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평론 창간 10년 기획 | 불교학 연구 최근 10년의 성과와 과제

1. 들어가는 말

《불교평론》이 창간된 후부터 지금까지의 약 10년에 이르는 기간은, IMF 위기 이후 한국사회가 급격한 의식의 변화를 포함한 사회 전반에 걸친 변화를 겪었던 시기이며, 그러한 변화는 지금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불교학 역시 이 시기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되는데, 역시 이러한 사회 변화와 전혀 동떨어진 것이라고만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IMF 위기 이후의 사회변화라는 외적 요인이 반영되기에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그 이전 시기에 꾸준히 축적되어 온 불교학계의 내외적 요인들이 더 영향을 크게 미쳤을 것이라 생각된다.

최근의 10년 동안에 이루어진 불교학 연구, 그중에서도 동아시아 불교사상에 대한 연구 경향의 변화 양상들을 살펴보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하지만 주지하는 바와 같이, 동아시아 불교사상에 의해서 구획되는 연구 분야에는 불교학의 범주에서는 가장 많은 연구자들이 분포하고 있다. 자연, 연구자의 숫자만큼이나 세부적 주제 역시 다양하며, 이러한 다양한 주제들에 대한 연구사의 경과를 하나의 흐름 안에서 포착해 낸다거나 한 사람의 연구자가 제한된 원고 내에서 정리해 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이러한 제약을 충분히 감안하여 검토 대상이 되는 연구 성과들을 일일이 언급하거나, 또 그것들을 하나의 흐름 안에서 포착하려 시도는 가급적 피하고자 한다. 오히려 하나의 흐름보다는 2000년 이후 동아시아 불교사상 연구에서 나타난 몇몇 뚜렷한 변화 양상들을 지적하고, 그러한 변화를 낳은 요인을 나름대로 추정해보고자 한다. 당연한 것이지만 변화 양상들을 일일이 지적하는 것 역시 간단한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본 글에서는 이전 시기에는 보이지 않았던 연구 영역의 확장, 기존 시각을 수정하는 새로운 시각의 제안, 방법론상의 중요한 변화를 담고 있는 연구 성과, 이 시기에 문제되었던 몇몇 논점 등을 언급하는 것으로 그치고자 한다. 다만 한국불교사상의 경우는 별도의 장을 두어 시대별로 논점을 제시하였다.

논의에 들어가기 전에, 필자의 관견으로 말미암아 해당 분야의 중요한 연구 성과임에도 불구하고 언급하지 못한 예가 적지 않으므로 미리 양해를 구한다. 또한 편의상 특기할 만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개의 경우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들의 성과에 한정하여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2. 연구 경향의 변화 요인

2000년대 초반 10년의 동아시아 불교사상의 연구 경향이 그 이전의 연구 경향과 일정한 편차를 보이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다음의 몇 가지라고 생각된다.

첫째, 그 이전과 비교하여 양적인 측면에서 증가를 지적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것은 단순한 의미에서의 양적 수치는 아니다. 그 양적인 증가의 이면에는 동아시아 불교사상 전공자의 배출 창구가 다양화되었다는 의미 역시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 1980년대까지는 동아시아 불교사상을 비롯하여 불교학자의 절대다수가 동국대에서 배출되었던 것과는 달리, 1990년대를 지나면서 동국대 외의 다른 대학에서도 본격적으로 불교학 연구자들이 배출되기 시작했고, 2000년대 이후에는 여기에 더하여 해외에서 불교학을 공부한 연구자들이 늘어나면서 동국대 출신 연구자들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여전히 동국대 출신 연구자들이 다수를 점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비중이 상대적으로 축소되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것은 단순히 연구자의 양적 증가만이 아니라, 배출 창구가 다양화되면서 불교학 연구의 접근 방법 역시 다양화되었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접근 방법의 변화는 동국대 출신 연구자들에게서도 거의 동시에 나타났던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 유학한 연구자들이 상대적으로 인도·티베트 불교에 집중되었던 것과는 달리, 국내 비동국대 출신 연구자들의 상당 부분은 동아시아 불교 연구에 집중되어 있었던 점이 특기할 만하다. 이 중에서 해외에서 유학한 동아시아 불교연구자들은 대부분 일본과 중국에서 공부했다는 특징을 지닌다.

둘째, 2000년 5월에 정식으로 창립된 불교학연구회의 영향을 들 수 있다. 한국종교학회 불교분과가 활성화되면서 독립학회로 출발한 불교학연구회는 그 출발의 초창기부터 논의의 활성화를 특장으로 내세웠고, 그것이 주효하면서 대단히 빠르게 성장하였다.

불교학연구회의 활동은 동국대 위주의 불교학 풍토를 비동국대권까지 포함하는 좀 더 넓은 무대를 만들어냈고, 동시에 불교학계에 토론 문화의 확산을 초래하였다. 특히 토론 문화의 확산은 이후의 불교학 연구가 좀 더 엄밀성을 추구하게 하는 효과를 이끌어냈으며, 불교학연구회의 활발한 활동이 상대적으로 위축되어 있던 다른 불교 관련 학회들의 활성화 및 한국선학회·정토학회 같은 새로운 학회들의 출현을 초래하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특히 이러한 학문적 논의의 활성화는 2002년부터 2008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한국불교학결집대회와 같은 대규모 국제학술대회의 개최로 이어졌다.

