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율장-바라제목차의 계문 해석》 / 마성

마땅히 배워야 할 승가의 근간(根幹)  

2025-12-01     마성

이 책은 《빨리율장》 가운데 바라제목차(波羅提木叉, pātimok-kha)의 계문(戒文)을 해석한 것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빨리율(Vinaya Piṭaka)》을 기본 텍스트로 삼고, 다른 한역 율장과 《범문계경(梵文戒經)》 등을 비교하면서 바라제목차의 계문(戒文)을 번역하고 그 의미를 자세히 해석한 것이다. 《빨리율》에 따르면, 비구계는 227개이고, 비구니계는 311개이다. 여기서는 비구가 지켜야 할 227계의 계문을 하나도 빠짐없이 자세히 소개하였다.

붓다의 출가 제자인 비구와 비구니는 반드시 율장(律藏)을 배워야 한다. 왜냐하면 원래 불교승가(佛敎僧伽)는 율장의 바라제목차를 근거로 조직된 수행 공동체이고, 승가갈마(僧伽羯磨)에 의해 운영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율장은 어떤 단체의 정관(定款)이나 회칙(會則)과 같아서, 단체의 회원이라면 반드시 정관이나 회칙의 내용을 완전히 숙지(熟知)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회원이 지켜야 할 의무가 무엇인가를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율장에서는 바라제목차의 학처(學處, sikkhāpada)를 ‘마땅히 배워야 한다[應當學]’라고 명시하고 있다. 아무리 뛰어난 수행자라 할지라도, 율장은 배우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율장은 수행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불교에서는 몇몇 스님을 제외하고는 율장을 체계적으로 공부하지 않는다. 한국불교의 종단이 율장에 의해 운영되지 않는 탓도 있겠지만, 한국불교는 율장에 대한 이해가 다른 나라 불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떨어져 있다. 한국불교의 스님들이 율장을 공부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행위가 계(戒, sīla)와 율(律, vinaya)에 어긋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빨리어(Pāli-bhāsā, 巴利語)로 전승된 《율장(Vinaya Piṭaka)》이 현존하는 율장 가운데 가장 오래된 형태[古形]를 보존하고 있다. 이 《빨리율장》을 다른 율장과 구별하기 위해 여기서는 《빨리율》이라고 부른다. 율장은 크게 경분별(經分別)·건도(犍度)·부수(附隨)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율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경분별이다. 경분별은 비구·비구니가 지켜야 할 계문(戒文)과 그 해석이기 때문이다. 바라제목차의 계문만 별도로 뽑아 편찬한 것을, 계경(戒經) 혹은 계본(戒本)이라고 한다. 계본은 포살을 실시할 때 암송하기 위해 별도로 편찬한 것이다. 이 책에서는 건도와 부수는 다루지 않았다. 건도와 부수에 대한 해석은 다음 기회로 미룬다.

경분별은 비구분별과 비구니분별로 나누어진다. 그런데 테라와다(Theravāda, 上座部) 전통에서는 12세기경에 비구니 계맥(戒脈)이 단절되었기 때문에 현재 공식적으로는 비구니 승가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테라와다 전통에서는 비구니계를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불교에서는 법장부(法藏部, Dharmagupta)에서 전지(傳持)한 《사분율(四分律)》을 근거로 한 비구니 승가가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비구니계에 관한 해석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비구니계를 다루지 않았다. 그 이유는 비구니계를 포함하면 원고 분량이 너무 많아서 이 책에 다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 〈율장에 대한 이해〉는 서론에 해당한다. 즉 율장이란 무엇인가? 현존하는 율장과 계본, 빨리율장의 구조와 편제 등을 다루었다. 이 부분은 전체 율장에 대한 개요이기 때문에 율장을 공부하는 학도는 반드시 숙지하고 있어야 할 부분이다. 제2장 〈바라제목차의 의미와 조직〉은 율장의 구조와 바라제목차의 전체적인 윤곽을 파악할 수 있도록 마련한 것이다. 즉 바라제목차의 의미와 바라제목차의 조직 및 오편(五篇)·칠취(七聚)의 의미를 설명한 부분이다. 그리고 제3장부터 제10장까지는 이 책의 핵심인 바라제목차의 계문을 해석한 것이다.

