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한국불교의 국제구호 활동

보살은 한 중생을 무시하고 많은 중생에게 집착하지 않으며
또한 많은 중생을 무시하고 한 중생에게 집착하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중생계와 법계가 둘이 아님을 알기 때문입니다.
보살은 이와같이 깊은 법계를 알아 모양 없는 데 머무르고
모든 불국토에 다니면서도 그 불국토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 《화엄경》 〈십행품〉

1. 들어가며

이용권
영등포장애인복지관 관장
현대사회의 불평등 현상이 그 도를 넘고 있다. 그 결과를 인간 생존과 관련하여 가장 현저하게 보게 되는 현상이 바로 ‘절대빈곤’이다. 세계 인구 8명 중 1명이 배를 곯고 있다. UN은 새천년 개발목표(MDGs) 8개 중 첫 번째를 ‘절대빈곤과 기아퇴치’로 정하고 20년 이상 노력해왔음에도, 아직 12억 명이 절대빈곤선 아래에 있으며, 전 세계 아동 4명 중 1명이 발육부진 상태다. 이렇게 인간의 생존이 위협받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행동의 우선순위는 인도적이고 자발적인 차원의 ‘나눔’이다. 가진 것을 나누는 데서 해법을 찾아보자는 발상이 바로 긴급구호요, 자발적 노력에 의해 빈곤을 해결하도록 생활환경을 개선하고자 ‘같이 일하는’ 것이 ‘개발구호’일 것이다. 따라서 피치 못할 재난에 대한 최소한의 인간 양심의 발로가 바로 긴급구호요, 상호부조를 통하여 공생의 길로 나아가는 인간 의지의 발로가 바로 ‘개발협력’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제구호라는 말은 주로 제3세계에 대한 인도적 지원사업을 지칭하며, 그동안 해외구호, 해외원조, 국제협력 등 다양한 용어들이 혼재되어 사용되어 왔으나 요즘 들어서는 ‘국제개발협력’이라는 용어로 통용되고 있다. 국제구호사업은 현실적으로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하나는 전쟁이나 재해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급하게 지원해야 하는 ‘긴급구호사업’과, 또 하나는 빈민촌이나 오지 지역에서 일상적인 삶의 조건들을 향상시키기 위해 시행하는 ‘개발구호사업’이다. 1990년대 이후에 시작된 한국불교계의 국제구호 활동은 20여 년의 시간이 경과하면서 ‘개발협력’이라는 형태로 진행되었고, 참여 영역과 사업 시행 주체가 점차 확산되어 가는 추세다. 이에 따른 한국불교의 국제구호 활동 상황과 내용을 살펴보고 향후 바람직한 발전 방향에 대하여 짚어보고자 한다.

2. 국제구호 활동의 배경

현대사회의 국제구호 사업의 역사는 1945년 UN의 창설로 그 토대를 마련했다고 본다. 1950년대에 남북갈등이 대두되고 국제사회의 노력으로 신생독립국이 등장하게 되어 1960년대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와 주요 개발협력기관의 설립으로 개발원조의 수요 발생에 따른 국제개발 협력이 본격화되었다. 1970년대에는 세계 경기 하락과 남북갈등의 심화로 개발전략이 변하여 인간의 기본적 욕구에 기반한 개발전략이 전개되고 환경, 여성 등의 새로운 과제가 등장하고 개발NGO가 부상하게 된다. 1980년대에 들어와서는 개도국의 채무 누적으로 인한 원조 피로 현상이 대두되었고 국제금융기관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있었다. 아울러 긴급구호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개발NGO의 역할이 증대되었다.

1990년대에 들어와 냉전이 끝나는 상황이 전개되자 세계화와 개발 이슈가 다양화되어 교육, 인권, 아동, 사회개발 등 경제중심 개발로부터 인간중심 개발, 지속가능 개발로 담론이 전환되어 갔다. 그리고 2000년대를 넘기며 유엔의 새천년 개발목표(MDGs) 수립과 함께 개발협력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아울러 민관협력의 활성화 등 민간부문의 중요성 대두와 굿 거버넌스(Good Governance) 논의가 활성화되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코튼(D. Korten)은 NGO의 역할을 제1세대 공여자(구호와 복지), 제2세대 동원자(소규모의 자립적 지역개발), 제3세대 촉진자(지속가능한 시스템의 개발), 제4세대 활동가·교육가(주민운동 지원)로 구분하기도 하였다.

한국의 해외원조 단체들은 1990년대부터 해외원조에 나서기 시작했다. 1970년 이전에는 한국이 원조를 받는 입장이었으나 경제성장기를 거치면서 한국기독교의 해외선교와 맞물려 국제구호에 관한 관심이 부쩍 증가하였다. ‘월드비전 한국’이나 ‘유니세프 한국사무소’가 외국의 원조를 받던 단체에서 주는 단체로 지위를 전환하면서 민간부문 해외원조가 본격화되었다. 종교기반 조직(FBOs)의 국제개발협력 NGO는 1980년대 이후 다수의 단체가 설립되었다. 기독교의 기아대책기구(1989)와 한국선의복지재단(1982), 천주교의 한마음한몸운동본부(1988) 등과 함께, 1990년대에는 불교계의 JTS(1993), 개신교계의 굿 피플(1999) 등이 설립되었다. 한국 정부 차원에서는 정치적인 고려 없이 순수한 해외구호 활동을 한 것이 OECD에 가입한 1996년 이후라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보면 한국의 인도주의적 해원(해외원조) 사업 역사는 근 20년이 되는 셈이다.

