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 만해사상 실천선양회 Home
불교평론 소개 l 지난호 보기
 
 인기키워드 : 사색과 성찰, 청규, ,
> 뉴스 > 칼럼 > 사색과 성찰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善終)이 남긴 것 / 김윤세
김윤세 전주대 대체의학대학 객원교수
[38호] 2009년 03월 10일 (화) 김윤세 전주대 대체의학대학 객원교수

최장수 추기경이자 한국민의 정신적 지도자로 추앙받아 온 김수환(金壽煥) 추기경이 87세를 일기로 지난 2월 16일 오후 6시 12분 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서 선종(善終)했다. 국내외 보도진들은 “한국 천주교의 큰 별이 졌다.”며 일제히 애도를 표했다.

그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말은 자신의 병간호를 위해 끝까지 애써준 사람들과 기도해 준 이들에게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서로 사랑하면서 살라는 당부였다. “나는 그동안 사랑을 너무 많이 받았습니다. 여러분도 사랑하면서 사세요.”

1922년 음력 5월 8일(양력 6월 3일), 대구에서 옹기장수인 아버지 김영석과 어머니 서중하 사이에 5남 3녀 중 막내아들로 태어난 김수환 추기경이 사제의 길을 택하게 된 것은 독실한 신자였던 어머니의 권유 때문이었다. 동성상업학교(현 동성고)에 진학한 그는 당시 교장이던 장면 박사의 추천으로 일본 상지대로 유학을 떠났지만 태평양 전쟁에 학병으로 끌려가 전쟁터에서 광복을 맞아 귀국한 뒤 가톨릭대 신학부에서 학업을 마치고 1951년 사제 서품을 받는다.

이후 5년간 안동 김천의 본당 주임 사제, 교구장 비서를 거쳐 독일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가톨릭시보사 사장에 임명되고 이어 1966년엔 주교로 수품돼 마산교구장을 지내고 2년 후엔 대주교로 승품돼 서울대교구장이 된다. 그로부터 1년 뒤인 1969년에는 만 47세의 나이로 한국 최초의 추기경에 서임되는데 사제 서품 18년 만의 일이었다. 한국 천주교의 위상을 높이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1970년대 이후 그의 삶은, 추기경이란 한국사회에서 어떤 자리이고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고 또한 오늘날 5백만 명 이상의 신자를 확보한 현대 한국천주교의 기틀을 닦았으며 한국사회에 인권과 정의의 가치를 일깨웠고 군부독재에 저항하며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헌신한 대표적 인물로 평가되었다.
김 추기경은 일생을 자신의 종교적 양심에 따라 올곧은 삶으로 일관하였고 정치적 암흑의 시절 민주화의 중심에 서서 모든 국민에게 정신적 위안과 희망을 주었을 뿐 아니라 힘없고 소외된 이웃들에게는 끝없는 사랑을 베푸는 등 종교 지도자로서 위대한 행적을 보여 주었다. 이 시대의 어른으로서 방향을 제시하고 길을 안내하던 그는 해야 할 일을 하고 싶은 만큼 다하고 자신의 말처럼 “하느님의 뜻에 따라” 하늘나라로 표연히 떠났다.

특히 훈풍이 봄소식을 전하는 우수(雨水)절을 전후한 시기의 선종(善終)은 그가 남긴 사랑의 따뜻함을 상징하듯 훈훈함을 더했고 생전 약속에 따라 기증한 안구(眼球)에 의해 곧바로 두 사람에게 빛을 되찾아 줌으로써 상충상극(相沖相剋)의 냉혹함이 지배하는 우리 사회를 상생상합(相生相合)의 온화함으로 변화시키는 힘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가 남긴 ‘사랑의 메시지’는 어느 누구의 그것보다도 더욱 강렬하고 구체적이어서 수많은 사람들이 그 메시지에 따라 자신의 장기 기증을 약속하는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다.

예수그리스도의 박애(博愛), 석가모니(釋迦牟尼)의 자비(慈悲), 공자(孔子)의 인(仁), 노자(老子)의 덕(德) 등 세계인들이 추앙하는 성인(聖人)들의 공통된 가르침의 핵심은 ‘사랑’이라는 점을 김 추기경께서는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절절한 언어를 통해 깨우쳐 주었고, 사람들은 종교와 인종의 벽을 넘어 이러한 가르침에 감동받아 실천으로 화답하는 아름다움이 연출된 것이다.

이처럼 어떤 종교이든 성자들의 가르침이 현자(賢者)들의 언어를 통해 전해지는 감동은 대결과 전쟁으로 얼룩진 사바세계를 화합과 평화의 정토세계로 변화시키는 위력을 종종 발휘하는 법이다.

천주교에서 죽음을 지칭하는 공식 용어인 선종(善終)이라는 말은, 불교에서의 입적(入寂) 또는 열반(涅槃)에 해당되는 말로서 우리 역사상 두 번째 사제인 최양업(崔良業, 1821~1861)신부가 한문 교리서에 나오는 ‘선생복종정로(善生福終正路)’ 즉 ‘착하게 살다 복되게 죽는 게 삶의 바른 길’이라는 말에서 인용해 처음 쓰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말에는 착하게 살다가 복되게 죽는 것이 영생(永生)을 예비하는 삶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조선 후기 천주교 신자들은 신부에 대한 호칭으로, ‘사람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목탁과 같은 존재’라는 의미에서 탁덕(鐸德)이라 불렀다고 한다.

나라의 어른으로서, 시대의 목탁으로서 세상에 종교적 양심의 참모습을 보여 주고 진정한 사랑은 어떤 것인가를 몸소 가르쳐 준 뒤 홀연 이 세상을 떠나 저 세상으로 향하는 ‘김수환 탁덕’의 선종을 애도하며 새로운 세상에서 영생(永生)의 복된 삶을 오래오래 누리시기를 기원드린다. ■

ⓒ 불교평론(http://www.budreview.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댓글달기는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전체댓글수(0)  
전체기사의견(0)
불교평론 소개독자투고불편신고구독신청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135-887]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12-9번지 MG타워빌딩 3층 | Tel 02-739-5781 | Fax 02-739-5782 | 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사성
Copyright 2007 불교평론. All rights reserved. mail to budreview@hanmail.net
불교평론을 통해 제공되는 모든 콘텐츠(기사 및 사진)는 무단 사용, 복사, 배포시 저작권법에 저해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