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창 가톨릭대 교수

1. 머리말

기독교에서는 영생을 추구한다. 사람은 하느님에서 나왔기 때문에 하느님 품으로 돌아가서 영원한 지복을 누리고자 한다. 이런 궁극적 소망에 비추어 볼 때 이 세상은 그 자체로 목적이라기보다는 영생을 준비하는 곳일 뿐이다. 플라톤의 말에 따르면 ‘죽음을 연습’하는 곳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 세상을 부정할 수 없다. 이 세상 역시 하느님의 창조물이며,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곳이며, 어떤 의미에서 하느님 나라를 세우는 곳이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중요한 가치인 돈, 명예, 권력이 그 자체로 목적이라고 할 수 없지만 이것들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하느님 나라에 더 가깝게 갈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이 세상에서 하느님 나라를 이루는 과정에서 돈과 권력 같은 세속적 가치가 필요하다. 세속적 가치들이 있다고 해서 곧 하느님 나라를 이루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가치들이 중요한 수단임에는 분명하다. 특히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그만큼 종교 활동에서도 돈이 가지는 의미를 과소평가할 수 없다.

자연스럽게 종교에서 돈을 어떻게 써야 종교 본래 목적에 맞게 쓰는 것인지 물음을 제기할 수 있다. 사회 전체가 물신화되면서 알게 모르게 종교계에서도 세습이니, 재산 증식이나 파산이니, 양극화 등과 같은 문제가 생기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종교계는 일반인들한테 돈 문제로 큰 불신을 사고 있다.

일반인들은 더 이상 종교를 사회의 빛과 소금으로 인정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렇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에 하나가 불투명한 재정 운용이나 성직자 청렴과 같은 돈 문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본다. 돈을 올바르고 투명하게 사용하지 않고서는 종교계가 일반인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오늘날 종교계에서 어느 정도 수입이 있고 그것을 가지고 어디에 쓰는지 묻게 된다.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각 교회의 수입 지출과 같은 결산서를 모아서 합계를 내면 될 것이다. 마치 국세청에서 회사들의 수입 지출과 같은 거래를 취합해서 총수입과 총지출을 합산할 수 있듯이 말이다. 그런데 각 교회의 결산서를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곳은 현행법상 어느 곳도 없다.

물론 많은 교회들이 자체 결산을 해서 결산서를 만들어 총회나 신도들에게 보고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제3의 기관이 공인하는 경우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기독교의 총수입과 지출 현황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는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 작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서 앞선 연구자들이 몇 가지 방법을 써서 전체 규모를 유추하는 방법을 쓰기로 하였다. 이런 방식으로 대략적 규모를 설정하고자 하였다.

그런데 2008년 8월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2006·2007년 총결산서를 회계법인의 감수 아래 공식적으로 발표했고, 개신교의 여러 개혁 교회들이 자체 결산서를 인터넷에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시도를 통해서 더 이상 종교계의 재정 운용이 성역이 아니며, 교회 공동체 구성원들 뿐 아니라 사회에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종교계가 본래 목적에 맞게 재정을 운용하고, 신도들뿐 아니라 일반인들한테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2. 기독교의 헌금 현황

헌금 현황을 알기 위해서 필자가 원자료를 수집해서 분석하기보다는 기존 선행 연구를 제시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해당 교계의 소속원이 아니고서는 이런 자료에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필자는 노치준의 《한국교회의 재정 구조 연구》(1983년~84년, 1, 2, 3편, 1994년 1, 2, 3편)1), 황호찬/최인걸의 《한국교회 재정 현황》(1997년)2), 《한국개신교인의 헌금실태조사및 연구논문 자료집》(바른교회아카데미, 2008)3)에서 제시하는 내용을 발췌하고자 한다. 즉 여기서 소개하는 현황은 필자가 원자료에서 새롭게 추출한 것이 아니라 선행 연구에서 제시하는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노치준은 1983년 수행한 연구에서 154개 교회의 1982년 세입세출결산서를 모아서 분석한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1993년 246개 교회 결산서를 분석해서 수입과 지출 현황을 제시한다. 여기서는 노치준의 1993년 연구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분석 대상이 된 교회의 지역별, 크기별 사례는 <표 1>과 같다.
<표 1> 지역과 교회 크기별 평균 신도 수4)
<표 2> 한국교회 재정 규모의 크기별·지역별 분포 현황5)

노치준은 246개 교회의 실제 신도 수를 주일 대예배에 참석하는 20세 이상 성인 신도에 10퍼센트를 가산한 수로 삼았다.6) 그리고 지역별, 크기별 재정 규모는 <표 2>와 같이 제시한다.

