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국내 여행을 다닐 때면 그 지역의 사찰을 꼭 들르곤 했다. 불교 활동을 열심히 하셨던 부모님과는 다르게, 나는 불교를 단지 한국 역사와 문화의 일부, 또는 관광지 정도로만 여겼다. 그렇게 불교는 늘 내 주변에 있었지만, 내 삶 안으로 깊이 들어오진 않았다. 그러나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불교를 접하게 된 방식과 개념은 내 안에서 180도 바뀌었다.
불교를 접한 계기는 어쩌면 단순했다.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이하 대불련) 출신이신 부모님의 권유로 불교 동아리에 가입하게 되었고, 그렇게 나의 대학 생활 속 첫 불교와의 연결이 시작됐다. 당시 내가 활동했던 학교의 불교 동아리에서는 특별한 활동 없이 1학년이 끝났고, 이후 우리는 모두가 겪었던 코로나19 시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코로나가 지속된 3년 동안, 불교를 잊고 지냈다.
그러던 중, 2022년 창원대학교로 편입하게 되었다. 2년이라는 짧은 시간의 대학 생활이지만, 창원에서의 첫 1년은 정말 만족스럽고 즐거웠다. 그래서 남은 1년만으로 대학 생활을 마무리한다는 것이 아쉬웠다. 인생에 단 한 번뿐일지도 모를 이 시기를 조금 더 알차고 의미 있게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나는 불교 동아리 활동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단지 동아리 활동을 하는 것에 ‘결심’이 필요하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당시 우리 학교의 불교 동아리는 동아리방만 간신히 유지되고 있어,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였다. 동아리 활동을 제대로 하려면 지도법사 스님을 새롭게 모셔야 했고, 동아리방도 리모델링이 필요했으며, 무엇보다 함께 활동할 법우들도 직접 찾아야 했다. 말 그대로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왕 시작한 거, 제대로 한번 해 보자는 마음으로 나는 휴학을 결심했고, 동아리 회장으로서의 첫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불교 동아리 활동을 시작한 즈음에,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 힘들어하면서도 그저 하루하루가 재밌어서 불교에 대한 깊은 고민과 생각들을 해보지 못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불교는 나에게 하나의 수단이었다. 즐겁고 활기찬 대학 생활을 위해 한 단계 더 나아간 선택일 뿐이었다. 하지만 활동이 계속될수록, 점점 나 자신에게 묻게 되었다. 내가 지금 불교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마주하고 싶은지를 말이다.
이러한 깊은 질문을 던지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친한 고등학교 친구가 어느 날 진지하게 물었다. “넌 왜 그렇게 불교 동아리에 진심이야?”라는 그 물음에 나는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단지 재밌어서라고 하기엔 너무 부족했다. 이제는 나 스스로도 그 물음에 명확하게 대답해야 할 때가 왔다.
그래서 나 자신에게 깊은 질문들을 던지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 왜 불교가 재밌다고 느끼는 걸까’ ‘나는 지금 어떤 미래를 위해 불교를 선택했을까?’ ‘불교를 통해 내가 얻고 싶은 건 과연 무엇일까?’ 그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나는 아주 긴 시간 동안 스스로를 들여다봤다. 그리고 그 모든 답은, 정말 가까운 곳에 있었다. 부처님의 가르침 속에, 내가 던진 질문의 모든 실마리가 있었다. 물론 아직 완전히 찾지 못한 답도 있지만, 그 답을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너무나도 소중했고, 지금도 계속 더 나은 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열심히 불교 동아리 활동을 이어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불련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동아리라는 작은 울타리를 넘어 전국의 대학생 불자들과 연결되면서, 나는 불교의 얼굴이 얼마나 다양하고 풍요로운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세상 속 불교를 직접 경험하게 되면서, 나는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불교는 나에게 무엇인가?’ 그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길 위에서, 나는 2025년 대불련 중앙회장의 자리에 올랐다. 어깨는 무거웠지만, 그보다 더 마음이 깊어졌다. 내가 만난 불교는 단순한 종교적 형식이나 사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마음의 길이었고,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살아내는 자비의 실천이었다. 누군가에게 불교는 법당 안의 향 내음일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함께 웃는 미소에서 피어나는 희망이었다.
주변에서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청년들이 왜 불교를 선택한다고 생각하세요?” 나 역시 이 물음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 어쩌면 불교가 힙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로 다가오기 때문일 수도 있고, 유행을 좇고 싶은 청년들의 시선에 잠시 스쳐 간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삶에서 끊임없이 마주하는 질문들에 대한 깊은 해답이, 바로 부처님의 말씀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나는 부처님께서 마지막으로 남기신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 ― 나 스스로를 등불로 삼고, 법을 등불로 삼으라는 이 말씀을 늘 가슴 한편에 두고 살아가고 있다. 즐겁고 활기찬 대학 생활을 위한 방편으로 불교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지만, 활동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불교는 내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지혜로서 다가왔다.
대불련 중앙회장이라는 소임을 맡은 지도 벌써 반년이 훌쩍 넘었다. 인생은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하고, 실천하는 자세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아직 부족한 나 자신을 바라보며, 때론 그런 나 자신이 미워질 때도 있다. 그 미움마저도 자비롭게 안아 줄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배우고 실천하는 그 과정을 살아가는 중이다. 미워하지 않기 위해, 포기하지 않기 위해.
불교는 단 한 번의 순간이나 짧은 여정이 아닌, 앞으로의 삶을 함께 걸어가는 든든한 동반자이다. 나는 그 동반자와 함께,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그렇게 오늘도 한 걸음, 한 걸음 더 나은 나를 향해 나아간다.
유주연
창원대 산업디자인학과 4학년 휴학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