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한국불교, 여기에 문제 있다

1. 들어가는 글

이병두
칼럼니스트

“한국(또는 조선)불교, 이것이 문제다.”라면서 도전적으로 문제점을 거론하고 나름의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일은 대한제국(大韓帝國) 성립 이래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이 중에는 만해(萬海)의 《조선불교유신론》처럼 불교의 전 부문에 걸친 문제점을 거론한 것이 일부 있었고 승려 교육과 포교 등 전문 분야에 관한 것도 많았지만, 교단(또는 종단)의 행정 문제를 거론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1)

이처럼 100년이 넘도록 수많은 사람들이 불교의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법을 제시해왔는데도 불구하고, 그 논의는 거의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쯤 되면 아예 “한국불교, 혹 문제점만 지적하고 후속 조치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던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또 똑같은 일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교평론》에서 이번 호의 특집을 〈한국불교, 여기에 문제 있다〉로 잡은 이유가, ‘계란으로 바위 깨기’ 같기만 한 이 일을 계속하다보면 그래도 그 거대한 바위가 깨지는 날이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에서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동안 칼럼 형태의 짧은 글쓰기를 통해 종단2) 행정의 문제를 지적하고 해법을 제시해 본 적이 있지만 그것은 매우 단편적인 것이었다. 따라서 이번 글은 가능한 한 종단 운용 각 부문에서 이루어지는 문제의 근원을 살펴보고, 혹 그 문제의 해결책이 있다면 그것을 제시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다만 이 글은 학술 연구 목적을 가진 논문이 아니라 종단 행정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가, 그리고 그 문제점은 어떻게 개선될 수 있을까에 대한 소박한 마음이 담긴 에세이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2. 한국불교 종단 행정의 문제

1) 근본 문제

조선조 500여 년의 억불(抑佛)과 일제강점기의 압박을 거치며 힘들게 존속해 온 한국불교는 이른바 ‘정화(淨化)’라고 하는 ‘비구―대처 싸움’을 미봉(彌縫)한 1962년 4월에 독신 승려만을 인정하는 통합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으로 재발족하면서 새로운 역사를 맞게 되었다. 그러나 종단을 출범시키기는 하였지만, 조계종은 이른바 ‘대처’ 측과의 계속되는 분쟁 및 소송, 종단 내부의 종권 다툼 등으로 그 뒤 오랬동안 효율적인 근대 행정 체제를 갖출 여력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종단 내외에 ①역경·도제 양성·포교(傳法)의 3대 과제를 제시하는 등 의욕과 포부를 밝히고 ②급하게 세속 사회 행정 체계를 흉내 내는 근대 행정의 형식은 갖추었지만, 4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오늘까지도 이른바 ‘3대 과제’의 실천은 크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세속 사회의 체계를 급하게 모방하면서 묻어 들어온 문제점은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이 솔직한 현실 진단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출가 승려가 주축을 이루는 집단인 종단에서 모든 일의 최고 전범으로 삼아야 할 율장 정신이 사라지고 지나치게 세속화되었다는 것이 우리나라 여러 종단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이다. 다양한 문제가 생기면 이를 푸는 방식이 부처님이 가르치고 정해 놓은 법과 율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세속의 방식을 따르도록 제도화되었다.

일반 사회의 ‘헌법―법―대통령령’으로 이어지는 법체계를 그대로 받아들인 ‘종헌―종법―종령’ 체계가 승가를 규제하는 최고 전범이다. 그리고 ‘검찰―사법부’ 제도를 좇아서 ‘호법부―호계원’을 두고 있고, 국회의 동의를 받아 검찰총장을 임명하는 방식을 그대로 따라 호법부장을 임명할 때에 중앙종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으며 종회의원의 면책 특권 조항도 일반 사회의 제도와 다를 바 없다.

종단의 세속화 수준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몇 해 전 재가 종무원들의 직급·직위제도를 바꾸면서 행정관과 종무관 명칭을 도입하였는데 일반 사회의 사무관·서기관 등을 흉내 낸 관(官)이라는 호칭에서 세속화 냄새가 너무 짙게 풍긴다.3)

그리고 종단의 어느 한 곳에도 율장 정신과 규정에 입각해서 문제를 푸는 것을 보기 어렵다. 그러니 시대가 변하면서 생겨나는 다양한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부처님 법과 율에 맞는지 가려내는 일은 더욱 불가능해 보인다.4)

이상이 현재 불교 종단이 가지는 가장 큰 문제이다. 그러나 근대 행정 체제 자체가 세속 사회의 제도이고 종단 행정 또한 이 틀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왕 행정 체계를 수립하고자 한다면 제대로 갖추어 일반 사회의 모범이 되어야 할 터인데 세속의 제도를 어설프고 엉성하게 흉내만 내고 있다는 것이 또 다른 문제이다.