246개 교회 결산서에 나타난 재정 수입을 실제 신도 수로 나누어서 1인당 헌금 액수를 산출할 수 있다. 물론 이때 재정 수입이 대부분 헌금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가정한다. 실제로 교회의 수입에서 이자나 사업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은 미미하다.

<표 3> 교회 크기별·지역별 1인당 헌금 액수 분포표7)

<표 4> 크기별·지역별 1인당 연간 평균 헌금 액수8)

교회 신도 수라는 크기에 따라 교회 재정 수입은 비례하지만 신도 1인당 헌금 액수는 교회 크기와 큰 상관이 없다.(<표 3>) 이례적으로 초대형 교회의 1인당 헌금 액수가 작은 이유는 등록 교인과 예배에 참석하는 실제 교인 간 차이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대형 교회에서는 중소형 교회와 달리 신도들 간에 접촉과 인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연히 헌금에 대한 의무감이 덜하고 자극도 덜 받을 것이다.
지역별로는 대도시와 읍, 면 간 차이는 드러나지만 서울과 다른 대도시나 지방도시 간 차이는 별로 없다. 이 중 사례 수가 많은 광주의 경우 다른 도시와 비교하여 적은데, 아무래도 경제력 격차를 반영한다고 보겠다. (<표 4>)

지역에 상관없이 소형 교회의 신도 1인당 평균 헌금 액수가 높은 것을 알 수 있고, 크기가 커질수록 1인당 평균 헌금 액수가 줄어드는 반비례 상황을 보인다. 그런데 읍면 지역의 경우 오히려 소형에 비해서 중형 교회에서 헌금 액수가 느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연구 자료로 크기별 헌금액 상관도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다음 황호찬/최인걸은 98년 전국의 224개 교회를 표본으로 하여 1994년·1996년 결산서를 수집해서 연구를 수행했다.(<표 5>) 이 연구는 교회 직분자에게 설문서를 돌려서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하였다. 그리고 1994년과 1996년 자료가 동일 교회의 2년간 연속 자료가 아니라 별개의 표본이므로 이 점에 유의하라고 저자는 밝힌다.10)

이런 크기의 교회들의 지역별 실제 신도 1인당 헌금 액수는 <표 6>과 같다.

노치준과 황호찬/최인걸은 표본을 수집하는 방법이나 교회 분류 방식 등이 서로 다르지만 연구 목적이나 문제의식이 동일하다. 그리고 표본 분류 방식이나 수입과 지출의 분류 등에서 상당히 유사성을 보이고 있다. 두 연구 모두 성인 신도 1인당 헌금액과 헌금의 종류가 무엇이며, 어떤 항목으로 지출되는지에 관심을 갖고 규명하려고 한다. 그러나 교회 크기 분류에서는 일부 차이가 나서 같은 기준에 따라 비교하기는 어렵다.

<표 7>의 1982년·1992년 항목은 노치준 연구이고, 1994년·1996년 항목은 황호찬/최인걸 연구에서 온 것이다. 1982년과 1992년의 각 항목은 일관성을 보여 준다. 각 지역별로 헌금액이 다르고 10년 후에도 이런 차이는 유지되며, 증가율도 일정하다. 이런 점에서 조사의 신뢰성을 더 갖게 한다. 황호찬/최인걸 연구에서도 1994년과 19996년 2년 사이에 일정한 증가를 보여 준다. 나름대로 안정적이므로 신뢰성을 갖게 한다.

문제는 1992년과 1994년을 비교했을 때 나타난다. 연구자가 다른 경우에 급격한 차이를 보여서 전체 연구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대도시나 지방도시 해당 항목에서는 그래도 일정한 증가를 보인다. 그런데 읍면 지역에서 1992년 37.3만원에서 94년 81.3만원으로 2배 이상 뛴다는 것은 이 연구들이 얼마나 자의적인지를 말해 준다. 이 기간 동안 급격한 사회변동이 없다면 이런 수치는 연구 방식이나 표본 추출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음을 말해 준다. 물론 잘 알려지지 않은 사회변동이나 읍면 지역의 상황이 바뀔 수 있으나, 아무래도 이 수치는 납득이 가기 어렵다. 그만큼 이 통계를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점을 의미한다.

