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대중화는 나의 오랜 숙원이었다.
모태로부터 시작한 불교와의 인연은 철이 들면서 차츰 부처님 가르침의 가치를 알게 되었고 세상 사람들도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떤 때에는 무조건적으로 집단의식을 바라는 유치한 경우도 있었지만 사회나 공동체의 혼돈된 가치관을 올바로 정립하는 데 부처님 가르침만큼 광범위하게 적용되면서 확실한 것은 없다는 확신이 있었다.
사회변혁기였던 1980년대에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불교사회주의라는 조어(造語)에도 상당한 공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대중과의 공감 콘텐츠와 소통 수단의 부재는 많은 시도들이 있었음에도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콘텐츠는 충분했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법문과 이후 조사 스님이나 큰스님들의 가뭄에 단비 같은 수많은 법문들. 불교가 가지고 있는 엄청난 재산임이 분명했다. 현대인의 생활과 문화에 맞게 표현을 잘 다듬으면 모두의 삶에 필요한 훌륭한 감로수가 될 터였다. 대중과의 소통수단으로 볼 때 불교계에 속한 매체는 모두 불교를 앞에 내세운다. 선입견을 가지게 하는 매체의 이름이나 성격은 부처님 가르침의 무한한 가치를 대중이 공유하게 하는 데 한계를 노정하게 되어 있었다.
이런 콘텐츠와 매체의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기독교계의 활동에서 찾았다. 지하철 승차장에 있던 사랑의 편지가 그것이다. 사랑의 편지는 지하철 선교협의회에서 1992년에 시작하여 시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꾸준히 받아오고 있었다. 이와 유사한 형태의 활동을 결의하고 사람들을 모았다.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호응해 주었고, 곧 일에 착수해 1999년에 서울지하철 역사 전체에 ‘풍경소리’ 게시판을 부착하게 되었다.
그리고 1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많은 사랑과 관심과 지원을 받아왔다. 어려운 일이 닥칠 때면 어김없이 누군가가 나타나 난국을 넘어설 수 있게 해 주었다. 어떤 때는 액자를 만드는 사업가, 어떤 때는 실력 있는 기획자, 어떤 때는 자금을 융통해주는 사람, 힘센 사람, 자원봉사자, 상담자, 후원자……. 수많은 사람들의 수많은 재능들이 풍경소리의 오늘을 떠받치고 있다.
그러나 늘 우리의 과제는 만족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일시적인 만족은 있을지언정, 앞으로의 일들은 바르게 꾸준히 지속되어야 하고 드러난 문제들은 보완하고 해결해야 한다.
대중은 머물러 있지 않는다. 그래서 대중활동이란 다음 두 가지 측면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 하나는 대중의 변화를 잘 파악하고 따라가야 한다. 또 하나는 대중의 변화 방향을 미리 예측하고 준비해야 한다. 둘 중 어느 하나라도 놓치게 되면 대중추수나 전위적 활동으로 치우쳐 활동의 중심을 잃게 될 것이다.
요즈음은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참 많아졌다. 목표는 있지만 그 목표가 자신의 행복을 담보할 것이란 확신도 없이 큰 물결에 휩쓸려가는 인생을 살고 있다. 그래서 탐욕이 탐욕인 줄 알지 못하고, 성을 내고도 성냄의 원인을 타인에게서 찾는 어리석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런 경향에 주목하면서 부처님 가르침이 현대인의 구체적인 삶의 멘토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하철의 게시판을 통한 풍경소리 활동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활동이다. 더 필요한 것이 삶의 고민과 기로에서 헤매는 개별적인 대중의 구체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데에도 생각이 미쳤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주목한 부분은 현대인의 정신적 괴로움과 질병의 확실한 대안인 명상에 관한 생각이다. 명상에도 여러 분야가 있겠지만 불교의 명상수행은 부처님이 직접 열반을 체험하시며 확립해 놓으신 탁월한 방법이며 행복의 지름길이다. 이 방법은 이미 서양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들에 의해 통합의학이라는 의학분야의 신영역의 개척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명상은 돈 있고, 시간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같이 되어가고 있다. 자연 친화적으로 잘 꾸며진 시설과 고가의 참가비를 내야만 명상을 지도받고 맛볼 수 있는 구조로 되어 가고 있다.
삶의 방향을 찾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괴로움은 아는데 원인을 모르는 사람들, 괴로움을 없애려고 더 크고 더 센 자극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 등등이 진정으로 생활 속에 부처님 가르침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 대부분은 돈도 없고 시간도 거의 없다. 돈도 없고 시간도 없는 사람들을 명상 맛을 보게 하고 명상을 통해 삶의 행복과 활력소를 찾을 수 있도록 각자 가진 배움을 나누는 게 명상의 대중화이다. 돈이 없어도, 없는 시간 중에도 짬짬이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게 명상이어야 한다.
명상의 대중화와 생활화를 위해 풍경소리 학교를 만들었다.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대중들의 눈높이를 맞추고 기질과 흥미에 따라 명상수행의 길로 이끌기 위한 방편으로 마련되었다. 무료로 할 수 있는 명상프로그램들을 개설하였다.
많은 분이 호응해 주고 계신다. 명상수행이 필요하신 분들에게 기회를 넓혔다는 생각이 든다. 무료 프로그램에 참여하신 분들에게 이렇게 말씀 드린다. “여기에서 배우신 내용을 주위에 필요한 분들에게 나누어 주십시오.” 그나마 시간이 없어 참여하지 못하신 분들이나 정보를 접하지도 못하셨을 많은 분이 명상수행의 길에 함께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익힘에는 실천행이 따라야 한다고 강조하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그런데 부처님 가르침을 제대로 배우고 익히면 실천행을 강조하지 않아도 저절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실천이 수반되는 법이다.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 법 바로 배워 마음으로부터 우러난 실천행이 넘치는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서원을 세워 본다. ■ 
저작권자 © 불교평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