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공을 내세우지 마라. 조선시대 예조 호조 형조 판서를 지낸 박수량은 권력과 부를 탐하지 않고 고향에 허름한 초가 한 채만 남겼다. 일생을 청빈하게 살아온 그가 죽자 명종 임금은 전남 장성군 황룡면 금호리에 세우는 비석에 아무것도 새기지 말라고 명했다. 높은 벼슬에 올라서도 그는 오로지 백성들만 위했다. 자신의 공이 으뜸이라 새기지 않았고 비바람 흔적만 있는 백비가 오히려 더 숭고하다.
- 시집 《고삐》(동학사, 2025)
권달웅
1975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 《해바라기 환상》 《바람 부는 날》 《달빛 아래 잠들다》 《염소똥은 고요하다》 《공손한 귀》 등. 편운문학상, 목월문학 상, 한국시인협회상 등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