셋째, 1990년대 말부터 본격화된 한국학술진흥재단(현 한국연구재단)의 몇몇 활동 역시 요인의 하나로 지적되어야 한다. 정성적 평가의 긍부는 차치하고라도 정량적 평가 기준들이 정착되고 학술 데이터베이스 구축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인문학계 전반에 그 영향이 미쳤고 불교학계 역시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연구 성과의 공유가 좀 더 빨라지고 쉬워지면서 이전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연구 성과의 축적과 활용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것은 동아시아 불교 연구의 성과를 수록하는 학술지가 증가하고 다양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넷째, 1987년에 창립된 보조사상연구원과 1996년에 창립한 성철선사상연구원을 필두로 2000년 이후 단위 사찰 혹은 문도회를 중심으로 사찰 단위 혹은 연구소 단위의 학술행사와 학술지 간행이 활발해진 점 역시 동아시아 불교사상 특히 한국불교사상 연구의 양적·질적 확장을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2005년에 학술진흥재단의 중점연구소 사업으로 선정되어 진행 중인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의 ‘아시아  근현대 불교문화 연구’ 사업의 영향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이 사업은 일정 부분 1980, 90년대 인문학계에서 진행된 ‘근대’에 대한 재인식 논의가 불교 내적으로 구체화되는 과정의 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사업과 맞물려 동아시아 불교사상 연구에 있어서 ‘근대’ 시기에 대한 관심과 성과가 축적되고 있고, 이 ‘근대’에 대한 재인식은 일정 부분 동아시아 불교 연구에 있어서 ‘고·중세’의 재인식과도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최근 조선 후기와 근대 시기, 그리고 중국불교 및 일본불교의 근현대기를 전문 연구 영역으로 하는 학자들이 다수 출현하고 있는 점 역시 일정 부분 이 ‘근대’의 재인식 및 그것으로부터의 ‘고·중세’의 재인식이라는 문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여섯째, 2007년에 학술진흥재단의 HK사업으로 선정되어 진행 중인 ‘불교고전어, 고전문헌의 연구를 통해 본 문화의 형성과 변용 및 수용과정 연구’ 사업이 있다. 이 사업은 HK사업의 하나이기는 하지만 한국불교학 내부적으로는 근대불교학의 기초가 되는 문헌학적 방법론에 취약한 현황을 극복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특히 이 사업은 동아시아 불교사상의 토대가 되는 논서들에 대하여 인도·티베트불교 연구자들과 공동 연구를 진행함으로써, 동아시아 불교 연구에 새로운 시각 틀의 도출을 의도하고 있다.

일곱째, 어쩌면 가장 중요한 사업 중의 하나이겠지만, 1990년대 말부터 시작되어 최근 11권까지 출간된 가산불교대사림 간행 사업이 있다. 이것은 동아시아 불교뿐만이 아니라 불교 전반에 걸친 것이고, 학문 작업의 기초로서 영향이 아주 큰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2006년 9월 처음 시작되어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는 간화선 세미나 역시 언급해야 할 것이다. 간화선의 대중화·생활화·세계화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진행되고 있는 이 세미나는, 좁게는 다양한 불교수행법들이 도입되고 있는 한국불교계의 상황에서 조계종이라는 특정 종파의 정체성을 명확히 한다는 의도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넓게 본다면, 동아시아불교의 선사상을 집중적으로 재조명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 중요하다.

이렇게 2000년대 들어 나타난 동아시아 불교 연구 경향의 변화를 초래한 혹은 변화 그 자체를 담고 있는 몇 가지 요인들을 개략적으로 언급해보았다. 이들 요인들이 서로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최근 10년 동안 동아시아 불교 연구에 있어서의 다양한 변화 양상들을 만들어낸 것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3. 동아시아 불교 연구의 새로운 양상들

그러면 앞서 언급한 다양한 요인들은 2000년대 이후의 동아시아 불교사상 연구에 있어서 어떠한 변화 양상들을 만들어냈을까? 여기에서는 그 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의상 새로운 연구 영역을 개척한 연구, 새로운 관점의 제안한 연구 등을 시기가 이른 것부터 언급하기로 한다. 이 장에서는 주로 중국불교에 대한 연구를 중심으로 다룬다. 일본불교에 대한 연구 부분은 연구자가 매우 적은 현실을 고려하여 편의상 이 장의 끝에 별도의 절을 할애한다. 다만 한국불교사상 연구에 있어서의 변화 양상들은 다음 장에서 별도로 다룰 예정이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배제한다.

