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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산중불교의 새로운 가능성 / 배금란
-불교문화상품의 포교적 의미와 기능
[61호] 2015년 03월 01일 (일) 배금란 atone1@snu.ac.krt

1. 들어가는 말
 
2002년 한일월드컵은 한국불교를 대외적으로 널리 알릴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해 주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 및 숙박문제 해결의 방안으로 시행된 템플스테이를 통해서이다. 당시 템플스테이를 경험했던 많은 외국인들의 반응이 좋았고, 한국 고유의 전통문화를 맛볼 수 있는 콘텐츠로 외신들의 주목을 받았다. 10년의 분기점을 넘어서면서 템플스테이는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체험 상품으로서 브랜드 이미지를 대내외적으로 정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템플스테이 외에도 현재 한국의 불교 사찰에서는 승가의 생활과 수행문화를 기반으로 한 체험 프로그램들을 다양하게 기획하여 일반 대중을 불러 모으고 있다. 승속(僧俗)의 구분이 엄밀하던 전통사찰이 이제 산문을 활짝 열고 낯선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포교적 차원에서도 어느 정도 탄력을 받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그동안 한국불교의 발전을 위해 극복되어야 할 과제로 인식되어 왔던 ‘산중불교’의 탈피 담론을 재고하고, 전법의 차원에서 산사의 기능과 역할을 새롭게 검토해 볼 필요성을 제기한다.
개항과 더불어 숨통이 트이게 되면서, 조선조 500년 동안 일반 대중 및 사회와의 소통에서 철저히 배제되었던 불교가 산중을 벗어나 도심 속으로, 대중들의 생활세계로 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왔다.
이는 당시 한반도 안에서 적극적으로 선교활동을 벌이던 기독교와 정책적으로 포교 사업을 추진했던 일본 종교들에 대한 위기의식의 발로이기도 했다. 급격히 한반도의 종교지형이 다원화되면서 타 종교들과 경쟁관계에 놓이게 된 불교계가 포교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고, 그 핵심 과제로 제시된 것이 산중불교의 탈피였던 것이다. 이러한 기조는 해방 이후 근현대 공간에서도 지속적으로 유지되어 왔다.
그런데 템플스테이를 비롯해 근래 운영되고 있는 다양한 체험 콘텐츠들은 웰빙 트렌드와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면서 산사가 오히려 전법의 거점으로 새롭게 거듭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여가의 확대, 정보 및 교통 통신의 발달 등 사회구조의 변화에 기인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점에서 현재 사찰에서 운영되고 있는 이들 체험 콘텐츠들이 어떠한 기능과 의미로 현대인들의 호응을 얻고 있으며, 전법의 차원에서, 향후 산사가 달라진 사회구조와 삶의 방식에 부응하는 포교의 거점으로 어떻게 자리매김해야 하는지를 노정해볼 필요가 있다.


2. 불교 전법의 필요성과 근대적 포교 패러다임

다종교 지형, 자리 잡기
2010년, 정부가 문화관광 정책의 차원에서 추진했던 템플스테이 사업에 대한 지원 예산이 삭감되면서 불교계의 반발은 물론 타 종교계의 관심과 논쟁도 뜨거웠다. 불교와 함께 한국 종교지형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기독교, 특히 한기총을 중심으로 한 보수 개신교 측에서는 정부의 템플스테이 지원이 특정 종교의 포교 사업에 대한 편향정책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우기도 했다.
여러 종교가 다양하게 공존하는 상황에서, 불교문화의 체험을 기본으로 하는 템플스테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타 종교계에서 경계하는 것은 당연하다. 종교가 어떤 지역이나 국가 안에서 세력을 확보하게 되는 것은 기본적으로 전교(傳敎)활동을 통해서이며, 특히 다원적 종교지형에서 각 종교의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가톨릭에서는 2008년부터 템플스테이와 유사한 체험 콘텐츠로, 고유의 영성 함양 문화인 ‘피정’을 자아성찰 프로그램의 형태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개신교 측에서도 2012년 여수엑스포 당시 처치스테이를 시행하였고, 2013년 순천 정원 박람회가 열리는 기간에도 ‘복음엑스포 네트워크’란 이름으로 처치스테이 예약을 받기도 했다.
