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불교평론학술상 수상기념 강연

1. 서언

근현대불교가 불교계에서 관심 대상으로 인식된 시점은 삼보학회에서 근현대불교의 자료수집을 통한 《한국불교 최근 백년사》 편찬 사업을 시작하던 1965년이었다. 그 사업에 정광호와 서경수가 참여하였는데, 이로써 근현대불교의 연구 기간은 50년에 달한다. 그러나 불교, 종교, 역사 등의 학문 분야에서 근현대불교가 본격적인 연구 대상으로 설정된 시점은, 20세기가 마감되고 21세기가 시작되었던 2000년 무렵이었다. 지난 100년을 정리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대전환기에 즈음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등 각 분야에서 자생적인 성찰 흐름이 대두하였을 때 불교계도 이런 흐름에 합류하였다. 즉 최근 백 년의 불교사를 객관적으로 인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1998, 99년의 조계종 ‘종단사태’는 강한 성찰을 요구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근현대불교 연구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촉발시켰다.
이 같은 배경하에 근현대불교 분야는 불교학 분야에서 뒤늦게 출발하였지만, 최근의 관련 학술행사, 성과물을 유의하면 가장 활발한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추세는 자연스럽게 이 분야의 연구 성과와 과제에 대한 객관적인 비평을 요구하고 있다. 비평과 성찰이 엄정하고, 다양하게 개진되어야 추후 이 방면의 연구가 더욱더 참신하고, 새롭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같은 연구 성과의 급증과 그로 인해 심화된 모순 등을 고려할 때, 근현대불교 연구의 비평, 성찰 작업은 일부 학자에 의해서만 진행되는 등 전반적으로 미약했다고 볼 수 있다.
필자는 이 글에서 지난 50년간, 근현대불교 분야의 연구에 대한 비평의 일환으로 연구의 성과, 동향, 과제 및 전망 등을 대별하여 서술하였다. 이 논고가 추후 이 분야에 대한 재인식, 연구과제 설정 등에 참고가 되길 기대한다.


2. 연구의 성과

1) 맹아기(1965~1992)
근대불교를 주목한 시점은 1960년대 중반부터이지만 본격적인 연구는 1970년대부터 본격화되었다. 여기에는 세 가지의 요인이 작용했다. 첫 번째 요인은 1965년에 시작된 삼보학회의 《한국불교 최근 백년사》 편찬 사업이다. 두 번째 요인은 1973년 《한용운전집》 발간이었다. 그리고 한용운의 전집 발간과 연결해서 주목할 내용은 《창작과 비평》이 한용운을 내세워 창비의 정체성을 구현한 작업인데, 이 구도는 한용운 연구를 추동했다. 세 번째 요인은 백용성 연구의 개시였다.
먼저 삼보학회의 《한국불교 최근 백년사》 편찬의 개요를 살펴보자. 이 사업은 불교정화운동이 일단락이 된 1960년대 초 조계종에서 정화운동의 타당성을 입증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시작되었다. 즉 근현대불교사의 정리, 자료 수집의 필요성을 절감한 주체들(행원, 경산, 박성배)의 역사의식에서 잉태되었다. 이 사업은 1965년 말에 시작되어 1969년까지 진행되었으나 예정했던 《한국불교 최근 백년사》 발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출판은 하지 못했으나, 자료집 성격의 등사판 책자는 학자들에게 배포되어 일정 정도 자극을 주었다. 삼보학회의 작업에 참여한 실무자들은 자료수집을 담당한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근대불교 연구를 수행했는데, 정광호와 서경수를 들 수 있다. 정광호는 성과물을 활용해 〈대한불교〉에 근대불교를 연재하였고, 경희대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하며 근대불교 연구를 개척했다. 그는 일제의 종교정책, 한국에 유입된 일본불교의 성격, 불교의 자주화(선학원 및 종단 건설) 등을 연구해, 《근대 한일불교관계사 연구》(인하대출판부, 1994)를 펴냈다. 서경수는 불교100년사를 개괄적으로 정리하면서 사찰령과 고승을 연구했다.
한편, 1973년 신구문화사가 발간한 《한용운전집》은 근대불교를 대표한 승려인 한용운의 연구를 추동했다. 전집 작업에 참여한 인권환과 박노준은 《만해 한용운 연구》를 1960년에 통문관에서 펴냈다. 이전에도 한용운의 글이 출판되었으나, 전집 발간으로 본격적인 한용운 연구가 가능해졌다. 《한용운 전집》이 발간되기 직전, 1970년대 초 《창작과 비평》은 정체성 구현 차원에서 한용운의 자료 및 연구를 게재했다. 게재된 자료는 〈조선독립의 서〉와 〈조선불교유신론〉(이원섭 역주)이었고, 안병직과 염무웅은 만해의 독립사상과 정체성에 관한 글을 기고했다. 이런 기조에서 1974년 ‘만해문학상’을 제정했다.그리고 《나라사랑》 2집(1971)이 한용운 특집호로 나왔다. 어찌 되었든, 《한용운 전집》은 만해 연구를 본격화하는 데 기여했다. 이와 함께 임중빈의 《한용운 일대기》(1974), 고은의 《한용운 평전》(1975)이 출간되었다. 《불광》 41호(1978. 3)는 한용운을 특집으로 다루었고, 만해사상연구회(김관호, 전보삼)는 《한용운사상연구》(전 2권; 1980, 1981)를 펴내 한용운 사상을 점검했다.
