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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민족주의
-특집 프롤로그
[28호] 2006년 12월 10일 (일) 최연식 목포대 역사문화학부 교수

1.
황우석교수 지지운동, 왕조실록과 의궤 반환 운동과 같은 최근의 사례들에서 보듯 불교는 우리사회에서 가장 활발하게 민족주의를 대표하는 집단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근대시기에 불교를 배척하는 유학자나 전통사상가들의 주장 첫머리에 불교가 외래사상이라는 내용이 들어있었던 것을 생각할 때 상당한 아이러니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불교를 배척한 유학자들의 사상 자체가 외래적인 것이라는 사실은 더 큰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전통문화를 우리의 전통문화라고 생각하는 것이 당시의 소중화주의였다.)

불교계의 이러한 민족주의적 경향은 불교가 이제는 우리사회의 기층문화로서 완전히 정착하였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3ㆍ1운동 당시 불교계의 미약한 참여도나 총독부에 의한 불교계 재편을 그대로 용인한 것에서 나타나듯 식민지시기 초기까지도 불교와 민족주의는 그다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것과 같은 불교계의 민족주의적 경향은 식민지시기와 해방 이후를 포함하는 우리사회의 근대화 과정 속에서 점차 형성되어 왔고 현재의 시점에서 가장 강한 강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근대사회를 거치면서 불교계가 민족주의적 경향을 띠는 것은 우리사회만의 모습은 아니었다. 같은 동아시아 지역의 중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멀리 스리랑카나 동남아시아의 불교국가들에서도 근대를 거치면서 불교는 민족주의와 긴밀하게 연결되었다. 20세기가 민족주의의 시기였고, 민족주의야말로 이 시기의 가장 중요한 ‘종교’였음을 고려하면 이러한 현상은 당연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불교가 근대의 민족주의와 결합하지 못하였다면 사회에서 도태되고 말았을 것이다.

2.
이처럼 현대 우리사회의 불교와 민족주의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실상 불교와 민족주의의 관계에 대하여는 아직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고 생각된다. 원론으로서의 불교에 대해서는 민족을 초월하는 인류보편주의적인 사상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우리사회의 불교에 대해서는 민족주의적인 것을 당연하게 여기거나 민족주의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고 여겼을 뿐 왜 불교가 민족주의와 밀접하게 연결되었으며 불교와 민족주의가 어떠한 방향으로 관계 맺어야 되는지에 대해서 충분히 검토하고 반성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물론 그동안 우리 불교와 민족주의의 관계, 특히 근대불교의 민족주의에 대해서는 이미 적지 않은 논의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논의들은 대부분 ‘근대불교가 민족주의적이었느냐 그렇지 못했느냐’에 대한 문제에 집중되었고, 불교에서 민족주의적인 내용을 끄집어내고 설명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졌다고 생각된다. 식민지지배를 거치며 민족해체의 위기를 경험하였던 우리사회에서 이러한 태도는 당연한 것이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 20세기의 근대가 지나가고 ‘탈근대’가 주창되는 시점에서 근대화 과정의 결과이었던 불교와 민족주의의 관계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에서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역사적으로 특히 근대에 있어서 우리 불교계가 얼마나 민족주의적 혹은 반민족적이었는지를 따졌던 지금까지의 논의와는 달리 근대사회 불교의 민족주의적 경향이 과연 어떠한 성격의 민족주의이었는지, 그것이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형성되었는지, 그리고 보다 중요하게는 현재 우리 불교계의 민족주의적 경향이 불교의 본래적 입장과는 어떻게 소통될 수 있는지에 대한 반성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3.
이와 같은 반성적 논의를 위해서는 먼저 구체적으로 근대사회에서 불교계가 민족주의를 수용해 간 과정을 보다 구체적으로 조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도 우리 사회의 모습만이 아니라 여러 사회에서의 모습을 종합적으로 비교ㆍ검토할 때 불교와 민족주의의 결합이 갖는 역사적 의미가 보다 분명하게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불교평론』의 가을ㆍ겨울호 특집에서는 우리 사회를 비롯하여 중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불교계가 근대화를 거치면서 민족주의를 수용하게 되는 양상을 아울러 검토하고자 한다.

단순히 민족주의적 성향을 지적하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불교계가 민족주의를 받아들이는 계기가 무엇이었으며 민족주의를 받아들인 결과 불교계 내부적으로는 어떠한 변화를 겪게 되었는지, 또 외부적으로 사회에는 어떠한 변화를 가져왔는지 등을 포괄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이와 같은 검토를 통하여 불교와 민족주의의 관계를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검토할 수 있고 나아가 우리 불교계의 민족주의를 어떠한 방향으로 이끌어야 하는지에 대한 모색도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불교와 민족주의를 보다 넓은 시각에서 조망하기 위해서는 동아시아 국가들만이 아니라 스리랑카나 버마, 티베트 등과 같은 국가들에서의 불교와 민족주의의 관계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적당한 필자를 구하지 못하여 이들 사회에 대한 검토는 후일로 미루게 되었다. 추후 우리 학계의 역량이 증대될 때에 이러한 문제들까지 포함하여 보다 포괄적인 검토가 가능할 것이다.

최연식
목포대 역사문화학부 교수, 본지 편집위원.서울대학교 대학원 국사학과 석ㆍ박사 학위 취득. 주요 논저로는 『均如 華嚴思想硏究 - 敎判論을 중심으로』 (서울대 박사학위논문, 1999), 『역주한국고대금석문』III (공역, 한국고대사회연구소, 1992년 10월), 『한국고대중세고문서연구』(공저, 서울대출판부, 2000년 8월) , 『불교사의 이해』(공저, 조계종출판사, 2004년 3월), 『조계종사 - 고중세편』(공저, 조계종출판사, 2004년 5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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