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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다시 팔경계(八敬戒)를 소환하며 / 옥복연
-출·재가자의 실태조사를 중심으로
[62호] 2015년 06월 01일 (월) 옥복연 byok2003@hanmail.net

-출·재가자의 실태조사를 중심으로

1. 들어가기

2011년 9월 26일, 조계종단의 제189회 중앙종회 임시회에서 비구 의원과 비구니 의원 사이에서 격론이 벌어졌다. 조계종단의 최고 의결기구이자 입법기관인 중앙종회는 일반 사회의 국회와 유사한 기능을 하며 비구 의원 71명과 비구니 의원 10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논쟁의 발단은 조계종단법(이후 ‘종법’이라고 함)의 개정 과정에서 사회의 검찰과 같은 역할을 하는 호계위원의 자격을 다루면서였다. 기존의 종법에 의하면 호계위원은 ‘비구’만이 가능한데, 한 비구니 의원이 ‘비구니와 관련된 사안은 비구니 승가가 다루는 것이 불교의 전통이며 율장 정신에도 맞다. 또한 비구니도 종단에서 적극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비구’가 아니라 ‘승려’로 종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이다.
이에 한 중진 비구 의원도 ‘현재 비구니 숫자가 절반이며, 대통령이나 국무총리도 여성이 하는 세상이다. 전문성을 가진 비구니도 많은 현실에서 호계위원에 비구니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지지 발언을 했다. 그러자 비구 의원들의 반대 발언이 쏟아져 나왔고, 결국 중앙종회의장은 ‘율법에 비구니는 비구를 비판할 수 없다. 비구니가 호계위원이 되는 것은 율법에 어긋난다.’라는 발언으로 토론을 마무리했다. 결국 비구니 승가가 오랫동안 염원했던 비구니 호계위원의 등장은 무산되었다.
2012년 9월 18일, 제191회 중앙종회에서 산중총회법 개정안이 다루어졌다. 산중총회는 교구본사가 소재하는 산중의 최고 심의의결 기구이자 교구본사 주지를 선출하는 회의이다. 기존의 종법에서 산중총회 구성원은 비구계를 수지한 지 5년을 경과한 당해 교구의 재적승은 누구나 가능했지만, 비구니는 ‘교구 관할 말사 주지’만 참여할 수 있었다. 그동안 비구니 승가는 산중총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종법 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는데, 중앙종회에서도 비구니의 참여 확대가 정당함을 인정해서 비구 구성원의 5분의 1로 확대되었다.
그런데 왜 비구니는 비구의 5분의 1만 참여해야 할까? 이 법의 개정을 논의하던 중앙종회 본회의장에서 비구 의원들은 “비구니가 많아지면 비구니가 본사 주지도 할 판” “비구가 비구니에게 고개를 숙여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즉, 비구가 비구니에게 고개를 숙일 수 없고, 비구니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비구니의 숫자를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1962년 성립된 통합종단 조계종단은 한국 최대의 불교종단으로, 비구와 비구니 이부승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종단은 출가자, 특히 비구 중심임을 종법에서 보여주는데, 이는 종정을 비롯하여 총무원장, 교육원장, 포교원장, 호계원장, 교구본사의 주지 등 종단의 지도자는 반드시 ‘비구’여야 함을 종법으로 명시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비구니 승가는 비구 승가와 동일한 교육을 받고 동일한 수행과 포교활동을 하며 그 숫자 또한 유사하다. 대사회적 역할도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종법으로 비구니가 차별받고 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왜 종단의 비구니는 산중총회에서 비구의 5분의 1이며, 중앙종회의원 81명 가운데 비구니 의원의 숫자는 10명으로 제한하고 있을까? 출가자 가운데 능력과 수행 정도에 따라가 아니라 왜 ‘비구’만 종단의 지도자가 될 수 있으며, 50여 년이 지나도록 비구니 차별적인 종법이 존속되어 온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중앙종회를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율법에 어긋난다.’ ‘비구가 비구니에게 고개를 숙일 수 없다.’는 비구 의원들의 발언과 이에 반박하지 못하는 비구니 의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팔경계(八敬戒)가 종단 출가자에게 여전히 지켜져야 할 계율로 전승되고 있으며, 종법상 비구니 차별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작동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또한 비구니 차별이 당연시되는 종단 풍토에서 비구니 승가가 이에 침묵하는 것은 비구니 스스로 열등한 ‘여성관’을 내면화할 수 있지 않을까 우려되었다.
