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꽃들이

몸이 달아 태양을 연모할 때도 너만은

홀로

가슴에 바다를 품었구나.

들끓는 지열(地熱)이 싫어 

능구렝이, 꽃뱀, 꼭꼬댁거리는 수탉이 싫어

꽃밭과 초원과 산록(山麓)을 버리고 땅 끝

절벽에 섰다.

오늘도 해풍(海風)에 몸을 말리며

늘 듣는 안부는 밀물의 저 하이얀 목소리,

항상 먼 수평선만을 응시하는 네

눈빛에

잔잔히 애수가 고여 있구나

 

 

— 시선집 《詩四百 思無邪》(푸른사상, 2025)

 

오세영
1968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시간의 뗏목》 《봄은 전쟁처럼》 《문 열어라 하늘아》 《바람의 그림자》 등. 목월문학상, 정지용문학상, 소월시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만해대상 등 수상.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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