최근 바른교회아카데미에서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하여 500명을 무작위로 추출하여 전화 여론조사를 하였다. 이 결과를 정재영은 〈헌금에 대한 개신교인의 의식 조사〉라는 논문으로 발표하였다.12) 이 중에 일반 신도는 405명, 목회자는 88명으로 전체 표본은 493명이다.(<표 8>)

<표 8>에서 정재영은 18세 이상 성인의 1년 헌금액을 약 110만 원으로 제시한다.14) 이 결과로 보아도 읍면 지역이 도시보다 헌금액이 상당히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한국교회 미래리포트》에서는 성인 신도 1인당 월평균 헌금액을 125,600원으로 제시한다.15) 1998년 83,000원에서 42,600원 증가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렇게 성인 신도 1인당 헌금 액수가 유추되면 여기에 전체 신도 수를 곱해서 전체 헌금 액수를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앞 자료에서 알 수 있듯이 성인 신도 1인당 헌금 액수를 정확히 이끌어 낸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여기에다 전체 성인 신도 수를 정확히 아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몇 가지 표본 추출을 통해서 대략적으로 이끌어 내고 전체 신도 수는 2005년 통계청 조사 자료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2005년 종교 인구 통계자료에서 개신교 신도가 총 861만 6,000명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 성인 신도를 약 60%로 잡으면 대략 517만 명에 이른다. 그런데 통계자료에 등록된 신도들이 모두 실제적으로 예배를 보며, 십일조나 다른 헌금을 한다고 보기 어렵다. 노치준 연구에서도 성인 신도를 등록된 신도가 아니라 주일 낮 예배에 10%를 가산한 인원으로 실제 신도 수를 잡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신앙생활을 하는 신도는 전체 개신교 신도의 70%로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한국갤럽에서는 개신교인의 경우 71.5%가 1주에 한 번 이상 예배에 참석하고 있다고 한다.16) 그러면 517만명에 70%를 곱하면 약 362만명에 이른다. 여기에 110만 원을 곱하면 약 3조 9,820억에 이른다.

 물론 이 수치는 정확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작성한 2006년 연간 종교단체 운영자금에 따르면 개신교: 3조 1760억원, 천주교: 3,390억 원, 불교: 4,610억 원으로 나타났다. 만약 위에서 제시한 운영자금이 어느 정도 사실이라면 전체 헌금 액수는 운영자금보다 더 많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운영 이외에 건축, 적립, 사업 투자, 이월 등이 가능할 것이다.

이런 헌금 액수 증가 추이를 1인당 국민소득 증가 추이와 비교해 보자.(<표 9>)
우리나라에서 1997년 외환 위기로 국민소득이 급격히 줄었다가 2003년 12,717달러로 1996년 수준을 회복하였다. 그러나 대체로 국민소득이 증가했으며, 이런 증가 추세가 헌금 액수의 증가 추세와 비례하는 것이 사실이다. 1982년 135,000원에서 1992년 509,000으로 약 4배 증가했는데 이 시기의 국민소득의 증가율과 비슷하다. 그리고 최근 조사에서 나오는 헌금액수가 110만 원이라고 할 때 1982년보다 약 8배 증가했는데 국민소득도 1982년에서 2005년까지는 약 8배, 2007년까지는 약 10배 이상 증가하였다.

이제 천주교 상황을 살펴보자.(<표 10>)

신자 1인당 연간 부담 총액이 14,339원이고 서울대교구 총신자 부담액이 6,244,914,878원이다. 만약 다른 교구도 큰 차이가 없다고 가정한다면 1981년도 천주교 신자 총수가 1,439,778명이므로 한국 천주교인 총헌금액은 여기에 14,339원을 곱해서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대략적으로 144만 명에 1,4000원을 곱하면 201억6천만 원이 나온다. 물론 <표 10>에서 볼 수 있듯이 교회 재정의 전체 수입에서 신자 헌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60%이고, 기타 수입이 약 40%에 이른다.