이렇듯이 1970년대 근대불교의 연구에서 한용운은 중심적인 소재가 되었다. 백용성 연구도 1970년대부터 이영자, 광덕, 한보광, 한종만이 연구했으나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한용운과 백용성에 대한 연구는 3·1 운동의 민족대표였다는 점이 그 시절 풍미하던 민족주의의 산물로 이해된다.
그러다가 진일보한 연구는 강석주와 박경훈이 공동작업하여 1980년 중앙일보사에서 펴낸 《불교 근세 백년》이다. 학술서는 아니지만 주제별로 근대불교의 실상을 조명한 소책자였다. 근대불교를 경험한 당사자의 증언과 관련 자료를 연결했다는 점이 특별했다.
그러나 불교학 및 역사학 방면의 접근은 황무지였다. 이 시기에 나온 연구 성과물은 안계현의 3·1 운동(1969), 이광린의 개화승 이동인(1970)과 유대치(1973), 홍이섭의 한용운 불교(1973), 남도영의 명진학교(1981), 이영무의 한용운(1982), 김영태의 근대불교의 종통·종맥(1984), 김창수의 항일불교 운동(1992) 등의 고찰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 시기에 《석영첩(錫影帖)》(1966), 《만암문집(蔓庵文集)》(1967), 《만공어록(滿空語錄)》(1968), 《향곡선사 법어집(香谷禪師 法語集)》(1971), 《효봉어록(曉峰語錄)》(1975), 《금오집(金烏集)》(1977), 《동대칠십년사》(1976),《대의대종사전집(大義大宗師全集)》(1978),《남천선사문집(南泉禪師文集)》(1976), 《해안집(海眼集)》(1981), 《역대종정법어집,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손가락 끝은 왜 보고 있나》(1981), 《선문정로》(1981), 《산이 물 위로 간다. 성철선사 법어집》(1982), 《환경대선사회고록(幻鏡大禪師回顧錄)》(1982), 《추담설법집(秋潭說法集)》(1983), 《운수산고(雲水散稿)》(1983), 《한국불교의 현주소》(1985), 《한국불교의 새 얼굴》(1987) 등 고승 법어집, 자료집이 출간되었다. 이 무렵 도서출판 밀알에서 ‘현대고승 법어 총서’ 시리즈로 현대 고승을 대중들에게 소개하였다.
이처럼, 맹아기 근현대불교의 연구는 한용운, 백용성 중심의 인물 연구, 《한국불교 최근 백년사》 편찬 및 《한용운 전집》 발간으로 연구 기반 구축, 소수 연구자의 고군분투 등으로 요약된다. 연구 주제는 식민지 불교와 일본불교의 성격, 사찰령, 3·1 운동의 참여 등 극히 제한적이었고, 연구의 수준도 정리의 차원이었다.

2) 근현대불교 연구의 개척기(1993~2000)
근현대불교가 본격적으로 연구된 것은 1990년대였다. 이 시기에 연구가 본격적으로 개척된 것은 다양한 요인의 집중에서 찾을 수 있다. 그것은 연구를 추동한 자료집의 다량 발간, 승려들의 근현대불교 연구의 중요성 자각, 사학·불교학·종교학·철학 분야 연구자들의 자생적 등장 등이다.
1990년대, 근대불교 연구를 촉발한 것은 임혜봉의 《친일불교론》(전 2권, 1993)이었다. 이 책은 출간 즉시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고, 근대불교의 또 다른 축이었던 항일불교가 연구되어야 함을 환기시켰다.
근대불교 연구의 기폭제가 된 것은 선우도량의 《신문으로 본 한국불교 근현대사》(전 2권, 1995)의 출간이었다. 선우도량은 조계종단의 승풍진작과 승가상 확립을 주도한 단체로 1990년 수덕사에서 발족하였는데, 승단의 문제점이 근대불교에서 기원함을 인식했다. 그래서 ‘한국불교 근현대사연구회’를 두고 연구를 추진했는데, 그 성과물이 《신문으로 본 한국불교 근현대사》였다. ‘한국불교 근현대사 자료집 1’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이 책자는 〈조선일보〉 〈동아일보〉 〈경향신문〉 등에 나온 불교 자료(1920~1969)를 발췌한 자료집이었다. 선우도량은 그 이후에도 ‘한국불교 근현대사 자료집 2’인 《신문으로 본 한국불교 근현대사》(전 2권, 1999)를 펴냈다. 이 자료집은 〈독립신문〉 〈황성신문〉 〈매일신보〉 등에 나온 불교 자료를 편집했다. 선우도량의 책자는 근현대불교 연구의 기반을 구축했다.