한편 2009년 11월 25일, 한국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 특별회의에서 ‘원조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DAC의 회원국으로 가입함으로써 공식적으로 받는 나라의 지위를 벗어나 원조를 하는 나라가 되었다. 한국의 해원 단체들이 초기의 개발구호사업 위주의 활동에서 벗어나 세계의 해원 단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국제적 위기상황에 개입한 것은 1994년 8월에 아프리카 르완다 내전의 난민구호에 참가하면서부터이다. 이후 코소보 전쟁(1999), 터키 지진(1999), 인도 지진(2001), 아프가니스탄 전쟁(20010, 이란 지진(2003), 이라크 전쟁(2003), 동남아 쓰나미(2004~5) 등으로 이어지는 긴급구호 상황들은 국내 해원 단체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계기가 되었다.

불교계 해외원조사업은 1991년 정토회의 국제연대부가 인도 불가촉천민들에 대한 지원사업을 시작했다가, ‘한국JTS’라는 해원단체로 독립한 것이 최초의 사례로 보고 있다. 1999년에는 해외원조단체협의회(현 KCOC: 국제개발협력 민간협의회)가 출범하여 명실상부한 한국 개발NGO의 유일한 대표적 협의체로 성장하였다.

2014년 KCOC의 241개 한국 시민사회단체(CSO)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 단체 113개 중 종교 관련 조직은 개신교 42개(37.2%), 불교 8개(7.1%), 원불교와 가톨릭이 각각 4개(3.5%)였다.

3. 한국 종교의 국제구호 활동

기독교와 가톨릭의 국제구호 활동

국제협력개발에 대한 기독교적 관점은 경제적인 박탈, 사회적인 억압, 영적인 구원의 관점으로, 빈곤을 관계의 왜곡과 불평등을 가져오는 원인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개인적인 문제이면서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 보는 통합적인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기독교 선교의 역사를 살펴보면 구약성서에 가난한 사람들과 장애인, 고아와 과부와 같이 소외된 계층을 대상으로 구호 및 선교를 하고 있다. 또 신약성서에서는 예수가 제자들을 다른 문화권에 선교활동을 위해 파견하거나, 사도 바울이 다른 지역에서 선교활동을 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선교활동은 중세의 수도회 활동을 거쳐 가톨릭 예수회의 선교활동으로 이어지는데, 고아원, 학교, 구호기관을 설립하여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을 돕는 구호활동을 동반하게 된다. 이어서 근대에는 선교활동이 개발도상국 대상으로 본격적으로 확대되어 인도주의적 원조를 제공하기도 하였고 선교사들을 후원하기도 하였다. 현대에 와서는 기독교 교회와 선교단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제3세계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데, 기독교의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설립하는 활동과 함께 의료봉사와 교육지원의 구호활동을 하고 있다.

1970년대에 들어서 선교 방식은 양극단을 피하고 통전적인 선교 개념을 정립하고 있다. 통전적 선교의 접근 방식은 선교가 개인의 구원에서 시작되지만, 개인이 속해 있는 사회적 구원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고, 선교 지역인 제3세계 국가에서 빈곤, 인권, 교육, 보건 등의 개발과 선교를 위해 활동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기독교의 선교 방식은 제3세계를 지원하는 국제개발협력 활동과 더불어 복음을 전파하기 위한 선교활동을 하는 것이 기독교 기반 개발NGO의 활동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기독교 기반 개발NGO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신앙일치형, 신앙중심형, 신앙동반형, 신앙배경형, 신앙 세속 파트너십형의 5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또한 기독교 기반 개발NGO를 설립 형태에 따라 구분해 보면 특정교회를 기반으로 하는 그룹이 있고, 기독교인 개인이나 신앙그룹이 설립한 형태가 있으며 이미 설립된 NGO나 선교단체로서 국제개발 협력에 참여하는 세 가지 형태가 있다. 이러한 기독교 기반 개발NGO들은 기독교의 성격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형태가 있는 반면, 설립은 기독교 정신을 기반으로 했지만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한국의 기독교 기반 개발NGO의 현황 분석과 특성을 보면 개발NGO는 절대다수인 91%가 1990년대 이후 국제개발협력 활동을 시작하였고, 연간 수입이 10억 원 미만인 비교적 소형인 단체들이 가장 많으며, 수입 중에는 개인 후원금이 4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리고 다수의 기독교 기반 개발NGO들이 국제개발협력과 함께 국내 및 북한지원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사회복지 등 국내지원 45%와 국제개발협력 35%보다 큰 규모이다. 국제개발협력의 사업규모가 큰 단체는 18% 미만의 소수이지만 사업비 규모를 기준으로 하는 경우는 91.5%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직원 수는 2명 미만의 단체가 3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기독교 기반 개발NGO들이 가장 많은 지역은 아프리카가 31개국으로 43%이며, 사업 수로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60%이다.

