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학생인도학불교학연구회 엮음, 《일본의 한국불교 연구동향》(장경각, 2001)

일본의 한국불교 연구동향
한국유학생인도학불교학연구회 엮음, 장경각, 2001
1. 들어가는 말

고대에는 인도에서 시작한 불교가 중국 대륙을 건너 한반도에 전해지고 그것이 다시 일본으로 전래되는 형태였기 때문에 고대 일본불교의 형성에는 한국불교가 새로운 대륙문화와 함께 직접적인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불교가 반대로 일본으로부터 역수입되는 상황이 되었다.

그것은 우리 나라가 조선시대의 배불 정책 때문에 제대로 불교를 전승, 발전시키지 못한 단절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우리 나라 고대의 불교자료조차 제대로 보존하지 못하고 이 땅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는데, 그 산실된 불교 문헌의 대부분을 일본에서 수집하였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원효 대사의 저술만 해도 우리 나라에서 보존된 것이 몇 가지 안 되고 대부분 일본의 사찰이나 대학 도서관에 소장된 것을 텍스트로 사용하고 있다. 원효사상을 연구하려고 해도 현대 일본학자들의 연구 논문을 먼저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이제는 한국불교학을 다시 되살리기 위한 씨앗을 일본에서 구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그 종자를 다시 이 땅에 심어 우리 풍토 속에서 꽃피고 열매를 맺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처음 일본학자들의 한국불교에 대한 연구논문을 접할 때 누구나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남의 나라 불교를 이렇게도 면밀하게 연구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울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리라 본다.

지금까지 한국불교학에 관련된 연구 자료가 각 테마별로 일부 소개된 적은 있었지만 《일본의 한국불교 연구동향》처럼 이렇게 종합적으로 상세한 검토 논문과 함께 정리된 것은 처음일 것이다. 이러한 시도 자체에 우선 큰 의미가 있으며 방대한 자료 정리에 아마 많은 힘이 들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렇게 정리가 된 것은 이 책을 지은 몇 사람의 공적이기 전에 우리 나라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불교 유학생들의 수십년 간의 결실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이 책은 한두 사람의 저자가 특정의 주제 하에서 일관된 논리로 전개시킨 것이 아니라 총 6명의 저자가 각 주제별로 분담하여 나름대로의 시각으로 정리하고 연구 자료를 소개하는 논문집 같은 형태로 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단행본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러한 책을 한 사람의 시각으로 단 몇 페이지에 논평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문제이다. 하나하나 평하기보다는 이 책의 내용을 개관한 뒤에 이러한 학술 서적이 가지는 의의에 대해 필자들의 생각들을 인용해 가면서 약술고자 한다.

2. 내용 구성

《일본의 한국불교 연구동향》, 이 책은 일본 동경에 인도학 불교학 관련 학문을 연구하는 한국 불교 유학생 모임에서 발행한 한국불교학 SEMINAR 제8호(2000년 7월 20일 발행)에 실렸던 특집을 번역하고 보충하여 단행본으로 간행한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연구논문과 단행본 잡지 등은 근대적 방법론으로 한국불교를 연구한 1900년부터 2000년까지 100년 간의 일본에서 연구되는 한국불교학에 관한 연구 성과들을 소개하고 그 목록을 게재하고 있다. 이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제목과 저자는 다음과 같다.

제1장. 일본의 한국불교통사 연구 / 이시이슈도
제2장. 일본의 한국화엄학 연구동향 / 조윤호·사토아츠시
제3장. 일본의 신라유식 연구동향 / 기츠카와 토모아끼
제4장. 일본의 한국선사상 연구동향 / 이시이 슈도
제5장. 일본의 삼국·통일 신라시대 불교 연구동향 / 후쿠시 지닌
제6장. 일본의 고려시대 불교 연구동향 / 사토아츠시·김천학
제7장. 일본의 조선시대 불교 연구동향 / 김천학
제8장. 일본의 한국불교 연구동향과 논저목록 / 김천학

