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한국불교, 여기에 문제 있다

1. 문제의 인식  

김응철 교수
중앙승가대 포교사회학과
한국불교는 여러 가지 변화의 고리에 직면해 있다. 종교적 변화는 자연과 사회 등 여러 가지 환경적 변화와 연동되어 있다. 또한 그 변화의 중심에는 인간의 종교적 욕구와 인구 증감 등의 요인들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불교의 변화에도 이런 요인들이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의 종교사회적 변화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나는 인구사회학적 요인이며, 다른 하나는 사회구성원들의 종교성 요인이다. 먼저 인구사회학적 변화는 195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베이비붐 세대의 등장과 연관이 있다. 6·25 이후 폐허가 된 국토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출산 러시가 일어났다. 농경사회의 사고 속에서 보면 식구 수의 증가는 곧 인력의 확보이며, 부를 창출하는 수단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인구 급증은 197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이어졌다. 산업화는 농업 중심의 사회를 공업 중심의 사회로 변화시켰다. 이로 인하여 전국에 공업도시가 만들어졌다. 울산, 구미, 마산 등 경공업과 중공업 등의 각종 산업도시들이 건설되었다. 또한 대도시 주변에도 크고 작은 공업단지가 형성되었으며 그 결과 농촌 인구의 도시집중이 심화되었다. 그리고 급격한 도시화가 우리나라의 보편적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도시화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대도시 주변에 위성도시를 건설함으로써 더욱 심화되었다. 수도권을 보면 서울의 강남 지역, 과천, 일산, 분당, 안산 등과 같이 계획적인 신도시가 속속 들어섰다. 또한 기존의 구도심 지역이 신도심 지역으로 급속히 바뀌었다. 도시화에는 아파트와 같은 새로운 개념의 주거시설이 들어섰다. 또한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이 세분화되면서 종교 시설도 지정된 종교 부지에 건립되는 부동산 정책의 변화가 나타났다.

도시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영향은 매우 크게 작용하였다. 서구의 산업기술, 교육과 복지, 의료체계 등이 유입되면서 서구 문화권에서 교육받은 사람들이 필요해졌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서구 종교들이 우리 사회에 급격하게 확산되는 현상으로 나타났다.

지난 100년 동안 우리나라는 종교 전시장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동서양의 여러 종교들이 난립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말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 270개의 종교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전통적인 민족종교는 급격히 쇠퇴한 반면에 서양종교 단체들의 성장은 괄목할 만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 국민의 종교성의 변화에서 기인한 바 크다. 우리나라 국민은 타인의 종교에 대하여 개방적이고 관용적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여러 종교를 섭렵하는 이중 종교 혹은 다중 종교적 성향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종교적 정서를 가지고 있지만 특정 종교에 예속되기를 싫어하여 무종교를 표방하는 행태로 나타났다. 이러한 행태는 10년에 한 번씩 실시하는 전 국민 대상의 인구센서스에서 무종교인의 비율이 50%를 넘어서는 조사 결과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무종교인의 비율은 최근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무종교인의 비율은 1985년 57.4%, 1995년 49.3%, 2005년 46.9%로 지속적인 감소 추세로 나타났다. 다종교 사회에서 무종교인의 감소는 종교 갈등을 완화시킬 수 있는 완충지대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일부 서양 종교들이 배타성을 보이면서 종교 간의 화합과 균형이 깨지고 있다. 2009년 전국불교도대회가 개최되는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공직자 사회에서 종교 편향과 탄압의 조짐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이것이 종교 갈등을 야기하는 요인들이 되었다. 가족 간의 종교 갈등으로 반목하는 가정도 늘어나고 있다.
종교적 완충지대의 감소, 종교적 관용의 축소와 배타성의 증가, 종교 갈등의 심화 등이 현재 우리 사회에서 종교 문제의 핵심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종교사회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국불교는 그것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각 종단과 사찰 내부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불교는 사찰 포교활동의 효과성 결여, 불자들의 체계적 신행활동 미비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부딪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웃 종교의 비약적 발전에 비하여 불교계는 전통과 현대 사이의 틈바구니 속에서 새로운 발전 방향을 모색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본고에서는 포교와 신행활동의 두 영역에서 문제의 근원을 분석하고 새로운 발전적 대안을 함께 모색해 보고자 하였다.

2. 포교 분야

한국불교가 직면한 포교의 문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발생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심각한 문제를 찾는다면 국민의 종교적 욕구의 변화에 대응하는 포교 방법과 능력의 부재를 지적할 수 있다. 종교 욕구의 변화는 사회적 변화와 연관성이 매우 크다. 그러나 불교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사회에서 종교 활동이 가장 활발한 연령대는 40대에서 50대까지가 주축을 이룬다.

이러한 연령대의 사람들은 산업화로 인하여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던 시기에 이촌향도의 대열에 들어섰다. 그렇지만 이들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공부에 대한 열정이 남아 있는 계층이기도 하다. 또한 고향을 떠나 낯선 지역에 자리 잡으면서 어려움과 외로움에 따른 고통도 경험한 세대들이다.