기독교 신앙이 기독교 기반 개발NGO에 미치는 특성을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한국의 기독교 기반 개발NGO들은 기독교적 정체성을 조직운영에 강하게 반영하고 있다.
② 단체의 조직에 비해 사업적 측면에서는 기독교 신앙이 비교적 적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③ 기독교 기반 개발NGO들의 강점으로는 기독교 정신이라는 동일한 가치를 추구한다는 일체감인데, 이는 동시에 사업지역에서는 약점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일반 NGO에 비해 기관과 직원의 헌신성과 조직 전체의 일체감을 장점으로 보고 있으며, 현지에서 종교로 인한 타 종교 및 신앙과의 갈등을 약점으로 들 수 있다.
④ 기독교 기반 개발NGO들은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를 자신이 아닌 외부에서 찾고 있다. 가장 큰 저해 요인으로 정부 정책상의 문제와 함께 사회의 이해부족을 들고 있다.

이러한 내용들을 기준으로 한국의 기독교 기반 개발NGO에 대해 기독교 신앙이 조직과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분석해 볼 때, 기독교 신앙이 기독교 기반 개발NGO의 조직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사업에서도 중요한 원칙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국내 가톨릭 기관의 개발협력 실천을 살펴보면 2014년 현재 KCOC에 등록된 120여 개의 개발협력 시민사회단체(CSO) 중 가톨릭에 기반을 두고 있는 단체들은 기쁨나눔, 한마음한몸운동본부, 한국카리타스 인터내셔널, 한국천주교 살레시오회,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기쁜우리월드 등 총 6개 기관이 있다. 이들 외에도 많은 수도회 연관 단체들이 해외의 개발 현장에서 주민들과 함께하고 있지만, 주로 자선활동 중심이거나 개발 전문가들이 아닌 수도자 등의 선교사로 이루어진 인적 구성으로 볼 때, 아직까지 이들을 전문성을 갖춘 개발협력의 범주에 포함시키기엔 무리가 있기도 하다.
가톨릭의 한국카리타스(Caritas)는 국제카리타스의 공식 회원 기관으로 카리타스 네트워크를 통해 주로 개발도상국의 카리타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개발협력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국제 카리타스가 재난 대응 및 인도적 지원에 상당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기에, 한국카리타스는 재난이나 인도적 피해상황 발생 시 카리타스 네트워크 안에서 발 빠르고 효과적인 대응을 해 오고 있다. 2010년도 가톨릭교회의 해외원조에 대한 자체조사 결과를 보면 2006~2008년 3년간 183억 원으로, 매년 61억 원 이상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난과 빈곤 해결을 위한 기독교와 가톨릭의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국제개발협력 기관들의 역할이 지난 60년간 중요하게 여겨져 왔다. 하지만 현재, 특별히 한국사회에서 기독교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 자칫 기독교 기반으로 한 국제개발협력 기관들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종교기반 조직(FBO) 국제구호 활동의 특성
한국은 국제개발협력 활동에서 종교인들이 자발적으로 빈곤지역과 분쟁지역에서 활동하면서 종교적 소명의식과 희생정신을 바탕으로 활동 범위를 확장해 왔다. 활발하게 해외 활동 중인 한국의 대표적인 개발NGO는 기독교의 월드비전과 굿네이버스, 불교의 한국JTS와 지구촌공생회이며, 이 단체들은 종교기반 단체이다.
그렇다면 이들과 기존의 개발NGO와 차별성은 무엇인가? 종교기반 조직 활동의 특성은 헌신성, 빈곤성과 친근함, 인적·물적 자원의 동원력, 접근 가능성, 지속 가능성, 네트워크 등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면을 살펴보면 특정 신앙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개발 현장에서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결정적인 주체가 될 수 있으며, 보수적인 종교의 경우 개발도상국의 발전과는 무관한 지원활동을 할 수도 있다. 또한 현지의 타 종교나 전통신앙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데, 특히 이는 기독교 선교단체들이 많이 지적받는 문제이다. 심지어는 현지에서 다른 신앙을 개종시키려는 경우가 있어서 심각한 반발과 함께 개발NGO 활동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그럼에도, 미국과 유럽 공여국들의 FBO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기독교 기반 개발NGO들은 정부 원조기관과 주된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있으며 영국, 네덜란드, 스웨덴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서구의 개발NGO들은 상당수가 에큐메니컬 그룹에 속해 있는 단체들로 자신들의 활동 가운데 기독교 신앙을 개도국 사회에 강요하거나 개종을 시도하지 않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또한 공여국 정부도 제도적으로 기독교 기반 개발NGO들의 개종을 위한 선교활동을 규제하고, 활동 계약서에 명시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이와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선교를 하지 않는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개발활동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규정을 준수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간접적인 선교 효과를 겨냥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4. 한국불교의 국제구호 활동 내용과 방향

불교계 국제구호 활동 현황
불교계 국제구호 활동에 참여해온 불교단체들을 파악해 보면 1990년대 5개에서 2000년대 27개, 2010년 이후에 35개로 늘어났다. 이 중 2014년 현재 개발협력 사업을 지속적으로 시행하는 단체는 20여 곳이며, KOICA의 민간단체 지원사업 참여 경험이 있으면서 KCOC에 가입된 단체는 조계종사회복지재단, 더프라미스, 이웃을돕는사람들, 위드아시아, 아름다운동행, 로터스월드, 한국JTS 등 7곳이다. 각 단체의 활동 시작 시기별 활동 지역과 활동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1991~2000년
이 시기의 활동은 스님 개인의 원력으로 시작하는 경우, 당시 형성된 시민사회단체가 원력을 낸 경우, 종단 차원에서 해외 지부를 설치하는 경우, 현지 불교의 지원, 모금을 통한 국제기구를 후원하는 방법 등 다양한 실천 방안의 시도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들 중 현재까지 활동이 지속되고 있는 단체는 한국JTS와 진각복지재단 두 군데이다.