한국불교가 포교와 전법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 역시 다원적 종교지형에 노출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가 다종교 지형으로 전환된 시기는 개항과 더불어 일제의 강점이 시작되던 19세기 말 이후이다. 전통적으로 한반도는 무속적 민간신앙에서 불교로, 불교에서 유교로 교대가 이루어지면서 특정 종교가 주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종교지형을 형성해왔다. 삼국시대 전래 이후 고려시대까지는 불교가 국가종교의 차원으로 장려되면서 치열한 포교 경쟁이나 전법의 난제를 경험하지 않고 주도 종교로 자리매김했다. 조선시대는 주자 성리학 정통론에 입각하여 민간의 관혼상제례까지 유교 형식으로 재편되면서 불교, 도교, 무속 등의 신앙체계는 철저히 배제되었다.
그런데 19세기 말 근대화가 진행되면서 한국의 종교지형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한불수호통상조약 이후 본격화된 기독교의 유입을 통해서이다. 이는 불교, 유교를 근간으로 했던 한반도의 종교지형이 동양의 국지성을 탈피하는 새로운 국면으로의 전환이기도 했다. 조선에 대한 강점이 시작되면서 일본의 종교들 역시 속속 국내로 진출하여 교세 확장을 도모했다. 일련종, 정토종을 비롯한 일본불교 종파들과 교파 신도인 천리교 등이 한반도 곳곳에 포교소를 설치하면서 본격적인 전교활동을 벌였다.
또한, 당대의 불안한 시대 상황을 종말 혹은 후천개벽의 때로 인식하여 새로운 구세 이념을 선포하는 자생 민족종교들의 발흥도 거셌다. 동학-천도교, 증산 계열의 종교들, 대종교와 원불교 등은 그동안 인류 문명을 이끌어온 전통 종교들의 한계를 선언하고 새로운 시대 새로운 종교의 출현을 예고했다. 이렇게 근대화 초기의 한반도는 다양한 차원에서 종교적 열망이 분출되었고 다원화가 급격히 촉진되었다.
그중에서도 기독교계의 적극적인 선교활동은 타 종교인들로 하여금 위기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당시 기독교 선교사들은 조선을 ‘종교 없는 나라’로 묘사하면서 한반도에 대한 기독교 건설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일본 동경대학교 교수로 있으면서 한국사 연구에 관심을 가졌던 그리피스는 1888년 한 선교지에 다음과 같이 한국의 종교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한때 이 땅에서 가장 강성했던 불교는 이제 흔적이나 기억만 남았다. 유교는 깊은 의미에서 종교가 아니라 도덕 체계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한국인은 종교 없는 민족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종교를 기다리고 있다.

1880년대 말에서 1890년대 초에 해외에서 발행된 선교잡지에 기고된 한국 관련 기사들에는 한국을 종교적 진공상태로 묘사하고 “한국을 위해 종교를(wanted, a religion for Korea)”이라고 호소하는 내용이 많이 발견된다. 언더우드가 1892년에 작성한 선교 보고서는 “하느님의 손길이 길을 닦아 놓은 조선은 종교가 없는 땅”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선교 담론을 토대로 기독교는 교회, 학교, 병원 등 사회사업을 통해 민심을 수렴하면서 적극적으로 입지를 확보해나갔다.
도성입금 해제를 계기로 활로를 찾기 시작한 한국불교가 마주한 것은 이렇게 다양한 종교들이 경쟁을 벌이는 각축의 현장이었다. 불교는 한반도에서 새롭게 자리 잡기를 모색해야 하는 다양한 ‘종교들’ 중 하나일 뿐이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한용운은 “지금 다른 종교의 대포가 무서운 소리로 땅을 진동하고 다른 종교의 형세가 도도하여 하늘에 닿았고 다른 종교의 물이 점점 늘어 이마까지 넘칠 지경이니, 조선불교는 어찌할꼬.”라고 탄식하였다.
