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평론, 종교와 돈의 관계 집중기획

[문화일보 2009년 3월 16일자]

‘종교와 돈’은 어울리지 않는 한 쌍으로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는 못하다. 거대화하는 교회와 사찰, 교단과 종단은 돈으로부터 자유롭다고 할 수 없다. 계간 ‘불교평론’(발행인 조오현) 봄호는 ‘종교와 돈’을 주제로 심도있는 특집을 준비했다. 이 특집에서 다루는 불교의 시주와 기독교의 헌금현황과 용도를 요약해 소개한다.

◆ 불교의 시주현황

이학종 전 법보신문 대표는 ‘한국불교의 시주현황과 용도’라는 글에서 “오늘날의 한국불교 시주 문화는 복잡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래 초기불교에서 승단은 재가불자의 시주에 의존했다. 승단은 대중에게 법을 베푸는 ‘시법(施法)’을, 대중은 재물로 승단이 유지되도록 시재(施財)하는, 각각이 ‘시주(施主)’이다. 이는 쌍방향적이면서 건강한 ‘긴장관계’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출가승단이 대중의 시주에 의존하지 않다보니 시주의 은혜에 대한 개념이 무너지고 결과적으로 승단이 부패하고 빈부의 문제를 노정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필자는 주장한다.

예컨대 올 조계종의 일반회계예산안을 보면 총예산 197억4500만원 가운데 각 사찰의 분담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164억7800만원(83.5%)이다.

그러나 문제는 사찰분담금이 곧 재가불자들이 사찰에 시주한 시주금의 일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분담금 중에서 특별 분담금이나 관람료 분담금, 직영 분담금 등 문화재 관람료 사찰이나 유명 기도처 등에서 거둬들인 비중이 60%에 육박한다.

또 일반 사찰의 분담금도 대개 불공이나 기도, 각종 재(齋) 등의 특별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조계종을 지탱하는 재정수입은 이처럼 존속여부가 불투명한 문화재 관람료와 석굴암, 낙산사 등과 같은 특별히 많은 재정수입을 올리는 절을 상대로 한 특별 분담금, 갓바위 등 총무원 직영사찰에서 거둬들이는 직영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는 “사찰(종단) 운영의 재정적 기반은 순수한 시주→농사 또는 밥장사 등의 자업자득→문화재관람료 및 기도처 기도비 수입→방생·천도재 등 방편에 의한 시주금 유도(쥐어짜기) 순으로 갈수록 본질에서 멀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찰 재정을 신도들이 관할하며 투명하게 공개하는 강남 봉은사 등의 움직임이 시주문화 정상화의 희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기독교의 헌금현황

개신교와 천주교 등 기독교의 헌금규모 역시 추산하기가 몹시 어렵다.

서병창 가톨릭대 교수는 ‘기독교의 헌금 현황과 용도’라는 글에서 기존의 다양한 연구조사 결과들을 통해 2005년 기준으로 개신교는 4조원대, 천주교는 3100억원 대로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 지출현황을 보면 개신교의 경우 예배비, 교육비, 선교비, 봉사비 등 고유목적비는 4분의 1에 지나지 않고 관리비나 인건비, 특별지출 등이 4분의 3을 차지한다.

가장 많은 비율을 보이는 교회 안 간접성 경비 중에 관리비는 시설관리에, 운영비는 인력이나 차량운영 등에, 건축비와 기타는 교회 건축과 이에 관련된 적금 등에 해당하는데 건축비가 교역자 인건비와 함께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천주교는 차이가 있는데, 2007년 서울대교구의 사례를 보면, 일반운영비가 17%, 선교사업비가 83%, 사제의 건강비에 해당하는 성무활동비가 6%에 달한다.

서 교수는 “이제 교회가 일반인뿐 아니라 신도들에게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재정운영을 진실하고 투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천주교의 경우 서울대교구부터 외부기관의 공증 아래 공시가 이루어지는 흐름이 거스를 수 없게 돼가고 있고, 개신교의 경우에도 바른교회아카데미를 중심으로 재정투명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재정투명화 노력이 확산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9-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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