② 2000~2010년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국불교계의 국제구호사업은 실천 주체들이 본격적으로 사업을 실천하게 됨에 따라서 관심이 부쩍 확산되었다. 이전의 개인적인 관심 차원의 사업들이 종단적으로, 전국적으로, 스님 중심에서 재가자들도 참여하는 형태로 발전하였던 것이다.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은 예상치 못하던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구호의 손길이 절실했던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난 데서 기인한다. 스리랑카를 비롯한 남아시아의 쓰나미, 파키스탄의 카슈미르 지역 대지진, 인도네시아의 족자카르타 지진, 중국의 쓰촨성 대지진 등이 그것이다. 이때는 그동안 성금을 모아 당사국에 전달하던 관행을 깨고 직접 긴급구호대를 현장에 파견하고 연계된 복구나 지역사업을 시작함으로써 국제구호의 영역이 더 확산됨은 물론 더 전문적으로 접근하는 방안들이 모색되고 실천되었다. 그러나 참여 분야에서 원시적인 구호활동과 의료지원, 불교국가 우선 지원, 그리고 국내외 타 기관과의 연대협력 활동이 고려되지 않은 탓에 활동과 지원 분야 및 자원의 중복 등 구호사업의 효율성 면에서는 물론, 자활과 자립을 지향하는 구호사업의 방향 면에서도 아직 더 숙련되어야 하는 과제들을 남겼다.

③ 2011~2014년
2010년을 전후하여 국제구호에 대한 불교계 인식의 변화는 전문기관으로 분류되어 사업이 진행되는 현상에서 보듯이, 국제구호를 독립된분야의 기능으로 인정하고 사무국과 현지 지부·지회를 설치하는 등 사업을 추진기 시적하는 경향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발달하고 있는 국내의 불교 사회복지의 전문 영역들이 국제구호 활동에서도 반영되기 시작했음을 볼 수 있다. 사업 분야도 타 단체와 변별되는 영역을 개발하여 접근하는 경향도 두드러져서, 과거의 사업시행 주체의 기호에 따라 접근하는 방식보다 주민과 지역의 사회적 욕구, 그리고 사회 정의에 입각한 에드보커시 활동 영역도 접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제구호의 기능과 역할이 시행 기관에 따라 분화되고 전문화된다는 데서 향후 한국불교 국제구호 활동의 가능성이 배가되어가는 것으로 평가된다.

불교계 국제구호 활동 주체의 특성
불교 국제구호 사업 주체를 대별하면, 첫째는 전문기관으로서 직접적인 현장사업을 시행하는 경우이다. 한국에 국제구호를 목적으로 하는 법인을 설립하고 사업수행을 위한 전담 사무국을 두며, 현지에서는 사업수행을 위한 공인된 법인을 설립하거나 지부 등록을 하고, 현지 직원과 한국에서 직원을 파견하여 사업을 진행한다. 이들 기관은 본부를 한국에 두고 2개국 이상에서 지원활동을 수행하면서 지속적으로 활동을 확대함으로써 국제적인 조직으로 발전해 가려고 한다. 둘째는 국내복지사업이 주된 목적이지만 기관 목적사업의 하나로 국제구호사업을 시행하는 경우이다. 이 단체들은 역량 있는 모(母)단체가 배경이 되므로 초기 사업에 유리한 자원동원력을 가지고 있어서 안정적으로 사업장을 건립하거나 운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연꽃마을의 경우를 보듯이 전문적인 해외사업의 현지 장악력 확보를 위해서는 독립된 전담기구를 만들게 된다. 그것은 직지사 복지재단, 아름다운 세상, 금산사 복지재단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들 역시 지속적인 국제구호 활동의 의지만 있다면 국내외에 연계된 전문성과 자원동원의 역량으로 안정된 해외 개발협력을 발전시켜가는 균형발전의 개연성이 큰 단체들이다. 해외사업장은 없지만 자원봉사단을 파견하는 경우에는 자신들의 전문 분야에서 국제 분야와 관련된 사업이 빈곤국가와 연계되어서 비교적 대중적이면서도 역량을 발휘하기 쉬운 해외자원봉사 활동을 택한 것이다. 앞으로도 많은 불교계 신행단체와 계층포교단체가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국제구호 활동 발전을 위한 성장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직접 사업보다는 타 기관에 위탁하거나 사업을 지원하는 데에 주력할 경우, 피차간 설립 초기의 재정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단체들에는 매우 유용한 활동 방법이 되고 있다. 지원 방식에서도 현장 기관들과 파트너십에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낼 수도 있는 동력이 되는 것이다.
그동안 이와 같은 불교 국제구호 활동이 양적 성장을 구가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불교계의 역량 있는 스님들의 원력과 노력이 배어 있다. 국제구호 분야뿐만 아니라 국내 시민사회 활동도 마찬가지이지만 재가자들이 참여하는 데는 자원개발과 동원을 추동하는 데서부터 나름의 한계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특정 전문성을 연계하고 사회적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차원에서라도 국제구호 활동분야에 재가불자들의 능동적 참여가 요구되며, 사부대중이 동참하여 역할을 분담하고 공조하는 계획과 실천이 필요하다.