 이 점에서 개신교와 크게 다르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교무금과 다른 헌금의 비율도 전체 봉헌 액수에서 교무금 비율이 43%에 머무르고 있다. 개신교의 십일조에 해당하는 교무금 비율이 개신교 십일조가 차지하는 비율보다 상당히 낮다고 하겠다.

성인 1인당 헌금액을 이끌어 내려면 성인 신도를 55%로 잡고, 실제 신앙생활을 하는 신도 비율을 60%로 가정해서 계산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나온 액수는 약 44,000원이다. 노치준 연구에서 1983년 기독교의 성인 1인당 헌금 액수가 136,000원이라고 하는데 천주교 헌금 액수보다 약 3배 정도 많다. 이에 비해 《한국교회 미래리포트》에서는 천주교 59,700원에 개신교 125,600원으로 2배 정도로 제시한다.

2007년, 2008년 천주교 서울대교구에서 삼경회계법인의 감리 아래 2006년과 2007년의 결산서를 공시했다.(<표 11>)17)

우선 천주교 수입을 보면 2006년 봉헌금이 약 363억 원이고, 2007년에는 약 415억 원이다. 이 봉헌금은 신도들의 교무금과 주일 헌금으로 이루어졌다. 신자들이 각 본당에 낸 봉헌금은 50%를, 목적 헌금은 전액을 교구에 납부한다. 그래서 봉헌금 총액은 830억 원에 이를 것이다.

여기에 목적 헌금 185억 원과 기부금과 후원금 56억 원을 합치면 헌금 총액은 1,071억 원이다.18) 그런데 서울대교구의 2007년 신자 수가 133만, 전체 천주교 신자 수는 약487만으로 제시되었다. 서울대교구의 헌금 총계 1,071억 원을 천주교 전체 신자 수에 비례적으로 적용하면 천주교 전체 헌금 수입 총계는 약 3,856억 원에 이른다. 그런데 아무래도 다른 교구 사정이 서울교구보다 좋지 않다고 친다면 이 액수에 상당히 모자랄 것이다. 정확한 전체 액수는 다른 교구들이 공식적으로 발표할 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133만 명이 1,071억 원의 헌금을 낸다면 1인당 헌금 액수는 1,071억을 133만으로 나누면 된다. 이렇게 나온 수치는 8만 원가량이 나온다. 이런 액수는 1981년 서울대교구 조사에서 나온 1만4천 원의 약 5.8배가 된다. 아무리 그래도 2007년 천주교 1인당 헌금 액수가 8만 원이라면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것 같다. 여기서 19세 이상 성인 비율을 55%로 잡고, 36% 이상이 교회를 쉬고 있는 것을 감안해서 헌금을 내는 신도 비율을 60%로 책정해 보자. 이런 조건에 따라 조정된 헌금 액수는 8만 원에 3.1배를 곱한 약 24만8천 원가량이 나온다.

만약 천주교 전체 헌금을 대략 3,856억 원에서 다른 교구가 서울교구에 미치지 못한 것을 감액해서 20% 감한하여 3,085억 원이라고 한다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2006년 천주교 운영자금 3,390억 원에 어느 정도 근접한다. 이 정도 금액 차이는 천주교 수입이 신도의 부정기적 기부, 재산 수입, 사업 수입 등과 같이 헌금 외 수입으로 일정 부분 채워지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1982년 천주교연감에서 서울대교구 본당 실수입이 97억 원인데 신자 부담액이 62억 원인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전체 수입의 60%가량을 신자들이 헌금으로 부담한다.

아무리 그래도 정재영 연구에서 나온 개신교 성인 신도 1인당 헌금 액수 110만 원에 턱 없이 못 미친다. 실제 헌금을 하는 천주교 성인 신도 헌금 액수를 높이 잡아 25만 원이라고 해도 개신교 성인 신도 헌금 액수와 아주 큰 차이가 난다. 과연 이런 차이가 현실적으로 맞는지에 대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듯하다.

《한국교회 미래리포트》에서는 월평균 헌금액이 천주교 신도 59,700원, 개신교 신도 125,600원으로 차이가 약 2배 정도일 뿐이다.20) 이 부분에서는 더 실증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어떻든 두 종파 간 헌금액 차이가 큰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 의문을 제기할 만하다.