이와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는 40대와 50대 세대들은 조직문화에 비교적 잘 적응하고 공부에 대한 열의가 많은 편이다. 또한 서구화에 따라서 서구 문화에 대한 동경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종교에 대해서 거부반응 없이 수용하는 자세도 많은 편이다. 기존의 전통문화에 익숙해 있지만 새로운 문화의 수용에도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는 연령층이다. 이들의 자녀 세대는 대부분 10대에서 20대에 걸쳐 있다. 따라서 40대와 50대의 포교는 10대와 20대의 포교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한국불교는 50대가 사회에 막 진출하던 1970년대 중반 이후부터 사회 변화를 주도하지 못하였다. 오히려 이 시기에 급격히 진행된 산업화와 도시화에 대응할 수 있는 포교 전략을 수립하지 못하고 분열하고 말았다. 1970년대부터 이웃 종교가 급속히 교세를 확장하고 있던 시기에 종단들은 분열하고 승가는 정화의 여파로 심각한 갈등에 휩쓸렸던 것이다.

1970년대 최대 종교의 지위를 유지하던 한국불교는 이후 40년이 지난 2010년 오늘 현재 다수 종교의 지위마저 상실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2005년 인구센서스 결과 종교 인구 비율은 불교 22.8%, 개신교 18.3%, 가톨릭 10.9% 등으로 나타났다. 외형적으로 보면 불교는 다수 종교인 것으로 보이지만 개신교와 가톨릭을 합한 기독교 인구 비율에 비하여 6.4% 포인트 열세이다. 이미 한국불교는 다수 종교의 지위를 상실한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한국불교가 새롭게 도약하게 위해서는 어떤 문제를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하는가? 그 방법은 포교의 주체를 재정립하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1) 포교 주체의 문제와 개선점

포교활동의 실질적 주체는 종단과 사찰 등 기관적 주체, 승가 단체 및 포교 단체 등 조직적 주체, 그리고 스님과 신도 등 개별적 주체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들 여러 포교의 주체들이 직면한 문제들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포교 기관에 해당하는 종단과 사찰의 경우 종단의 분열과 사찰의 지역적 편중이 문제가 되고 있다. 1962년 우리나라에서 불교계 종단은 대한불교조계종이 유일하였다. 그러나 1964년 한국불교태고종이 분종하면서 천태종, 진각종 등을 비롯하여 다수의 종단이 설립되었다. 2010년 현재 불교종단협의회에 등록된 종단은 26개에 달한다. 협의회에 등록하지 않은 종단을 합하면 30여 개가 넘어서고 있으며, 재단법인 형태로 운영 중인 소규모 단체 등을 포함하면 그 수는 160여 개(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발표 자료)에 달한다.

종단은 종헌종법, 종지종풍, 단위사찰, 승가 단체 및 스님, 그리고 신도들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종단은 종헌종법이 미비하거나 단위 사찰조차 적절히 갖추지 못하고 있다. 조계종단을 비롯한 4개 종단은 4년제 대학이나 전통 승가교육 기관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종단은 독자적인 승가교육 기관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승가교육이 미비할 경우 스님들을 제대로 배출할 수 없고, 승가의 자질을 높일 수 없다. 승가교육은 종단의 지도력과 포교 역량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종단의 난립은 승가의 분열을 의미한다. 특정 종단에 소속된 스님들이 종단 운영에 불만을 품고 새로운 종단을 창종 하는 사례들도 비일비재하다. 최근 특정 종단의 총무원장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어 종단협의회로부터 제명되는 일이 발생한 것도 불교계의 위상을 실추시키는 사건에서 비롯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 종단의 종지종풍을 선양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평가할 수 있는 자율적 평가 기관이 설립되어야 한다. 또한 불교계의 위상을 실추시키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스스로 정화할 수 있는 자정 활동의 강화가 필요한 실정이다.

불교계의 각 종단들이 사회적 위상과 지도력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청정 교단의 종풍이 선양되어야 한다. 또한 종단별로 정한 계율을 준수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규범과 질서를 넘어서지 않고 종단을 운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종단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서는 단위 사찰이 전국적으로 적절하게 분포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불교계의 각 사찰들은 대부분 산중이나 도심 외곽에 위치하고 있다. 그 결과 도심포교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2005년 인구센서스 결과를 보면 서울의 양천구, 강남구, 강서구, 서초구 등 4개 구는 불교 인구 비율이 가톨릭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의 종교 인구 비율을 보면 서초구는 불교 15.3%, 개신교 24.9%, 가톨릭 21.1%, 강남구는 불교 15.2%, 개신교 23.5%, 가톨릭 20.7%, 송파구는 불교 16.2%, 개신교 23.8%, 가톨릭 16.4%, 양천구는 불교 14.6%, 개신교 25.0%, 가톨릭 15.3% 등으로 조사되었다.