이하에서는 위와 같은 관점에서 현재 종단 행정이 노출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거론하기로 한다.

첫째, 3대 과제의 종책(宗策) 의지가 실종되었다.

2009년의 조계종 중앙종무기관의 세입·세출 예산은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합하여 274억여 원에 이른다. 이 중 교육원과 포교원의 예산이 각기 52억여 원, 23억여 원으로 중앙종무기관 전체 예산 중에서 이른바 ‘3대 과제’를 추진하기 위한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단히 낮다.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이 예산도 대부분 일반 행정에 소요되는 경직성(硬直性) 예산 비중이 높고 실제 사업을 집행하는 데 소요되는 사업 예산은 적다는 데에 있다.

예를 들어 교육원에 배정된 52억 원 중 중앙승가대 지원 18억 원, 선원(禪院) 지원 1억 3천만 원, 가산불교문화연구원 1억 원, 동국역경원 2천만 원, 고려대장경연구소 2천만 원, 한국 빠알리성전협회 2백만 원 지원이 이른바 ‘역경과 도제 양성’이라는 ‘2대 과제’에 투입되는 예산의 거의 전부이고, 이 밖에 동국대 비구·비구니 기숙사에 매년 수천만 원과 총무원장 명의의 장학금 약 1억 원을 지원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5)

따라서 이제 종단이 어느 정도 안정을 이룩하게 된 현 시점에서는 ‘3대 과제’에 대한 예산의 확대와 적극적인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될 것이고, 이를 위해 ‘개혁 불사’ 이후 ‘3대 과제’의 적극 추진을 위하여 총무원에서 교육원과 포교원을 분리하여 별원(別院)으로 설립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이제 이에 대한 고민을 해볼 필요도 있다. 차라리 세 기관을 통합하여 교육원장을 제1부원장, 포교원장을 제2부원장으로 위치를 설정하고, 현재의 총무원 부서 중 문화부와 사회부 등 종단 대외 업무가 많은 곳은 포교를 담당하는 제2부원장 아래에 두고 기획실과 교육원·포교원의 연구 기능을 통합하여 교육 담당 제1부원장 아래에 둘 필요가 있다. 굳이 군대의 용어를 빌리자면, 총무원의 총무·재무부 등은 군수지원사령부의 역할을 맡고 승려 교육과 포교·문화·사회 업무를 맡은 부서는 야전사령부에 해당할 것이다.

둘째, 일반 사회의 고전적인 견제와 균형을 목적으로 한 행정·입법·사법부의 3권 분립과 헌법재판소 체제를 따라 권력 분립 형식을 갖추어 총무원·중앙종회·호계원과 법규위원회 등을 설치하였지만 인사와 재정 등 거의 모든 권한이 총무원에 집중되어 있다.

각 기관별 인사권을 독립적으로 갖는 일반 사회의 입법·사법부나 헌법재판소 등과 달리 종단의 중앙종회와 호계원은 종무원에 관한 인사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으며 총무원에서 모든 것을 관할하고 있다. 그리고 독립된 기관으로 되어 있는 법규위원회는 전담 종무원이 단 한 명도 없어서, 모든 것을 총무원(또는 중앙종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기구들은 인사권이 전무할 뿐만 아니라 전문 지식을 요구하는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전문가가 전혀 없다. 예를 들어 호법부와 호계원에 종헌·종법·율장과 사회법 등 전문 지식을 검증하는 시험을 거쳐서 채용된 인력이 한 명도 없으며, 일반 사회의 법관과 헌법재판관에 해당하는 호계위원·법규위원도 종헌·종법과 율장에 관한 최소한의 지식을 검증하는 절차 없이 종단의 정치 역학 관계에 따라 중앙종회에서 정치세력 간의 타협을 거쳐 선임되므로 판결에 공정성이나 전문성을 기대하기 어렵다.6)

따라서 앞으로 각 기관별 인사와 재정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호계위원과 법규위원 선임에 앞서 필요한 지식과 비전을 검증하는 절차를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만약 이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이 두 기관에 근무하는 재가 종무원만이라도 관련 전문 지식을 갖춘 사람을 채용하고 각 위원들은 임무 개시에 앞서 외부 기관에 위탁하여 ‘법관’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소양 교육을 받게 하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종단 내 갈등을 불교적으로 해결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았다. 대규모 공찰의 주지 승계를 둘러싸고 갈등이나 분쟁이 자주 일어나지만, 이것을 종단 내에서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아 일반 사회 법정으로 비화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이에 따라 승가의 위신이 실추되고 삼보정재의 낭비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7)