다음으로 주목할 자료집은 민족사에서 펴낸 《한국 근현대불교 자료전집》(전 69권, 1996)이었다. 이 자료집은 근현대불교 시기의 잡지, 신문, 문건 등을 망라했는데 동국대학교, 이철교, 윤창화 그리고 필자가 소장한 자료를 영인 출판한 것이다. 민족사는 한국 현대불교사를 이해하는 데 필수 자료인 1960~1980년의 〈대한불교〉(전 9권, 1998)도 영인, 보급하였다. 또한 실천불교전국승가회는 진보적인 승가 운동을 집약한 자료집을 펴냈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자료집’이라는 부제로 출간된 《한국현대불교운동사》(전 4권, 1996·1999)는 정토구현승가회, 대승불교승가회, 10·27 법난, 민족자주·통일불교운동협의회 등의 활동을 전하는 문건, 회보, 신문이 모두 망라되었다.
이 시기에는 다양한 성격의 자료집이 출간되었다. 우선 불교 지성을 대표하는 박한영의 자료집인 《영호대종사 어록(映湖大宗師 語錄)》(1988)과 역경을 주도한 운허의 《운허선사 어문집》(1989)이 발간되었다. 1990년에는 《경허집》과 《한암집》이 출간되었다. 불교학자 권상로의 자료집 《퇴경당전서》(전 10권, 1990년), 백용성의 저술(번역 포함)을 망라하여 영인한 《용성대종사 전집》(전 18권, 1991년)도 출간되었다. 불교정화운동의 주역인 청담의 자료집 《청담대종사전서》(전 6권)는 1999년에 출간되어 현대불교의 연구에 힘을 보탰다.
이 외에도 많은 책자와 자료집이 선보여 근현대불교 연구의 기반을 다졌다. 현대불교의 나갈 방향을 제시한 논문집인 《한국불교의 현실과 전망》(1986), 불교학자인 황성기의 자료집인 《황성기박사 불교문집》(전 3권, 1989), 이회명의 자료집인 《회명문집》(1991), 범어사 고승 성월의 《성월대선사》(1990), 태고종 박대륜의 자료집 《대륜대종사 법어집》(1991), 덕숭선풍을 구현한 고봉의 《겁외가(劫外歌)》(1991), 성철의 중도사상을 보여주는 《백일법문》(1992), 불교철학가인 소천의 《소천선사 문집》(전 2권, 1993), 종정을 역임한 한암의 《한암일발록》(1995), 민중불교운동 자료집 《민중불교》(1995), 정화운동에 참여한 서운의 자료집 《서운선사 법어집》(1997), 송광사 고승 구산의 《구산선풍》(1997), 금오 문중 월산의 《월산선사 법어집》(1998), 범어서 고승인 동산의 《동산대종사 문집》(1998), 혜월선풍을 계승한 철우의 《철우선사 법어집》(1998), 통합종단 초대 총무원장 임석진의 《기산문집(綺山文集)》(1998), 근세 비구니 행장을 정리한 《깨달음의 꽃》(1998), 정화운동의 주역 문성준의 《성준화상목우록(聲準和尙牧牛錄)》(1999), 총무원장을 역임한 정대의 《정대선사 법어집》(1999), 백양사 계열 최태종의 《월하문집》(1999), 통도사 고승 경봉의 행적을 보여주는 《삼소굴 일지-경봉대선사 일기》(1992)와 《삼소굴 소식》(1997)이 발간되었다. 그리고 불교정화운동 기록과 민도광의 일지를 수록한 《한국불교 승단 정화사》(1995)와 조계종이 펴낸 《강원총람》(1997), 《종회회의록》(1999~), 《선원총람》(2000) 등도 많은 연구자의 호응을 받았다.
이와 같은 다양한 자료집 출간은 근현대불교 연구에서 자료적 어려움을 해소하고, 연구 환경의 전환에 기여, 신진 학자들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필자는 임혜봉의 《친일불교론》을 대하고 나서, 친일불교에 대응적인 항일불교의 연구가 급선무임을 자각하고 항일운동, 종단건설, 불교 자주활동, 불교청년운동, 일본 유학생, 해방공간 불교, 불교정화운동 등의 움직임을 분석하여 이를 단행본으로 발간했다. 《한국근대불교사연구》(1996), 《한국 근대불교의 현실인식》(1998), 《용성》(1999), 《근현대불교의 재조명》(민족사, 2000), 《우리가 살아온 한국불교 백년》(민족사, 2000), 《한국불교 100년》(화보집, 2000) 등이 필자가 저술한 연구서들이다. 그 무렵, 근대불교 연구에 동참한 학자는 김경집, 김순석, 송현주, 이재헌, 이경순 등이다. 김경집은 동국대에서 개화기 교단사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한국 근대불교사》(1998)를 발간했다. 그는 불교개혁론, 개항기 불교 등을 연구했는데, 《한국불교 개혁론 연구》(2001)도 펴냈다. 김순석은 일제의 불교정책, 일본불교 유입 등을 연구하였다. 그는 고려대에서 조선총독부의 불교정책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일제시대 조선총독부의 불교정책과 불교계의 대응》(2003)을 펴냈다. 송현주는 서울대에서 현대 불교의 의례를 연구하여 1998년에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불교 의례, 불교의 종교성 등을 연구했다. 이재헌은 1999년 정신문화연구원에서 이능화와 권상로의 근대불교학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이능화와 근대불교학》(2007)을 발간했다. 그는 근대불교학, 불교정화 등을 연구했다. 이경순은 선우도량의 한국불교 근현대사연구회 간사 업무를 수행하면서 일본 유학생을 연구했다.