이상을 각 장별로 다루고 있는 내용을 보면 제1장에서는 한국불교통사의 연구는 고마자와 대학에서 시발이 되었음을 밝히고 누카리야카니뎅(忽滑谷快天)의 《조선선교사(朝鮮禪敎史)》가 고전적인 가치를 가진 저술이라고 평가하며, 그 외 여러 가지 자료를 소개하고 있다. 요즘의 책으로는 가마타 시게오(鎌田茂雄)의 《조선불교사》야말로 교리뿐만이 아니라 교단, 의례, 불교미술 등 종합적인 연구를 지향하여 일본인들이 한국불교사에 새로이 눈을 뜨게 만든 책이라고 극찬한다. 그 외 여러 가지 자료를 소개하면서도 아직까지 한국불교사 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제2장에서는 의상대사 계통의 화엄학에 대해 연대별로 연구성과를 약술하고 신라·고려시대 화엄학의 계통에 관해 여러 학자들의 학설을 소개한다. 그 다음에 신라시대의 화엄교학 중에 의상 대사에 관해 상설하고 원효, 표원 등에 관해서도 간단히 이야기하고 있다. 고려시대의 화엄교학은 균여, 의천, 지눌을 열거하고, 조선시대는 설잠(雪岑)과 유문(有聞)에 관해 간단히 소개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맺는 말로써 현재 한국 화엄학의 연구는 활발하다고 할 수 있으며, 그것은 김지견 박사와 가마타 시게오의 기초작업에 힘입은 바 크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후 한국 화엄학 연구의 과제로서 신라 화엄의 연구현황에 비해 고려와 조선의 연구가 부족함을 이야기하고, 일본 각 지역에 산재해 있는 일본 화엄학 관련 저작 중에서 인용되어 있는 신라 문헌의 일문(逸文)을 수집하는 것이 신라불교 연구뿐만이 아니라 일본불교의 연구에도 큰 의미를 갖는다고 되어 있다. 또한 화엄교학 그 자체의 재고찰과, 사상의 흐름에 유의하면서도 하나하나의 문헌을 정독하고 상세한 역주 연구를 축적해 나가는 것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제3장에서는 원측에 관한 연구상황을 중점적으로 소개하고 다루고 둔륜, 경법사, 승장, 도증, 태현 등에 대해서는 간단하게 다루고 있다. 그리고 원효의 유식(唯識)은 유가행(瑜伽行)유식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여 부론(附論)으로 소개하고 있다. 진제와 현장으로 대비되는 구역계와 신역계 사상의 절충적인 태도를 취했다고 하는 학설을 기무라 쿠니카즈(木村邦和) 등의 논구를 열거하면서 다양한 시점에서 접근되는 그런 여러 가지 학설들이 그렇게 명확한 것이 못됨을 이야기하고 근본적인 입장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 다음은 현행 한역 《해심밀경소》 복원 문제와 원측 교학의 돈황·티베트·일본 등의 영향에 관해 지적하고 있다.

제4장에서 이시이 슈도는 서문에서 대단히 의미심장한 말을 하고 있다. 한국불교의 전체 역사 안에서 비로소 선종(禪宗)이라는 분야가 위치 지어지고 세분화된 연구가 가능하다는 관점에서는, 통사로서의 한국선종사는 존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존재해서도 안 될 것이라 하여 당연히 한국불교사에 관한 기존의 연구들에 선종의 역사가 포함되어 있다고 하면서 누카리야 카이텡의 《조선선교사》의 내용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또한 《조당집(祖堂集)》이 고려대장경 장외판에 포함되어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조당집》이 내용면에서 한국불교와의 연결고리를 갖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인물로는 지눌과 휴정에 관한 연구를 별도로 상세히 다루고 있다.

그 다음 제5장, 제6장, 제7장은 삼국·통일신라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로 나누어 각 시대별로 교학 외에 예술, 의례, 주요인물 등 다양한 분야로 세분하여 일본에서의 연구상황을 소개하고 있는데 역시 일본불교학의 성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삼국·통일신라시대 불교 연구 소개가 많은 부분을 점하고 있다.