서울 우이동 보광사와 부산 소림사 사태에서 보듯이, 사설 사암의 경우에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 이어져서 해당 사찰의 창건주[또는 주지] 승계 문제에서 종단은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하거나 할 의지가 없고, 세속 법정의 최종 판결을 그대로 수용하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일반 사회에서는 민사재판의 경우에도 정식 재판에 앞서 조정위원의 조정을 거쳐 이해 당사자가 합의에 이르도록 권고하고 있고, 공무원/교원이 인사상 불이익을 겪었을 때에도 곧바로 소송으로 가지 않고 소청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 그 밖에도 사회 여러 부문에 ‘분규·분쟁 조정위원회’가 구성되어 있어서 가능한 한 재판을 거치지 않고 합의와 조정에 이르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점에 있어 일반 사회보다 앞서 가야 할 종단에서는 이와 같은 화해·조정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았고 종단의 해결 능력과 의지도 없어서, 곧바로 일반 사회 법정으로 가는 일이 매우 많다는 데에서 현재 한국불교가 자율 능력을 심각할 정도로 상실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종단 내에 조정 및 심의 기구를 두어 이해 당사자들이 호법부 제소 등에 앞서 조정과 합의의 절차를 거치도록 유도하고, 만약 이런 합의 절차와 종단 내부의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일반 사회의 법정으로 사건을 넘어가게 한 인물의 경우에는 종단 내부 절차를 통해 확실한 징계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혹 일반 사회 법정의 판결을 받게 되는 사건의 경우에도 종단의 판결을 세속 법정의 판결보다 우위(優位)에 두도록 종헌과 종법으로 뒷받침하여야 할 것이다.

넷째, 교구 자치제를 거론하지만 허점이 많다.
일반 사회의 지방자치제 확대 실시 추세에 따라, 종단 내에서도 “교구자치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늘어나고 많은 이들이 이 견해에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중앙정부가 검찰권·감사권과 징세권을 장악하고 있고, 언제든 지방자치단체를 견제·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일반 사회의 지방자치 확대 추세와 종단의 교구 자치 확대 논의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모르거나 무시하고 있다.

따라서 전근대적인 현재의 분담금 제도를 합리적인 근대 조세 체제로 전환하여 ‘국세와 지방세’에 준하는 방식으로 이것을 나누고, 지방 교구에 대한 호법[검찰]과 감사 제도를 확립하는 것이 교구 자치제 논의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또한 아래 표 1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교구 본사별 사찰[말사]·재적 승려 수 및 신도 수의 편차가 매우 심한 것 또한, 교구 자치제 확대에 앞서 필수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표1

 


* 위 표는 불교미래사회연구소에서 자체 조사한 교구본사별 말사 수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에서 발표한 2008년 종단 통계자료를 기초로 한 공찰과 사설사암 분포 현황을 조합한 자료. 선학원과 대각회의 경우, 홈페이지에 등록된 사찰 중심으로 산술함.

〈표 2〉 조계종 교구 재적승 현황 9)

* 출처: 2008년 조계종통계자료


물론 교구본사별로 이처럼 심각한 편차가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917년 《불교총보》 자료에 따르면 일제강점기에도 부산 경남권을 관할하는 통도사·해인사와 수도권 남부를 관할하는 봉은사의 절대적 우세가 눈에 뜨이는 등 지역별 편차가 매우 컸다.

〈표 3〉 1917년 현재 30본산 본말사별 승니 및 신도 수 일람 10)

 


다음으로 조계사를 제외한 24개 교구본사가 대부분 일정 수준의 종무 행정 기능과 전문 지식을 갖춘 재가 종무원의 신분이 불안하여 안정적인 종무 집행 체제를 갖추지 못하는 것도 교구 자치제의 실행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이다.

또한 교구의 본말사가 특정 문중의 이익을 대변하는 문중 중심주의로 흐르고 있어 많은 폐해를 낳고 있으며, 본사 주지 선거의 후유증으로 사찰 신도와 지역사회에서 신뢰를 받는 말사 주지가 교체되고, 말사 주지의 교체와 함께 종무원들까지 함께 사직하여 말사 행정이 마비되고 지역 대중의 신뢰를 상실하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점도 심각하게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11)

그러므로 교구 자치제 실현을 위해서도, 조세[분담금] 제도를 합리적으로 바꾸고 순환보직제 등을 활용해서 최소한 교구본사와 주요 분담금 사찰의 종무실장과 재무 담당 등 일부 재가 종무원에 대한 인사권을 중앙종무기관이 행사하여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할 경우 종무원 숫자의 증가로 중앙에 일시적 재정 부담이 일어날 수 있지만, 이 문제 해결이 없이는 결코 교구 자치제를 전면적으로 실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한다.