이처럼 근대불교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이 역사학, 불교학, 종교학 등에서 자생적으로 등장해 연구의 지평을 넓혔다. 이와 같은 신진 학자들의 연구와 함께 중진 학자들의 연구도 활발한 움ㅈ빅임을 보였다. 최병헌은 일제하의 불교에 대한 성격, 김상현은 3·1운동과 한용운, 한보광은 백용성, 양은용은 불교개혁 사상, 전보삼은 한용운, 채상식은 범어사 등을 연구했고, 임혜봉은 《종정열전》(1999)을 펴냈다.
1990년대 근대불교의 연구에 영향을 준 것은 사찰, 문중 등 근현대불교 고승과 유관한 승단의 연구기관 설립이다. 성철문도회는 1996년에 성철선사상연구원을 발족했고, 백용성의 유훈을 구현하는 대각회는 1998년에 백용성과 근현대불교를 연구하겠다는 취지로 대각사상연구원을 설립하였다. 그리고 경허, 만공의 연고 사찰인 수덕사는 1999년에 한국불교선학연구원을 만들었다. 이처럼 고승과 연고가 있는 사찰, 문도들이 고승의 연구를 추동하겠다는 취지로 등장한 연구원은 관련 분야의 연구를 진작시켰으나, 특정 사찰이나 문중을 중심으로 진행된 연구가 지속성,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의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1990년대는 근현대불교의 연구가 본격적인 학문의 기틀을 갖추었음을 보여준다. 다양한 자료집의 대거 출간으로 인하여 신진 연구자가 등장했고, 연구 수준이 진일보했다. 이런 연구 환경 개선으로 인해 근현대불교의 구체적인 내용, 흐름 등을 가늠할 수 있었다. 또한 근대 고승과 유관한 연구원이 설립되어 근대 고승 연구도 학문적 관점에서 착수되었다. 그러나 이처럼 관련 연구가 본격화되기 시작했음에도 별도의 학문적인 분야로 인정받지는 못했고, 연구 분야도 근대불교에 치중되었으며 현대불교 연구는 그 양과 질에서 아직 초보적인 수준을 면치 못했다.

3) 심화기(2000년 이후)
근현대불교의 연구가 본격적인 학문으로 취급되고, 연구 수준이 심화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이다. 이 변화는 1990년대의 연구의 소재가 다양화되면서도 질적으로 심화된 것, 그리고 21세기로 전환되는 시대적 상황에서 불교계 내부에서 제기된 사태에 대한 성찰의 움직임이 결합된 산물이다.
이런 변화상에서 주목되는 것은 조계종단, 태고종단, 천태종단이 각각의 종단사(宗團史)를 펴냈다는 점이다. 조계종단의 《조계종단사-근현대편》(2001), 태고종단의 《태고종사》(2006), 천태종단의 《천태종사》(2010)가 발간되었다. 이 같은 종단사 발간은 축적된 근현대불교의 연구에서 가능했고, 근현대불교 연구를 촉진했다. 특히 조계종 교육원의 불학연구소는 근현대불교의 연구를 추동해 다양한 성과물을 생산했다. 《불교근대화의 전개와 성격》(2006), 《불교정화운동의 재조명》(2008), 《봉암사결사와 한국 현대불교》(2008), 《비구니 승가대학의 역사와 문화》(2009), 《조계종 총림의 역사와 문화》(2009), 《경허·만공의 선풍과 법맥》(2009), 《불교와 국가권력-갈등과 상생》(2010) 등을 들 수 있다. 조계종의 불교사회연구연구소(2011년 설립), 동국대 종학연구소(2011년 설립)의 활동도 관련 연구 진작에 기여했다.
그리고 고승의 문도 및 연고 사찰에서 연구 기관을 추가로 발족시켰다. 청담의 문도회는 청담의 출신 학교인 경남과학기술대에 청담사상연구소(2002)를, 정화운동의 거점인 선학원은 선리연구원(2006)을, 월정사는 한암사상연구원(2006)을, 금오 문도들은 금오선수행연구원(2008)을, 자운 문도회는 자운계율사상연구원(2014)을 조계사는 무진장불교문화연구원(2014)을 발족시켰다. 이들 연구원은 학술세미나를 개최하여, 연구 활성화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또한 한용운의 출신 사찰 백담사에서 결성된 만해사상실천선양회(1996)는 만해대상을 제정하고(1997) 만해축전을 개최하여(1999), 만해 정신의 계승과 사상 구현에 앞장섰다. 2003년에는 문화 시설인 만해마을을 설립, 다양한 분야의 대규모 학술대회를 개최하여 근현대불교의 연구를 진작시켰다. 불교 현대화에 기여한 광덕의 연고 사찰인 불광사는 불광연구원을 2010년에 발족했다. 그리고 백용성의 생가에 세워진 죽림정사를 기반으로 한 백용성기념사업회와 승려 출신으로 항일독립운동 및 진보적인 정치활동을 한 김성숙의 기념사업회가 발족해 학술행사를 주관했고, 불교 민족운동가인 최범술의 후손도 학술세미나를 2006년에 개최했다.