이렇게 근대화 초기에 형성된 한반도의 다종교 지형은 오늘날까지 그 구도를 유지해 오고 있다. 또한 해방과 전쟁을 거치며 더욱 복잡해지는 양상을 보여준다. 유교가 종교로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가운데 불교와 기독교를 양대 축으로 하는 종교지형으로 재편되었고, 천도교, 증산교, 원불교 등 자생 민족종교들도 나름의 입지를 구축해가며 공존하고 있다. 동시에 기독교계 불교계 내에서 분기된 수많은 교파와 종파들이 각축장을 형성하고 있다. 오늘날 한반도는 지구 상의 어떤 나라보다도 종교의 다원화가 촉진된 사회의 전범을 보여준다. 따라서 각 종교의 포교 및 선교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사회화 대중화의 모색: 산중불교에서 가두불교로
일제 강점기 급격한 기독교의 확산과 함께 조선불교의 일본화 정책에 위기감을 느낀 불교인들은 다양한 차원에서 한국불교의 갱생을 위한 혁신과제를 모색하였다. 그중에서도 포교의 중요성은 무엇보다 강조되었다. 한용운은 “조선불교가 유린된 원인은 세력이 부진한 탓이며, 세력의 부진은 가르침이 포교 되지 않은데 원인이 있다. ……포교로부터 세력이 이루어지고 나중에는 세력으로부터 포교가 이루어지는데 ……예수교가 동서양을 거의 휩쓴 것도 이 방식을 쓴 까닭이다.”라고 포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동시에 불교 혁신에 장애가 되는 가장 부정적인 요인을 세속과 괴리된 사찰의 문제로 보았다. “절이 궁벽한 곳에 있는 까닭에 교육에 불리하고, 포교에 불리하고, 교섭에 불리하고, 통신에 불리하고 단체 활동에 불리하고 재정에 불리하다.”라고 주장하면서 산중불교의 탈피를 강조했다. 당시 발행되었던 불교 잡지들에 기고된 논설들 역시 대체로 조선시대의 상징이었던 산중불교에서 벗어나 근대 도시불교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박한영도 불교유신의 당면 과제로 포교의 현대화를 역설하였다. 그는 《해동불보》에 기고한 논설에서 시대의 변화와 민지(民智) 발달에 따라 포교의 방법과 계도의 내용이 달라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불교 교학뿐만 아니라 인문, 사회, 과학의 분야까지 겸비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또한 학교를 일으켜 영재양성에 힘쓰고, 자선사업으로 구세제민을 실천하며, 미신포교를 지신(智信)포교로 전환해야 할 것을 주장하였다.
백용성은 휴일만 되면 사람들이 꽉 차는 기독교 교당과 달리 적막하기만 한 불교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 포교 방법의 혁신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보였다. 기독교의 한글 성경 보급에 자극을 받아 불전(佛典)의 한글화 작업을 시도하였고, 찬불가를 작사하여 부르게 하고,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일요학교를 운영하기도 했다. 특히 조선불교계의 폐단을 승려들의 무지와 타락으로 파악하여 가장 중요한 개혁과제를 올바른 승려상 확립에 두었다.
제시된 혁신 방향의 요지를 살펴보면, 우선 산중불교를 탈피하여 도심불교, 대중불교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이 무엇보다 강조되고 있다. 산중에서의 은둔과 고립이 한국불교 대중화 및 사회화의 가장 부정적인 요인으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동시에 학교, 병원 등 사회적 실천을 통한 구세제민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의례의 현대화, 경전의 한글화 같은 민중들의 눈높이에 맞춘 포교 방편의 개선과 더불어 시대 변화와 민지의 발달에 부응하여 불교의 내적 역량을 강화해야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계와 수행을 갖춘 참된 승려상 확립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렇게 당시 개혁가들이 불교 혁신의 과제로 포교의 중요성을 자각한 것은 무엇보다도 기독교의 선교전략에 따른 위기감이었다. 특히 교육, 복지 등 사회적 실천을 통해 민중 깊숙이 파고드는 공격적인 선교방식에 자극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한국불교 역시 도심의 생활 세계로 진입하여 사회 및 대중과 소통함으로써 세력을 확보하고, 종교 간 경쟁의 상황에서 주도적인 입지를 확보하는 것이 불교 갱생의 첩경이라고 인식했던 것이다.


3. 사회구조의 변화와 종교

종교, 소비문화의 영역으로
정교분리 원칙에 입각한 입헌국가, 시민사회, 산업사회로의 전환은 전통사회에서 공적 영역을 담당해왔던 종교의 기능과 역할에 변화를 초래했다. 이러한 현상은 소위 ‘종교의 세속화’로 설명되어 왔다. 이는 사회와 문화의 각 영역이 종교적 제도와 상징의 지배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전통사회의 종교는 공적 영역에서 도덕과 윤리의 전범이 되고 사회 구성원들에게 삶의 방향과 의미망을 제공하는 기반이었다. 그러나 정치, 교육, 의료 등 사회 문화의 각 분야가 고유의 영역으로 제도화된 현대사회에서 종교는 더 이상 공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절대 신념체계로 기능하지 못하고 사적인 영역에 위치하게 되었다.