《빨리율》에 따르면, 바라제목차는 인연담(因緣譚), 계문(戒文), 계문 해석의 순으로 조직되어 있다. 그러나 사타법(捨墮法)이나 바일제법(波逸提法) 등에서는 계문과 계문 해석은 간단하게 기술하고, 반면 제계(制戒)의 인연은 빠지지 않는다. 모든 계는 수범수제(隨犯隨制)에 의해 제정되었음을 드러낸 것이다. 사실 붓다는 어떤 비구가 사문답지 않은 행동을 저질러 동료 비구들이나 세상 사람들로부터 비난받게 되면, 그러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계를 제정하였다.

이처럼 빨리율장에서는 인연담, 계문, 계문 해석 순으로 조직되어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계명(戒名), 계문(戒文), 제계 인연, 계문 해석 순으로 서술하였다. 독자들이 바라제목차의 계문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또한 《빨리율》과 《사분승계본》의 계문을 동시에 나열하여 서로 비교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한국불교에서는 법장부에서 전승한 《사분율》에 의지하여 구족계(具足戒, upasampadā)를 받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 책에서는 《사분율》에 익숙한 한국의 독자들을 위해 《빨리율》의 계문에 대응하는 《사분승계본》의 계문을 병기(倂記)하였다. 그러나 대응하는 《사분승계본》이 없을 때는 다른 율장으로 대체하였다. 이러한 편찬이 이 책의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 율장에는 계의 이름, 즉 계명(戒名)이 없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근본유부율(根本有部律)이나 도선(道宣, 596~667)의 저서에 나타난 계명과 현대 불교학자들이 부가한 계명 등을 참조하여 계문에 가장 적합한 계명을 찾아 제시하였다.

이 책을 저술하면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저서는 히라카와 아키라(平川彰)의 《비구계의 연구》 사토 미츠오(佐藤密雄)의 《율장(律藏)》 전재성 역주 《빅쿠비방가-율장비구계》 등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선학(先學)들의 연구 성과를 참고하였으나, 결코 그대로 따르지 않았다. 필자 나름대로 빨리 원문과 한역을 대조하면서 잘못된 번역은 바로잡고, 올바르게 해석하려고 심혈을 기울였다. 이 책의 가치는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율장은 방대한 문헌이다. 이 방대한 문헌을 갖춰 놓고 율장을 공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율장은 혼자 읽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고대 인도 문화와 관습은 물론 초기불교 승단의 전통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으면 왜 이런 계가 제정되었는가를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는 율장에서만 사용하는 전문 술어의 의미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율장에서만 사용하는 고유명사의 의미를 가능한 한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하였다. 또한 그 계가 제정된 배경에 관해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그리고 이 책 한 권에 전체 바라제목차의 계문을 다 담았다. 따라서 비구가 지켜야 할 계가 무엇인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아무쪼록 이 책이 율장을 공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독서가 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필자가 처음 빨리율장을 접하게 된 것은 1997년이다. 태국의 마하출라롱콘불교대학교 한국분교에서 빨리율장을 강의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율장을 공부하기 시작하였다. 그 덕분에 율장과 관련된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할 수 있었다. 그리고 빨리율장을 강의하면서 작성해 놓은 강의 노트가 있어서 그것을 바탕으로 한 권의 단행본을 발행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집필에 착수하였다. 처음에는 늦어도 1년이면 충분히 집필을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막상 집필하면서 확인해야 할 사항이 너무 많아서 집필 기간만 3년이나 걸렸다. 특히 잘못 해석한 부분이 없도록 확인하고 또 확인했지만, 혹시 잘못된 부분이 있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눈 밝은 독자 제현께서 지적해 주시면 수정·보완할 것이다. ■

 

마성 
스리랑카 팔리불교대학교 불교사회철학과 졸업, 동 대학원 철학석사(M.Phil). 태국 마하출라롱콘라자위댜라야대학교 박사과정 수학.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철학박사. 동국대학교 불교문화대학원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 《사캬무니 붓다》 《초기불교사상》 《불교도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잡아함경 강의》 등이 있고, 7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불교평론 뇌허불교학술상 수상. 현재 팔리문헌 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