고승과 유관한 연구원의 활동은 개별 사찰들이 주관하는 근현대불교의 학술세미나 활성화로 이어졌다. 고승 연구를 위주로 추진되었는데 전등사는 서운, 범어사는 동산, 통도사는 구하·경봉·벽안·월하, 송광사(보조사상연구원)에서는 효봉·구산, 봉선사는 월초·운허·명허·운경 등을, 진관사는 백초월, 백양사는 만암, 화엄사는 도광, 건봉사는 정체성, 선운사(백파사상연구소)는 박한영, 수덕사는 경허 등의 학술 행사를 개최하였다. 근대 고승들의 탄신 100년을 맞아 관련 문도회에서 개최한 학술 행사 역시 연구 심화에 일조했다. 청담, 석주, 성철, 탄허,자운 등의 탄신 100주년 기념 학술 행사를 꼽을 수 있다.
한편, 일본불교의 한국 내 활동에 대한 세미나는 일본불교사연구소와 동국사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일본불교 참회 활동을 전개한 일본 승려인 이치노헤는 《조선침략 참회기-일본 조동종은 조선에서 무엇을 했나》(2013)를 펴냈다.
이 시기에도 근현대 관련 자료집이 대거 출간되었다. 그중 지관이 펴낸 《한국고승비문총집》(2000)이 우선 주목된다. 이와 함께 박한영의 계율정신을 보여주는 《계학약전 주해》(2000), 《광덕 스님의 생애와 불광운동》(2000), 율사인 일타의 자료집 《일타화상 수월명》(2000)과 《일타대종사법어집》(2002), 오대산 출신인 동성의 《보기출발록(普己出發錄)》(2000), 한국불교 세계화에 매진한 행원의 자료집인 《세계일화》(전 3권, 2001), 설석우 종정의 《한 종소리에 뜬구름 흩어지네》(2001), 근대불교학을 개척한 김동화의 《김동화 전집》(전 15권, 2002), 제주불교사연구회에서 펴낸 《근대 제주불교사 자료집》(2002), 선승 장설봉의 《설봉대전》(2002), 대강백인 탄허의 자료집인 《방산굴법어》(2003), 수좌인 현칙의 일기인 《산중일지》(2003), 비구니 자료집인 《신문기사로 본 한국근현대 비구니 자료집》(5권, 2003), 서암의 법어집인 《자기 부처를 찾아》(전 2권, 2003), 경북 지역에서 활동한 혜봉의 《혜봉선사 유집》(2004), 청담의 일기를 정리한 《청담필영》(2004), 선농불교를 구현한 백학명의 《학명집》(2006), 범어사가 설립한 금정중의 역사인 《금정중학교 100년사》(2006), 선학원 소장의 방함록과 수좌대회록을 정리한 《선불장》(2007), 봉선사가 운영하는 광동학원의 《광동 60년사》(2007), 성철 사상을 보여주는 《무엇이 너의 본래면목이냐, 본지풍광·설화》(2007), 구하 민족운동의 자료를 집대성한 《취산구하대종사 민족운동 사료집》(전 2권, 2008), 통도사 강백이었던 홍법의 《홍법선사 추모문집》(2008), 묘엄의 생애를 인터뷰한 《향성》(2008), 박한영의 제자인 양청우 자료집인 《양청우대종사문집》(2009), 포교에 매진한 광덕의 자료를 집대성한 《광덕스님 전집》(전 10집, 2009), 불교근대화의 주역인 김태흡의 자료집 《대은대종사문집》(전 7권, 2009), 불교대중화를 후원한 이한상의 《덕산 이한상》(2001), 고암 종정의 《고암법어록》(2012), 관음종 중창주 태허의 자료집 《이것이 참불교다, 불종대의》(2012), 성수의 행적을 정리한 《대나무 그늘-활산성수 어록집》(2013), 용성의 전법을 받은 수좌인 동광의 수도전법기 《청산은 움직이지 않고 물은 멀리 흐르네》(2013) 등이 출간되어, 연구의 기반이 강화되었다.
승단, 사찰, 문도회의 학술 활동은 제도권 대학의 근현대불교 연구 활성화를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그 중심은 동국대의 불교문화연구원이었다. 불교문화연구원은 2005년부터 학술진흥재단의 중점연구소 사업 지원을 받아 ‘동북아 삼국의 근대화와 불교문화 변용 비교’라는 주제로 연구를 진행하였다. 사업 성과로 ‘동아시아 불교총서’라는 이름을 띠고 동국대출판부에서 펴낸 《근대 동아시아의 불교학》(2008), 《동아시아 불교, 근대와의 만남》(2008), 《동아시아 불교의 근대적 변용》(2010) 등의 학술서를 들 수 있다. 고려대의 민족문화연구원에서는 2004년에 성철을 주제로, 2006년에는 근대불교를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지금껏 살핀 종단, 연구원, 사찰, 문도회, 대학 등 다양한 기관의 근현대불교 연구는 본격적으로 심화된 연구 단계를 이끌었다. 이런 연구 풍토 조성은 관련 학자의 배출로 이어져 근현대불교를 연구하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층이 확대 형성되었다. 주요 학자들의 면면은 다음과 같다.