위에서 거론된 선결 과제의 해결 없이 ‘교구 자치제’를 섣불리 도입하면 ‘3대 과제’를 비롯한 종단 목적 사업 실행은 더욱 어려워지고 25개 교구가 25개 종단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다섯째, 종단의 중장기 비전을 연구하여 정책 수립에 반영하는 연구 기능이 미약하다. 중장기 계획이 없는 집단이 발전을 성취하기 어렵다는 것은 누구든 다 알고 있다. 종단 행정을 꾸준히 연구해 온 조기룡은 “종단의 종책 연구는 비(非)전문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종책 결정은 비(非)분석적이고 정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이 문제가 “통합 종책 연구 기관 설립과 중앙종회의 종책 연구 기능 강화를 통해서 해결될 수 있을 것”12)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종단 밖의 연구자뿐 아니라 내부 관계자들에 의해서도 ‘통합 종책 연구 기관 ― 종책(또는 종학) 연구소’ 설립 요구가 제기되고 있지만, 총무원·교육원·포교원 사이의 권한 조정 문제가 겹쳐 공식 제안조차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여섯째, 종단 내의 차별이 심각하다. 명분으로는 ‘사부대중(四部大衆)’이라고 하지만 재가 신도를 ‘함께 부처님 가르침을 공부하고 수행하는 도반’이 아니라 함부로 다루어도 되는 도구나 아랫사람으로 여기는 풍토가 팽배해 있다.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다면 출―재가의 갈등이 깊어질 뿐만 아니라 한국불교 자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종단 내의 심각한 성차별(性差別)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같은 출가 대중 안에서 비구와 비구니의 차별 구조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여자 신도에 대한 차별도 심각하다.13)

과거 고대 사회의 상황에서 만들어진 특정 계율 조항을 들먹이며 이와 같은 ‘성차별’을 정당화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것은 세상의 흐름과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체의 차별을 금하였던 부처님의 가르침에도 어긋난다. 특히 출가 승려의 50%를 차지하는 비구니의 역량을 무시하거나 애써 외면한 채 비구 독선 체제를 고집하면, 종단 인력의 효율적 관리에 피해가 오고 비구 승단의 고립을 자초하게 되는 등 무리가 따르게 될 것이다.

2) 인사(人事) 문제

흔히 “인사가 만사(萬事)다.”라는 말을 한다. 모 기업 총수는 “인사가 바르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승진한] 본인이 어색하고 [승진한 사람과] 경쟁했던 사람이 [인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며, 후배들에게는 모범으로 삼아야 할 기준이 없어진다.”고 하였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종단의 승가와 재가 인사는 높은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1) 승가의 인사 문제

첫째, 합리적 인사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았다. 행정 체계가 가장 잘 갖추어진 집단인 군(軍)과 일반 행정기관에서는 직급별로 자격 조건이 정해져 있다. 사관학교 등을 졸업하고 군의 초임 장교로 임관되면, 소대장 직책을 맡기에 앞서 ‘소대장 교육’을 받는다. 그 뒤 ‘중대장 ― 대대장 ― 연대장 ― 사단장 ― 군단장 ― 군사령관’으로 이어지는 지휘관과 ‘중대 ― 대대 ― 연대 ― 사단 ― 군단 ― 군사령부 참모’로 이어지는 보좌 기능 담당자에게도 끊임없이 교육과 연수, 평가가 이루어진다. 이 과정을 통과하지 못하면 지휘관이나 참모 직책을 수행할 수 없게 되어 있고, 일반 행정 관서에서도 이 점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군이나 행정기관에서 직급(직책)별 평가와 연수 교육 절차를 거친 사람에게만 직책을 부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능력자가 발생하고 대형 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아예 이런 절차조차 없는 종단 행정이 원만하게 이루어지리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것이다.

물론 ‘개혁 불사’ 이후 본말사 주지 연수나 ‘출가 ○○연차 연수’ 등이 이루어지고 있어서 과거에 비해 발전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 연수나 교육이 2~3일의 단기 과정에 그치고 있어 본말사 주지와 주요 소임을 맡은 사람의 전반적인 업무 능력을 향상시키고 변화하는 사회 흐름에 적절히 대응하기는 어렵다.