팔경계는 출가자에게만 해당하는 계율이므로 재가자가 관여할 바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는 결코 출가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왜냐면 비구니가 팔경계로 차별받는다면 결과적으로 열등한 여성관을 확산하여 여성불자의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신행 활동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팔경계는 현재 종단 내에서 종법을 둘러싼 비구 중심 권력 구조가 왜 변하지 않고 고착화되어 사부대중의 종단으로 발전하지 못하는지, 왜 비구니 승가가 여성이 평등한 종단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지 못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팔경계와 관련된 선행 연구들을 보면 그 진위 여부나 원전의 해석 등에 관해서 현재까지도 논쟁 중임을 알 수 있는데, 이 글은 팔경계에 대한 불교사적 연구나 경전적 해석이 아니다. 이 글은 팔경계가 오늘날 종단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알아보고, 팔경계에 대한 불교인의 인식을 분석하며, 팔경계와 종법과는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를 알아보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위하여 팔경계의 전승 요인과 종단 내에서 팔경계가 적용되는 방식을 이론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그런데 종교인의 계율과 관련된 의식과 행동, 그리고 가치관 등은 외부로 쉽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이론적인 접근만으로는 자칫 현실과의 괴리를 불러올 수 있다. 그러므로 팔경계의 성차별에 대한 불교인의 인식과 팔경계와 종법 간의 상관성, 그리고 비구니 승가의 성 정체성 만족도와 비구 승가의 여성관을 실태조사를 통해 분석할 것이다. 이 글이 이부승가는 물론 사부대중이 평등한 종단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의 기초 자료가 되기를 바란다.

2. 팔경계의 전승 요인과 종단의 팔경계 적용 방식

팔경계(八敬戒)는 붓다 성도 5년 후 비구니 승가 성립 당시 제정된 계율로 비구니에게만 적용되는 여덟 가지의 계율이다. 오랫동안 비구니 승가는 팔경계가 가부장적 비구승에 의해 ‘첨가’ 혹은 ‘왜곡’되었다고 주장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바로잡거나’ ‘재해석하거나’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1994년 ‘비구니 정혜도량’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는 팔경계가 불평등한 승가의 전통 관습을 고수하는 데 영향을 미쳐서 비구니 승가가 종단 운영의 참여에 적극적이지 못했다고 진단하고, 팔경계를 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근 비구니 토론회에서도 같은 이유로 팔경계의 조속한 재해석을 강조하는 등,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그럼에도 팔경계가 오늘날까지 전승되고 있는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이 장에서는 비구니의 계율 위반 공포와 그 결과 나타나는 복종의 내면화를 중심으로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팔경계가 오늘날 종단에서 어떤 방식으로 재현되고 있는지 알아볼 것이다.

1) 비구니의 계율 위반 공포와 복종의 내면화
출가자가 집과 가족을 떠나 홀로 수행하며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많은 고통을 참고 견뎌야 하는데, 그 가운데 ‘혹시 내가 깨달음의 단계에 이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깨달음에 대한 공포’를 느낄 수 있다. 그런데 남성 중심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 출가자는 남성 출가자와 동등한 수행방법으로 동등한 해탈을 추구하면서도 남성 출가자보다 더 큰 공포를 경험할 수 있다.