1) 동아시아 불교사상 성립을 둘러싼 연구
동아시아 불교 연구 분야에서는 그 이전에는 연구자의 절대 부족 등으로 인하여 전혀 다루어지지 않다가 최근 10년 동안 새롭게 연구되기 시작한 분야들이 적지 않다. 우선 동아시아 불교 및 불교사상의 성립을 다룬 연구들이 그렇다. 이 분야는 사실 이전까지는 일본에서의 연구 성과를 그대로 수용하는 형태였지만, 최근 들어 집중적으로 검토하는 연구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단락에서는 편의상 남북조 시대까지의 중국불교사상의 성립에 대한 연구를 중심으로 정리한다.

우선 동아시아 불교 성립의 전사(前史)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서역불교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는 한지연의 〈서역의 불교발전과 교류에 관한 연구〉(2007, 동국대)1)가 주목된다. 이 논문은 동아시아 불교를 직접 다루는 것은 아니지만, 동아시아 불교 형성의 원경(遠境)을 파악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이 논문은 기존의 서역에 관한 국내외의 연구가 주로 문화교류사의 입장에서 이루어진 것과는 달리 본격적인 불교사의 관점에서 서역불교를 다룬다. 특히 서역불교의 사상적 발전과 함께 중국불교와의 교류 문제에까지 논급함으로써 동아시아 불교연구의 시야를 확대해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동아시아 불교의 형성과 관련된 또 다른 중요한 연구로 이종철의 《중국 불경의 탄생》(2008, 창비)이 있다. 이 연구는 ‘인도 불경의 번역과 두 문화의 만남’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한문불전의 성립을 둘러싼 문화적·사상적 조망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3장과 4장은 초기 중국불교의 성립에서 중요한 문제인 ‘공’에 대한 중국적 해석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불전 한역 과정에서 성립한 개념어 해석 문제에 있어서 동아시아 불교 연구자들과는 달리 인도불교의 연장선상에서 접근하는 인도불교 연구자의 시각을 보여준다.

이와 달리 비슷한 문제에 대해 동아시아 불교 연구자의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 김진무와 하유진의 연구이다. 이들 연구자들은 공히 불교와 현학의 관계에 대해 연구성과를 다수 발표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진무는 〈불학과 현학의 관계 연구(佛學與玄學關系硏究)〉(남경대) 이후 〈왕필의 현학사상에 보이는 반야학의 영향에 관한 일고〉(2002, 《철학》), 〈격의불교의 신 고찰(格義佛敎新探)〉(2001, 《한국불교학》) 등을 발표하였고, 하유진은 〈축도생의 불학사상 연구(竺道生佛學思想硏究)〉(2008, 북경대) 및 〈도가의 무와 불교의 공〉(2009, 《불교평론》), 〈무상성에서 인격성으로―축도생의 리불성(理佛性)사상〉(2008, 《불교학연구》) 등을 발표하였다. 이들 연구는 중국사상과 불교사상의 교섭이라는 시각에 의한 접근을 보여주며, 인도불교의 연장선에서의 접근은 특별히 보여주지 않는다.

유사한 주제이지만 접근 방법을 달리하는 연구자들이 있다. 허인섭은 〈중국철학에서의 형이상학적 사유방식의 전개 고찰〉(2003, 《동양철학》), 〈위진불교 성립과정에 개입된 현학적 사유양상 고찰〉(2004, 《동양철학》), 〈조론에서의 반야와 공, 개념성격 고찰〉(2005, 《불교학연구》) 등에서 사유방식의 문제를 중심으로 하는 일련의 논문들을 발표하고 있다. 또 요르그 플라센(J켞rg Plassen)은 한국어로 발표한 일련의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논문들에서 중국사상과 불교사상의 교섭에 대한 문헌학적 방법론에 의한 접근들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대승 논전의 산스크리트·티베트본 및 한문본의 상호 대조를 통해서 동아시아의 불교 수용과 변용 문제를 다루고 있는 금강대 HK팀의 경우, 국내외 학계의 미개척 분야인 지론사상에 대한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이 학술대회에서는 국내학계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는 돈황보장 속의 지론종 관련 문헌과 연구 현황들이 집중 검토되었고, 신라 화엄 문헌에 나타난 지론사상의 영향을 다룬 김천학의 〈법경론(法鏡論)의 사상적 입장〉, 천태대사와 지론종의 관계를 다룬 최기표의 〈천태의 지론학 수용과 비판〉, 일본학계의 《기신론》 지론종 찬술설을 반박하는 석길암의 〈대승기신론과 지론종〉 등이 발표되었다. 이 외에도 김천학의 〈화엄경문의요결문답에서의 지론사상 수용의 의의〉(2009, 구결연구), 석길암의 〈지·섭론학파의 교섭과 심식설의 착종〉 등, 기존 국내학계에서는 전혀 미개척이었던 지론종 사상에 대한 일련의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다음으로 이 시기 삼론학과 관련하여 승랑을 중심으로 검토한 김성철의 연구가 있다.2) 김성철은 〈승랑의 생애에 대한 재검토(1-3)〉(2005, 《한국불교학》/ 2005, 《보조사상》/ 2008, 《한국불교학》), 〈삼론가의 호칭과 승랑의 고유사상〉(2007, 《불교학연구》), 〈신삼론 약교이제설의 연원에 대한 재검토〉(2006, 《한국불교학》), 〈양무제의 〈주해대품서〉에서 보이는 승랑의 영향〉(2009, 《한국불교학》) 등 일련의 연구들을 발표하였다. 이들 연구는 승랑의 생애는 물론 신삼론의 성립 과정에 보이는 승랑의 사상들을 검토하고 있다. 두드러진 특징으로, 승랑의 생애를 다양한 문헌 자료의 비교에 의해서 재구성하면서 일본학계의 오래된 주장들에 대해 명확히 반박하고 있는 점, 기존 연구에서는 명료하게 구분되지 않았던 승랑의 고유한 사상들을 별도로 구분해낸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김성철은 인도불교 연구로부터 시작하여 전공관련 영역을 중심으로 중국불교 및 한국불교에 이르기까지 연구가 미진한 분야를 새롭게 또는 재검토해오고 있다.