활동 지역과 사업의 특성
전체적으로 볼 때, 불교 NGO의 활동지역은 주로 아시아에 집중되어 있다. 아름다운 동행의 탄자니아 농업기술학교 건립과 지구촌공생회의 케냐 식수지원과 교육지원 사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단체가 캄보디아, 미얀마, 몽골, 라오스, 스리랑카, 네팔 등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지역을 활동무대로 삼고 있으며, 불교국가 위주로 활동하고 있다. 문화적으로나 지리적으로 접근성이 용이하기는 하지만 실제 현지 불교기관과 파트너십을 형성하여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에도 한국인을 파견하는 것을 관행으로 하고 있다. 최근 설립된 불교 국제구호 단체들의 사업 또한 이들 경향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 한국불교의 국제구호 사업의 대상국은 동남아시아 국가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불교 국제구호 활동 단체들이 추진하는 사업 영역은 긴급구호 사업을 필두로 교육지원, 생활환경 개선사업, 보건의료지원사업, 지역개발사업, 현지 주민 역량강화사업, 기후변화 대응사업 등이다. 이 중에서도 교육, 보건의료, 생활환경 개선 분야를 중심으로 서비스 전달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학교시설 건립과 식수시설 지원과 같은 인프라 지원 비중이 높다. 보육원, 유치원, 방과 후 공부방, 지역아동센터, 청소년센터, 초중고등학교, 직업학교의 건립과 운영 등 교육사업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식수 및 관개로 개발사업, 병원과 보건소 건립과 운영, 화장실 설치, 위생교육과 같은 일들의 생활환경 개선 사업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와서는 공정무역 지원, 적정기술 보급, 사회적 기업 창업, 전통문화학교 설립, 장애인 특수학교 설치, 시범농장 운영 등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에도 진출하고 있다. 주민 스스로 지역의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도록 돕는 시도는 ‘더프라미스’가 선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미얀마에서 진행하고 있는 쌀은행과 마이크로크레딧 등의 사업은 주민 스스로 참여하고 자립을 위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로터스월드의 바이오가스 플랜트 사업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지역 청년들의 역량강화에 기여하는 바람직한 지역개발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한국보다 국제개발협력 사업을 먼저 시작한 서구의 단체들은 20~30년 전부터 자선 중심의 서비스 전달에서 현지 주민들의 권리에 기반한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음을 주시해야 한다. 불교 단체들은 비교적 활동 경험이 오래되지 않아서 대부분이 아직 후원자 요구 중심과 실적 위주의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경향이 있고, 활동 단체의 의사결정 또한 객관화된 전문가들의 판단보다도 중심 임원의 기호나 활동성향에 따르는 경향이 있다.
이와 같이 직접 서비스 전달 위주로 활동을 추진하면 현지 주민과 단체와 파트너십을 구축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 계속적으로 주민은 시혜자로 고착되며, 외부 기관에 대한 주민들의 의존성이 강해져서 자활의지를 저해하므로 이에 따른 사업방식의 변화가 요구된다. 활동 경험이 아직은 부족해서인지는 몰라도 불교적 가치와 장점을 살리는 고유한 활동 내용도 발굴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전문 활동인력 자원이 부족한 데에도 원인이 있다고 본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 최근 3~4년 전부터 일부 불교 국제개발협력 단체들이 활동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고 활동가들의 역량강화를 위한 협의체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2011년 더프라미스가 조계종 종단의 지원을 받아 개설한 ‘국제개발협력 주민운동과정 코빌(Covil)’이 종교와 소속단체를 구분하지 않고 활동가를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2013년에는 더프라미스와 로터스월드가 주축이 되어 ‘해외주민운동 한국위원회’와 ‘따비에’ 공동주관하에 ‘미얀마 현지 활동가 역량강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도 하였다. 이어서 2014년 10월에는 ‘태국 SEM(Spirit in Education Movement)과 함께하는 시민사회활동가 역량강화 워크숍’을 개최하여 활동가들로 하여금 세계와 현실에 대한 통합적 시각을 갖게 하여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방법을 익히게 하고 있다. 또한 더프라미스는 2014년 11월 경북대 사회복지연구소와 공동으로 대구국제개발 협력 워크숍을 개최하기도 하였다.
불교계 국제개발협력 NGO들에게는 애드보커시 분야가 취약하여 기후변화의 대응을 중심으로 준비모임이 출범되기도 하였다. 조계종복지재단과 로터스월드가 2014년 11월 푸른아시아, 피스빌리지 네트워크, 불교생태콘텐츠 연구소, 천주교 창조보전연대, 원불교 환경연대, 기독교 환경연대, 환경정의 등 단체들과 ‘기후변화 대응 아시아 시민사회 한국조직위원회’를 발족한 것이다. 2015년에는 아시아 20개국이 참여하는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기후변화 대응 플랫폼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이는 2015년부터 2030년까지 국제사회가 달성해야 할 ‘지속가능한 발전목표(SDG)’ 가운데 기후변화 대응이 포함될 예정임을 고려한 것이다.
현재 불교 활동단체들은 역량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단체 간 협력과 연대활동을 증가시킴으로써 활동에너지를 강화하고, 활동의 효율화와 전문화를 기하기 위하여 ‘불교 국제개발 협력협의회’ 구성을 가시화하고 있다.