이 점은 개신교와 천주교의 여러 가지 여건 차이에 기인한다고 하겠다. 수입 구조에서 특정인의 거액 기부, 단일 교단의 오랜 전통에 따라 축적된 고정자산, 안정적 사업 수입, 개교회와 단일교회의 차이, 교회 수, 목회자와 수도자의 수 차이가 큰 점, 헌금과 십일조에 대한 인식의 차이, 헌금을 유도하는 교회의 분위기, 헌금으로 인해 다른 신도들에게 받는 인정 등이 이런 헌금 액수의 차이를 낳는다고 하겠다.

<표 12>에서 보듯이 전체 헌금에서 십일조가 차지하는 비율이 50%를 넘어서고 있다. 연구 사례에 따라 비율 차이가 나지만 십일조 비율은 아주 비슷한 수치를 보여 준다. 십일조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6년 조사에서 오히려 더 높게 나타난다. 물론 다른 헌금들이 차이가 나며, 교회 재정 수입 포함 여부에 따라 비율이 달라진다. 교회 재정에서 재무 수입의 비중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천주교에서는 1981년 신자 부담 총액에서 개신교 십일조에 해당하는 교무금이 전체 헌금의 약 42%에 지나지 않는다. 이만큼 천주교에서 십일조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으며, 이는 신도들이 십일조 준수 여부에 관련될 것이다. 천주교인들은 개신교 신도들에 비해 십일조를 지키는 비율이 아주 낮다.

3. 헌금 지출

헌금을 주 수입으로 하는 개신교회의 재정 지출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해 앞선 두 연구 사례를 통해서 검토하기로 한다. 노치준은 교회 재정 지출을 직접경비와 간접경비, 교회 안과 밖으로 분류하여 제시하고 있다.(<표 13>)

교회 지출 항목을 안과 밖, 직접과 간접으로 나누는 것에 대해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23) 여기서는 노치준 연구 의도에 따라서 보고자 한다. 교회 안 직접성 경비에 교역자 인건비와 예배비, 교육비 등이 들어 있다. 예배비는 예배를 진행하는 데 드는 비용으로 주보, 성가대, 꽃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교육비는 청소년과 일반 신도들의 교육을 위해서 드는 비용이다. 각종 교육자료 구입이나 전도사 지원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상회비는 상위 노회 등에 내는 비용이며, 선교비는 선교사 지원이나 각종 선교 활동에 드는 비용이다. 가장 많은 비율을 보이는 교회 안 간접성 경비 중에 관리비는 시설 관리에, 운영비는 인력이나 차량 운영 등에 들어가고, 건축비와 기타는 교회 건축과 이에 관련한 적금 등이 해당된다. 건축비가 교회 운영에서 교역자 인건비와 함께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다음에 사회봉사비는 1982년에 비해 늘었지만 여전히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니다.

황호찬/최현돌 논문에서는 교회 재정 지출의 항목 분류가 노치준과 부분적으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크게는 유사하다.(<표 14>) 특이한 것은 예배비, 교육비, 선교비, 봉사비를 고유목적비로 분류하여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지출의 4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24) 즉 관리비나 인건비, 특별지출 등이 전체의 4분의 3이 되어 1:3의 비율은 고유목적비의 비율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표 15>의 이 연구와 노치준 연구의 차이는 인건비 비율에서 27.28%에서 24.4%로 줄었으며, 선교비가 5.34%에서 10.5%로 대폭 늘었다는 점이다. 노치준 연구에서 관리비와 운영비를 합쳐서 26.03%인데 여기서는 16.5%로 차이가 크다. 잡지출을 운영비에 넣는다고 해도 차이가 크게 줄지 않는다.

일반 지출과 특별 지출을 구분할 때 특별지출이 30.9%에 이른다. 특별 지출은 고정자산의 취득, 적립금 예금, 부채 상환, 지급 이자 등이 포함된다. 특별 지출 중에 재산 및 재무 지출이 29.6%에 이른다.
다음으로 바른교회아카데미가 2007년 바른재정 세미나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자.

<표 17>은 바른교회아카데미에서 2007년 바른재정 세미나에서 발표한 교회 지출 내역을 노치준 연구의 교회지출 항목에 맞추어서 수정한 것이다. 1992년과 비교할 때 사회봉사비는 그 비율에 별 차이가 없으며, 대신 선교비가 2배 이상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교회 안 직접성 경비에서 교역자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줄었다. 물론 두 자료에서 소형 교회가 차지하는 비율이 다르므로 이 점이 감안되어야 한다. 노치준 연구에서는 연간 재정 규모 5천만 원 이하 교회 수가 246개 교회 중 80개나 차지한다.