그 원인으로 첫째, 비구니는 ‘깨달음에 대한 공포’뿐만 아니라 ‘가부장제 극복에 대한 공포’가 있다. 가부장제 아래에서 여성은 남성에 의존하며 가정 내 역할을 담당하는데, 이를 거부하는 여성은 가문의 남성으로부터 ‘처벌’받거나 나쁜 여성으로 ‘낙인’ 찍히기도 한다. 그런데 여성의 출가는 전통적인 여성의 삶을 벗어나는 것이므로 여성 출가자는 처벌과 낙인에 대한 공포가 있다. 《위대한 비구니》에 기록된 뭇따 비구니는 아라한 상태를 성취하고 읊은 게송에서 “잘 풀려났다. 나는 알맞게 풀려났다. 세 가지 굽은 것들로부터, 절구통, 절구공이, 그리고 굽은 남편으로부터 풀려났다”고 노래했다. 이처럼 여성 출가자는 가사노동은 물론 남편이라는 또 다른 굴레에서 벗어나야만 했다.
둘째, 비구니는 비구와 달리 ‘여성의 몸으로 깨달음에 이를 수 있는가’에 대한 공포를 느낄 수 있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은 열등하고 부족한 존재로 취급당했기 때문에, 그 결과 무력감이나 자기비하 등을 여성 스스로 내면화할 수 있다. 그러므로 여성으로서 이 장벽을 극복하지 못하면 비구니의 공포는 가중된다. 예를 들면 쌍윳따니까야에서 비구니 소마에게 악마 마라(Mara)가 “두려움, 전율과 공포를 불러일으키며” 다가와서 “두 손가락만큼의” 지혜를 지닌 여자는 깨달음에 이를 수 없다고 말한다. 경전에서 비구의 수행 과정에서도 마라가 등장하지만, 비구에게 “남성의 몸으로 깨달음에 이를 수 있는가?” 혹은 “다음 생에 여성의 몸으로 바뀌어야 성불할 수 있다.”라는 등으로 깨달음을 젠더화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성 출가자는 끊임없이 ‘여성’ 깨달음의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셋째, 이러한 비구니의 공포는 남성도 하기 힘든 수행의 최고 경지에 여성이 오를 수 없다는 ‘부정적인 교단 내외의 시선’과 맞물리며 공포가 가중될 수 있다. 비구니는 비구니 승가와 비구 승가로부터 이중으로 수계를 해야 하는데, 이는 결국 이중적인 감시뿐만 아니라 이중적인 처벌을 받게 됨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비구니는 성불의 실패에 대해 비구보다 더 강한 공포를 느낄 수 있다.
넷째, 이는 ‘계율 불복종’에 대한 공포로 이어진다. 비구니가 교단에 들어오게 되면 교단은 새로운 가족이 되고, 붓다는 아버지로 재현된다. 이는 ‘세계여성불자대회’의 명칭이 ‘샤카디타회(Sakyadhita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Buddhist Women)’ 즉 ‘석가의 딸들’이라고 하는 데서도 짐작할 수 있다. 가부장제 아래서 아버지 붓다는 절대적 권한을 가진 존재이고, ‘붓다의 딸’인 비구니는 아버지 붓다가 제시한 규범을 내면화하면서 초자아를 형성한다. 이 초자아는 계율을 지킬 것을 강요하는데, 계율의 불복종은 절대적 권한을 가진 아버지에 저항하는 것으로 가장 큰 공포가 된다.
붓다는 비구니의 스승인 비구(교계사)는 모든 출가자로부터 존중받는 자로, 제자들을 교화하고 북돋우고 고무시키고 기쁘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엄격한 자격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비구 스승이 올바른 가르침으로 이끌어주지 않는다면 스승으로서 자격이 없음을 명심하라고 비구니 고타미에게 가르친다. 하지만 팔경계는 비구니의 비구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하는데, 비구니가 교단이 제시하는 계율을 거역하기 어려운 이유는 계율 불복종에 대한 공포로 인해 복종을 내면화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2) 조계종단의 팔경계 적용 방식
인도에서 비구니계단이 사라진 원인에 대해서 낸시 포크는 비구니의 낮은 지위로 인해 적절한 보시를 받지 못한 가부장적인 구조, 비구니 승가의 교육 부재, 그리고 비구니에게만 적용된 팔경계를 주요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팔경계가 비구니계단의 소멸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것인데, 팔경계는 오늘날 조계종단에서 다음과 같이 다양한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다.