우선 중앙대에서 본산제도를 고찰해 2005년도에 박사학위를 취득한 한동민이 있다. 그는 홍월초와 김구하, 사지(寺誌) 등을 연구하였다. 그리고 박제선은 동국대에서 김동화 불교철학을 연구하여 1998년에, 태진(황정수)은 동국대에서 경허와 만공의 선사상을 연구하여 1999년에, 권영택은 근현대불교 혁신사상으로 동아대에서 2003년에, 한금순은 제주대에서 근대 제주불교사를 연구하여 2010년에, 하춘생은 비구니 연구로 동국대에서 2012년에, 진관(박용모)은 중앙승가대와 동국대에서 동산의 불교정화운동과 용성의 불교실천운동을 연구하여 2012년과 2014년에, 박규리는 경허의 선시를 연구하여 동국대에서 2013년에 각각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근대기 불교사상을 중점 연구한 학자는 연세대의 신규탁인데, 그의 연구는 《한국 근현대불교사상 탐구》(2012)에 집약되었다. 박재현은 고승과 소외자들을 철학적 관점으로 연구하여 《한국 근대불교의 타자들》(2009)을 발간했다. 고려대의 조성택은 근대불교의 개념, 서술 문제 등을 연구했다. 그리고 동국대의 ‘동북아 삼국의 근대화와 불교문화 변용 비교’ 연구팀에서 활동을 한 연구자들의 연구 성과가 괄목할 만했다. 불교문화의 한상길, 근대불교학의 김용태, 결사의 김호성 등이다. 그리고 근현대기 일본불교를 연구하는 학자로 원영상, 조승미, 윤기엽 등이 있다. 일본 리츠메이칸 대학교(立命館大)에서 일본불교가 행한 사회사업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2008년에 취득한 제점숙도 있다.
이렇듯이 자생적으로 학자가 등장하고, 그들이 다양한 학술 행사에 참여하면서 근현대불교의 연구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2000년대 연구 성과는 1990년대에 연구 활동을 견인한 기관 및 연구자의 성과물에서도 나왔다. 우선 자료집을 펴낸 선우도량은 불교정화운동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그 성과물을 《교단정화운동과 조계종의 오늘》(2001)로 펴냈다. 그리고 문헌자료의 부족을 극복하기 위하여 고승, 재가자들을 인터뷰한 자료집인 《22인의 증언을 통해 본 근현대불교사》(2002)를 발간했다. 이 자료집은 구술사라는 새로운 영역을 선도했다.
그리고 필자는 기존 연구의 관점을 극복하기 위해 불교근대화 및 민족불교론을 제창하고, 현대불교 연구에 매진해 책을 펴냈다. 졸저 《새불교운동의 전개》(2002), 《한국현대불교사 연구》(2006), 《민족불교의 이상과 현실》(2007), 《한국 현대선의 지성사 탐구》(2010), 《불교와 국가》(2013), 《불교근대화의 이상과 현실》(2014) 등이다.
이 외에도 문학에 편향된 한용운 연구를 극복하고자 한 《만해 한용운 연구》(2011), 구술 증언 채록을 통해 구성한 《아! 청담》(2004), 《그리운 스승 한암스님》(2006), 《동산대종사와 불교정화운동》(2007), 《범어사와 불교정화운동》(2008), 《처처에 나툰 보살행-석암스님의 수행과 가르침》(2011), 《오대산의 버팀목-만화 희찬선사의 수행과 가르침》(2011), 《보문선사》(2012), 《방산굴의 무영수-탄허대종사 탄신100주년 기념 증언집》(전 2권, 2013) 《청백가풍의 표상-벽안스님의 수행과 가르침》(2013) 등을 펴냈다. 송암의 《광덕스님 시봉일기》도 구술 자료집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런 구술 증언집은 근현대불교의 주역인 고승들의 생애와 사상은 물론 불교문화의 저변도 함께 살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일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밖에도 박희승은 《지암 이종욱》(2011)을, 하춘생은 비구니 연구서로 《깨달음의 꽃 2》(2001)와 《비구니의 문중》(2013)을 펴냈다. 김순석은 대중 교양서인 《백년 동안 한국불교에 어떤 일이 있었을까》(2009)를 펴냈다.
이와 같은 근현대불교에 대한 다양한 연구는 근현대 고승의 평전, 일대기, 자서전, 연구서 발간으로 이어졌다. 《뚜껑 없는 조선 역사책, 박설산 회고록》(1994), 《방한암선사》(1996), 《평상심시도, 혜명화상 회상록》(1996), 《경허선사, 공성의 피안길》(1996), 《달을 듣는 강물, 수월》(1997), 《경허, 길 위의 큰스님》(1999), 《방하착하라》(1999), 《불법은 체요 세간법은 그림자라-진각종조 손규상일대기》(1999), 《삼수갑산으로 떠난 부처, 새로운 경허 읽기》(2001), 《운허스님의 크신 발자취》(2002), 《신고(辛苦)는 원광(圓光)이 되어》(2003), 《만해 한용운 평전-첫키스로 만해를 만난다》(2004), 《만해 한용운 평전》(2006), 《출가 61년과 희수를 맞이하여》(법인; 2007), 《한국 비구니의 수행과 삶》(2007), 《무문관에서 꽃이 되다》(춘명; 2007) 《길 찾아 길 떠나다》(인홍; 2007), 《부처님 법대로 살아라》(광우; 2008), 《누구 없는가》(법전; 2009), 《지리산의 무쇠소》(고산; 2009), 《처처에 백련 피우리라-상월조사의 구인사 창건기》(2009), 《서암 큰스님 평전-태어나기 전의 너는 무엇이었나》(2009), 《한용운과 그의 시대》(2010), 《춘성》(2009), 《우리가 만난 한용운》(2010), 《태허조사 일대사 인연을 말하다》(2010), 《후박꽃 향기, 명성 스님 평전》(2012), 《바다밑의 진흙소 달을 물고 뛰네, 덕숭산 혜암대선사 법어》(2011), 《영원에서 영원으로》(불필; 2012), 《한계를 넘어서》(묘엄; 2012), 《석영당 제선선사》(2012), 《내가 만난 선지식》(2012), 《불교신문으로 본 조계종단 50년사》(2012), 《상월대조사》(2013), 《법계 명성의 불교관과 비구니 승가교육관》(2013), 《백초월》(2014) 등이다.