서울의 25개 구 중에서 불교 인구 비율이 이웃 종교보다 높은 지역은 동대문구 1개 지역에 불과한 실정이다. 불교계의 포교활동이 이렇게 위축된 것은 도심포교 전략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다. 강남구의 경우 개신교의 등록된 교회가 약 300여 개, 가톨릭이 20여 개에 달한다. 그러나 불교 사찰의 경우 전체 종단 소속 사찰 중 규모화된 곳이 10여 개에 불과하다.

이러한 현상은 서울의 나머지 강남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과천, 성남, 일산, 안산, 인천 검단, 수원 동탄 등 수도권 지역의 신도시 지역에서도 포교 역량을 갖춘 불교 사찰은 이웃 종교에 비하여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포교 기관인 사찰이 도심 지역에 적절하게 분포되지 못함으로써 불교의 포교 역량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적정 규모의 사찰이 도심에 적절히 배치되지 않으면 도심포교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둘째, 조직적 주체인 승가와 재가 포교단체는 개별적 주체인 스님과 재가불자의 활동과 연계되어 있으나 서로 유기적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청정승가의 유지, 포교단체의 다양한 활동, 위의와 지도력을 갖춘 스님,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활동하는 재가불자는 포교활동의 주체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동인이다. 스님들의 공동체인 승가는 계율수지를 통한 윤리적 청정성, 종교적 전문성의 발휘를 통한 정신적 지도력, 헌신과 봉사 정신 등을 바탕으로 유지된다.

불교의 승가는 대부분 출가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며, 삭발염의라는 외형적 특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일반인이나 이웃 종교의 성직자와 쉽게 구별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승가의 계율 실천에 대한 일반인들의 잣대가 다른 종교에 비하여 다소 엄격한 경향이 있다. 그것은 전통적으로 승가의 계율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서 비롯된 때문이다. 따라서 개별 스님들의 일탈적 행위는 곧바로 승가 전체에 대한 평가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다수의 종단에 많은 스님들이 소속되어 있기 때문에 승가 개개인을 통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2002년 문화체육관광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불교계의 교직자 수는 41,362명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2008년 종교 현황 조사에 따르면 49,408명으로 집계되었다. 6년 동안 약 8,000여 명의 불교 교직자가 증가하였다. 이들 중에서 불교대학이나 전통 강원 등지에서 교육을 받은 스님들 수는 많지 않다.

조계종단에 소속된 스님들은 2003년 12,674명에서 2008년 13,860명으로 약 1,200명 증가하였다. 반면에 예비승인 사미 및 사미니 스님은 2003년 3,212명에서 2008년 3,116명으로 약 100명 정도 감소하였다. 이것은 최근 출가하는 사미 및 사미니 스님의 수가 감소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태고종, 천태종, 진각종 등 주요 종단의 교직자 수도 정체상태에 있다. 그럼에도 불교계 전체 교직자의 수가 급증한 것은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엄격하게 수행하지 않는 불교 종단의 교직자 수가 늘고 있음을 의미한다.

문화체육관광부 발표 자료에 의하면 2008년 말 현재 개신교는 58,404개의 교회에 94,615명의 목사가 활동 중이다. 그리고 가톨릭은 1,511개 교당에 14,597명의 교직자(신부, 수녀, 수사 포함)가 활동 중이다. 최근 수년간 개신교 인구가 감소 추세에 있는 것은 교회의 지나친 난립과 성직자의 양적 팽창으로 인한 질적 저하에 기인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반면에 가톨릭 신도의 수가 급속히 팽창하는 요인으로는 사회적으로 신뢰받는 교직자의 활동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불교 교직자 수가 급증하는 것이 반드시 포교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검증되지 않는 불교 교직자의 급증은 포교에 역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또한 교단의 사회적 신뢰를 받지 못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종단의 난립을 막고 검증되지 않은 교직자의 활동을 평가하고 정화시킬 수 있는 불교계 내의 활동이 필요하다.

셋째, 검증되지 않은 불교 교직자의 난립보다는 교육받고 훈련된 재가 포교사의 활동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포교활동은 스님들의 역할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재가불자의 자발적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그러나 각 단위 사찰에서는 신도는 있지만 우바새 및 우바이로서 보살계를 수지한 불자들의 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보살계를 받았다고 해도 수계 때의 서원을 실천하는 불자들의 수도 적은 실정이다.

최근 전국적으로 일반인과 불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운영되는 불교 교양대학이 매우 활성화되고 있다. 2008년 12월말 현재 조계종 포교원에서 인가한 신도 전문 교육기관의 수는 총 76개로 매년 약 3,000여 명의 교육받은 불자들이 배출되고 있다. 조계종단에 소속되지 않은 불교 교양대학과 이웃 종단의 신도 교육기관을 모두 합치면 전국적으로 약 200여개 정도로 추산할 수 있다. 1천만 명 이상의 불자들이 신행활동을 하는 불교계에서 연간 약 1만 명 정도조차 교육시키지 못한다면 신도 교육의 질적 수준을 담보하지 못한다고 보아야 한다.

