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적 담론 재점화, 생명평화의 불교적 실천 모델 제시”

불교평론 ‘올해의 논문상’이 2010년 4번째 수상자를 맞게 되었다.

2009년 9월부터 2010년 8월까지 《불교평론》을 비롯한 국내 불교 관련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들 중 모두 13편의 논문이 심사 대상으로 추천되었다.

대부분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훌륭한 논문들이어서 《불교평론》 편집위원을 중심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서 ‘올해의 논문상’ 1편을 선정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오랜 시간의 진지한 논의와 검토 끝에 결정된 수상작은 《불교평론》 제43호(2010년 봄호)에 게재된 도법 스님의 〈생명평화 운동과 대승불교의 수행〉이었다.

이 논문은 크게 세 가지 점에서 기존의 수상작 3편과 차이점이 드러난다. 첫째, 기존의 수상작이 전문 학술 논문인 데 비해 이 논문은 비학술적 성격의 논문이라는 점. 둘째, 기존의 수상 논문은 전문 학자들이 쓴 데 비해, 이번 논문은 실천 수행에 매진하는 스님이 쓴 논문이라는 점. 셋째, 기존의 수상 논문은 《불교평론》이 아닌 전문 학술지에 게재된 것이지만 이번 논문은 《불교평론》에 게재되었다는 점 등이다.

우선 이러한 형식적 차이점이 심사위원들의 결정을 어렵게 만들었다. 하지만 ‘불교사상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역사·정치·사회현상 등을 불교적 시각으로 분석 비판 조명한다’는 《불교평론》의 창간 취지와 특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도법 스님의 논문을 수상작으로 선정하게 되었다. 이번 결정은 ‘올해의 논문상’이 전문 학술 논문뿐만 아니라 다양한 성격의 글을 그 대상으로 한다는 공개적 약속의 이행이라는 점에도 의의가 있다. 또한 《불교평론》에 더욱 우수한 논문이 투고되는 기대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본다.

도법 스님의 논문 〈생명평화 운동과 대승불교의 수행〉은 ‘논증의 논리적 정합성’이라든가 ‘역사적 검토와 고증’이라는 점에 있어 흠결이 적지 않다. 하지만 ‘주제의 적절성과 참신성’ 및 ‘연구 성과의 활용도’라는 점에서는 높이 평가할 점도 많다. 무엇보다도 스님의 논문은 현대문명과 신자유주의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자연 생태적 재앙, 극단적 양극화 사회, 인간 소외 등으로 말미암은 ‘생명 위기, 평화 위기, 삶의 위기’에 대해 투철한 문제의식을 일관되게 견지한다.

 또한 생명에 대한 지극한 외경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사랑을 대승보살도의 불교적 세계관과 가치관을 통해 구현하고자 그 구체적 실천 모델을 제시한다. ‘생명평화경’ ‘생명평화무늬’ ‘생명평화 100대서원’ ‘공동체 마을’ 등은 그 몇몇 방법론의 예이다. 물론 여기에는 아직 보완되고 수정되어야 할 점도 적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 논문은 단순한 선언적 주장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 실천과 접목되고 있어서 생명력이 느껴져 온다.

이 논문의 필자는 이 주장들을 온몸으로 직접 실천에 옮기고 있다. 일례로 스님은 2004년 3월 1일 생명평화결사를 조직하여 2008년 12월 14일까지 전국을 돌며 약 5년에 걸친 ‘생명평화탁발순례’를 마쳤고, 생태적 지역공동체 운동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이 논문이 우리 사회에 생명평화의 시대적 담론을 재점화하고 그 실천운동을 확산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


2010년 11월

심사위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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