2) 수·당(隋·唐) 시대 불교에 대한 연구
수·당(隋·唐) 시대의 불교에 대해서는 이전에는 주로 화엄·천태·삼론·법상·선종 등 종파별 연구가 이루어졌다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국내학계의 중국불교 연구에서는 가장 많이 다루어졌던 분야이기도 하다. 역시 최근의 새로운 연구 동향들을 중심으로 정리한다.

종파별 연구 중에서 이전 못지않게 연구자 수가 증가하고 있는 분야 중의 하나는 아무래도 천태사상일 것이다. 다만 연구자의 증가에 비하여 연구 주제는 매우 한정된 느낌을 주는 분야이기도 하다. 곧 대부분의 연구가 천태지의 그것도 지관을 비롯한 수행론 관련 연구가 많은 특징을 보인다.

최기표의 〈천태 점차지관의 수행체계 연구〉(1999, 동국대), 오지연의 〈천태지의의 원돈지관 연구〉(1999, 동국대), 김종두의 〈마하지관의 수행체계 연구〉(2005, 동국대) 등 학위논문을 필두로 약 40여 편의 논문 가운데 20편 가까운 논문들이 천태의 수행론을 다루고 있는 점이 이 분야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한국불교학계에서 많이 연구되고 있는 분야 중의 하나가 화엄사상이다. 이 분야에서는 새로운 자료 발굴이 이루어진 점이 눈에 띈다. 2004년 최연식과 유선태에 의해 〈영변 찬 《화엄경론》의 전래와 사상적 특징〉 〈영변 찬 《화엄경론》의 유포와 현존상황〉 등이 보조사상연구원 학술세미나에서 발표되고, 현존 부분이 보조사상연구원에 의해 간행되었다. 하지만 국내에 별로 많지 않은 필사본임에도 불구하고 후속 연구가 더 진행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또 2000년 이후 이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연구 성과를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는 연구자로 김천학이 있다. 김천학은 〈동아시아 화엄사상에 있어서 무애설〉(2005, 《인불학》), 〈동아시아 화엄학에 있어서 이승회심설의 전개〉(2006, 《불교학연구》), 〈동아시아 화엄학에서의 성불론〉(2009, 《한국사상사학》) 등을 발표하고 있다. 이들 연구는 대부분 일본 헤이안 시대 이전의 사본 연구를 바탕으로 한 문헌학적 방법론을 기초로, 동아시아 삼국의 화엄사상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입장에서의 접근을 보여주고 있어서 특히 주목된다. 특정 지역 중심이 아니라 동아시아 불교권 내에서의 연관 관계를 염두에 둔 연구들이기 때문에 새로운 시각들이 도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화엄사상 분야에서 지엄―법장―종밀 일변도의 연구 경향에서 탈피하려는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 역시 주목되는데, 서해기(정엄)의 징관 연구와 임상희의 이통현 연구 등이 있다.

다음은 유식사상 특히 법상종 분야인데, 최근 지속적으로 이 분야의 연구 성과를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는 연구자가 백진순이다. 최근의 유식학 연구자 대부분이 인도유식의 연구에 치중되어 있는 것과 달리 백진순은 〈성유식론의 가설(假說)에 대한 연구〉(2004, 연세대), 〈성유식론의 화인(火人)의 비유에 나타난 은유의 문제〉(2005, 《불교학연구》) 등 중국 유식학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고 있다.

또한 이 시기의 불교 중에서 국내학계에서 전혀 다루어지지 않았던 것 중의 하나가 삼계교이다. 최근 홍재성(법공)이 일본에서 삼계교 연구로 학위를 취득한 후 귀국하여 이 삼계교에 대한 연구 성과를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는데, 〈삼계교와 유마경 사상〉(2005, 《불교문화연구》), 〈불교의 성명과 삼계교의 칠계불명경〉(2007,  《불교문화연구》) 등이다. 거의 연구되지 않던 분야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천착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편 삼계교와 관련해서 석길암은 〈금강삼매경의 성립과 유통에 관한 재고〉(2009, 《보조사상》)에서 《금강삼매경》의 편찬 집단으로 종래의 동산법문(東山法門) 계통설 및 신라 찬술설을 부정하고 삼계교 찬술설을 새롭게 주장하였다.

