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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논단] DNA, 유전자, 그리고 아뢰야식 / 우희종
열린논단 : 2015년 7월 16일
[0호] 2015년 07월 01일 (수) 우희종 서울대 교수

   

우희종
서울대 교수

유식(唯識)은 오직 마음이란 뜻으로서 현상과 내면에 대한 인식과 반응을 마음의 작용으로 설명하는 인식론적 접근이라고 할 수 있으며, 반면 선종에서 많이 접하게 되는 공사상은 만물의 본질은 공이며, 나타난 현상은 연기의 법칙에 의한다는 존재론적 접근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반야의 근본이 진공(眞空)이요, 유식의 근본은 묘유(妙有)가 되어 진공묘유(眞空妙有)는 대승불교의 기반을 이룬다.

이러한 유식에서 유정, 무정의 모든 존재의 근거가 되는 8식으로서의 종자식인 아뢰야식은 모든 종자를 굳게 보존하고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명칭이다. 물리학적으로는 scala force에 유사한 함장식(含藏識)은 세부 측면으로 능장(能藏) · 소장(所藏) · 집장(執藏)의 3가지 면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능장(storer, operation of storage)은 제8식이 만유의 종자를 능히 보관하는 능력을 나타내고, 소장(stored, that which is stored)은 제7식, 제6식, 전5식의 일곱 가지 의식이 선업과 악업을 아뢰야식에 훈습하여 새로운 종자가 생기게 하거나 기존 종자의 영향을 발현시키게 하는 힘으로 파악된다. 집장(grasping, that which is appropriated, appropriated store)은 아뢰야식의 견분을 제7말나식이 항상 자신 내면의 영원한 자아, 즉 '나'로 오인하여 집착한다는 아집(我執)의 뜻을 지닌다.

이렇게 말나식은 아뢰야식에 저장된 종자를 이끌어 내어 발현하게 함으로써 생명체로서의 개체의 인식이 이루어지게 하고, 아뢰야식과 전6식 사이에서 매개 역할을 하는 마음자리이다. 그런 면에서 말나식의 본질적인 성질인 사량(思量)은 물리적인 용어로 vector force로서, 번뇌에 물들어 있는 상태의 염오식(染汚識)으로서의 말나식은 오염된 자아의식인 자기중심주의로 나타나게 되기에 개체로의 근거이자 바탕이 되는 의식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은 이러한 8식의 연결이란 각각에 대한 명확한 경계가 있어 디지털식의 연결이 아니라 아날로그 형태로 상입(相入)의 형태임을 전제할 필요가 있고, 각 의식의 경계는 또한 전의(轉依)라고 하는 질적 전환이 속성도 지님을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한편, 50년대에 실체가 밝혀진 생명현상의 근거 물질로서의 DNA가 아뢰야식이 되는 것인지에 대한 검토를 해 볼 필요가 있다. 사회생물학자들은 모든 인간의 문명과 문화적 행위가 유전자에 근거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일반인들이 혼동하는 것으로서 DNA와 유전자(genes)의 구분이 필요하다.

DNA는 물질이지만 물질로부터 생명현상 발현의 근거가 되는 것이고 DNA에 바탕한 유전자는 생명체의 특징인 개체성 발현의 근거가 된다. 다시 말하면 DNA는 생명현상을 담고 있는 물질이고 조건이 맞는다 해서 그 무엇으로 발현되는 것은 아니다.

반면 유전자는 다양한 물질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복합체로서 조건만 갖추면 개체로 나타나게 되는 단순 물질에서 생명체로의 질적 도약이 담겨있다. 이는 마치 유전자라는 물질로서의 생명체에서 그러한 생물학적 관계로부터 자의식이 나타나게 되는 심리적 관계로의 도약과도 유사하다.

특히 유전자의 발현은 단순히 DNA 염기서열에 의한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과의 유기적 상호 작용이라는 측면이 후성유전학(epigenetics) 등의 첨단 생명과학으로 밝혀지고 있는 상황이기에 더욱 이러한 견해는 지지를 받고 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그동안 논란이 이어져 왔던, 개체에 있어서 유전과 환경의 영향은 인간에 있어서 2:8의 비율이 제시되고 있고, 유전자가 아닌 환경에 의한 영향이 최소한 2대까지 내려가는 것이 확인되었다.

한우주 속의 생명을 생각해 볼 때 생명은 우주 대폭발에서 나타난 힘의 비대칭의 지극히 작은 확률 속에 나타난 존재로서 막대한 우주 속 작은 존재임을 생각한다면 생물체의 물적 토대인 DNA를 모든 존재의 토대인 아뢰야식으로 보기에는 극히 제한적이다. 그러나 개체 자체는 아니지만 개체의 토대라는 점에서 아뢰야식의 집장과 연계되는 말라식에 가까우며, 환경과의 조건과 상호작용에 의해 개체로 나타나게 되는 유전자는 전6식에 연계되어 자리잡은 말라식에 가까운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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