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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과 성찰] 탈북자 문제와 불교의 역할 / 홍성란
[62호] 2015년 06월 01일 (월) 홍성란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 상임포교사

탈북자 문제는 이제 우리 정치사회에서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 중의 하나다. 대한민국으로 넘어온 탈북자의 수가 3만 명을 넘었다고 하니, 실로 엄청난 숫자의 탈북자들이 현재 우리와 살아가는 셈이다. 이들이 남한사회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마련한 ‘하나원’에서 12주간 정착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 기간 중에 하나원은 남한사회의 특징인 종교활동을 권장한다. 이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종교 활동의 하나인 사회봉사와 구제의 차원에서 최후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종교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원에는 현재 불교와 개신교, 천주교가 활동하고 있다. 매주 일요일 같은 시간대에 종교 활동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한국에 도착하여 처음으로 종교를 접하다 보니 처음에는 어느 종교로 가야 할지 주저한다. 많은 경우에 개신교를 통해 입국하다 보니 처음에는 개신교를 택하는 비율이 높다. 하지만 2, 3주가 되면 이런 양상에 변화가 온다. 점차 선물을 많이 주는 종교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들 입장에서는 물질적 지원을 하나라도 더 받아야 한다는 절박감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한 포교, 선교활동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향후 통일이 되었을 때, 이탈주민들의 상당수는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곳에서 주민들에게 자신의 종교를 전파하게 되며, 이는 곧 북한의 종교지형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의 결과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불교계에서도 몇몇 스님과 포교사들이 중심이 돼 하나원 법회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그 결과 8년 전 불교 참여 인원이 불과 10여 명 안팎이었던 것이 지금은 100명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가장 많은 탈북자들이 ‘내 성향과 맞는 종교는 불교’라며 법당을 선택하고 있다.

하지만 12주 교육을 마치고 집을 배정받아 입주하면서 상당수는 개신교나 가톨릭으로 개종한다. 배고픈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종교적 신념이 아니라 빵이다. 그런 기대를 가지고 사찰을 찾아가지만 이렇다 할 지원이나 도움을 받기가 힘들다. 아무리 좋은 가르침이라 해도, 북한이탈주민들이 가족들과 헤어져 눈물짓고 있을 때 손 내밀어 주고 눈물을 닦아주지 못하면 공허해진다. 절에 가서 스님들의 좋은 말씀을 듣고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으면 포교가 잘 되리라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들에게는 좋은 말씀보다 위로와 빵이 더 절실한 것이 현실이라는 뜻이다. 반면 기독교는 적극적으로 찾아와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며, 도움을 주다 보니 탈북자들 입장에서는 불교보다 기독교 시설을 찾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또한 개신교의 경우 네트워크도 잘 되어 있어, 누가 어느 지역으로 갔는지 파악해 해당 지역 교회, 성당과 연계해 관리를 한다. 미혼모 시설이나 청소년 그룹 홈, 아이 돌봄 놀이방 등의 사회복지시설도 상당수를 기독교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어려운 한국정착에서 교회와 성당은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이에 비해 불교는 거의 손을 놓고 있는 형편이다.

탈북주민에 대한 포교가 이웃 종교에 비해 부진한 이유는 간단하다. 불교계의 탈북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 때문이다. 10여 년 전에 비해 많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소극적이다. 특히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 될수록 북한이탈주민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더 냉담해지기 일쑤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단기적 성과보다는 장기적 안목의 관심이 필요하다. 북한이탈주민의 80%가 종교를 가지고 있으며, 이 중 80%는 교회를 다니는 현실은 통일 이후 북한의 종교지형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개신교 쪽은 현재 무려 3,000여 명이 넘는 선교사와 목사들이 중국에서 탈북자들의 한국행을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염두에 두면 불교계의 대응은 너무 안이하다. 하나센터 운영이 좋은 예다. 하나센터는 탈북주민들이 정착 교육을 받고 퇴소한 뒤 후 한 달간 교육을 받는 곳이다. 이 센터는 그 지역에서 공공기관 이용하는 방법, 은행 이용하는 방법 등을 안내하는 북한이탈주민재단에서 관리하는 곳인데, 종교단체에서 수탁운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어느 종교가 운영하느냐에 따라 북한이탈주민들의 종교적 성향이 결정된다. 그런데 불교는 겨우 원주와 성남 두 곳을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북한이탈주민 쉼터’도 마찬가지다. 이 쉼터는 북한이탈주민 재단에서 공모 사업을 통해 재단과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이곳 역시 기독교와 천주교에서 거의 운영을 하고 있고 불교는 광주와 대구에 한 곳씩 있는 정도다. 한마디로 말해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정책도 마련되지 않았으며, 관련 사회시설을 확보하지 못한 불교에서는 이들에게 다가설 방법도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포교는 불교의 자비정신을 구현하는 현장으로서 반드시 활성화되어야 할 분야다.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곧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행이 아니던가. 이런 실천행이 꾸준하게 이어질 때, 남북관계의 동질성 회복과 통일 후 북한에서 우리 민족문화를 전파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북한 사회는 통일 후 급속히 기독교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일방적인 흐름은 사회의 균형발전과 통합을 저해하는 또 다른 갈등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북한이탈주민들은 아직 한국의 문화에 대해 잘 모른다. 불교는 이들에게 고유의 문화를 가르쳐주고 동질성을 회복시킬 수 있는 문화적, 교리적 여건을 두루 잘 갖추고 있는 종교다. 불교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크게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분야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지역별 거점사찰을 구성하고 탈북자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룰 포교사 양성에 나서야 한다.

북한이탈주민들이 한국 문화를 이해해 가는 것은 어린아이가 걸음마를 배우는 것과 같다. 인내를 갖고 이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정착하도록 지원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그들이 우리와 잘 어우러질 때, 평화적 통일도 이뤄지고 민족의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불교가 그 역할의 중심에 나설 때, 미래의 통일한국은 5천 년의 전통을 이어갈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불교가 탈북자 문제에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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