개항기 서구문화의 유입과 함께 신제도들이 도입되면서 한반도에도 이러한 차원의 세속화가 진행되었다. 전통적으로 미분화되었던 사회 문화의 각 영역이 근대적으로 분화되기 시작했다. 종교의 자유가 법적으로 허용되고, 정교분리 사회로 전환되면서 종교는 점차 사적인 영역으로 밀려나게 되었고, 이러한 세속화와 더불어 근대의 한반도는 다양한 종교들이 공존하며 각축을 벌이는 다원적 상황으로 급격히 전환되었다.
한편, 다원화가 촉진된 사회에서 종교는 여러 가지 세계관 혹은 다양한 신념체계들 중 하나로서 근본적인 불확실성을 갖게 된다. 이에 따라 종교적 실천의 주체인 개인의 자율성은 강화되고 종교는 더 이상 ‘운명’이 아닌 ‘선택’의 문제가 되게 된다. 대체로 전통사회에서 종교적 실천의 방향이 ‘하나의 종교를 어떻게 믿을 것인가’였다면, 현대 다원적 상황에서는 ‘어느 종교를 믿을 것인가’의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루크만은 이렇게 현대사회의 개인을 특징짓는 ‘자율성’의 의미가 보편적인 소비자 성향(consumer orientation)과 긴밀히 연결된다고 주장한다. 개인은 상품, 용역, 친구, 결혼 상대자, 취미 등을 선택함에서 전통사회에서보다 더 강화된 자율성에 의거하게 되며, 이와 같은 소비자 성향은 경제적 산물들에만 국한되지 않고 문화, 종교 등 초월적이고 궁극적인 의미체계들에도 해당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종교의 영역이 소비문화에 흡수되면서 종교적 신념과 실천의 체계들은 상호 경쟁 관계에 놓이게 되고 시장경제의 논리에 의해 지배를 받게 된다. 특히 오늘날은 자기 개선과 여가 활용의 차원에서 ‘문화’를 구매하는 시대이다. ‘종교’ 역시 여러 가지 문화적 선택 옵션들 중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 따라서 각 종교는 전교의 차원에서 현대인들의 ‘종교적 선호’를 충족시킬 수 있는 콘텐츠의 개발과 마케팅이 필요해졌다. 더욱이 디지털 시대로 전환되면서 현대인들은 손바닥 안에서 세계의 다양한 종교들의 정보와 자료들을 실시간으로 수집하여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문화적, 종교적 옵션들은 더욱 증대되고 선택의 폭은 넓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주 5일 근무제 실시 등 근무환경의 변화로 현대인들의 여가문화 및 활용의 패턴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여가의 확대로 장거리 여행이나 휴식, 취미와 문화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관광 분야에서 두드러진 변화는 명소나 유적지를 단순히 둘러보는 주유형 패턴에서 일정 장소에 체재하여 직접적인 참여와 체험을 중시하는 흐름으로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한옥 스테이, 농촌 체험, 어촌 체험 등 체험관광 상품들이 호응을 얻고 있는 것도 이를 증명한다.
종교계에서도 이러한 흐름에 부응하는 체험상품들이 개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불교의 템플스테이와 가톨릭의 피정 체험을 들 수 있다. 그동안 종교인이나 성직자들 고유의 수행공간이었던 사찰이나 서원, 교회가 일반인들이 머물 수 있는 여가문화의 공간으로 활용되고, 동시에 기도, 수행 등 종교적 실천 양식들과 성지와 유적지, 역사적 기념물 등이 여러 가지 형태의 체험 상품으로 기획되고 있다.