신도들을 교육시키지 않는다면 맹신적 신행활동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신도들의 적극적 활동을 기대할 수 없다. 또한 조직화된 신행단체를 만들 수도 없게 된다. 또한 자발적으로 포교활동에 동참하는 신도 지도자들을 배출하기도 어렵다. 평신도들을 교육시켜 포교활동에 동참시키기 어렵다면 포교를 전담하는 재가포교사의 배출이 필요하다.

재가포교사 제도를 도입한 종단은 불교계에서 조계종단이 유일하다. 조계종단은 불교 전문 교육기관을 이수한 신도들 중에서 포교사 고시에 합격하고 일정한 연수 과정을 통과한 불자에게 일반 포교사를 품수하고 있다. 포교사는 2004년 이후부터 매년 약 2,300명 이상이 계속 배출되고 있다. 그리고 2008년에 배출된 포교사는 총 2,837명으로 집계되었다.

그러나 배출되는 인원수에 비하여 포교사의 활동은 종단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찾을 수 있지만 종단 내의 인식 부재와 사찰 내의 제도적 참여의 장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포교사의 활동이 단위 사찰과 유리되어 있어서 사찰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때문에 매년 많은 불자들이 포교사 품수를 받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활동하는 포교사의 수는 많지 않다.

각 종단에서는 포교사의 활동을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하며, 각 사찰들은 포교사의 활동을 촉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포교사들은 우바새 및 우바이로서 신도 임원의 역할과 포교활동을 동시에 해 나갈 수 있는 자세를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2) 포교 방법의 문제와 개선점

포교 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교계의 포교 방법은 전통적인 방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통적인 포교 방법은 법회와 설법을 축으로 하여 기도와 각종 재의식이 주축을 이룬다. 법회는 초하루 법회가 중심으로 이루고 있으며 여기에 재일 기도법회가 추가된다.

각 사찰의 포교 방법은 소속 종단의 종지종풍과 주지 스님의 의지와 능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기도법회 중심의 포교는 각 사찰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형식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전통적 포교 방법은 종단이나 사찰의 현실과 무관하게 오랜 역사와 문화 속에서 형성된 것이다.

그러나 각종 재일 법회에 참여하는 신도의 수가 감소하고 있으며, 가장 핵심적인 법회인 초하루 법회에 참여하는 신도 수도 감소 추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통 법회가 포교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첫째, 법회 일자가 현대인의 일상생활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즉 현대인들은 주로 일주일 단위로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주중의 평일에 거행되는 초하루 법회는 대부분 참여하기 어렵다. 다른 재일 법회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직장인이나 학생들은 평일 오전부터 거행되는 각종 법회에 참여하지 못함으로써 신행생활을 영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경제활동을 하는 남자들이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포교활동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게 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회를 평일 저녁에도 하거나 주말로 이동하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둘째, 법회의 내용이 현대인들을 설득하지 못하는 측면이 많다. 전통적인 법회는 천수경 독송, 예불, 기도, 축원, 설법 등의 형식을 띠고 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초심자들은 알아듣기 어려운 한문으로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의미도 너무 어렵게 표현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 신도들이 공감을 하지 못하는 내용들이 많다. 또한 법회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서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시간적 부담을 주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누적되어 법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의 수가 감소하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전통 법회의 핵심인 설법이 신도들에게 감화를 주지 못하는 사찰들이 많다. 일부 사찰은 법회에서 의식만 중시되고 설법이 생략되는 사례들도 나타나고 있다. 설법이 신도들의 신구의(身口意) 삼업을 청정하게 정화시킬 수 있다면 포교 효과는 매우 커진다. 그러나 신도들이 감화를 입지 못하는 설법이 진행된다면 신도들은 법회 참석의 의미를 찾지 못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현대인을 설득할 수 있는 설법사가 많지 않다면 설법을 통한 포교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전통적 포교 방법이 포교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고 해서 그것이 전혀 불필요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법회와 설법은 일차적인 포교의 가장 마지막 단계이며 동시에 이차적인 포교활동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법회와 설법은 초심자들이 신행활동을 시작하도록 촉진시키는 과정일 뿐만 아니라 기존의 신도들이 재발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법회의 일정을 조정하고, 법회 시간을 단축하면서도 내용적으로 효과적인 법회와 설법이 이루어진다면 전통적인 포교 방법은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불교계의 포교 주체들은 전통적 포교 방법만으로는 포교 성과를 거두는 데 한계가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전통적 포교 방법은 사찰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극적 포교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사찰이 지역사회로 나아가는 포교 방법을 도입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주민들이 사찰을 찾지 않으면 스님과 신도들이 지역사회 주민들에게 다가서는 포교 방법을 찾아야 한다. 즉 현대적인 포교 방법의 개발이 필요한 것이다.

