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기독교계, 잇단 세미나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또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 이어 개신교과 불교, 원불교의 진보 성향 성직자들이 촛불시위에 가세하면서 종교와 정치권력, 종교와 시민사회의 관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계간 불교평론은 최근호에서 ‘종교와 정치권력’이란 제목의 특집을 실었고, 바른교회아카데미는 7∼9일 경기도 용문 벨라지오 호텔에서 기독교와 시민사회, 정치의 관계를 논의하는 ‘교회의 공적 책임’이란 주제의 세미나를 연다. 이 같은 논의의 배경과 내용을 정리한다.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 논쟁의 배경

= 불교계는 지난 3일 조계종과 20여개 불교 단체들이 참여하는 ‘종교편향 종식 불교연석회의’를 구성하고 현 정부 들어 잇따라 불거진 종교편향적 행태들에 대해 강력이 반발하고 나섰다. 정권의 종교편향 문제를 가지고 거의 한 종교계 전체가 이처럼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은 적어도 건국 이후 처음으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그동안 간간이 불거져 왔던 종교와 정치권력의 관계가 이번을 계기로 제도적인 매듭을 짓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야기된 촛불시위에 종교계 일부가 가세하는 국면과 맞물려 현 정부로서도 불교계의 반발에 대한 원인을 찾고 대책을 내놓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와 관련해 종교전문지 불교신문 5일자는 참여정부 당시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종교편향 사례를 비교 분석한 기사를 싣고 있다. 물론 불교 쪽 입장에서 보는 종교편향 사례다.

조사에 따르면, 종교편향 사례는 참여정부 5년 동안 총 19건이었는데, 현 정부 들어선 130일 동안 16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참여정부 사례 중 2건은 이 대통령과 관련된 것들이다.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 봉헌’ 발언과, 대선후보 시절 ‘대통령은 하나님이 만들어주는 것…’ 발언이 그것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참여정부 시절 사례는 거의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발생한 것들인 반면 현 정부 출범 이후 사례는 대부분이 청와대와 정부 중앙부처 등과 관련된 것들이라는 점이다. 불교계가 ‘개신교 장로’ 대통령 및 현 정부에 대해 갖고 있는 종교편향에 대한 의식이 거의 ‘위기감’에 가깝다고 할 만큼 뿌리가 깊고 큰 이유다.

◆ 종교와 정치권력

= 유승무(중앙승가대) 교수는 ‘종교권력 현상의 문제점’이란 불교평론의 글에서, 현 정권 출범 이후 한국 사회에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종교권력 현상(‘정치권력-매개-종교권력’)이 발생했고 또 발생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 정부 출범 이후처럼 특정종교와 정치세력 사이의 독점적 유착관계는 과거에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현상이 종교갈등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 혈연, 지연, 학연 등 연고주의 관습이 정치·사회적으로 여전한 한국 상황에서는 공공성과 공정성을 해쳐 부정부패와 패거리 문화를 양산하는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는 “실제 현 정부 출범 이후 개신교 연줄은 ‘고소영’이라는 신조어에 등장하는 소망교회 인사들이 인수위 단계부터 다수 참여하는 등 ‘정치권력-매개-종교권력’ 현상을 보였으며 이는 민주주의 발전의 구조적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따라서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적 상황에서의 ‘종교권력’은 “특정한 종교가 세속적인 정치권력과의 관계를 매개로 해 자신이 속한 사회질서나 지배관계를 형성, 유지하거나 또는 전복, 변형할 수 있는 합법적·비합법적 힘”으로 정의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국가나 정치가들이 정교분리의 원칙을 지키도록 감시하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진구(호남신학대) 교수는 “현대국가는 종교의 자유 보장을 위해 정교분리 원칙을 천명하고 있으나 교회와 국가의 완전한 분리는 이념적 차원에서만 가능할 뿐 구체적 현실 속에서는 양자의 완전한 분리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는 교회와 국가의 역할이 현실 속에서는 중첩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교수는 “따라서 종교와 국가는 자신의 고유한 활동영역을 유지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건전한 감시의 시선과 비판적 충고를 하는 긴장관계를 맺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 시민사회 속의 종교

= ‘교회의 공적 책임’ 세미나에서 조성돈(실천신학대학원대학) 교수는 ‘시민사회 속의 기독교회’란 발제문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의 완성이라고 했을 때, 이는 장로가 대통령이 되는 나라이거나, ‘민족복음화’라는 이름에서 보듯 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믿게 되고 많은 교회들이 세워지는 것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고 부정했다. 그는 이어 “하나님의 나라’는 바로 성경이 말하고 있는 사랑과 정의, 그리고 평화라고 하는 중요한 가치들이 이 땅의 운영의 원리가 될 때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교회와 사회를 구분하고 사회적 문제에 교회가 참여하는 것이 가(可)한가에 대한 논쟁이 우리 교계에서 끊임없이 이어졌다”며 “이제 중요한 것은 사회적 참여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기사 게재 일자 2008-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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