첫째, 팔경계는 종단 내 비구니를 규율하는 도구로 작동하고 있다. 이부승 수계제도하에서 비구니는 출가자로 출발하는 수계식에서부터 팔경계를 받으면서 비구에 대한 복종을 강요당한다. 그 결과 승가 내 비구니 차별은 당연시된다. 예를 들면 2007년 조계종 원로회의 의장 스님이 비구니가 비구와 똑같이 25조 가사(袈裟)를 입는 것은 ‘팔경계에 어긋난다’고 반대하면서, 부처님 법대로 살기 위해서는 팔경계를 기반으로 종단을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1982년 비구니 수계식에서 비구니 묘엄은 교수아사리직을 맡았는데, 1999년 비구니 수계식에서 비구 율사들은 비구가 교수아사리직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비구니 묘엄이 문제를 제기하자 비구 율사들은 “감히 비구니가 언성을 높여 비구를 가르치려 드느냐?”며 팔경계를 들어 복종을 강요했다고 한다. 이처럼 팔경계는 종단 내에서 비구니를 규율하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
둘째, 팔경계는 종법에도 영향을 미친다. 종단 내에서 비구 승가는 법·제도와 규범을 만들고 경전을 재해석하는 등 공적 영역을 담당하고, 비구니 승가는 비구 승가가 제시한 법과 규율을 따르며 신자를 재생산하는 포교와 교육이라는 사적 영역을 담당한다. 만약 비구니 승가가 공적 영역에 개입하고자 하면 ‘종법에 대한 도전’ 혹은 ‘해종(害宗) 행위’로 비난한다. 예를 들어 2012년 6월 중앙종회에서 한 비구니 의원이 비구니도 교육원장이나 포교원장이 될 수 있도록 종법 개정을 제안했는데, 이에 비구 의원들은 “율장 정신과 정체성을 확실히 알고 가야” “불교 발생 근원을 생각하면서”라며 종법 개정을 반대했다. 이처럼 팔경계는 종법의 비구니 차별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로 작동하고 있다.
셋째, 팔경계는 비구 승가의 가부장적 문중불교를 고착시키는 데 영향을 미친다. 한국불교에서 문중은 선지식의 가르침을 계승하는 장점도 있지만,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가부장제하 부자(父子) 관계로 재현되면서 스승 비구는 문중에서 절대적 권위를 갖는다. 또한 성철, 만공 등 뛰어난 비구승들은 근대 비구니 승가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비구니 승가도 스승으로 존경한다. 하지만 문중의 가부장성은 팔경계와 맞물려 제자 비구에게도 계승되면서, 비구니 승가의 복종 요구도 계승된다. 예를 들면 중앙종회 본회의장에서 비구니 호계위원과 관련해서 일부 소장파 비구 의원들이 “(문중의) 어른들을 생각하면 절대 찬성할 수 없고……” “노스님들은 용납 못 해……”라고 한 반대 발언에서도 문중 내 가부장성이 제자 비구들에게 계승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넷째, 팔경계는 부정적인 여성관을 확신할 수 있다. 팔경계가 비구니를 ‘여성’ 출가자라는 이유로 차별하게 되면 비구니는 수동적이고 폐쇄적인 여성관을 내면화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뛰어난 수행력으로 출가자 대신 실질적으로 선원을 지도하고 있는 몇몇 재가 여성지도자들은 공통적으로 은둔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는데, 이는 여성 수행자의 개인적 특성이라기보다는 여성 불자를 차별하는 종단문화에 기인하는 특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처럼 팔경계는 종단 내 비구 승가 중심의 가부장성이 전승·유지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더 나아가 비구니 차별적인 종법에도 정당성을 부여한다. 이런 환경에서 비구니 승가가 자신들의 권익을 주장하고 관철시키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하여 비구니 승가는 비구 승가에 저항하기보다는 비구 승가와 타협하거나 인내하면서, 비구 승가의 권위에 순종하거나 은둔하면서 종단 일에 무관심하며 갈등 상황을 벗어나고자 했을 것이다.