현대적 포교 방법에 대하여 필자는 여러 가지 매체들을 통해서 다섯 가지 포교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현대적 포교 패러다임은 교육, 조직, 복지, 문화, 수행 등의 다섯 가지를 포교활동에 활용하는 방법이다. 이들 각각의 포교 방법들은 독자적으로 운영되면서 동시에 서로 연관되어 있다.

교육 포교는 사찰 내의 신도 교육을 시작으로 사회교육으로 확산시키면 비신도는 물론이고 초심자들이 불교의 교리와 신행 체계에 대하여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방법이다. 전국의 각 사찰들은 지역사회 주민들을 대상으로 불교 교육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교육과 취미 및 특기 교실 등을 운영함으로써 소통을 확대시킬 수 있다. 또한 교육 포교는 불교 및 사회교육기관의 설립을 통해서 포교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불교계의 현실은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역부족이다. 2009년 말 현재 불교계에서 운영하는 대학은 일반 대학 4개, 대학원대학 2개 등 총 6개에 불과하다. 반면에 개신교는 99개, 천주교 14개, 기타 종교 9개 등으로 나타났다. 대학 이상의 고등교육기관은 각 분야의 전문가와 지도자를 육성하는 핵심 교육 시설이다.

〈표1〉 종교계에서 운영하는 대학 분포(2008년 12월 현재)

자료 : 문화체육관광부, 2009 한국의 종교 현황.

〈표2〉 종교계에서 운영하는 각급 학교 분포(2008년 12월 현재)

자료 : 문화체육관광부, 2009 한국의 종교 현황.

불교계에서 운영하는 고등학교 이하의 각급 학교 분포를 살펴보면 유치원 133개소, 초등학교 1개소, 중학교 15개소, 고등학교 16개소 등 총 165개소가 있다. 반면에 개신교는 544개소, 천주교 287개소, 기타 종교 250개소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교육기관의 격차를 극복하고 교육 포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각 단위 사찰에서의 신도 교육이 더 활발해져야 한다. 그리고 신도 교육을 사회교육으로 확산시키고 불교 사이버대학과 대학원대학의 설립에 박차를 가하여야 한다.

복지 포교는 불교 사회복지시설의 운영과 종사하는 인력의 수로 그 역량을 평가할 수 있다. 2009년 말 현재 불교계에서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은 86개이며, 사단법인 15개, 재단법인 3개를 포함하면 총 104개 법인이 활동 중이다. 이웃 종교의 복지법인 운영 실태를 보면 개신교는 194개, 천주교는 58개소에 달한다. 불교계에서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은 약 450여 개로 종사자는 1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불교 복지시설은 아직 이웃 종교들에 비하면 많이 부족한 실정이지만 최근 10여 년 동안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였다. 그러나 불교 복지시설을 뒷받침할 수 있는 봉사단체와 후원단체의 수는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사찰별로 각종 봉사단체를 결성하고 재정 지원을 담당할 수 있는 후원단체를 운영할 경우 불교 복지시설의 발전은 물론이고 복지 포교의 토대를 구축할 수 있다.

문화 포교는 많은 사람들에게 불교문화에 대한 체험을 확대시킴으로써 포교 효과를 기대하는 포교 방법이다. 기존의 문화 포교가 전통사찰 중심의 불교 관광이 주를 이루었다면 최근에는 템플스테이와 사찰음식을 주로 하는 문화 체험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전국에는 조계종 80여 개 사찰을 포함하여 100여 개 이상의 템플스테이 사찰이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비정기적으로 운영하는 사찰체험 프로그램을 포함하면 그 수는 매우 많아진다.

템플스테이는 불교문화 체험을 통해서 육근을 청정하게 하고 신구의 삼업을 정화시키는 질적 포교의 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육근청정은 안이비설신의 여섯 감각기관으로 특정한 체험을 섭수하여 자신을 정화시키고 이를 사회적으로 회향하여 나의 마음과 국토 전체를 청정하게 하는 불교문화 프로그램의 결집체이다. 사찰에서 눈으로 보고, 소리를 듣고, 향기를 맡고, 건강과 지혜를 가져다주는 사찰음식을 맛보고, 온몸으로 체험함으로써 의식을 청정하게 만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심층 심리에 잠재하고 있는 의식의 근원을 정화시키면 스스로의 문제를 극복하는 자기 치유의 효과, 다른 사람의 괴로움을 구제할 수 있는 자리이타행의 원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현재 불교계에서는 사찰음식과 염불소리, 불교음악을 활용한 정진 및 문화프로그램들이 잘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대상의 관찰과 향기, 요가 등을 활용한 문화 체험 프로그램들은 아직 개발되지 않고 있다. 서양에서 응용되고 있는 불교명상을 통한 심리상담 프로그램도 아직 본격적으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문화 체험은 수행으로 연계되기 때문에 문화 포교는 수행 포교의 토대를 이루고 있다.