제8장에서는 김천학 씨가 아주 재미있는 분석을 하고 있다. 일본인에 의한 연구와 한국인에 의한 연구 비율을 통해 한국학자와 일본학자들의 참여도를 파악하고, 연도별 논저 수와 연구자 수를 통해 일본의 한국불교 연구가 변화하는 과정과 한국인 연구자와의 상관 관계를 추측하려고 시도하였다. 또 인물·분야별로 논저 수와 연구자 수를 조사하여 한국적 관심과 일본적 관심은 무엇인가를 분석하여 불교 연구를 통해 과거의 이해와 미래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는 나름대로의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인 중에 한국불교 연구에 많은 업적을 남긴 학자들을 소개하고 한국불교 연구문헌 검색 사이트 및 목록집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3. 자료목록 이상의 가치

우리 나라에서 한국불교를 연구할 때 우선 참고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일본인들의 연구자료라는 점은 참으로 뼈아픈 사실이지만 불교학의 연구는 모든 지역적인 장벽이나 이념의 선을 초월한 대자연의 진리라는 점을 생각하면 한국불교를 연구해 온 일본학자들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한국불교를 공부하면서 우선 일본에서의 연구 자료를 구해보려고 해도 장구한 세월 동안 여러 곳에서 많은 학자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연구 성과들이 발표되었기 때문에 그것을 찾아내기가 대단히 어려웠다. 이제 그러한 애로점을 해소시켜 줄 안내서가 발간되었다.

지금까지 일본 내의 한국불교학 관련 연구자료 목록을 소개한 책은 많이 있지만 이 책은 일본에서 한국불교에 대한 모든 연구 성과물을 종합적으로 망라하여 특정 주제별로 상세한 입문서 형식으로 엮어졌기 때문에 처음 공부를 시작하려는 사람이나 이미 이 방면을 연구중인 사람에도 모두 대단히 편리한 지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논문의 제목 하나만으로는 특정한 글의 내용을 표시하는 명사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그 제목이 특정한 의도 하에 목록이라는 형태로 정리되면 자료목록 자체가 또 다른 의미를 가진 귀중한 자료가 된다. 그 목록에 다시금 상세한 설명을 곁들여 날개를 달아주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라는 말이 어울릴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앞으로 한국불교학자들의 장중(掌中) 보배가 되어 그 방면의 연구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임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학문적인 연구는 극히 세분화되어 면밀하게 검토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슷한 계통이라도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닌 자료를 다루는 것이 여간 힘들지 않는다. 그런데도 수많은 학자들이 쓴 다양한 연구자료를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것은 필자들의 대단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많은 연구서적과 논문들을 단 몇 페이지 안 되는 논문에 다 소개하기란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부득이 이 책에서는 필자들의 견해가 반영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실제로 논문을 하나 쓰더라도 필자가 주장하는 방향이 다양한 경우에 그 논문이 어떠한 것이라고 단 몇 줄로 말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연구내용이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은 틀림없지만 너무 의존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학문적인 접근을 하는 사람이면 원래 자료를 통하여 충분히 검토하여 흡수하는 태도가 필요하리라 본다. 그렇게 하면 보물창고에서 또 다른 진귀한 보물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4. 일본 토양에 스며들어 있는 한국불교학