3. 팔경계의 성차별성에 대한 불교인의 인식

이 장에서는 종단 소속 출·재가자들을 대상으로 팔경계의 성차별성에 대한 인식을 실태조사로 알아보고자 한다. 오늘날 출·재가자들은 팔경계가 성차별적이라고 생각하는지, 팔경계와 종법은 어떤 상관성이 있는지, 그리고 팔경계로 차별받는 ‘여성’ 출가자인 비구니 집단은 ‘여성’으로 태어난 것에 대해 만족하는지, 팔경계로 비구니를 규율하는 집단인 비구 집단은 어떤 여성관을 가졌는지를 중점적으로 분석할 것이다.

1) 팔경계의 성차별성에 대한 불교인의 인식
출·재가자들은 팔경계의 성 차별성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100세 비구니라 할지라도 갓 출가한 비구에게 예를 갖추어 절해야 하고 비구에게는 그 규정이 없는 것은 남녀차별이다.”라는 팔경계의 제1조항으로 설문조사를 하였다. ‘성차별’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출가자도 성별에 의해 비구와 비구니로 구분되기 때문이며, 팔경계 제1조항으로 분석한 이유는 팔경계와 관련된 토론회나 설문조사, 중앙종회의원들의 회의 발언, 출가자들의 인터뷰 등에서 팔경계의 대표적인 문항으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조항이기 때문이다.
팔경계의 성차별성에 대한 인식을 묻기 때문에 ‘팔경계 성차별의식’으로 명명하였는데, 점수가 높게 나올수록 팔경계는 성차별적이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그 결과는 〈표 1〉과 같다. 네 집단의 응답에서 ‘그렇다’와 ‘매우 그렇다’를 합쳐서 ‘팔경계가 성차별’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를 보면, 재가여성(75.9%) > 재가남성(69.8%) > 비구니(67.4%) > 비구(31.1%)의 순서로 나타났다. 팔경계가 출가자에게 적용되는 계율임에도 불구하고 재가여성 집단은 팔경계가 성차별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고, 다수의 재가 남녀불자와 비구니 집단은 팔경계가 성차별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반면 비구 집단은 팔경계가 성차별이 아니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팔경계가 성차별이 아니라는 인식을 ‘매우 그렇지 않다’와 ‘그렇지 않다’를 합친 응답으로 살펴본 결과, 비구니 집단 16.6%와 비구 집단 48.2%로 나타났다. 비구의 절반 정도는 팔경계를 지켜야 하는 계율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며, 비구니 집단의 16.6%도 팔경계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인식함을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보면 출·재가자를 합친 전체 응답자 가운데 69.2%가 팔경계가 성차별이라고 응답하여, 불교인들은 대체로 팔경계가 성차별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팔경계가 성차별적이라는 인식에 대한 비구 집단(31.1%)과 비구니 집단(67.4%) 간의 인식 차이가 매우 커서, 승가 내에서 젠더 갈등이 논쟁적인 이슈가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팔경계를 기반으로 하는 종단 내 법과 제도 등에 대한 비구니 승가의 불만도 매우 클 것으로 짐작되어 출가자 사이의 계율 갈등이 증폭될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표 1〉 ‘팔경계 성차별의식’에 대한 집단 간 비교
구분  100세 비구니라 할지라도 갓 출가한 비구에게 예를 갖춰 절을 해야 하는 것은 남녀차별  전체
응답자
 매우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다  그저
그렇다  그렇다  매우
그렇다  
 %  %  %  %  %  N
비구  22.9  25.3  20.6  17.6  13.5  170
비구니  7.3  9.3  16.0  28.7  38.7  150
재가남성 4.6  10.3  15.2  41.1  28.7  348
재가여성  2.7  8.9  12.5  40.9  35.0  975
전체  5.6  11.0  14.2  37.4  31.8  1643


2) 종법과 팔경계의 상관성
앞서 비구니를 차별하는 종법의 근저에는 팔경계의 영향이 크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살펴보았는데, 종법과 팔경계는 어떤 상관성이 있는지 실태조사를 통해 알아보았다. 출·재가자의 팔경계가 성차별적이라는 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을 알아보기 위하여 인구학적 요인과 교리의 성평등 의식, 교리의 신행 영향, 출가자 행복지수, 종법의 성차별 의식, 인구학적 요인 등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는 〈표 2〉와 같았다.