조계종단의 간화선을 비롯한 전통적 수행법과 더불어 남방불교에서 유입된 위빠사나 수행법들은 모두 근본불교의 사념처와 팔정도를 포함하는 37조도품 수행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수행 포교는 부처님의 근본교설을 바탕으로 초심자들을 이끌어 줄 수 있는 팔정도 수행과 이를 바탕으로 고도의 전문가 수행법으로 활용될 수 있는 간화선 수행법들이 조화를 이루어야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수행 포교는 수행법 그 자체로보다는 다른 학문 영역이나 문화 영역과 결합될 때 더 큰 포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명상수행과 심리치료, 명상수행과 소리치료 등과 같이 치료 상담 분야의 발전은 곧 불교 수행 포교의 발전과 상관관계가 크다. 또한 불교 수행은 음악, 미술, 건축, 스포츠, 음식 등 다양한 분야와의 결합이 가능하다. 불교 수행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연관된 분야와의 결합과 응용이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

3. 신행 분야

한국불교에서 불자들의 신행활동은 사회변화에 따라서 여러 가지 영향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통적인 신앙 중심의 신행활동이 위축되고 실천 중심의 신행, 그리고 수행에 대한 관심의 확산으로 나타나고 있다. 조선조 500여 년 동안 억불정책으로 인한 불교 탄압은 사찰을 산중으로 내몰고, 불자들의 신행활동을 위축시켰다. 1900년대 이후 한국불교는 종교의 자유를 확보하면서 도성 출입이 자유로워지고, 도심에서의 사찰 건립도 허용되었다. 그러나 불자들의 신행은 전통적인 모습에서 쉽게 변화하지 않았다.

기존의 전통적 신행활동은 관음신앙을 주축으로 하는 보살신앙이 주축을 이루어 왔다. 관음, 지장, 문수, 보현 등의 4대보살 신앙을 축으로 하면서 정토와 미륵신앙이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이것은 전국 대부분의 사찰이 관음도량을 표방하고 있으며, 관음기도를 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부분적으로 지장도량을 표방하지만 그러한 사찰은 소수에 불과하다. 다만 연중 기도 일정에 따라서 지장기도를 봉행하는 사찰들은 많다.

정토신앙은 사후의 극락왕생 사상에 근거하여 서방정토 극락세계를 기원하는 불자들의 염원을 수용하고 있다. 그리고 미륵신앙은 미래세의 구원을 염원하고 현실 세계의 개혁적 변화를 추구하는 민중의 마음을 반영하는 사상에서 출발하고 있다. 아미타불을 염하거나 용화세계라는 불국토의 이상을 바라는 마음도 모두 신앙에 그 근원을 두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러한 신앙적 측면이 점차 퇴색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각 사찰에서 아직도 보살사상에 근거한 기도를 봉행하고는 있지만 이에 동참하는 신도들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 그것을 반증하고 있다. 각종 재일 법회는 여러 가지 보살신앙에 근거하고 있지만 재일법회에 동참하는 신도들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이것은 보살신앙에 대한 불자들의 수용성이 감소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승불교의 보살사상이 완전히 위축된 것은 아니다. 대승불교의 이상을 수용하고 그것을 실천하려는 불자들의 수는 오히려 과거에 비하여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신앙으로서의 보살사상이 위축되는 것는 초기불교 교리들이 확산되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 불교대학이나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서 불자들은 다양한 불교 교리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불자들은 법회에서 스님들의 법문을 통해서만 불교 교리를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인터넷과 각종 언론 매체가 발전하면서 불자들이 교리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불교 라디오방송, 불교 케이블TV, 불교 위성방송, 인터넷방송, 불교 신문 등은 불자들의 불교 공부를 도와주는 중요한 매체가 되었다. 또한 불교 관련 각종 출판물들도 불자들이 신앙에 머물지 않고, 실천적 신행과 수행에 관심을 갖도록 만들었다.

여기에 디가니까야, 맛지마니까야, 쌍윳따니까야 등 초기불교 경전들이 잇달아 번역 출판됨으로써 불자들이 초기불교 교리를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주었다. 또한 불자들은 전국의 불교 교양대학에서 여러 가지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고, 전국의 시민선방을 찾아서 본격적인 수행의 맛을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컴퓨터, 휴대전화 등 첨단 정보통신기기들이 발전하고 언론 매체들과 결합함으로써 경전 속에 잠자던 불교 교리를 생활 속에서 체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불자와 일반인들은 인터넷으로 템플스테이를 신청하여 동참할 수 있다. 여러 사찰의 고승대덕 스님들의 법문을 인터넷이나 방송으로 시청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정보 매체의 발전은 불자들의 신행활동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현 시점에서 불자들은 맹목적 신앙에 머물지 않고, 직접 몸으로 경험하고 실천하는 신행활동에 눈을 뜨고 있다. 또한 불자들은 간화선과 묵조선, 위빠사나와 사마타 수행 등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아직 그 비율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각종 수행법을 체험하고 이것을 심리학이나 상담학과 연계시키려는 시도들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신앙적 측면을 선호하는 불자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관음신앙을 선호하는 불자들이 관음신행으로, 그리고 관음수행으로 참여의 폭을 넓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초심자들은 신앙적 측면에서 관세음보살을 염하지만 그 과정을 넘어서면 자발적으로 다양한 신행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그리고 아직 많지는 않지만 정진적 차원에서의 관음수행에 전념하는 불자들도 있다.