3) 오대(五代) 이후의 중국불교 연구  
오대(五代) 시기 이후의 중국불교에 대한 연구는 국내에서는 대혜와 간화선에 대한 연구를 제외하면 그리 많이 이루어지지 않는 편이다. 이러한 경향은 2000년대 이후에도 크게 달라졌다고 보기 힘들다. 오대(五代) 이후의 중국불교에 대한 국내의 연구로서 특기할 만한 사항은 세 가지 정도이다. 선종의 연구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경향과, 중국 근대불교에 대한 연구가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우선 묵조선에 대한 연구를 들 수 있다. 김호귀는 〈편정오위의 고찰〉(2000, 《한국불교학》)로부터 〈묵조선의 수행체계〉(2003, 《불교학연구》)를 거쳐 최근의 〈묵조선의 수행 원리와 그 실천〉(2009, 《동양철학》)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연구 성과들을 발표하고 있다. 종래 간화선 위주의 연구가 지속되었던 것과 비교하면, 묵조선을 본격적으로 한국불교학계의 연구 범주 내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 의의가 사뭇 크다고 할 것이다.
또 하나 최근의 선종 연구에서 두드러지는 경향 중의 하나는 ‘청규’에 대한 재조명이 활발하다는 점이다. 이전의 연구가 주로 선(禪)의 사상적 해명에 기울어져 있었다면, ‘청규’에 대한 집중적인 검토는 인도불교와 다른 중국적 불교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함께 선종에 대한 사상적 접근이 아닌 문화사회적인 고민이 시작되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곧 선종 및 선사상에 대한 접근이 일방적인 ‘깨달음’의 문제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한 통로를 통해서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정재일의 《자각종색의 선원청규에 관한 연구〉(2006, 동국대), 허훈의 〈청규에서의 생활문화연구〉(2007, 동국대), 김수인의 《송대 선원다례에 대한 연구―청규서를 중심으로〉(2009, 원광대) 등의 연구가 이 같은 경향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최근 불교학계 내부의 ‘근대’에 대한 관심은 예사로운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던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의 중점연구소 과제의 영향도 없지 않겠지만, 오히려 인문학계의 ‘근대’ 연구가 불교학에까지 확장되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중국 근대 불교에 대한 연구는 주로 김영진과 김제란 두 연구자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특히 김영진의 《중국 근대사상과 불교》(2007, 그린비)는 중국불교에 대한 관심을 ‘근대 시기’로 돌려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만큼 접근의 턱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영진의 연구는 〈중국 근대 ‘진화’ 관념의 불교적 대응〉(2004, 《구산논집》)에서부터 〈근대중국의 불교부흥과 인문지식〉(2005, 《회당학보》), 〈근대 한국불교의 형이상학 수용과 진여연기론의 역할〉(2008, 《불교학연구》) 등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이것은 연구자의 관심이 한국불교의 ‘근대’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곧 한국불교의 ‘근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불교 혹은 일본불교의 근대에 대한 좀 더 적확한 이해가 요구되었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중점사업 ‘아시아 근현대 불교문화 연구’ 역시 이러한 한국불교학계 내부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김제란은 중국 근대불교에 대한 일련의 연구를 지속하는 외에도 최근 슝스리(熊十力)의 《신유식론(新唯識論)》(2007, 소명출판)을 완역하였는데, 이것은 중국 근대불교 나아가서 한국 근대불교에 접근하는 또 하나의 통로이기도 하다.