향후 활동의 과제와 방향
한국불교의 국제구호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활동의 장애요소가 되고 있는 인적, 물적 활용자산의 결핍과 현장활동 전문인재 부족, 그리고 불교계 관련 기관들 간의 네트워킹 부족으로 인한 경험의 공유와 제한적 활용 문제부터 해소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불교 국제개발협력 NGO 주체들의 정체성 확립과 함께 재정 확보 역량강화가 필수적이다. 불교 국제구호 활동에 대한 불교적 가치기반에 입각한 통합적 공동 지침, 그리고 각 수행 기관별, 활동 분야별 목표에 따른 활동 지침과 매뉴얼이 그동안의 활동 경험을 감안하여 정비되고 공유되어야 한다.
활동 재원의 확보를 살펴보면 대부분 NGO의 수입 재정은 후원금 모금을 통해서 마련되고 있다. 2013년 한국 개발NGO 총수입 규모의 37.8%가 개인 후원이므로 교계 나눔문화 실천역량강화를 통해 불자들의 인식개선을 꾀하고 참여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후원 규모를 보자면 ‘아름다운 동행’의 연간 모금액은 2012년 수입액 기준으로 123억 원 정도이며, 이 중 일반 및 지정기부금이 98억 원이다. ‘지구촌공생회’의 경우 30억 원 규모이며, ‘로터스월드’의 경우 12억 원 정도다. 그리고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의 순수 후원금은 14억 원 규모이다. 기독교 NGO인 ‘월드비전’은 2012년 기준의 수입액이 2천억 원대에 이르고 있으며, ‘굿네이버스’는 1천억 원을 상회한다. 가톨릭의 경우 ‘바보 나눔 재단’의 2012년 후원금액은 80억 원을 상회한다. 후원자 현황을 보더라도 지구촌공생회가 약 6천 명, 로터스월드가 약 2천 명인 데 반해 월드비전이 40만 명, 굿네이버스가 약 38만 명으로 수백 배의 차이가 난다. 물론 타 종교단체는 단체 설립의 역사가 오래되기도 했지만, 불교계도 NGO의 모금 역량을 키우고 나눔문화 실천을 확대, 배가해야 할 것이다.
또한 불교 개발NGO의 재정 운용이나 활동 과정은 물론 성과의 평가도 투명성과 책무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요즈음 사회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은 몰라도 남들은 아는’ 시대이다. 특히 아직 역량이 부족한 단체들 간에 서로 윈윈하는 협력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라도 투명성은 필수적이다. 특히 진실한 도반들의 우선적 속성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재정 운용분야는 공개 원칙을 지키는 것이 후원자 배가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본다.
둘째로, 활동 주체와 자원의 적극적 연대와 공조가 필요하다. 불교 국제구호 활동이 양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타 종교계 활동이나 한국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활동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자원이 소요되는데, 많지 않은 현재의 인적, 물적 활동 자산이 상호협력적으로 효율성 있게 활용되어야 한다. 이 문제는 각 불교종단이 의지를 가지고 산하단체뿐만 아니라 타 종단, 그리고 타 종교의 교단과도 협의체계를 마련해서 인재교육과 자원의 동원 및 활동 분야 조정을 통한 국제구호 활동의 효율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셋째는 통합적 인적자원 부문에서 전문활동가를 육성하고 개발해야 한다. 앞으로 국제구호 활동가는 지역사회복지 개발 활용능력을 필수적으로 보유해야 한다고 본다. 국제구호 활동을 전문화하기 위해서는 발달된 지역사회복지 방법론을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사회복지는 개인, 집단, 조직, 지역사회 등을 통해서 사회문제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계획된 행동에 참여시키려는 개입의 방법이다. 활동 유형을 미시간대학의 교수인 로스만(J. Rosman)은 3가지로 제시하였는데 지역개발(locallity development), 사회계획(social planning) 그리고 사회행동(social action)이 그것이다.
지역개발이란 지역사회의 변화를 가장 효과적으로 이룩하기 위해 지역주민들을 목표 결정과 실천 행동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전제에서 나온 지역사회 복지활동의 한 형태다. UN은 ‘지역사회개발은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나 주민들이 가능한 한 최대의 주도력(initiative)을 갖고 지역사회의 경제적, 사회적 조건을 향상시키기 위한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사회계획은 지역사회 내의 사회문제 즉 비행, 주택, 건강 등의 제 문제 해결을 위해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계획수립과 계획된 변화이며, 관련 전문가를 통해 지역문제 해결을 도모하는 전반적인 활동에 두고 있다.
사회행동 모델은 지역사회의 불우한 계층에 포함된 주민들이 사회정의와 민주주의에 입각해서 보다 많은 지원과 향상된 처우를 지역사회에 요구하는 단체행동을 말한다. 사회행동 모델에서 사회행동의 참여자들은 가진 자들과 그렇지 못한 자들의 두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권력을 가진 소수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다수 사람들의 권익을 침해하는 사회적 착취의 직접적인 결과로 문제가 비롯된다고 보고 있다.
