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두 서울대 철학과 교수

안성두
서울대 철학과 교수
불교평론이 주관하는 ‘올해의 논문상’에 선정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올해 나왔던 좋은 논문들에 앞서 저의 졸고가 뽑혔다는 소식에 송구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제 논문이 가진 여러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가진 긍정적 측면을 높이 평가해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무엇보다 감사드리며, 이를 앞으로의 불교학 연구에 더욱 매진하라는 격려로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9월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금강대학교를 떠나 서울대학교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여기에는 다른 이유도 없지는 않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연구에 전념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예전 어느 영국 시인이 그러했듯이 제게 남은 봄이 몇 번인가를 헤아려 보았을 때 몇 번 남지 않은 봄을 그대로 보내기는 싫었습니다.

이미 오십을 훌쩍 넘긴 나이, 천명(天命)을 알고자 하지는 않지만 불교학을 시작했던 당시의 초발심은 지켜나가고 싶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심사위원 선생님들의 ‘격려’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이해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불교학 연구에 있어 다른 학문 분야에서처럼 통섭적이고 학제적 연구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불교와 같이 그 역사적 전개 속에서 모든 인문 영역을 아우르는 문화현상을 다루는 경우 그것은 말할 나위도 없을 것입니다. 저 역시 그 필요성에 전적으로 동감하고 있지만, 이런 통합적 이상의 실현은 바로 불교 고전 문헌의 이해에서 나올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문헌의 이해를 위한 ‘아드리아네의 실’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여러 불교 고전어입니다.

저는 졸고에서 법성(法成)의 티벳역과 같이 우수하지 않은 번역조차도 원전인 《해심밀경소》의 교정과 이해를 위해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하물며 우수한 번역본이나 원전이 존재하는 경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어떤 텍스트와 그 의미를 논의하는 것은 만용에 가까울 것입니다. 졸고가 선정된 이유는 바로 원전 이해를 위한 문헌학적 작업의 필요성에 대한 심사자 선생님들의 공통된 인식 때문일 것이라고 짐작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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