 좋아하던 취미 생활도 영향을 주었다. 디자이너였기 때문에 펜화를 이용한 여러 가지 문화상품의 시장성을 염두에 두기도 하였다.

1993년 미국 정신과 의사 브라이언 와이스가 쓴 《나는 환생을 믿지 않았다》를 읽고부터 유사한 책을 미친 듯이 읽으며 ‘나는 누군가’라는 화두를 해결하려고 몸부림쳤다. 세계 정상의 디자이너 반열에 올랐으나 정신적 방황은 더 깊어졌다. 1994년 기적처럼 큰 스승을 만났다. ‘청해무상사’의 제자가 되면서 많은 의문이 사라졌다.

관음 수행을 시작하고, ‘5계(戒)’를 지키는 생활을 하면서 평소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하고 살았는지 알게 되었다. 늘씬한 몸매를 드러낸 여인을 보고 음심을 품는 것도 죄임을 알게 되었다. 나에게 못된 짓을 하는 이에게 되갚아 주고 싶은 폭력적 생각도 버려야 했다. 하루에 서너 갑씩 피우던 담배와 즐기던 술도 끊었다. 그러나 제일 힘든 것은 50년간 먹었던 육식을 끊는 것이었다.

채식으로 바꾸고 보니 모든 식당 메뉴에 고기나 생선이 빠진 것을 찾기 힘들었다.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것은 고기 구우며 술 마시는 일이 전부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었다. 과자에도 돼지기름인 쇼트닝이나 소기름으로 만든 정제가공유지를 사용한 것이 대다수였다.

수행을 위하여 채식을 시작하였으나 차츰 육식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게 되었다. 인간을 위해서 즐거이 죽어주는 동물은 없다. 겁 많은 사슴이나 다람쥐, 작은 새는 인간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공포로 인한 스트레스 호르몬인 아드레날린이 과다 분비되어 급사할 수도 있다고 한다. 동물도 언어가 있으나 인간과 소통이 되지 않아 그들의 고통과 공포를 모른다. 만약 인간과 동물이 소통이 된다면 동물을 잡아먹을 수 있을까?

마하트마 간디는 잡히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달아나는 닭을 보고 어린 시절 육식을 끊었다고 한다. 채식가였던 톨스토이는 “인간은 육식을 한 죄를 전쟁을 통하여 갚는다.”고 했다. 파동연구가인 동의대학교 이상명 교수는 동물들의 고기가 인체에 들어오면 몇 년에서 몇십 년간 인체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한다. 펜화가로 전환과 동시에 채식 생활을 한 것이 작품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화가의 눈으로 사물의 이미지가 들어와서 머릿속에서 그림 이미지로 전환되어 손으로 표현된다. 이런 과정에서 화가의 내면에 붉은색이 가득 들어 있다면 그림에 붉은색이 묻어날 것이고, 푸른색이 많으면 당연히 푸른색이 더해질 것이다. 난잡한 생활이나 생각은 작품을 지저분하게 만들 것이다. 작품은 작가의 분신인 것이다. 작품의 대상이 되는 건축문화재와 명산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기운을 갖고 있다.

 이런 기운들을 제대로 화폭에 담으려면 작가 자신이 무색무취(無色無臭)해야 한다고 본다. 5계를 지키는 생활이 무색무취한 상태를 유지하는 방법이 되고, 영적인 청결함을 위해 채식을 해야 한다는 것은 자연의 섭리일 것이다.

김영택 / 펜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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