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동아리 법우 몇 명과 함께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불교박람회를 다녀왔다. 마지막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인파가 몰렸고, 생각 외로 젊은 사람들의 비중이 높았다. 불교가 청년층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눈으로 확인하니 느낌이 새로웠다. 불교박람회가 ‘핫플’이 된 것이다. 

갑자기 일어난 일은 아니다. MZ세대에게 불교의 위상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부처님의 말씀을 현대인들에게 맞도록 풀어 쓴 책 《초역 부처의 말》(코이케 류노스케, 포레스트북스, 2024)은 교보문고 인문학 베스트셀러 코너를 오랫동안 지키고 있다. 불교박람회와 같은 시기 봉은사에서 진행된 국제선명상대회의 인기 프로그램들은 예약 접수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조기 마감되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청년층은 아직까지 불교를 종교로서가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의 개념으로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종교인으로서 살고 싶은 것이 아닌, 종교에서 말하고 있는 바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혹은 가지고 싶은 가치관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흥미를 느끼는 정도에서 그친다는 것이다. 전자가 산을 좋아해 등산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자연휴양림에서 휴식하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불교를 수박 겉핥기식으로만 알고, 결과적으로 유행의 일부로서 ‘소비되는’ 대상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이에 대해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는 것이 개인적인 입장이다. 나도 지금은 등산하는 사람의 입장이지만, 시작은 휴식에서였다. 몸이 크게 아팠던 시절 도움을 주신 스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불교에 대한 호기심으로, 불교 동아리 입부로, 동아리 회장으로 인연이 이어졌다.

그리고 처음부터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보다 휴식을 좋아해서 쉬러 온 사람들이 훨씬 많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쉬러 온 사람들에게 등산의 매력을 설명하며 생각 있으면 한번 나와 보라고 권하는 정도지, 억지로 등산하자고 끌고 가려 하면 안 된다. 아예 산에서 내려가 버린다. 솔직한 말로, 그 사람들이 산에 들어와 본 것만으로도 칭찬받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에서 학기 초, 동아리 홍보 기간에 부스를 운영하다 보면 정말 여러 가지 이유로 입부를 신청하는 법우들을 볼 수 있다. 조용한 분위기의 동아리일 것 같아서, 템플스테이를 쉽게 갈 수 있다고 해서, 분위기 있는 차담을 해 보고 싶어서…… 등 각양각색이다. 

템플스테이가 해 보고 싶어 들어온 사람들은 다른 활동들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서운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템플스테이를 가 보니 생각보다 재미있어 법회도 나가 보고, 교리 모임에 나가 보고, 그러다 수계까지 받는 경우도 적지 않게 봤기 때문이다. 내 역할은 법우들에게 더 양질의 행사를 제공해 다른 행사에도 흥미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실은, 내가 불교 동아리에 처음 들어왔을 때의 계기도 지금 생각하면 실소가 나온다. 군 복무를 마치고 오니 화가 많아진 것 같아 정신 수양을 해야겠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런 희한한 이유로 들어온 사람도 지금은 인연이 깊어져 초보 불자로서 방학 중에 〈신묘장구대다라니〉 외우기와 삼천 배를 목표로 노력하는 중인데, 나보다도 사소한 계기로 불교를 만나 깊은 불심을 가질 사람이 반드시 있으리라고 믿는다.

지난 7월 24일, 공주에서 사흘간 진행된 제16회 영 부디스트 캠프의 슬로건은 ‘가벼운 불교, 깊어지는 우리’였다. 첫 만남은 가벼울지라도, 그 위에 쌓아 올린 인연들이 더해져 점차 불심이 깊어지는 것. 대대적인 ‘불교 붐’이 일어난 현재, 전 세계적인 탈종교화 흐름에 맞서 우리가 새로이 갖춰야 할 자세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한 문구라고 생각한다. 

내 자리에서 인연들을 소중히 여기다 보면, 언젠가는 자기도 같이 등산을 해 보겠다는 사람이 나타날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이들을 도반이라고 부른다. 이 길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고, 같은 도반이 된 이들의 산행을 도와주는 일. 내가 한 명의 불자로서 회장직을 수행하며 느끼는 기쁨이다.

마지막으로, 항상 의지가 되는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강원지부 임원진들과 동문 선배들, 학생들을 마음 깊이 아껴 주시는 지도법사 선일 스님, 그리고 동아리의 근간이 되는 모든 법우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대불련 강원지부 파이팅!

 

김현수  
강원대 산림환경보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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