2000년 이후의 근현대불교 연구는 다양한 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우선 다양한 자료집이 대거 출간되어, 연구의 질과 양을 진일보시킬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였다. 다음으로는 종단, 교단, 연구소 등 다양한 기관에서 근현대불교 연구를 주관, 추동하였다. 이런 배경하에 다양한 학자층이 속출하였으며, 연구 소재도 심화되었다. 연구의 활성화와 함께 현대불교사 연구가 본격화된 것이다.


3. 연구 전망

1) 연구 주제의 심화
지난 1965년부터 2014년까지 50년간 근현대불교 연구는 다양하게 연구되었다. 연구의 소재 및 주제를 대별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근대불교는 친일불교(일본불교의 성격, 일제 불교정책, 친일파), 저항불교(종단건설, 선학원) 항일불교(3·1운동, 임시정부, 승려 독립운동가), 민족불교(민족의식), 불교 근대화(개혁론, 현실인식, 역경, 출판, 학교) 등이었다. 현대불교는 해방공간 불교, 불교정화운동 등이다. 그리고 근현대불교의 공통적인 소재는 고승의 생애와 사상이었다.
지금부터는 근현대불교의 동향, 성과물을 살피면서 제기할 수 있는 연구 과제를 논의해보고자 한다.
우선 근대불교의 연구 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근대불교에 영향을 준 외부의 영향 문제를 중점 점검해야 한다. 근대의 한국불교는 이른바 동아시아의 변동과 일본 문명, 서구 문명, 오리엔탈리즘, 개신교 등에 영향을 받으며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둘째, 일본불교의 유입과 그 영향, 문제점 등을 세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일본불교의 유입이나 성격 등은 정리되었으나 구체성이나 전체상 연구는 미진하다. 이 문제와 연관해 일본 유학생의 정체성, 근대불교학에 끼친 영향, 친일불교 문제(친일의 본질, 친일승려 등)도 지금까지는 피상적이었다. 셋째, 불교 근대화와 현대화에 대한 개념, 그 특징에 대해 집중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넷째, 근대불교 공간에서 불교인들이 추구한 불교의 정체성 문제도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당시 불교인들은 무엇을 고민하였고, 지향은 어떠하였는지 심도 있는 고찰이 필요하다. 대처승의 복권에 대한 문제도 포함되어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다섯째, 연구 시야의 확장이 요청된다. 기존 연구의 틀인 사건, 운동, 인물 중심에서 주제별 연구로 전환해야 한다. 이 문제는 관점의 협소화, 연구주제의 제한과 연관된다. 다각적인 연구 소재 개발 및 시야의 유연성이 요청되거니와 비교연구의 도입도 검토되어야 한다.
현대불교의 연구 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현대불교의 기초적 대상, 주제에 대한 연구 소재를 확장해야 한다. 그 대상으로 선원, 강원, 승가대학, 동국대, 중앙승가대, 개별 사찰 등에 대한 연구를 들 수 있다. 승려의 배출(계단), 교육 및 수행의 성격 등을 기층부터 점검해야 한다. 이 범주에는 선사, 강사, 교수의 연구도 포함된다. 둘째, 불교정화운동은 지금껏 승리한 측인 조계종의 관점에서 주로 접근했는데 실패자, 소외자의 측면에서 연구가 요청된다. 셋째, 불교와 공권력, 중앙정치 및 지방자치, 정부, 개신교, 천주교 등 타자와의 갈등, 대립, 접점 등의 문제에 천착해야 한다. 여기에는 10·27 법난, 정부 보조금, 사찰 입장료 문제도 포함된다. 넷째, 현대불교를 관통하였던 수행불교, 호국불교, 민족불교, 민중불교, 시민사회의 불교 등의 개념에 대한 연구이다. 여기에는 신도, 사부대중 공동체 등의 문제가 포함된다. 다섯째, 불교의 세속화, 불교공동체 변질, 승가의 명리화 등도 연구 소재로 삼을 수 있다. 여기에는 문중 및 문도, 본산과 말사, 주지 등이 대상으로 거론될 수 있다.
