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08년 12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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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배타성이 사회문제가 된 가운데 가톨릭 신부로 서강대에서 불교를 가르치고 있는 프랑스인 서명원 신부는 "불교 신자들도 개신교 신자들과 마찬가지로 이웃 종교의 가르침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 신부는 '종교갈등, 해결의 길을 없는가' 주제 특집기사를 실은 '불교평론' 겨울호에 게재한 '종교간 화해의 실마리를 찾아서'라는 글에서 "거의 20년 동안 한국에서 살아왔는데 진짜 열린 마음으로 기독교에서 무언가를 배우려는 불자를 만나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서 신부는 성철 스님의 선 사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불교를 연구해왔다.

그는 한국 불자들이 기독교에 관심이 적은 이유로 일제강점기와 이승만 정권 하에서 박해를 받고 1960년대부터 불교 부흥에 바빴고, 불교가 기독교로부터 부당한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에 긍정적 관심이 일어나지 않았으며, 기독교인들이 불자들에게 기독교를 흥미롭게 설명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 등을 꼽았다.

그는 "지금까지 한국 불교가 기독교를 전문적이고 다각적인 차원에서 공부하는 인물을 배출하지 못한 사실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 신부는 개신교에 대해서도 "가톨릭과 개신교인들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교회일치운동이 활발한 캐나다에서 19년, 프랑스에서 17년을 살았는데 1985년 한국에 왔을 때 젊은 개신교 목사에게서 '당신이 가톨릭이라면 이단자다'라는 소리를 생전 처음 들었다"면서 '성경이 하나님 말씀 그 자체'라고 믿는 근본주의적 해석을 바탕으로 이웃 종교에 대한 배타주의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많은 한국인들이 한반도 내에서 종교전쟁이 일어난 적이 없다는 점을 내세워 종교간 갈등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이웃종교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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