신앙과 신행, 그리고 수행 등의 정진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어떤 것을 선택하든, 불교의 기본적 가르침을 벗어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불교는 화엄사상에 입각하여 한국문화의 대부분을 불교로 통합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문화적 통합이 때로는 불교의 본질에서 벗어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불자들이 어떤 신행 방법을 선택하든지 불교의 근본에서 벗어나지 않는가를 살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불자들의 신행활동에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초심자들이 쉽게 불교에 입문하여 점차 심화되고 깊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단계적 지도 방법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근기가 다양한 불자들이 불교에 입문하기 때문에 각각의 근기에 적합한 신행 프로그램들이 많이 만들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2000년대 이후에 한국 사회에서 불교를 신행하는 불자들이 느끼는 갈등이 또 하나 있다. 그것은 전통적인 대승불교의 교설과 초기불교를 중심으로 하는 근본교설 사이의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 전국의 각 사찰에서는 일반적으로 《천수경》 《금강경》 등을 많이 독송하고 있으며, 《화엄경》과 《법화경》 등을 중심으로 공부해 왔다. 여기에 《능엄경》과 《원각경》 등 대부분의 대승경전들이 불자들이 독송하는 주된 경전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니까야를 중심으로 하는 팔리어 장경들이 속속 번역되고 있다. 많은 불자들은 한글로 번역된 초기경전들을 접하면서 대승경전들과의 차이점이 많다는 점을 느끼고 있다. 이것은 신심의 형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승불교에서의 일방적인 신심이 강조된 것에 비하여 근본불교에서의 분석적이고 체계적인 교설을 접하면서 혼란을 경험하는 불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초기불교의 관점에서 대승경전들을 재해석하고 불자들의 신행활동 프로그램들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특히 다라니 중심의 정진수행의 경우 내용을 모르고 맹신적 믿음만을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신묘장구대다라니의 경우도 힌두교식으로 내용을 해석하여 불자들의 올바른 신심 형성을 방해하는 책자들도 있다. 불교와 브라만교, 그리고 힌두교 등을 혼동할 수 있는 요소들을 제거하고 순수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부할 수 있는 신행 체계의 정립이 요구된다.

우리나라 불자들의 신행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또 하나의 문제는 조직화와 공동체 형성의 부재이다. 대부분의 불자들은 개별적인 신행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정 사찰에서 동일한 법회에 동참하는 불자들 중에서도 서로 인사조차 하지 않고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불자들의 개별적 신행활동은 신도 조직을 결성하는 데 저해 요인이 되고 있다.

불자들에게 불국토라는 이상적 사회는 관념적으로 존재할 뿐 현실 사회에서 구현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정토는 사후의 세계에서나 갈 수 있는 서방정토로 인식되고 있을 뿐 ‘지금, 여기’가 현실 세계의 정토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불자들이 많다. 그래서 불교계는 ‘지금, 여기’ 현재의 우리 사회를 정토로 만들고 불국토가 될 수 있도록 만들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따라서 각 사찰의 신도 조직은 형식화되고 전국적인 불자들의 네트워크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군중 속에서 고독감을 느끼는 현대인들의 위해서 누구나 의지하고 함께 동참할 수 있는 개방적이고 자율적인 신도 조직이 필요하다. 특히 종단을 초월하여 다양한 신행 단체들이 인드라망과 같은 네트워크를 만들어 상호 협력할 수 있는 조직체들이 필요하다. 불자들은 신행 조직의 참여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경험을 공유하고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효과적인 장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현재 단위 사찰 차원에서는 소규모 조직들이 만들어져서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신행활동 속에서 실천하려는 노력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이 같은 종단에서도 통합되지 못하고 종단을 넘어선 초종단적 조직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찰의 울타리를 넘어서서 여러 유형의 신행 조직들이 형성되고 발전해 갈 수 있는 성공적 조직 모형의 사례가 필요하다.

불자들의 신행 조직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신도들의 위계와 역할이 함께 포함되는 불교 조직 원리가 개발되어야 한다. 일부 사찰에서는 법등장, 법륜장, 법회장 등의 위계와 역할을 만들어 신도 조직에 응용하는 사찰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노력에 비하여 신도 조직이 효율적으로 결성된 사찰들은 많지 않다. 그것은 신도 교육이 조직화와 연계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도 조직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며, 정기적으로 각종 연수와 훈련이 필요하다.

신도 조직의 부재는 불자들의 복지, 봉사, 후원 활동의 참여 부재로 이어질 수 있다. 불교의 사회복지시설이 이웃 종교에 비하여 상당히 열세에 머물고 있는 것은 바로 신도 조직의 결여와 관련이 있다. 봉사활동이나 후원활동은 조직화된 신도들에 의하여 전개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러나 전국의 각 사찰들 중에서 봉사단체나 후원단체들이 결성되어 활발하게 운영되는 사찰은 많지 않다. 그것은 바로 불자들의 교육과 조직의 미비에서 발생한다. 불자들의 신행활동이 사회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국민 속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대사회적인 복지, 봉사, 후원 활동이 필수적이다.