또한 기존 종교들 외에도 힐링이나 웰빙을 슬로건으로 내건 정신수양 콘텐츠나 대안적 종교문화도 활성화되고 있다. 기체험, 요가, 명상, 마음수련 등 종교적 색채를 가미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수행단체나 조직이 전통 종교권 밖에서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렇게 선택 옵션들이 늘어남에 따라 현대인들의 종교 선호도 역시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오늘날의 종교는 이렇게 다양한 대체종교문화들과의 경쟁에도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불교문화상품의 유형들
오랜 역사 속에 축적되어온 한국불교의 신행과 수행문화 역시 소비문화의 영역으로 흡수되면서 상품화의 길을 걷고 있다. 현재 이와 같은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 템플스테이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시작된 템플스테이는 2004년 불교문화사업단의 출범과 함께 참가 인원과 운영사찰이 대폭 증가하면서 현재까지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다. 2009년 OECD 관광위원회는 템플스테이를 한국의 성공적인 문화 관광 상품으로 소개하면서 향후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점을 두어야 할 대표사업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불자, 비불자를 떠나 타 종교인들까지 포괄하는 개방적 프로그램으로서 템플스테이는 예불, 참선, 108배 등 불교수행 문화를 기본 체험의 내용으로 하면서 현대인들의 문화적 기호와 성향을 고려하여 다양한 테마로 운영되고 있다. 자연체험 프로그램, 심신의 안정과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 불우이웃이나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등 참가자의 입장에 따라 선택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들이 다양하다.
무엇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프로그램들 가운데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에게까지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콘텐츠는 사찰음식이다. 화학조미료나 자극적인 양념을 사용하지 않는 채식 중심의 건강 식단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사찰음식은 한국불교 이미지를 제고하는 관광상품이자 포교의 자산으로서 한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사찰음식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진관사는 2010년 G20 세계종교지도자들을 초청하여 사찰음식 시연행사를 했고, 또 2014년에는 백악관 셰프인 샘 카스가 직접 체험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추어 불교문화사업단에서는 각종 세계박람회의 참여나 이벤트를 통해 홍보와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템플스테이의 확산과 함께 근래에 활성화되고 있는 체험 프로그램 중의 하나가 단기출가이다. 단기출가는 승려가 되기 위해 예비 수행자들이 거쳐야 할 사전 수련과정을 일반인들이 체험해 보는 프로그램이다. 템플스테이가 불교를 가볍게 경험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라면 단기출가는 좀 더 집중적이고 심도 있는 종교 체험을 원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대표적으로 월정사 단기출가학교를 들 수 있다. 2004년 시행된 이후, 2014년 41기의 졸업생을 배출하면서 거의 2천 명에 육박하는 숫자가 단기출가학교를 거쳐 갔다. 1개월간 교육과정을 이수하게 되는데, 매 기수를 모집할 때마다 평균 경쟁률이 3대 1을 웃돌 정도로 희망자가 많다고 한다. 2006년 10월부터 시작된 정토수련원의 ‘백일출가’ 역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참가자 가운데 개신교와 가톨릭 신자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종교를 떠나 대중적 힐링 프로그램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어린이, 청소년, 여성 등 특정 대상에 초점을 맞추어 3, 4일이나 7일 정도의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찰도 많다.
단기출가 프로그램은 출가에 관심이 있는 재가자에게 사찰의 생활을 미리 경험해볼 기회를 제공하고, 장기적으로 도제를 육성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체험자 가운데 실제 출가로 이어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런 까닭에 한국불교사에 새로운 출가문화를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으며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출가자 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같은 체험 콘텐츠들은 현재 다양한 동기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을 산사로 불러들이면서 새로운 불교문화를 창출하고 있다. 또 비종교인은 물론 타 종교인들까지 포괄하는 개방적 프로그램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며, 동시에 정식 출가를 하거나, 반드시 불자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배제하고 있다. 따라서 여건이 허락되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여가문화로 또는 종교문화상품으로 기능하면서 포교의 차원에서도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4. 산사, 전법의 새로운 거점으로

웰빙 및 사회적 소통의 기반
오늘날 산사는 현대인들이 시간과 마음만 내면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산중과 도심의 거리는 이제 큰 장애가 되지 않는다. 도로망도 잘 발달하여 산사의 일주문 앞까지 차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이 많다. 이러한 상황은 그동안 포교 방향의 기조로 유지되어왔던 산중불교 탈피 담론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근대의 불교인들이 대중들의 생활세계로 진입함으로써 불교의 사회화와 대중화를 모색했다면, 오늘날에는 바로 그 자리에서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 산사는 새로운 전법의 기지로서 어떠한 기능과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는 무엇보다도 산사를 찾는 대중들의 주된 동기와 목적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현재 산사에서 진행되는 체험 콘텐츠들이 호응을 얻는 가장 주된 요인은 웰빙 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환경오염의 폐해로 현대인들은 먹고 입고 마시는 기본적인 생활에서조차 유해물질과 그 부작용을 경계하며 살아가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경쟁사회에서 겪는 스트레스와 상대적 박탈감, 삶의 의미 상실로 인한 무기력증에 시달린다. 따라서 의미 있는 체험이나 활동을 통해 삶의 의욕을 회복하고 심신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여가문화를 선호한다. ‘웰빙’과 ‘힐링’은 이러한 현대인들의 삶의 코드를 분명히 보여주는 키워드이다. 이는 또한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의 참여 동기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체로 ‘심신의 휴식과 안정을 찾기 위해서’ 또는 ‘삶의 의미를 돌아보고 새로운 전환점을 갖고 싶어서’라고 참가 동기를 밝히고 있다.