분석 결과, 팔경계가 성차별적이라고 인식하는 데 영향을 주는 변수는 제시된 요인들 가운데 ‘종법의 성차별 의식(비구 β=.632, 비구니 β=.457)’뿐이었다. 즉 종법이 성차별적이라고 인식할수록 팔경계가 성차별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현재 종법이 성차별이 아니라고 인식한다면 팔경계도 성차별이 아니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팔경계는 종법〈표 2〉 출가자의 ‘팔경계 성차별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구분 비구 비구니
 비표준화 계수  표준화 계수  비표준화 계수  표준화 계수
 B   베타 B  베타
요인 교리의 성평등의식 -.066 -.042 -.049 -.034
 교리의 신행영향 .099 .060 -.156 -.117
 종법의 성차별의식 .714 .632*** .633 .457***
 출가자 행복지수 .047 .020 -.063 -.029
 성정체성 만족도 -.225 -.131 -.061 -.058
 여성신행 우월성 .082 .063 .014 .013
 부정적인 여성관 -.007 -.006 .025 .020
 사회적 성평등의식 -.187 -.093 .126 .061
 양성평등교육 경험 여부 -.259 -.066 .155 .036
 연령 30대 이하 .068 .023 -.096 -.033
 상수 2.236***  1.842***
 R2 0.505 0.259
 F 14.183***  4.405***
      * p<0.05 ** p<0.01 *** p<0.001

과 관련되어 출가자 집단의 성평등 의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구 집단의 팔경계와 종법 상관성이 비구니 집단보다 더 크다는 것은, 비구들이 팔경계를 성차별적이라고 인식하면 할수록 종법이 성차별적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성이 비구니보다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종법을 성차별적이라고 인식시키기 위해서는, 그리하여 장차 종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종단 구성원 가운데 특히 비구 집단이 팔경계를 성차별적인 계율이라고 인식하게 하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동일한 방식으로 재가 남녀집단을 분석한 결과도 이와 유사하게 나타났다. 제시된 요인들 가운데 재가 남녀불자의 ‘팔경계 성차별의식’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변수는 ‘종법의 성차별의식(여 β=.634, 남 β=.742)’으로, 재가자 집단에서도 종법과 팔경계에 대한 성의식은 상호 큰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재가 남녀불자로 하여금 종법이 성차별적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데 가장 상관성이 큰 요인은 ‘팔경계’와 관련되며, 팔경계가 성차별적이라고 인식할수록 종법이 성차별적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보면, 출·재가자 집단에서 종법이 성차별적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팔경계가 성차별적이라고 인식하는 것과 높은 상관성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팔경계와 종법이 매우 높은 상관성을 가진다는 것은 종법의 비구니 차별에 정당성을 부여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비구니가 차별받지 않는 종법으로 개정되기 위해서는 팔경계의 재해석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3) 비구니 승가의 낮은 여성 정체성
‘여성’ 출가자인 비구니는 ‘여성 정체성’과 출가자라는 ‘수행자 정체성’을 가진다. 그런데 만약 여성은 열등하다는 부정적인 여성 정체성을 내면화할 경우 여성은 깨달음에 이를 수 없다는 부정적인 수행자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 그러므로 여성임을 만족하며 여성도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팔경계로 비구니가 차별받고 있는 현실에서, 과연 비구니는 긍정적인 여성 정체성을 가지고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출·재가자에게 ‘나는 여자(혹은 남자)로 태어난 것에 만족한다.’라는 성 정체성 만족도를 질문하였고, 그 결과
는 〈표 3〉과 같다.