둘째, 주요 사찰이 극소수 인물에게 장악되어 있다. 재정 수입이 좋은 100여 개의 주요 공찰이 개인 소유에 가깝게 되어 있어 공적 시스템이 상실되었다. 이러한 주요 공찰의 주지는 본래 3만기(12년)까지 맡을 수 있지만, 명의상 주지가 교체된 뒤에도 ‘회주(會主)’와 ‘조실(祖室)’ 등의 이름으로 막후(幕後) 영향력을 행사하고, 언제든 주지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인물들이 다수 존재하며, 이들은 이렇게 확보한 막강한 재정을 무기로 자신의 재적 사찰과 교구 차원을 넘어 전체 종단 정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중앙에서 쌓은 정치적 영향력이 다시 재적 사찰의 기득권을 강화하여 권력을 영구화하게 된다. 중앙에서 감사와 호법[검찰]권 강화를 통해 이들에 대한 제어 기능을 발휘하지 않으면, 조계종은 과거 역사에서 흔히 있었던 ‘호족 할거(割據)’ 시대를 맞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셋째, 교구 자치제 문제와도 연결되는 것이지만 위와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서 도량 내에서 대중생활의 질서가 무너지고 본사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3직 소임자조차 절에 상주하지 않는 곳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되면서 대부분의 의사 결정이 사찰 소임자(7직 또는 3직)들의 공의로 결정되지 못하고 주지가 독선적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산중의 공의가 반영되지 않은 주지의 독선적 결정이 어떤 폐단을 가져올지에 대하여는 따로 언급이 필요 없을 것이다.

넷째, 세속 사회에서 요구되는 기본 조건도 갖추지 못한 부적격 인사들이 주요 사찰 주지나 중앙 종무기관 교역직 종무원과 종회의원이 되는 경우가 많다.14) 이렇게 되면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한다”는 오랜 경제 법칙이 철저히 적용되어 양심적 승려가 설 자리가 사라져 이들이 종단에서 멀어지고, 종단이 사회 대중에게서 외면당하고 비판받는 이유를 제공하게 된다.

(2) 재가 종무원

1994년의 이른바 ‘조계종 개혁 불사’ 이후 전문 지식과 능력을 갖춘 재가 종무원들이 중앙종무기관에 들어와서 행정을 체계화·효율화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16년 세월이 흐른 현 시점에서 보면,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보완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첫째, 능력을 검증하는 절차가 아직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다. 일반 사회에서는 5급·7급·9급 공무원 시험을 거쳐 직급별로 필요한 지식과 소양을 검증하여 임용하고, 임용 뒤에도 직급별 교육과 연수를 거친 뒤에 팀장·과장과 국장 등의 직책에 임명된다. 이런 기본 절차를 거쳤는데도 공무원들이 무능력과 무사안일 등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기업은 도산하는 경우까지 일어나는데, 종단의 경우에는 이와 같은 검증이 없이 종무원으로 임용하고 직급별 교육과 연수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물론 ‘개혁 불사’ 이후에는 과거에 비해 단기 교육과 연수가 늘어나고 대학원 진학 등에 학비를 지원하는 방식 등으로 재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일반 사회의 행정기관이나 기업 수준을 따라가기에는 너무 멀다.

둘째, 외부 전문 인력 충원 의지가 없다. 기업과 행정기관이 유지·발전되는 것은 계속해서 외부에서 인력 충원이 이루어져 기존 조직을 자극하는 데에도 그 이유가 있다. 외부 충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자체 인력만을 유지하면 긴장감이 떨어지고 자칫 나태해질 수도 있다. 외부 수혈(充員)을 통해서 기존 구성원들을 자극하고 끊임없는 자기 혁신을 할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어느 조직이든 그와 같은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다.

어느 이웃 종교계에서는 IMF 구제금융 사태가 발생하여 수많은 기업에서 조기 퇴직이 실시되었을 때, 국내 유수 기업의 핵심 부서에 근무하던 신도들을 대거 영입하였다고 하였다. 그러나 과연 불교계 종단에서도 기업이나 행정부 출신 인재들을 채용할 의지와 가능성이 있을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15)

셋째, 앞에서 교구 본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거론되었지만 재가 종무원의 신분이 안정적이지 못하다. ‘개혁 불사’ 이후 중앙 종무기관의 재가 종무원들은 상대적으로 신분이 안정되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는 해고 등 징계를 할 수 없게 되었지만, 전국의 조계종 사찰(선학원과 대각회 포함) 2,759개16) 중 전문 능력을 갖춘 재가 종무원들을 임용하고 이들이 원만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급여와 4대 보험 혜택을 제공하고 주지 교체와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곳은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성을 갖춘 재가 종무원들이 불교를 위해 봉사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며,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근무 여건이 좋은 곳을 찾아 떠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재가 종무원에게 오로지 ‘신심’만을 바라며 최악의 근로 조건을 감내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종단이나 사찰 스스로 “우리는 발전 의지가 없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3) 재정 문제