이 모델의 집단행동을 보면 소수인종 집단, 여성 해방 및 여권 신장, 급진정당, 노동조합, 복지권 추구 등의 운동이 포함된다. 이 모델에서 지역사회 활동가의 역할은 가능자(enabler), 중재자(broker), 변호자(advocator), 행동가(activist)의 역할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따라서 전문적으로 국제구호 활동에 임하는 활동 전문가를 양성하는 일은 향후 불교계의 과제 중 무엇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본다. 활동가는 지역사회에서 활동할 경우 각 개인과 집단을 대상으로 하며, 현지 주민들의 욕구에 따라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실천역할(prectice roles)을 이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펄먼(R. Perlman)은 지역활동가의 역할을 목적과 유형에 따라 21가지로 제시하였는데 그중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안내자(guide) 역할 : 지역사회의 문제해결에 따른 올바른 목표를 설정하고, 이것을 해결하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다. 그 방안의 선택이 지역사회 자체의 노력이 되도록 해야 하며,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지역주민을 이용하거나 조종하거나 조치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조력자(enabler) 역할 : 활동 과정을 용이하게 하는 과정이다. 지역사회 조건에 대한 욕구를 일깨워 주고 집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주민들이 상호관계를 유지하고 협동적인 일에 참여하는 데에 만족하도록 도와준다.
전문가(expert) 역할 :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직접적인 충고를 하는 역할이다. 전문가로서 지역사회 활동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조사자료, 기술상의 경험, 자원의 출처, 방법상의 충고 등을 제공한다.
치료자(theraphist) 역할 : 지역사회의 공동 노력을 저해하는 금기적 사고(taboo idea)나 긴장을 조성하고 집단을 분리시키는 요인들에 대한 진단과 치료를 하는 역할이다. 이를 위해서는 역사적 배경을 숙지하고, 기존의 관습과 현실과의 관계를 인식해야 하며, 지역사회 내 역할들 간의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계획가(planner) 역할 : 지역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누가,무엇을,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일이다. 활동가는 공간적,재정적, 인적, 법적 등의 기술적인 면을 고려해야 하고, 철학적인 측면도 중시해야 한다.
조직가(Organizer) 역할 : 역할의 실천 과정에 지역사회의 행동체계를 적절히 참여시키며, 주민들이 실천해야 할 역할을 분명히 해 주고, 효과적으로 수행하도록 훈련을 시키는 일이다. 참여의식을 고취해 지역사회가 수립된 계획을 제도화하여 스스로 추진해 나가도록 사기와 능력을 북돋아 주어야 한다.
행정가(admnistor) 역할 : 프로그램의 설정 목표에 이르기까지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을 관리하는 역할이다. 유의할 점은 지역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규칙과 절차를 적용함에서 달성코자 하는 목표를 유념해야 하며, 형식적인 면을 강조하기보다 적절한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행동가(activist) 역할 : 지역사회 내 불우계층의 이익을 증진시키고 이들 편에 서서 복지활동을 전개하는 역할이다. 지역사회 사업가는 지역사회의 조건이 불평등하게 배분되고 있다고 보고, 관계 기관과 단체에 자원을 얻어내기 위해 힘쓸 뿐만 아니라, 서비스 제공에 따른 불공평을 제거하도록 영향을 미쳐야 한다.
넷째로, 국제구호 활동의 내용과 방식의 변화가 있어야 하겠다.
단순한 자선적 시혜를 지양하고 인권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국제적 인식이 확산되는 추세에 따라 빈곤에 대한 통합적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불교적 가치관에 기반한 프로그램으로 활동하지만 ‘포교’ 자체가 목적이 된다면 그것은 오히려 비불교적이라고 본다. 2005년 초에 스리랑카 쓰나미 피해지역 종합구호활동 시의 기억이 새롭다. 각 언론을 통해서 스리랑카 재건을 위한 각종 의견이 제시되고 있었는데 The Telegraph라는 현지 신문에 어느 가정주부가 기고한 글이 눈에 들어왔다.
“첫째, 쓰나미 희생자들을 심리적으로 우선 보듬어주는 일이 필요한데, 그 임무는 당연히 스님들에게 있다. 부처님께서 전법을 떠나는 60아라한들에게 이르신 ‘인천의 이익과 선을 위해 떠나라’는 말과 함께…… 둘째, 스리랑카 재건의 가장 최선은 ‘불교도의 길’을 바르게 가는 것이라면서 그 주된 기둥은 바로 판차실라(Pancha Seela, 5계를 지킴)이다.”
그리고 학교, 도로, 마을 등등 여러 분야를 언급했는데, “깨끗하고 편리한 시설복구와 함께 난민촌은 캔디를 비롯한 불교 성지 근처에 위치하게 함은 물론 매일 기도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스리랑카의 재건은 건전한 개인의 재활에 있으며, 그 근본은 부처님 가르침이다.”라고 주장하였다. 더 나아가 국가 수입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관광산업의 획기적인 전환을 요구하면서 인신매매나 성적 유희 대상이 될 소지가 있는 고아를 비롯한 소녀들이 상품화되는 관광을 배제하고, 어느 곳이나 도덕적으로 채식과 전통 불교문화, 그리고 기초교리를 접하여 도덕적으로 감화가 필요한 서구인들을 위한 도덕적 웰빙관광으로 유도할 것을 제안하고 있었다. 오직 불교에 의한 불교적 재건이라야 국가적 희망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 밖에도 루이스(Lewis)가 제시하는 실행자(Implimenter), 촉진자(Catalyst), 파트너(Patner)의 역할을 활동 지역 특성에 알맞게 구사해야 하며, 활동 지역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단체의 개별 활동을 지양하고 세계적인 정치적, 경제적 환경이라는 큰 맥락 속에서 활동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취약한 애드보카시 활동을 보강하기 위해서는 국내외 환경, 인권, 젠더 분야의 일반 시민사회 단체들, 특히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국기업, 기관과 공조가 요구된다. 또한 현지 주민, 파트너기관, 지역정부 등의 인식을 개선하여 같이 손잡고 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4. 나오면서