즉 비구(4.36) > 재가남성(4.32) > 재가여성(3.90) > 비구니집단(3.51)의 순서로, 비구니는 여자로 태어난 것에 대해 가장 불만인 집단이었고, 비구는 남자로 태어난 것에 가장 만족하는 집단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구/비구니의 격차(.85)가 재가 남/녀 간의 격차(.42)보다 더 높았고, 비구니 가운데는 다음 생에는 비구로 태어나고자 하는 경우도 있었다(정인영, 2012: 298). 이는 여성의 몸으로 태어난 것이 불만이라기보다는, 한국 사회의 성차별적인 종단에서 비구로 살아가는 것이 수행에 더욱 용이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설문조사 과정에서 만난 비구니들은 수행자 정체성과 성 정체성이 복합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수행자로서 ‘몰성적(gender-blinded) 정체성’과 여성으로서 ‘긍정적/부정적 여성 정체성’이 혼재되어, 상황이나 존재 방식에 따라 이 두 정체성이 드러났다. 예를 들면 수행자 정체성에서는 “머리 깎은 사람에게 남자, 여자가 어디 있나?”라며 여성으로 호명되는 것을 거부하였지만, ‘여성 정체성’에서는 “부처님이 남녀차별을 했어?”라며 여성임을 드러냈다.
또한 긍정적인 여성 정체성을 가진 비구니는 “남녀를 차별하는 사람들은 부처님 공부가 잘못된 사람들이야.”라며 자신이 ‘여성’임을 받아들이고, “비구니라고 못할 게 뭐 있어.”라며 긍정적인 수행자 정체성으로 깨달음에 자신감을 보였다. 반면에 부정적인 여성 정체성을 가진 비구니는 “여자니까 어쩔 수가 없지.”라며 자신이 ‘여성’임을 불만족스러워하고, “다음 생에는 비구로 태어나고 싶다.”라며 부정적인 수행자 정체성으로 깨달음에도 불확실한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비구니에게 성 정체성 만족도는 수행자 정체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즉, ‘여성’으로 태어난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여성성불론을 믿는 경향이 있었고, ‘여성’임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면 변성성불론을 믿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조사 결과 비구니 집단은 네 집단 가운데 가장 낮은 성 정체성 만족도를 보여, 현실의 수행생활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침을 짐작할 수 있었다.

4) 비구 승가의 부정적인 여성관
‘여성’ 출가자를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하는 팔경계가 계율로 전승된다면, 여성은 과연 열등하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불교 내 대표적인 부정적인 여성관으로 ‘전생에 업이 많으면 여자로 태어난다.’는 여성업설과 ‘여성이 성불하려면 남성의 몸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변성성불론이 있는데, 이 두 문항을 ‘부정적인 여성관’이라는 변수를 생성하여 출·재가자의 여성관을 알아보았다. 수치가 높을수록 여성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더 높다고 할 수 있는데, 그 결과는 〈표 4〉와 같다.
부정적인 여성관에 대해 비구 집단(2.68) > 비구니 집단(2.4) > 재가여성(2.27) > 재가남성(1.94)의 순서였다. 비구 집단이 가장 부정적인 여성관을 보였고, 재가자보다 출가자가 더욱 부정적인 여성관을 가지고 있었다. 출가자는 재가자의 영적 지도자로서 교리를 가르치고 수행을 지도하며, 사회보다 더 높은 도덕적 가치로 중생들을 교화해야 한다. 현재 종단이 비구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에서, 비구 집단이 4집단 가운데 가장 부정적인 여성관이 높게 나타난 것은 성평등한 종단문화의 구축이 매우 우려된다고 할 수 있다.