불자들의 신행활동에서 발생하고 있는 또 하나의 문제는 재적사찰에서 신도로서의 역할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많은 불자들은 이 절, 저 절에 필요에 따라서 축원 카드를 만들고 이중 삼중으로 신도 등록을 한다. 종단과 사찰을 넘나들면서 신행활동을 하는 불자들도 다수가 있다. 그 결과 전국 사찰에서 집계한 불자들의 수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두 배가 넘는 아이러니를 만들어 낸다.

또한 재적사찰을 갖고 있는 불자들 중에서 신도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사람들도 소수에 불과하다. 신도 교적을 가지고는 있지만 신도로서의 활동을 하지 않는 불자들이 많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불자들의 문제이다. 조계종단에서 재적사찰 갖기 운동을 전개하면서 신도 등록을 받고 있지만 신도증을 발급받은 불자의 수는 매우 미미하다.1996년부터 신도증 발급 사업을 전개하였지만 2009년까지 15년 동안 약 40여 만 명이 등록을 마쳤을 뿐이다.

불자들이 재적사찰을 갖고 신도로서의 활동과 역할을 하지 않으면 우바새 및 우바이로서 해야 할 역할을 다할 수 없다. 우바새 및 우바이는 오계와 보살계를 수지하고 재가 불교지도자로서 활동하면서 포교사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야 할 불교 인재이다. 대승불교를 표방하고 있으면서도 대승보살계를 수지하지 않은 불자들이 많다는 것은 그 이념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불교계는 스님과 재가불자는 있지만 양자를 중간에서 연결해주는 신도 임원들이 부족하다. 일부 종단에서는 스님이 부족하기 때문에 신도 임원들이 사찰 운영을 전담하는 사례들도 있다. 또한 재정을 포함한 사찰 운영을 불자들이 담당하는 사찰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찰에서 신도들이 사찰 운영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신도들의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조계종단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찰운영위원회를 구성하도록 종헌종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사찰운영위원회가 운영되는 사찰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주 요인은 우바새와 우바이로서 역량과 자질을 갖춘 신도 임원을 사찰에서 육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각 종단에서 공찰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설 사암들은 어떤 통제 장치도 없이 주지 스님의 개인적 의지와 능력에 의하여 운영되고 있다. 이와 같은 폐쇄적 사찰 운영 방식은 결국 포교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불자들 중에서는 재적사찰을 갖고 신도로서 사찰 운영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사찰 운영에 불자들의 참여가 많아질수록 포교 성과도 긍정적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사찰 운영에 참여하는 불자들에게는 더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할 수도 있다. 재가불자들이 사찰을 운영하는 것은 초기불교부터 내려온 전통이다. 이러한 전통을 되살리는 것이 불자들의 신행활동을 촉진시키고, 포교활동의 효과를 제고하는 길이 된다.

4. 맺음말

전환기에 처한 한국불교가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불교의 장점을 되살리고 문제점을 제거하면서 새로운 포교 방법과 신행활동의 모형을 찾아야 한다. 특히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운 다종교 사회에서 불교는 포교와 신행의 영역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않으면 존립 근거를 상실할 수 있다.
10년마다 한 번씩 조사하는 인구센서스의 종교 인구 변화는 각 종교의 포교 성과를 있는 그대로 보여 준다. 따라서 외형적 주장이 아니라 실질적인 성과가 없으면 불교는 소수 종교로 전락해 갈 수 있는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불자와 종단 관계자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기존의 포교와 신행 방법에 매달려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지 않고 있다.

급변하는 종교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은 이미 불교계의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으로 되돌아가서 삶 속에서 이를 실천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않는다면 한국불교는 더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반면에 문제의 심각성을 자각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실천한다면 불교의 포교와 신도들의 신행활동은 빠르게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해결책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불교 내부에 존재하고 있는 것을 재해석하고 재활용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부처님의 가르침 그 근본정신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할 때 포교와 신행의 문제점은 더 쉽고 용이하게 극복할 수 있다. 교세를 확장하기 위한 포교가 아니라 사회의 질적 발전을 위한 포교활동이 필요하다. 사찰을 운영하기 위한 신행활동이 아니라 국민들의 삶 그 자체를 풍요롭고 지혜롭게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할 때 많은 사람들이 사찰을 찾게 될 것이다.■

 

김응철중앙승가대 포교사회학과 교수. 경기대 행정학 박사. 불교인재원 원장, 중앙신도회부회장, 서울시자원봉사센터 이사, 사회복지법인 진관무위원 감사 등으로 활동 중. 저서로 《불교지도자론》(공저), 《포교이해론》(공저) 등이 있다.

저작권자 © 불교평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