 
4. 한국불교사상 연구의 새로운 시야와 논점들

한국불교사상 연구는 가장 많은 연구자들이 몰려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역시 그 문제가 된 논점을 제시하는 것만도 쉽지 않다.3) 본 글에서 한국불교 연구는 많은 부분 한국불교사 연구 검토와 중복될 것이기 때문에 되도록 사상 분야에 최대한 좁혀서 서술하기로 한다.
한국불교사상의 연구에서 가장 난점 중의 하나는 아직 제대로 된 ‘한국불교사상사’를 구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우선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연구자들이 몰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제대로 해명되지 않은 부분이 많은 데서 초래된 결과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것은 또 한국불교 연구자들이 특정 시대 특정 인물군에 편중되어 연구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최근 10년은 이러한 난제에 대해서 부분적으로 대처해가던 과정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1) 통일신라 시대까지의 한국불교 연구
이전의 이 시기 연구에서 가장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몇몇 연구를 제외하면 신라불교―통일신라까지 포함하여― 외에는 전혀 미답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관심사는 우선 최근 일련의 연구 성과들이 발표되면서 관심을 모은 백제불교에 쏠릴 수밖에 없다.
혜균의 《대승사론현의기》를 둘러싼 최연식과 플라센의 연구가 그러한 경우에 속한다. 최연식과 플라센에 의해 2006년 《대승사론현의기》의 백제 찬술설이 주장되었으며, 이때 논평자로 나섰던 김성철에 의한 반론과 최연식의 재반론이 이어지면서 백제불교는 일약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러한 관심은 2009년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에서 개최한 ‘대승사론현의기와 그 주변’이라는 주제의 학술대회로 연결되었으며, 2009년 일본인도학불교학회에서는 특별 분과가 별도로 진행되었으며, 최근 최연식에 의해 《대승사론현의기》 교감본이 출간되었다. 백제 찬술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대승사론현의기》는 7세기 초의 중국 삼론학의 또 다른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자, 7세기 백제 및 신라불교의 삼론 연구를 일정 부분 가늠해볼 수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 대단히 주목할 만하다.
이 《사론현의기》와도 전혀 무관하지 않은 것인데, 김천학의 〈백제 도장의 성실론 일문에 대하여〉(2008, 《불교학리뷰》)는 백제의 삼론학과 성실론의 경향을 탐색하는 일련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특히 이 연구는 한국 고대 불교의 연구에 있어서 일본에 현존하는 한국불교 관련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검토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한국불교학계가 무관심했던 백제불교와 고구려불교에 대한 연구가 일본학계에서 훨씬 많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실은 이들 자료에 기인한 바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불교학계의 주된(?) 테마 중의 하나인 원효의 연구 역시 2000년 영역의 확장과 새로운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다. 이 분야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연구는 《판비량론》의 연구이다. 김성철은 《판비량론》의 원문 교감과 역주 및 세부 주제들에 대한 검토를 포함한 종합 연구서인 《원효의 판비량론 기초 연구》(2003, 지식산업사)를 출간하였다. 이 책은 사본에 대한 정밀한 문헌학적 검토를 통해서 원효의 ‘논리학적 방법론’에 대한 기초적이고 종합적인 시각을 제공함으로써 원효 연구에 있어서 새로운 통로를 개척하고 있다. 한편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김상일의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로 풀어본 원효의 판비량론》(2003, 지식산업사), 《원효의 판비량론 비교연구》(2004, 지식산업사)는 서양철학자에 의한 연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원측에 대한 연구는 《원측의 유식학에 대한 혜초의 비판〉(2002, 《태동고전연구》), 〈《성유식론료의등》의 원측설 비판〉(2001, 《불교학연구》), 〈일체중생의 성불에 대한 원측의 입장〉(2002, 《불교학연구》) 등 정영근의 일련의 연구가 있다. 특히 2002년 논문은 키츠카와 토모아키의 〈원측 사상의 재검토와 과제〉(2001, 《보조사상》)에 대한 반론으로 발표되었다. 최근까지도 키츠카와는 이때의 입장을 보완하는 일련의 논문들을 한국 혹은 일본에서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통일신라 말 이전의 불교 연구는 대체적으로 원효와 원측 및 의상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는데, 2000년 이후 이러한 범주에서 벗어나 다른 사상가에게로 시각을 돌리는 연구들이 출현하는 것도 이 시기 연구의 중요한 양상 중의 하나이다. 이 같은 맥락의 연구로 김양순의 〈경흥의 무량수경연의술문찬 연구〉(2009, 한중연), 윤여성의 〈신라 진표와 진표계 불교 연구〉(1999, 원광대) 최연식의 〈의적의 사상경향과 해동법상종에서의 위상〉(2003, 《불교학연구》), 이은경의 〈한국 약사정토사상에 관한 연구―신라 태현의 《본원약사경고적》을 중심으로〉(2004, 원광대), 박광연의 〈신라 의적의 법화경 이해〉(2008, 《불교학연구》) 등이 있다.
이 외에 신라 말의 의상계 화엄과 관련한 연구가 이 시기에 대폭 증가한 것도 새로운 경향을 주목할 수 있다. 사토 아츠시의 〈‘입당승’ 신림의 신라화엄학에서의 위상〉(2005, 《불교연구》)를 비롯한 일련의 논문들과 박서연의 〈도신장의 화엄사상 연구〉(2003, 동국대), 석길암의 〈의상계 화엄가의 원효인식〉(2002, 《한국불교학결집대회논집》) 등, 신라 하대의 의상계 화엄에 대한 연구가 이 시기에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이 외에 최연식의 〈8세기 신라 불교의 동향과 동아시아 불교계〉(2005, 《불교학연구》), 〈《건나표가일승수행자비밀의기》와 나말려초 화엄학의 일동향〉(2004, 《한국사연구》), 〈신라불교 문헌으로서의 기신론일심이문대의〉(2006, 《불교학연구》), 석길암의 〈나말여초 불교사상의 흐름에 대한 일고찰〉(2006, 《한국사상사학》) 등은 신라 하대 불교사상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들이다.