이 조사 분석의 결과를 놓고 부정적인 여성관이 팔경계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계율은 승가가 깨달음에 이르기 위해 지켜야 할 규칙이자 생활규범이다. 또한 비구승의 48.2%가 팔경계를 지켜야 한다고 응답한 현실에서, 비구니 집단은 부정적인 여성관을 가질 수밖에 없고, 성 정체성 만족도가 낮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이처럼 팔경계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열등하고 부정적인 여성관을 유포하고, 비구니와 재가여성의 차별을 정당화하여 교단 내 가부장적 위계질서를 확립하는 데 유용한 도구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4. 결 론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국가가 주도하여 성차별을 금지하는 각종 법을 만들고 성평등을 강제하는 여성정책을 적용하고 있다. 이처럼 사회의 성평등 수준이 향상되면서 종단 내에서도 종법의 성차별성을 비판하거나 열등한 여성관을 포함하고 있는 왜곡된 교리의 재해석을 요구하며, 여성을 차별하는 계율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팔경계는 이부승가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비구니 승가에게 해당되는 계율이므로 매우 중요하다. 또한 팔경계는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공동체의 단합과 기쁨을 위한다는 계율의 제정 목적에 합당하는지, 깨달음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계율 제정의 기준에 합당하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오늘날 비구니 승가 내에서 팔경계에 대한 비판이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팔경계가 유지되고 있는 이유는 비구니 승가의 계율 위반에 대한 공포가 크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설문조사 결과 비구 승가의 절반 정도는 팔경계를 반드시 지켜야 하는 계율로 인식하는 반면, 비구니 승가와 남녀 재가불자는 팔경계가 성차별적인, 비불교적인 계율로 인식하고 있었다. 또한 출·재가자 모두 팔경계가 성차별적이라고 인식할수록 종법이 성차별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므로 비구니 차별적인 종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팔경계에 대한 재해석이 필수적임을 짐작할 수 있다.
붓다는 깨달음을 이룰 수 있는 당당한 주체로서 여성상을 정립했지만, 네 집단 가운데 비구니 집단은 성별 만족도가 가장 낮아 여성으로 태어난 것에 불만이었고, 비구 집단은 남성으로 태어난 것에 가장 만족한 집단이었다. 비구니 집단의 낮은 성 정체성 만족도는 여성불성불론이나 변성성불론 등과 연결될 수 있어 깨달음에 대한 공포를 가중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비구 집단은 ‘여성업설’과 ‘변성성불론’에 기반한 부정적인 여성관을 가장 믿고 있어 비구 중심의 종단 운영이 성별 위계라는 가부장성을 고착화할 가능성이 크다. 팔경계가 비구니 차별적인 종법을 정당화하는 기제로 작동하기 때문에 비구니 집단이 부정적인 여성관을 갖고 성정체성 만족도가 낮게 나타난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출가자뿐만 아니라 재가자 다수가 팔경계를 성차별적이며 비불교적인 계율로 인식하고 있지만, 종단은 ‘전통’과 ‘관습’이라는 미명하에 2,600여 년 전의 계율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계율은 승가가 깨달음에 이르기 위해 만들어진 규칙이자 생활규범이지만, 팔경계는 이부승가 내에서 계율 갈등과 젠더 갈등이라는 이중적인 갈등을 노출시키며 소극적, 폐쇄적, 수동적인 비구니상을 강요하고 있다. 이는 종단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평등을 절대화한 붓다의 가르침에도 적합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불교는 전파되는 과정에서 각기 다른 사회문화적 환경에 적응하기 위하여 계율을 재해석하기도 했고, 만약 계율이기 때문에 절대불변이라고 한다면 현대적 규범인 ‘청규(淸規)’를 제정해서 적용한 사례도 있지만, 종단은 이러한 변용이나 재해석조차 거부하고 있다. 비록 계율이라고 할지라도 계율 정신은 살리면서 현실에 맞게 재해석하는 것은 교단 발전을 위한 길일 것이다.
종단의 비구니 차별을 극복하고 성평등한 종법 개정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또한 인간 평등을 강조한 붓다의 가르침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팔경계의 재해석이 시급하다. 아울러 붓다의 가르침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왜곡된 교리에 나타나는 부정하고 열등한 여성관을 바로잡아 긍정적인 여성관을 확립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비구니 승가와 재가 여성불자는 종단 내 성평등 담론의 생산자, 유포자, 실천자로서 주체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

 

옥복연 /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 선임연구원. 미국 Southern Connecticut State University 여성학 석사, 서울대학교 여성학협동과정 박사. 박사학위 논문으로 〈한국불교 조계종단 종법의 성차별성에 관한 여성주의적 연구〉가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 〈불교신자의 성평등의식에 관한 성별 분석〉 〈경전에 나타난 여성혐오적 교리의 재해석〉 〈조계종단 여성불자 참종권 배제의 정치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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