이에 반해 2006년 바른교회아카데미에서는 1억 원 이하 교회가 28개 중 3개에 불과하다. 그다음 교회 안 간접성 경비가 크게 늘었는데 이것은 자산과 부채상환, 금융 비용이 크게 늘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런 지출은 반대로 교회 수입에서 재무나 금융 수입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제 지출 중에서 건축이나 재산, 재무 관련 지출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노치준의 1983년 연구에서 건축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18.8%였다가 1993년 연구에서는 23.28%로 크게 늘었다. 그만큼 교회가 확장되면서 교회 신축이 필요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추세는 1997년 황호찬/최현돌 연구에서도 변하지 않는다. 교회 재산 형성이나 채무 상환은 대부분 건축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이런 특별 지출이 29.6%에 이른다. 2007년 바른교회아카데미 자료에서도 이런 경향을 확인할 수 있는데, 자산 취득, 부채 상환, 금융 비용, 기타 지출 등이 28.92%를 차지한다. 이런 특별 지출이 모두 건축에 들어가지는 않겠지만 고정자산 형성에 들어간다면 건축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교회 지출에서 건축이나 재산 형성이 30% 가까이 차지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없다. 교회가 양적 성장이 벽에 부딪혀서 새로운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하는 이때에 건축이나 재산 형성을 추구하는 것은 시대의 소명에 맞지 않는다. 교회가 성전을 짓고 재산을 형성하는 것이 교회의 일차적인 역할이 아니기 때문이다.

<표 18>은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2008년 8월 31일 회계법인의 공증을 받아 공개한 2006년, 2007년 결산서 중 지출 부분이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2007년 총수입은 약 708억 원에 본당 자체 예산 수입 415억을 더해서 1,123억 원에 이른다. 여기서 교구 선교 사업운영비 약 357억 원, 일반 운영비 73억 원, 본당에서 쓰는 선교사업비와 운영비 415억 으로 지출된다면 총지출액 845억 원이다. 그래서 운영수지 차액이 약 278억 원이 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수입과 지출 내역에서는 2006년 선교사업 운영비가 약 552억이 들어갔는데 선교비가 301억, 자선찬조비가 201억에 이른다. 2007년에는 선교사업 운영비가 약 357억 들어가면서 자선찬조비가 26억으로 대폭 준다. 이에 반해 일반 운영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약 64억, 2007년 73억으로 교구청 인건비와 운영비가 64억과 73억이다. 전체 지출의 10~13%를 보인다. 그렇다면 자선찬조비의 비중이 큰데 201억과 26억으로 1년 사이에 격차가 아주 크다. 이런 격차가 왜 발생하는지 의문이 가는데 주어진 자료에서는 해명할 길이 없다.

2007년 전체 지출 430억 원 중 일반운영비가 78억 원으로 약17%를 차지하며 선교사업비가 83%에 이른다. 이중 2007년, 사제에게 지급하는 인건비에 해당하는 성무활동비는 전체 지출의 약6%에 해당한다. 성무활동비는 본당 사제에게도 동일하게 지급된다. 여기서 천주교 사제와 개신교 목회자에 대한 사례비 액수나 전체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 역시 차이가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글에서는 각 본당의 결산서를 수집하지 못해서 지출 항목의 비율을 분명히 밝히지 못했다.

이제 개신교와 천주교의 헌금의 차이가 클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를 찾아보자. <표 19>는 2002년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나타난 종교 현황이다. 주어진 자료에 2005년 인구조사자료, 천주교 2007년 자료를 추가하였다.

이 자료에 따르면 개신교 교회당이 60,785개소이며, 목회자가 124,130명이다. 《한국교회미래 리포트》에 따른 2003년 통계에서는 교회당이 41,703개소이며, 목회자가 64,668명이다. 2007년 한국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교회가 52,905개소이며, 목회자 수는 65,000명에 이른다. 이에 반해 2002년 문광부 자료에 따르면 천주교 교회당이 1,258개소이며, 수도자를 포함한 사제직 12,536명이다.