지금 지구촌은 일일생활권으로, 세계 인류가 물리적으로는 바로 이웃사촌으로 이미 다가와 있다. 한국의 국제구호 활동이 확산일로에 있는 지금 이 시점이 한국불교가 표방하는 대승불교 실천 역량의 시험대로서 도전과 기회의 교차점이기도 하다. 한국불교가 현대사회에 구현해야 할 모습은 무엇인가? 한국불교의 국제구호 활동의 모습은 그 물음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진정한 ‘대승불교의 실천’이며, 그것을 실현하는 주체는 ‘대승보살’이다. 보살의 수행 덕목은 ‘사섭법’이요, ‘육바라밀’이다.
따라서 국제개발협력에 내포된 불교적 함의는 ‘보살정신의 국제적 실천’이라 할 것이다. 그 뿌리 말할 나위 없이 우리의 교주이신 석가모니 부처님이다. 그는 무상정등정각을 이루어 열반에 이르렀음에도 당신의 나라에 안주하지 않고 당시 인도의 다른 나라 국경을 초월하여 전법 활동을 함으로써 국경을 초월하는 국제보살행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불교의 국제구호 활동 방식에 대해서도 대승적이어야 한다고 본다. 지금 우리 사회는 근대적 성장과 개발의 과정에서 누적된 피로감이 극에 달한 상황인데, 구호 대상 지역의 주민들에게 그것을 전이시킨다면 그것은 다분히 비불교적인 발상이다. 대상 지역이나 주민들에게 ‘욕망’과 ‘발전’을 부추기는 개발구호는 ‘협력’이 아니라 또 다른 이름의 폭력과도 같다. 부처님의 자비는 ‘너도 좋고 나도 좋고 모두가 좋으며’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끝도 좋은’ 온 생명의 평등하고 공평한 행복을 지향한다. 그래서 만해 한용운 선사도 ‘불교에 주의(主義)가 있다면 그것은 평등주의’라고 하였으니, 그 명분 아래 불교 국제개발협력은, 싸워야 할 때는 싸우고 타협해야 할 때는 타협해야 한다. 그렇게 본다면 개발구호 과정에서 우리의 불교를 포교하기보다는 명실상부한 사부대중의 승가 공동체를 지향하는 선례들(스리랑카의 사르보다야 운동, 부탄의 정책 등)을 벤치마킹하여 지역 특성에 맞는 녹색·생태공동체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 또한 불교의 정체성을 보유한 바람직한 개발협력 사업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그 많은 법문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고통을 해소하는 데 목적이 있으며, 모든 불교수행의 방법 또한 그와 다르지 않다. 따라서 우리 불교계의 국제개발구호 노력 또한 불교의 수행 방법 중 하나라고 본다. 잘하면 매우 수승한 수행법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상대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독이 될 수 있는 수행법이다. 그동안 한국의 극성스런 기독교 단체들이 지나친 선교욕으로 일조해온 근대문명의 폐해에 대한 해독제 역할을 하는 것 또한 한국불교의 국제개발구호 주체들의 사명 중 하나라고 본다. 한국불교의 국제개발구호 일선에 있는 활동가와 기관단체들이 늘 부처님 전법 선언의 진정한 의미를 잊지 말았으면 한다. ■

 

이용권 /
영등포장애인복지관 관장. 동국대 불교학과, 중앙대학교 사회개발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졸업. 동방대학원대학교 불교문예학과에서 박사학위 취득(복지상담 전공). 대한불교조계종 자원봉사단 사무총장 역임. 주요 논문으로 〈한국불교 사회복지사업과 종사자에 관한 연구〉 〈한마음 공생실천과정의 마음치유에 관한 현상학적 사례연구〉 등이 있다. 현재 원광디지털대학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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