오스트리아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은 인간에게는 본질적으로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의지가 있으며, 현대사회에 만연된 우울증, 중독증, 공격성은 생물학적·사회적 요인이라기보다는 삶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는 ‘실존적 공허’에서 기인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차원에서 수려한 산과 계곡, 맑은 공기와 물을 간직하고 있는 산사는 가장 이상적인 웰빙의 거점이라고 할 수 있다.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산사의 고즈넉한 정취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반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힐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산사는 보다 근원적인 실존의 근거와 의미를 찾는 인간의 종교적 본성과 맞닿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종교가 있든 없든 현대인들이 불교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는 이유는 이처럼 산사가 심신의 안정은 물론 본질적인 삶의 의미를 환기시켜 줄 수 있는 상징적 공간으로 여겨지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사회적 실천의 차원에서도 산사는 소통과 화해의 거점으로 거듭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실제로 많은 사찰에서 갈등의 해소와 관계의 회복을 테마로 하는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불우한 이웃이나 소외된 계층을 대상으로 불교의 사회적 실천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2009년 불교문화사업단에서 주관한 ‘용기와 희망을 주는 템플스테이’ 프로젝트는 실직자, 다문화 가정, 장애자 등 상처받은 이웃을 돌아보고 계층 간 소통과 화해를 도모하는 프로그램으로 호응을 얻은 바 있다. 교육적 차원에서도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성교육 프로그램, 관계개선 프로그램 등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이처럼 산사는 개인은 물론 공동체의 차원에서도 불교의 역할과 기능을 새롭게 모색할 수 있는 토대로 거듭나고 있다. 이를 통해 종교가 비록 현대사회에서 사적인 영역에 제한되어 있다 할지라도, 도덕적 방향을 제시하고 공동체적 가치를 추구하며 현대인들의 삶의 의미망을 구축해 주는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여전히 공적 기능을 확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승가의 수행 및 생활양식을 토대로 이루어지는 체험 콘텐츠들은 삶에 지친 현대인들을 포섭하는 웰빙의 기제로, 계층 간 갈등을 불교의 중도(中道)와 연기적(緣起的) 패러다임으로 해소하는 소통의 방편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친불교적 종교성 형성 및 확산의 토대
현대인들의 종교적 실천의 모습은 전통사회와는 매우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제도 종교의 틀이나 규범에 의거하기보다는 개인의 자율적 선택의지와 주관적인 체험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로버트 풀러(Robert C. Fuller)는 이와 같은 종교 실천의 양태를 ‘영적인 그러나 종교적이지 않은(Spiritual, but not religious)’ 성향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영성 추구의 흐름이 다양한 경로와 정보 매체들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흡수되고 있다고 보았다. 힐라스(Paul Heelas) 역시 현대인들이 성스러움을 경험하는 방식이 형식적, 교리주의적, 비개인적인 차원에서 강제되는 ‘종교’보다는, 개인적 차원에서 주관적 체험을 중시하는 ‘영성’ 추구의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이나 한국처럼 다종교 지형의 사회에서 더욱 두드러진다고 할 수 있다. 종교가 없더라도 개인적 차원에서 대안적 영성을 추구하거나, 특정 종교에 소속되어 있다고 할지라도 타 종교의 신념체계나 실천양식에 대해서 유연성과 개방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유대교 불자(JUBU)’나 ‘기독교 불자(Christian Buddhist)’ 등의 개념은 이와 같은 현대인들의 중층적 종교성향을 잘 보여준다.