2) 고려 및 조선시대 불교의 연구
고려 및 조선시대 불교의 사상적 연구는 그 이전 시대 불교의 사상적 연구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소수의 연구자만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연구의 대상이 되는 사상 관련 자료들이 상대적으로 빈약하기도 하지만, 전혀 검토되지 않고 관심권에서 벗어나 있는 자료들 또한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시기의 불교사상에 대한 연구 중에서 그래도 집중적인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역시 보조사상에 대한 연구라고 할 수 있다. 보조의 저술이 풍부한 점과 보조사상연구원의 역할이 크다고 할 것이다. 이 절에서는 보조사상을 둘러싼 몇 가지 논점들과 새로운 연구 경향을 언급하고, 최근에 연구의 초점들이 모아지고 있는 조선후기 불교 연구에 대해 소개하기로 한다.
보조에 대한 연구에서 최근에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진심직설》의 저자를 둘러싼 일련의 논쟁들, 그리고 보조사상의 삼문체계에 대한 논의들이라고 할 것이다. 최연식은 2002년 〈진심직설의 저자에 대한 새로운 이해〉(진단학보)를 발표하고 진심직설의 찬자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였고, 이후 보조 관련 연구자를 중심으로 진심직설의 저자에 대한 논쟁이 이루어졌다.
보조사상의 연구에서 삼문체계를 둘러싼 논란은 80년대 이후부터 지속되고 있는 문제의 하나이다. 2000년대 이후 최연식, 김방룡, 이덕진, 인경, 김부용(승원) 등의 연구자들이 각기 연구 성과들을 발표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 주제는 보조사상의 체계에서 간화선의 수용과 위치 등이 해명되어야 할 문제로 지속적인 연구들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통상적인 보조사상 연구들이 보조사상 그 자체와 이후의 영향, 그리고 돈점 논쟁 등과 관련해서 이루어졌다면, 좀 다른 시각에서의 접근 역시 나타나고 있다. 인경 스님의 《화엄교학과 간화선의 만남》(2006, 명상상담연구원), 승원 스님의 〈지눌의 선수행체계 연구〉(2005, 동국대), 석길암의 〈지눌의 돈오와 점수에 대한 화엄성기론적 해석〉 등은 지눌 사상 내에서 화엄교학과의 관련 문제를 집중해서 다루고 있다. 
고려 후기 불교는 역시 간화선의 수용과 전개가 주된 쟁점이 되는 부분이다. 조명제의 《고려후기 간화선 연구》(2004, 혜안)와 조명제 외 《역주 조계산 송광사 사고인물부》(2007, 혜안), 인경 스님의 《몽산덕이와 고려후기 선사상 연구》(2000, 불일출판사), 박재현의 〈한국불교의 간화선 전통과 정통성 형성에 관한 연구〉(2005, 서울대)는 고려 말의 불교사상 동향에 대한 새로운 연구들이다.
이 외에 지속적으로 고려 후기에 본격적으로 수용된 간화선을 사상적으로 해명하는 연구들을 발표하고 있는 연구자로 김영욱이 있는데, 관련 논문으로 〈간화십종병(看話十種病)의 연원〉(2006, 《범한철학》), 〈한국 간화선(看話禪)의 개화-태고와 나옹을 중심으로〉(2006, 《한국사상과문화》) 등이 있다.
이들 연구 외에도 《고려말·조선전기 불교계와 고승 연구》(2005, 혜안)를 비롯한 여말선초를 다룬 일련의 저술과 논문들은 산견되는 자료들을 꾸준히 묶어주고 있어서 여말선초 불교사상의 동향을 연구하는 데 기초를 제공한다.
다음으로 조선시대 불교사상의 연구에서 최근 초점이 되면서 새로운 연구 경향으로 부상하는 부분이 조선 후기 불교의 연구이다. 이쪽은 역사 분야와 사상 분야에서 거의 동시에 새로운 연구 분야로 주목되고 있다. 김용태의 〈조선후기 불교의 임제법통과 교학전통〉(2008, 서울대), 희철스님의 〈백파긍선과 초의의순의 삼종선 논쟁 연구〉(2009, 동국대), 김병학의 〈조선후기 불교 선수행논쟁에 관한 연구〉(2008, 원광대), 남희숙의 〈조선후기 불서간행연구〉(2005, 서울대), 이종수의 〈18세기 기성쾌선의 염불문 연구―염불문의 선교(禪敎) 껴안기〉(2008, 《보조사상》) 등이 있다. 최근 이 시기의 불교 양상에 대해 관심들이 늘면서 연구 성과 역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3) 근현대의 불교 연구
근현대 불교 연구의 최근 동향은 크게 두 가지 정도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근대 시기 인물과 사상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고 있는 점이고, 둘째는 한국불교의 정체성에 대한 재인식과 관련된 부분이다.
먼저 근현대 시기의 인물에 대한 연구는 이재헌의 《이능화와 근대불교학》(2007, 지식산업사), 권영택의 〈근·현대 불교혁신사상 연구: 백룡성·박중빈·손규상의 삼각사상을 중심으로〉(2003, 동아대), 도대현의 〈성철 선사상 연구〉(2009, 부산대), 신규탁의 〈운허의 생애와 불교사상소고〉(2008, 《불교학연구》) 등이 있다. 이들 연구는 근현대 불교의 인물과 사상들이 본격적으로 연구 대상이 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문중 단위 혹은 사찰 단위의 학술대회에서 근현대 불교의 인물들이 집중적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대부분 해당 인물의 사상을 전적 내에서 정리하는 데 머물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다만 예외적인 경우로 박재현이 있다. 박재현은 《한국 근대불교의 타자들》(2009, 푸른역사)에서 역사학의 틀에서 벗어나 종교학·철학의 관점에서 한국 근대불교를 바라보는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물론 기존의 연구 성과를 외면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기존의 연구를 적극 활용하면서 다만 시각의 전환을 통해서 종교적인 관점, 철학적인 관점에서의 근대불교 접근을 시도한 점이 새롭다. 비슷한 경향은 성철선사상연구원의 학술회의에서도 나타난다. 년 1회 진행되는 정례학술회의를 통해서 성철의 선사상을 내외적으로 규명해오고 있는데, 초기에는 성철의 선사상을 직접 조명하는 연구들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에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생활의례, 수행의 문제와 함께 소장 전적의 문제까지 연구 영역을 넓혀가고 있어서 주목된다.
다음으로 지적해야 할 것은 한국불교의 정체성 인식과 관련된 논의들이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흐름을 고려할 수 있다. 첫째는 학계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근대불교에 대한 시각의 전환 노력이고, 둘째는 조계종에서 진행되고 있는 간화선의 대중화·세계화 작업이다. 어느 쪽이든 현재의 한국불교에서 정체성에 대한 모순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이 학계에서는 주로 회통불교·종합불교론에 대한 비판과 논쟁으로 나타나는데, 1980년대 심재룡의 문제 제기 이후 현재까지 진행형이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것 중에 한국전통사상총서 한글 번역 및 영역 간행사업도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반면 10여 차례 이상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조계종의 간화선 세미나는 조계종의 정체성에 대한 현실적 고민이 담겨 있다. 이 세미나에서는 간화선의 해석 문제, 실제 수행의 문제, 여타 불교 수행법과 비교 등 간화선에 대한 다양한 조명이 이루어지고 있다. 보조사상연구원이 2002년 가을에 주최하였던 ‘간화선’을 중심으로 한 학술대회 역시 비슷한 문제의식의 발로라고 생각되며, 간화선의 정체성을 다루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발표되었던 논문들은 《보조사상》 제19집(2003)에 수록되었는데, 김호귀의 〈간화선의 성립 배경〉, 김영욱의 〈간화선 참구의 실제〉, 이덕진의 〈보조지눌의 정토관에 대한 일고찰〉, 인경 스님의 〈위빠싸나와 간화선〉 등이다. 이들 연구는 위빠사나를 비롯한 남방불교 수행법 및 제3 수행법들이 널리 퍼지면서, 간화선 수행이 갖는 정체성을 확연히 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된다.


