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갓바위 부처님
오래 머물던 돌 속에서 나오셔서
어디 멀리 가셨습니다
돌덩이만 덩그렇게 서 있습니다
어지간히 속상하셨나 봅니다
사람들이 이 복 저 복 오만 복만 달라고
막무가내로 매달리는 것도 못마땅하고
부처님께 공양할 쌀이랑 돈을 갖고
출가 스님들이 서로 차지하려고
싸우는 것도 꼴사나워
줄곧 계시던 돌 속에서 나오셔서
아주 멀리 가셨습니다
팔공산 다람쥐 형제
갓바위 부처님 가신 곳 알고 있습니다
팔공산 바람
갓바위 부처님 가신 곳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들은
갓바위 부처님 가신 곳을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 시집 《룸비니 보리수나무 아래서 부처를 묻다》(산지니, 2025)
윤동재
1982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아침부터 저녁까지》 《날마다 좋은 날》 《대표 작》 《윤동재 동시선집》 등. 고려대 한국학연구소 연구원 역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