이처럼 현대인들의 종교성향을 특징짓는 다양한 담론들은 제도종교의 세속화가 결코 인간의 종교성이나 신앙심의 감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확인시켜준다. 비록 첨단 과학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할지라도 현대인들은 여전히 삶의 궁극적인 의미, 인간의 인식과 한계 너머의 성스러운 그 무엇을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의 30~50% 가까이가 자신의 종교적 정체성을 무종교인으로 밝히면서도, 세속적인 일상을 벗어나 보다 고양된 삶의 의미나 초월적 가치를 추구하는 종교적 지향성을 참가 동기로 제시하고 있는 것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템플스테이, 단기출가와 같은 불교체험 프로그램은 현대인들의 무의식 속에 잠재된 종교성을 자극하고 불교적 패러다임으로 그들의 삶을 포섭해 낼 수 있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구별된 공간에서 일정 기간 종교적 메시지와 의미가 담긴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체험하는 것은 그 자체로 통과의례 혹은 입문의식으로서 구조와 상징성을 보여준다. 이때 산사는 이전의 자아를 벗고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받게 되는 임계적(liminal) 공간으로 기능한다. 특히 단기출가 프로그램은 이러한 입문의식의 전형을 보여준다. 참가자들은 일주문 안, 반구조적이고 성스러운 시공간에 거함으로써 새로운 자신과 대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또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참가자는 자신의 종교 정체성이 무엇이든 간에 자연스럽게 불교의 연기적 패러다임으로 자신과 세계를 반조하는 시각을 갖게 된다. 수행과 명상을 통해 세속적 일상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자기인식에 도달할 수도 있다. 욕망에 끄달리는 속된 존재에서 보살의 실천적 기반인 바라밀의 수행자로서 인식지평의 확대를 경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전법의 차원에서 이러한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불교체험 콘텐츠가 발휘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능일 것이다. 이를 통해 참가자들이 자연스럽게 친불교적인 종교성을 형성하게 되고 최소한 익명의 불자로 살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히 문화체험이나 웰빙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차원을 넘어서, 현대인들의 중층적인 종교 성향을 폭넓게 수렴하면서, 불교적 의미망으로 그들의 삶을 포섭해 낼 수 있는 운영의 묘용이 필요할 것이다.
 

5. 다시 산중불교로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템플스테이를 비롯해 현재 사찰에서 운영되고 있는 체험 콘텐츠들은 전법의 차원에서 그동안 부정적으로 인식되어 왔던 산중불교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산사의 오랜 침묵을 깨트리고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는 점에서 이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내로라하는 한국의 전통사찰들은 대부분 템플스테이 운영사찰로 지정되어 각종 콘텐츠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불교의 역사와 전통, 수행문화와 생활양식은 세간의 대중들을 불러 모으는 문화상품으로 기획되어 다양한 목적으로 사람들에게 소비되고 있다. 더불어 과거 수행자들만의 전용 공간이었던 산사는 점차 세간의 일반 대중과 나누고 공유하는 장소가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이 과연 긍정적이기만 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분명히 재고의 여지가 있다. 실질적으로 전법의 차원에서 이들 콘텐츠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하고 있으며, 새로운 불자들을 양산해 내는 토대로 기능하고 있는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가장 염려스러운 점은 출가한 수행자들의 본거지가 일반 대중들에게 거리낌 없어 노출되면서 승속의 구분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 고택 속에 면면히 이어지는 수행의 기풍과 용맹정진에 몰두하는 수행자들의 존재는 한국불교가 지속될 수 있는 가장 큰 바탕이었다. 그런데 당장의 가시적인 호황에 눈이 어두워 무분별하게 대중들을 끌어들이다 보면 산사의 고유성과 청정성 그리고 수행의 기풍을 훼손할 수 있다. 또 상업화된 이벤트나 프로그램으로 변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오늘날 산사는 일반 대중들의 여가 공간으로 혹은 문화체험의 장소로 세속화되어가는 측면도 없지 않다.