첫째, 종단의 재정 구조는 기본적으로 전근대적이고 비합리적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 〈표 4〉에서 보듯이 2009년도 조계종 일반회계 예산의 83.5%가 분담금 수입으로 종단 재정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분담금 제도 자체가 비합리적인 전 근대적 유산이기 때문이다.18)

문제의 원인은 일반회계 예산의 85% 가까이를 차지하는 분담금이 각 교구본사나 특별분담금 사찰 등에 대하여 수입과 지출을 조사하고, 이 수입과 지출을 바탕으로 (합법적인 세율 등) 합리적인 근대 조세체계에 따라 산정·징수하는 것이 아니라, 고대·중세 시대에 중앙정부가 지방 호족들과의 타협을 통해 징수하던 불합리한 제도를 답습하고 있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19)

그리고 이렇게 산정된 분담금조차 정해진 기한에 납부하는 경우가 드물고, 납부 기한이 지났을 경우 과태료 부과 등과 같은 제재 수단이 없다. 뿐만 아니라 ‘힘 있는 사찰’은 정치적으로 ‘분담금 삭감’을 요구하고 이를 관철시키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어서 종단의 재정 구조를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

앞에서도 거론하였지만, 불합리한 이 분담금 체제를 합리적인 현대 조세체제로 전환하지 않는 한 종단이 안정적인 재정 구조를 갖추기 어렵다. 따라서 일반 사회에서 국세와 지방세로 세목(稅目)을 나누어 징수하는 방식을 준용하여 각 본사와 중앙 종무기관이 쓸 수 있는 것을 나누고, 세목별로 본말사 수입과 지출에 따른 세율[분담금 납부 비율]을 정하고 이에 따라 확실한 징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렇게 할 경우에만 중앙승가대학 운영과 도심 포교 확대 등 중앙이 추진하는 다양한 목적 사업을 추진하고 중앙과 지방의 균형 발전 속에 교구 자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재정 구조가 취약한 본사에는 중앙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에 교부금과 지원금을 배당하는 방법을 따라 지원을 확대하는 방법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어떤 방법을 쓰든지, 수입과 지출을 합리적으로 관리하는 철저한 회계 관리가 선결되어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해 기업 회계 관리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복식부기(複式簿記)를 종단 회계에 점진적으로 확대 도입하고 외부 공인회계사의 정기 감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여건이 조성되지 않고서 투명한 재정 관리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다만 다음 〈표 5〉에서 보듯이, 중앙 종무기관의 예산에서 특별회계의 비중이 점차로 낮아지고 있다는 점은 종단 재정 구조에서 긍정적 추세로 보인다.

둘째, ‘개혁 불사’ 이후 불완전하나마 예산의 관항목에 따라 재정을 집행하고 내부 회계 규칙에 따라 장부를 기재하여 내부 감사와 중앙종회의 감사를 받는 중앙 종무기관과 달리,21) 대부분의 본말사는 예산에 의한 집행과 내부 결산 감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주지 임의로 재정을 집행하고 있으며 주지 개인의 쓰임새와 사찰의 공적 재정이 뒤섞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주지 등이 사용하는 승용차 구입 비용을 사중에서 납부하여도 나중에 주지를 떠날 때에 사찰에 반납하고 떠나는 경우가 없으며, 이것은 승용차 이외의 다른 재정 집행에 있어서도 거의 비슷한 상황이다. 그러나 재정 집행과 운용에서 공(公)과 사(私)가 구별되지 않는 조직이 바르게 운영되고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셋째, 앞에서 인사 문제를 짚을 때에도 거론하였지만, 작은 규모 ― 중간 규모 사찰 주지를 거쳐 대규모 사찰 주지 소임을 맡는 단계가 없으니, 재정 운용에 대한 훈련 기회도 없으며, 주먹구구식 관리에 머물게 만든다. 이것은 마치 군대에서 소대장 ― 중대장 ― 대대장 ― 연대장과 각급 참모를 거치지도 않고 사단장과 군사령관을 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셋째, 재정 부족을 채우는 수단으로 불필요한 건축 불사를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서 사찰에 상주하는 승려 숫자보다도 전각 숫자가 더 많은 곳이 다수에 이르는데도 전각 신축이 계속되고 있으며, “사찰 불사 과정에서 최소한 몇 %의 리베이트가 오간다.”는 세간의 이야기가 헛소문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은 불교계 사정을 웬만큼 알고 있는 사람이면 아는 ‘공개된 비밀’이 된 지 이미 오래되었다.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사찰 자체에서 합리적으로 계획하여 필요한 전각을 신축하거나 증축·보수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 업체가 담당 공무원과 교섭하여 예산을 배정받고 사찰은 아무런 주도권도 행사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이 있다. 이렇게 되면서 종종 ‘문화재 보수비 횡령’ 등과 같은 사건이 벌어지고, 수행 환경과 경관을 해치고 불필요하고 쓸모도 없는 건물을 후대에 물려주게 되는 것이다.