5. 맺는 말

이상 동아시아 불교 연구의 새로운 경향들을 나름대로 정리하였는데, 지금 현재의 연구 영역과 방대한 연구 성과들이 제대로 조명되지 못한 부분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특히 필자의 좁은 시야가 가지고 있는 제약은 많은 그리고 중요한 연구 경향들을 제대로 언급하지 못하고 놓친 점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 점 다른 연구자들의 보완을 기대하면서 정리의 과정에서 느낀 몇 가지 문제를 언급하는 것으로 맺는 말을 대신하고자 한다.
우선 일본불교는 말할 것도 없지만, 중국불교와 한국불교의 연구 영역이 생각보다 다양하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해야 할 것이다. 본질적으로는 연구자의 절대 부족에 기인하는 것일 테지만,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음, 그러한 상황에서도 의외로 연구가 충실한 분야들이 존재하는데, 신라불교나 지눌 및 고려 후기 불교 분야가 그러하다. 이것은 상대적으로 연구자가 집중되어 있어서 이전 시기에 연구 성과가 상당한 정도로 축적되어 있었던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생각된다.
한편 비슷한 관심을 가진 연구자들이 의도적으로 논점을 재생산하면서 연구가 진행된 경우도 좋은 연구 성과들이 축적되는 배경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러한 점은 최근 관심이 집중되면서 연구자가 몰리는 분야에서도 조만간 훌륭한 성과들이 축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자의 절대 부족이라는 현실을 효율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인접 연구자 중심의 연구 소모임의 활성화를 기대해본다. ■

 

석길암 / 한국외국어대 졸업. 동국대 대학원에서 〈원효의 보법화엄사상 연구〉로 박사학위 취득. 한국불교연구원 전임연구원을 거쳤으며, 현재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 HK연구교수 및 본지 편집위원. 주요 논문으로 〈화엄의 상즉상입설, 그 의미와 구조〉 〈지눌의 돈오와 점수에 대한 화엄성기론적 해석〉 〈금강삼매경의 성립과 유통에 관한 재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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