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평론은 1999년 12월 창간된 이후, 불교 사상과 문화를 대중적이면서도 학문적인 시각에서 꾸준히 탐구하며 현대불교의 새로운 길을 열어왔다. 창간 초기부터 불교계 내부와 외부를 아우르는 소통의 매개체 역할을 자처하며, 초기불교에서 현대불교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를 심도 있게 다뤄왔다. 또한 난해한 불교 교리를 현대적 언어로 재해석해 일반 독자들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함으로써 불교를 종교적 수행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게 했다.
불교평론은 환경 문제, 사회 정의, 남북 갈등, 젠더 이슈 등 현대사회가 직면한 다층적 문제들을 불교적 관점에서 분석하며 지속 가능한 해법과 현대적 가치를 제시해 왔다. 이러한 노력은 불교평론이 단순히 학문적 논의의 장을 넘어 현대사회와 불교를 연결하는 가교로 자리 잡는 데 기여했다.
불교평론이 주관하는 열린논단과 학술심포지엄은 불교적 담론을 심화하고 대중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열린논단은 2009년 경희대학교 비폭력연구소와 공동으로 시작된 이후, 매년 10회씩 꾸준히 열리며 현대적 문제를 불교적 관점에서 심도 있게 논의해 왔다. 이를 통해 불교평론은 불교적 사유와 현대사회를 잇는 중요한 매개체로 자리 잡았으며, 깊이 있는 담론을 통해 그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장해 왔다. 열린논단은 단순히 학문적 논의에 그치지 않고 독자들과의 직접적인 교류를 통해 현대사회와 불교의 접점을 모색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불교평론이 주관하는 학술심포지엄도 매년 중요한 주제를 선정해 심층적인 논의의 장을 열고 있다. 예를 들어, 2023년에는 ‘불교 역사의 흥망성쇠에서 배운다’를 주제로, 2024년에는 ‘불교로 읽는 과학, 과학으로 읽는 불교’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러한 행사는 불교적 사유를 학문적 틀 안에만 머무르게 하지 않고, 현대사회와 과학, 역사의 맥락에서 확장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학술심포지엄은 불교와 현대사회의 접점을 탐구하며, 불교적 가르침이 오늘날의 관점에서 재조명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불교평론은 열린 태도와 학문적 자유에 대한 존중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필자가 불교평론에 기고했던 글 중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민감한 주제들도 여럿 포함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일제강점기 동안 친일 행적을 보인 어느 스님의 문제를 지적한 글이나, 저명한 시인이 집필한 만해 스님 평전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직설적으로 비판한 글, 1994년 종단개혁을 기존과는 다른 시각으로 분석한 글 등이 있다. 이들 주제는 논란의 소지가 컸으며, 불교평론 측에도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겼을 것이다. 그러나 불교평론은 이에 대해 불편한 소리를 하지 않고 기꺼이 지면을 내주었다.
이는 불교평론이 단순히 학문적 담론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불편한 진실이나 민감한 사안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불교계 내부의 성찰과 자정의 기회를 만들어 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열린 정신과 학문적 자유에 대한 존중은 불교평론이 지닌 중요한 강점이다. 이런 경험은 필자에게도 큰 용기를 주었으며, 불교 사상과 현실 문제를 접목하며 새로운 관점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100호를 넘어선 불교평론은 이제 새로운 변화와 도약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있다. 변화된 시대에 맞춰 독자층을 확대하고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디지털 콘텐츠 제작, 소셜 미디어 활용과 같은 방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불교적 담론을 다루는 팟캐스트나 영상 콘텐츠 제작을 통해 젊은 세대가 불교평론의 깊이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불교를 넘어 세계 불교와의 교류를 확대하며, 불교적 가치를 글로벌 맥락에서 재조명하고 새로운 담론 형성에 기여해야 한다. 강연, 토론회, 워크숍 같은 오프라인 활동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독자와 직접 만나는 기회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불교평론은 이러한 변화의 과제를 넘어설 수 있는 잠재력을 이미 갖추고 있다. 지난 25년간 보여준 깊이 있는 담론과 열린 정신이 이를 뒷받침한다. 앞으로 불교평론이 과감한 변화를 통해 더욱 많은 독자에게 다가가고, 현대사회의 다양한 문제들 속에서 불교적 실천과 지혜를 제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불교평론의 25년은 불교계가 쌓아 올린 축적된 지혜와 성찰의 결정체다. 창간 이후 이어온 열린 태도와 깊이 있는 담론은 불교평론이 단순히 불교계의 학술 저널로 머무르지 않고, 현대사회와 불교를 연결하는 중요한 가교로 자리 잡았음을 증명한다. 앞으로도 불교평론이 불교계와 현대사회를 잇는 가교를 넘어, 글로벌 담론과 현대적 실천의 중심에서 지속 가능한 가치를 발휘하고, 모든 세대와 사회적 층위에서 더 폭넓고 깊은 공감과 성찰의 장을 열어나가기를 기대한다. 101호를 맞아 불교평론과 함께했던 인연을 되새기며, 불교평론이 더 큰 담론과 실천의 장으로 발전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이재형 / 법보신문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