지금까지 근현대불교 연구에 대한 향후 과제를 언급하였는데, 연구 과정에서 다음 몇 가지를 유의해야 한다. 종교성과 학문성의 충돌, 연고가 있는 승가 및 승려와의 관계성 설정, 보편적인 불교(오리엔탈리즘, 세계불교 등)와 특수성이 있는 불교(한국불교, 일본불교 등) 간의 접점 및 차별성, 보편성(진리, 법)과 민족성(침략, 통치)의 충돌, 전체 자료와 일부 자료 간의 불일치 및 선택 등의 문제가 그것이다. 그 밖에도 과장, 단정, 홀대, 편향성, 호교성, 의도적·감정적 접근, 편협성 등의 문제를 벗어나는 것도 중요하다.

2) 연구 활성화를 위한 과제
근현대불교 연구와 관련하여 선행되어야 할 여건 조성에 관한 사항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근현대불교를 소재나 주제로 하는 학회의 결성, 혹은 종합적인 연구소 설립이 절대적으로 긴요하다. 지난 50년간의 연구 성과는 질적, 양적인 측면에서 비약적 성장을 하였다. 추후 이 분야에 대한 연구 수요는 증가할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는 학회 설립을 추동한다. 객관성, 전문성, 독자성, 공동성을 내세운 학회 및 중도적인 연구소의 출범이 요청된다. 이를 통해 근현대불교 연구에서 비평과 비판이 부진한 현실을 타개할 수 있다.
여기에서 개신교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우선 기독교의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사단법인)가 있다. 이 연구소는 1982년에 설립되어 30년이 넘었고, 현재 330회의 월례발표회를 가졌다. 《한국기독교와 역사》라는 학술지를 발간하며, 부설 학회도 두고 있다. 그리고 천주교의 한국교회사연구소(재단법인)가 있다. 1964년에 출범하여 50년이 되었고, 184회의 발표회를 가졌다. 《교회사연구》라는 학술지를 펴내고, 산하에 연구회를 두고 있다. 불교도 이런 사례를 참고하여 중도적, 통합적인 연구 기능을 창출해야 한다.
둘째, 공동연구를 강구해야 한다. 지금껏 이 분야 연구는 개인적, 산발적, 우연적, 주문자 생산 방식에 추진되었다. 이제는 주제별, 성격별, 내용별의 공동연구가 필요한 시점에 왔다. 또한 불교계 외부의 학회 그리고 일본의 대학, 연구소와의 교류도 추진할 수 있다. 그래서 자료의 소개 및 분석, 이슈 정리, 대형 주제 등에 대한 접근을 기할 수 있다.
셋째, 연구의 이론, 관점에 대한 연구가 요청된다. 지금껏 이 주제는 연구 공백 지대였다. 기왕의 연구에서는 이론, 관점, 사관, 잣대 등에 대한 고려와 검토가 미약했다. 최근 민족불교론과 딜레마론 간의 논쟁이 있었다. 이론에 대한 검토를 활성화한다면 다양한 관점이 분석의 대상으로 떠오를 것이다.
넷째, 새로운 주제의 착안, 연구 대상의 다양화에 대한 고민이 요청된다. 이와 연관하여 종단, 교단, 사찰, 문도회 등과의 공동사업도 염두에 둘 수 있다.
다섯째, 후학 양성, 미래의 연구자를 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여기에는 제도권 대학에 과목 개설 문제가 포함된다. 나아가 다양한 연구자 간의 공동 협력, 인력풀을 통한 불교계, 시민사회와 연계 등도 모색되어야 하리라고 본다.


5. 결어

맺는말은 필자가 20년간 근현대불교 연구에 전념하면서 느낀 점을 개진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첫째, 근현대불교는 한국불교의 근현대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물론 그 특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근현대불교는 현재 한국불교의 교단, 종단, 승려, 문중, 문도 등을 이해함에 필수불가결한 분야이다. 요컨대 현재의 승려, 승단 및 한국불교를 알기 위해서는 근현대불교를 배우고, 연구해야 정체성과 특수성을 파악할 수 있다.
둘째, 근현대불교를 대상으로 하는 학회, 공적인 연구소가 반드시 등장해야 한다. 이런 공적인 학술 무대, 비판의 무대가 없을 경우 근현대불교와 연관된 다양한 성과물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한다. 즉 학문성, 객관성이라는 필터로 근현대불교를 재조명,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적인 학술의 장을 마련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당당한 학문 분야로 자리 잡아 진일보할 수 있는가의 관건이 될 것이다.
셋째, 근현대불교 연구에서 소외되고 중심부에서 밀려난 집단에 대한 관점이 재인식되어야 한다. 지금껏 근현대불교는 승자, 기득권자, 고승 및 큰스님, 종단, 승단, 본사 등의 관점에서 이해되고, 서술되었다. 이제는 국외자, 소수자, 비구니, 재가불자 등도 당당한 불교의 주체로 복권시켜야 한다. 연구 관점의 재인식을 통해 비구·대처 문제, 불교정화운동, 태고종, 1994년 종단개혁 등의 역사적 의미를 재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

 

김광식 / 동국대학교 교수. 건국대 사학과 졸업(문학박사). 독립기념관 책임연구원, 부천대 초빙교수, 대각사상연구원 연구부장, 조계종 불교사 연구위원 등을 역임했다. 《한국 근대불교사연구》 《한국 현대불교사연구》 《민족불교의 이상과 현실》 《불교 근대화의 이상과 현실》 등 근현대 불교 관련 저서 20여 권. 유심작품상(학술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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