2007년 한국천주교 통계에 따르면 공소 포함해서 교회당이 2,595개소이며, 수도자를 포함해서 사제직이 15,548명이다. 이에 비해 적게 잡은 2003년 교회 숫자는 41,703개소로 2007년 천주교회 2,595개소의 16배에 이른다. 통계청 자료에 따른 2007년의 교회 숫자는 52,905개소로, 천주교회의 20배에 이른다. 그리고 사제 수도 천주교 12,536명에 비해서 개신교는 64,668명으로 5배 이상이다.

단위 교회당 신도 수의 차이, 목회자나 사제 1명당 신도 수의 차이가 크다. 여기서 개신교와 천주교의 운영비 차이가 10배에 이르게 되는 이유 한 가지가 밝혀진다. 물론 구체적 내역에 들어가서 천주교 사제의 인건비와 같은 성무활동비와 개신교 목회직의 인건비와 같은 사례비 액수는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30) 천주교의 모든 사제직은 가족 부양의 의무가 없는 데 반해 개신교 목회직은 가족을 부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개신교와 천주교는 십일조에 대한 의식도 차이를 보인다. <표 20>과 같이 개신교인은 천주교인에 비해서 의무적으로 십일조를 한다고 믿고 있다. 십일조를 준수해야 한다는 응답을 한 개신교 신도가 천주교 신도보다 1.7배 많다. 이뿐 아니라 개신교 신도가 종교적 확신, 열정, 체험, 예배 활동, 헌금 이유 등에 대해서 천주교 신자보다 한결 더 강하다.31) 이런 점이 다른 구조적 요인에 덧붙여져 천주교와 개신교의 헌금 차이를 낳는다고 하겠다.

4. 결론

한국 종교, 특히 개신교와 천주교가 우리 사회에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크다. 전체 신도 수뿐 아니라 재정 사용 규모, 사회에 대한 영향력 등에서 그렇다. 그럼에도 최근 종교계에 대한 교회 안 신도들뿐 아니라 교회 밖 일반인들의 비판 역시 거센 편이다. 왜 이런 문제에 직면했는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불투명한 재정 운용이 중요한 요인임에는 틀림 없다.

과연 교회 재정이 교회 본래 사명에 맞게 운용되고 있는지 물음이 제기되었을 때 여러 입장이 개진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일선 목회 현장에서는 여러 가지 열악한 조건에서도 힘들게 예배와 선교에 임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교회에서는 여전히 부적절한 재정 사용과 회계 처리 관행이 남아 있을 것이다.

이제 교회가 일반인뿐 아니라 교회 신도들한테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재정 운용을 진실하고 투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재정의 진실성과 투명성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선도하고, 이어 다른 교구까지 외부 기관의 공증 아래 공시가 이루어진다면 이런 재정 투명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이다.

개신교에서도 바른교회아카데미를 중심으로 재정 투명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앞으로 상당한 성과를 볼 수 있으리라고 기대된다.32) 재정의 진실성과 투명성이야말로 재정을 본래 목적에 맞게 사용하면서 공동체 성원들의 자발적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내는 길이 될 것이다. 그리고 교회 내 공동체뿐 아니라 교회 안과 밖이 소통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신도들의 소중한 헌금이 얼마나 적절히, 꼭 필요한 데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는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가능하면 예배, 교육, 선교, 봉사 등 본래 목적에 충실하고, 인건비나 사례비, 교회 관리나 운영 등에서는 최대한 절약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볼 때 개신교와 천주교가 근본 조직이 다르기는 하지만 재정 규모의 차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물론 천주교의 오랜 전통과 재정 기반에 따라 헌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개신교와 다르다는 것도 고려되어야 한다.

그러나 2005년 기준으로 신도 수는 약 514만 명(천주교)과 861만명(개신교)인데 대략 추정된 헌금 규모는 3,100억 원 대 4조 원으로 13배에 근접한 차이를 보인다. 이런 차이가 주는 의미가 무엇이며, 어떻게 개선하는 것이 한국 종교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지는 앞으로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될 것이다. ■

서병창 / 연세대학교 본대학원 철학과 철학박사(1996, 토마스 아퀴나스) 연세대학교 철학연구소 연구교수(2002). 현재 한국중세철학회 연구이사, 한국가톨릭철학회 회장, 가톨릭대학교 인간학교육원 교수 재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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