종교가 종교의 아우라를 지니지 못하면 존립 근거를 박탈당하게 된다. 다양한 요인들이 있겠지만, 중세 천 년을 주도해온 유럽 기독교의 현실은 이를 잘 보여준다. 신도 수 격감으로 문을 닫으면서 텅 빈 교회 건물들은 세속적인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상가, 체육시설은 물론 심지어는 술집으로 변해가는 사례들도 나타나고 있다. 네덜란드, 독일, 영국, 덴마크 등지에서 문을 닫거나 폐쇄되는 가톨릭 및 개신교회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통해 종교는 ‘종교적으로’ 소비하는 사람들에 의해서만 존립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인간의 종교 심성은 다양한 차원에서 여전히 종교적 신념과 실천을 창출해내는 모태가 될 것이다. 그러나 ‘불교’라는 이름으로 혹은 특정 패러다임으로 종교가 소비될 수 있으려면, 사람들의 종교적 감성을 터치하고 수렴하여 실천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생명력이 있어야 하며, 그를 통해 열정적으로 소비되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불교의 갱생을 위해 근대 불교개혁가들이 주장했던 혁신 담론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세상과 단절하여 은둔하는 형식의 산중불교를 벗어나야 하는 원칙은 분명하다. 그것이 대중들의 세계에서 중생의 제도를 도모하는 진정한 대승의 행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한국불교는 외적으로 이미 중생세간에 들어와 있다고 볼 수 있다. 산중은 더 이상 산중이 아닌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오히려 내적인 차원에서 산중불교를 회복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해 있는지도 모른다. 진정한 선지식의 산실로서 사찰의 본령과 올바른 승려상을 강조했던 용성의 인식은 오늘날 가장 절실히 요청되는 한국불교의 당면과제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의 화려한 문화에 경도된 현대인들의 의식 깊숙이 은폐되어 있는 종교성을 터치하여 불교적 의미망 안으로 수렴해 낼 수 있는 힘은 무엇보다도 청정한 수행자가 발하는 적멸의 빛일 것이다.
사회구조의 변화와 민지의 발달에 부응하여 현대인들의 삶을 선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박한영의 주장과 적극적인 사회참여의 필요성을 제기한 다양한 혁신론들 역시 여전히 현재 한국불교계에 요청되는 과제일 수밖에 없다. 산중 사찰로 찾아드는 발걸음과 세간의 풍조들을 불교의 본령으로 선도해낼 수 있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시대와 트렌드를 읽어낼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고 동시에 그에 대응할 수 있는 내적 역량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산사가 대중들에게 진정으로 전해주어야 할 한국불교의 ‘법(dharma)’은 과연 무엇일까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체험 콘텐츠의 기획과 운영도 이러한 성찰의 기반 위에서 이루어질 때 진정한 종교상품으로서의 생명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산사가 참된 선지식을 배출해내는 수행의 요람으로, 변화해 가는 민지를 수렴하고 아우르는 중생제도의 거점으로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6. 나가는 말

“깊은 산 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라는 동요 가사가 있다. 깊은 산 중에서 솟아나는 샘물은 찾아와 먹는 이들의 마음에 따라 그 맛이 다양할 것이다. 일상에 지치고,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현대인들이 오늘날 다양한 동기와 목적으로 산사를 찾아오고 있다. 이들에게 산사는 깊은 산 속 옹달샘에 비유될 수 있다. 산사의 물맛을 통해 삶의 의미와 활력을 얻어갈 수도 있고 종교적 깨달음으로 마음의 평안을 회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물이 말라버리거나 오염으로 인해 맛이 변해버린다면 그 샘을 찾는 이들은 점차 사라질 것이다. 산사의 청정함을 맛보러 온 이들에게 또 다른 형태의 세속성을 내보인다면 존립의 근거도 불안해진다. 잠시라도 세간의 고뇌를 씻을 수 있는 초세간적인 향기와 수행자가 발하는 성스러운 아우라가 살아있을 때 산사를 찾는 발걸음은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제 한국불교는 오히려 세간으로 향했던 마음을 거두어들이고 스스로의 내면을 반조하는 진정한 산중불교의 회복이 필요한 듯하다. 승가다운 승가, 수행의 기풍이 살아 있는 깊은 산 속 옹달샘의 청정한 물맛이야말로 현대인들이 구매하고 싶은 가장 매력적인 상품일 것이기 때문이다. ■


배금란 / 경기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 석사, 동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석사학위 논문으로 〈한국불교문화 체험의 현대적 양상 연구: 템플스테이 사례를 중심으로〉가 있으며, 현재 박사학위 논문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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