넷째, 문화재 보수비 명목의 정부 지원금 등에 대한 사찰의 의존도가 너무 높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지정 문화재 보수를 명분으로 한 정부 지원금이 각 사찰의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신도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내부 청정성이 붕괴되며 이를 주선하는 외부 정치권 인사 및 관료와의 결탁 및 부패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3. 결론을 대신하여

이제까지 종단[조계종] 행정이 드러내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근본 문제, 인사 문제와 재정 문제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이 중에서 조계종단의 다양한 문제의 바탕이 되는 근본 문제를 짚어 보면 다음과 같다.

둘째, ‘개혁 불사’ 이후 불완전하나마 예산의 관항목에 따라 재정을 집행하고 내부 회계 규칙에 따라 장부를 기재하여 내부 감사와 중앙종회의 감사를 받는 중앙 종무기관과 달리,21) 대부분의 본말사는 예산에 의한 집행과 내부 결산 감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주지 임의로 재정을 집행하고 있으며 주지 개인의 쓰임새와 사찰의 공적 재정이 뒤섞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주지 등이 사용하는 승용차 구입 비용을 사중에서 납부하여도 나중에 주지를 떠날 때에 사찰에 반납하고 떠나는 경우가 없으며, 이것은 승용차 이외의 다른 재정 집행에 있어서도 거의 비슷한 상황이다. 그러나 재정 집행과 운용에서 공(公)과 사(私)가 구별되지 않는 조직이 바르게 운영되고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셋째, 앞에서 인사 문제를 짚을 때에도 거론하였지만, 작은 규모 ― 중간 규모 사찰 주지를 거쳐 대규모 사찰 주지 소임을 맡는 단계가 없으니, 재정 운용에 대한 훈련 기회도 없으며, 주먹구구식 관리에 머물게 만든다. 이것은 마치 군대에서 소대장 ― 중대장 ― 대대장 ― 연대장과 각급 참모를 거치지도 않고 사단장과 군사령관을 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셋째, 재정 부족을 채우는 수단으로 불필요한 건축 불사를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서 사찰에 상주하는 승려 숫자보다도 전각 숫자가 더 많은 곳이 다수에 이르는데도 전각 신축이 계속되고 있으며, “사찰 불사 과정에서 최소한 몇 %의 리베이트가 오간다.”는 세간의 이야기가 헛소문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은 불교계 사정을 웬만큼 알고 있는 사람이면 아는 ‘공개된 비밀’이 된 지 이미 오래되었다.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사찰 자체에서 합리적으로 계획하여 필요한 전각을 신축하거나 증축·보수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 업체가 담당 공무원과 교섭하여 예산을 배정받고 사찰은 아무런 주도권도 행사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이 있다. 이렇게 되면서 종종 ‘문화재 보수비 횡령’ 등과 같은 사건이 벌어지고, 수행 환경과 경관을 해치고 불필요하고 쓸모도 없는 건물을 후대에 물려주게 되는 것이다.

넷째, 문화재 보수비 명목의 정부 지원금 등에 대한 사찰의 의존도가 너무 높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지정 문화재 보수를 명분으로 한 정부 지원금이 각 사찰의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신도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내부 청정성이 붕괴되며 이를 주선하는 외부 정치권 인사 및 관료와의 결탁 및 부패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3. 결론을 대신하여

이제까지 종단[조계종] 행정이 드러내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근본 문제, 인사 문제와 재정 문제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이 중에서 조계종단의 다양한 문제의 바탕이 되는 근본 문제를 짚어 보면 다음과 같다.

① 그동안 종단은 명분으로만 ‘3대 과제’를 내세우고 실제 집행에 있어서는 이것을 무시해 온 것이 사실이고, 따라서 이제는 ‘3대 과제’에 대한 예산의 확대와 적극적인 집행이 이루어져야 한다.

② 종단에서도 일반 사회의 견제와 균형을 목적으로 한 행정·입법·사법부의 3권 분립과 헌법재판소 체제를 따라 권력 분립 형식을 갖추어 총무원·중앙종회·호계원과 법규위원회 등을 설치하였지만 인사와 재정 등 거의 모든 권한이 행정부인 총무원에 집중되고 있으므로, 앞으로 각 기관별 인사와 재정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호계위원과 법규위원 선임에 앞서 필요한 지식과 비전을 검증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이 두 기관에 전문 지식을 갖춘 재가 종무원을 채용하고 외부 기관에 위탁 교육을 실시하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③ 종단 내 갈등을 불교적으로 해결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은 점 또한 종단 행정을 후진적으로 만드는 요인 중 하나이다. 따라서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종단 내에 조정 및 심의 기구를 두어 제 역할을 하도록 제도화하여야 한다.

④ 일반 사회의 지방자치제 확대 추세에 따라 교구 자치제를 거론하지만 허점이 많다. 따라서 전근대적인 현재의 분담금 제도를 합리적인 근대 조세체제로 전환하여 ‘국세와 지방세’에 준하는 방식으로 이것을 나누고, 지방 교구에 대한 호법[검찰]과 감사 제도를 확립하며 최소한 교구본사와 주요 분담금 사찰의 종무실장과 재무 담당 등 일부 재가 종무원에 대한 인사권을 중앙 종무기관이 행사하여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교구 자치제’를 섣불리 도입하면 ‘3대 과제’를 비롯한 종단 목적 사업 실행은 더욱 어려워지고 25개 교구가 25개 종단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⑤ 종단의 중장기 비전을 연구하여 정책 수립에 반영하는 연구 기능이 미약하고, 종단 내의 승·재가와 비구·비구니 차별이 심각하며, 불교의 가르침과 어긋나는 일들이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다.

두 번째, 인사와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우선 승가의 인사에 있어서는 ①합리적 인사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았고, ②재정 수입이 좋은 주요 공찰이 개인 소유에 가깝게 되어 있어 공적 시스템이 상실되었으며, ③도량 내에서 대중생활의 질서가 무너지고 본사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3직 소임자조차 절에 상주하지 않는 곳이 많아지게 되었고 그에 따라 대부분의 의사 결정이 사찰 소임자(7직 또는 3직)들의 공의로 결정되지 못하고 주지가 독선적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그 다음 재가자의 인사와 관련해서는 ①임용에 앞서 능력을 검증하는 절차가 아직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고 임용 이후에도 직급별 교육과 연수가 이루어지지 않으며 ②외부 전문 인력 충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자체 인력만을 유지하면서 긴장감이 떨어진다. 그리고 ③전문 능력을 갖춘 재가 종무원들을 임용하고 이들이 원만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급여와 4대 보험 혜택을 제공하고 주지 교체와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곳이 거의 없다.

세 번째, 재정과 관련한 문제들은 다음 사항을 지적하게 된다.

① 종단 재정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분담금 제도 자체가 비합리적인 전근대적 유산이고 이에 의존하는 종단의 재정 구조는 기본적으로 전근대적이고 비합리적이다. 따라서 불합리한 이 분담금 체제를 합리적인 현대 조세체제로 전환하여야 중앙에서 추진하는 다양한 목적 사업을 추진하고 중앙과 지방의 균형 발전 속에 교구 자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위해 중앙 종무기관과 전국 본말사가 기업 회계의 복식부기 제도를 도입하고 공인회계사의 정기 감사를 받도록 하여야 한다. ② 다음으로 주지 개인의 쓰임새와 사찰의 공적 재정이 뒤섞여 이루어지면서 공과 사의 영역 구별이 없어지고, ③ 불공 수입 등이 줄어들면서 비불교적 방법에 대한 의존이 높아지고 불필요한 건축 불사를 확대하는 일이 많아진다.

종단의 행정 문제는 바라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다양한 견해가 나올 수 있고, 그 해법 또한 다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종단 행정 체제가 아직도 비합리적인 전근대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는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승·재가 인사에 획기적 변화를 주고 분담금이라는 전근대적인 제도를 현대적인 조세 체제로 바꾸며, 종단 내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분쟁을 내부에서 해결하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는 한 종단 행정이 합리화·효율화·체계화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이병두칼럼니스트, 번역가. 한국외대 이태리어과 졸업. 단국대학교 대학원 사학과 박사 과정 수료. 건설회사 8년 근무, 파라미타 청소년협회 사무총장 역임. 본지 편집위원. 《영어로 읽는 법구경》 《담마난다 스님이 들려주는 불교이야기》 《조선불교통사― 근대편》 등의 책을 냈음.

저작권자 © 불교평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