이 책에 실린 논문 목록을 살펴보면 대부분 “한국불교 ○○○”이라고 한국불교학의 내용임을 직접 나타낸 논문자료를 중심으로 수록되어 있다. 물론 전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제목뿐만이 아니라 내용을 검토하여 수록된 논문도 적지 않지만 본인이 보기에는 아쉬움으로 생각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다 아는 바와 같이 일본불교는 철저한 종파불교를 지향하고 있다. 그래서 일본불교는 종학(宗學)이라고 불릴 정도로 철저하게 자기 종파의 시각으로 다른 불교 자료를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 시각으로 연구된 논문도 버릴 수 없는 귀한 자료가 되리라고 본다. 일본은 고래로 자기 종파의 종학의 체계를 위해 한국의 불교 자료를 많이 인용하고 나름대로의 해석을 가해왔는데 그런 부분에 관해서는 그 소개가 미약하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사상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바라보면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 한국불교라 해도 그 객관적인 연구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본에서 어떻게 보여졌는가, 그 사람들은 그렇게도 볼 수 있다는 점은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다. 밖에서 볼 때, 그것도 어떤 특정의 안경 속에 비추어진 한국불교의 모습은 어떠했을까는 궁금증을 가지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 중에 하나 예를 들면 정토사상의 경우는 사실상 일본불교 가운데 가장 큰 줄기라고 해야 할 것이다. 정토종 계통의 불교를 빼놓고 일본불교를 평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할 정도로 그 영향이 크다. 일본 정토사상의 형성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신라 정토교이다. 그 중에 원효 대사나 경흥 대사 등은 일본 정토교의 형성과 발전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자기 종학의 입장에서 지금까지 많은 논의가 되고 있는데 그것들에 관한 자료는 대부분 누락되어 있다. 물론 그것까지 다 망라한다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언급이라도 있었다면 좋았다고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그것은 일본불교 그 자체를 연구하지 않으면 알기가 어렵다. 우선 일본의 풍토의 입장에서 연구하여 왜 그렇게 한국불교를 이해하고 있느냐를 알지 않으면 안 된다. 제목이 “일본의 한국불교 연구동향”이라고 하면서 제8장에서는 김천학 씨가 일본학자들의 연구 태도는 문헌 지향적이고, 한국학자들의 연구태도는 사상 지향적이라고 지적한 것은 한 측면만을 이야기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봐야 된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본학자들이 문헌학적인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기술된 일부 논문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그렇게 볼 수 있다.

문제는 일본불교는 고래로부터 한국불교를 그 자체로 연구하는 것보다 한국불교를 일본화하여 수용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지금도 대부분 일본불교 종파의 종학자들이 각자의 사찰에서 나름대로의 사상체계를 전승하고 있다. 한국불교는 그 속에 녹아들어 있어 겉으로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분명히 한국불교는 그 속에서 살아 꿈틀거리고 있다고 봐야 된다. 대부분의 일본 불교인들은 수입된 문헌을 그 자체로서가 아니라 자기들에게 필요한 형태로 수용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 광석물 속에서 금을 뽑아내듯이 우리 나라에서는 모습을 감추었지만 일본불교 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자료를 제련해 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 최근 100년 이내의 근대적 방법으로 연구된 자료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것은 일본불교학 가운데 극히 일부 문헌학자들의 자료를 소개했을 뿐이다. 문헌학적인 접근도 중요하지만 일본불교 그 자체의 사상적인 연구도 병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 나라 불교계에서는 일본불교를 언급하면 제국주의적인 불교를 연상하여 자칫하면 왜색불교니 하는 식으로 비하하고 배척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은 다시 생각해 보아야 될 문제이다. 고대에 일본인들이 진지하게 한국불교를 배웠듯이 이제 우리는 그런 자세로 한 번 일본불교 그 자체를 깊이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우리가 보존 전승하지 못한 잃어버린 귀중한 정신 문화를 되살릴 수 있는 길 중의 하나라고 본다.

5. 새로운 연구 방향을 기대하며

제2장의 조윤호 씨와 사토아츠시가 집필한 〈일본의 한국화엄학 연구동향〉에서는 맺는 말로써 연구의 과제와 전망이라는 타이틀 하에 아주 적절하고도 꼭 필요한 사실을 언급하였다. 그것은 문헌의 문제로 일문(逸文) 수집의 중요성에 관한 내용이다.

신라의 화엄교학이 10명이 넘는 인물에 의해 저술된 것을 볼 때 당시 화엄학 연구가 왕성하였던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는 현존하는 문헌만으로 그 계통 등을 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점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필요한 것은 이들 소실된 문헌의 조사와 일문의 수집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그것을 위해서는 일본 문헌 그 자체의 조사가 필요함을 필자는 주장한다. 일본의 화엄학 관계 저작에는 신라시대 한국 화엄 문헌의 일문이 다량 수록되어 있는데, 예를 들어 쥬레(壽靈)의 저작에는 원효나 표원이 인용되어 있으며, 또 카마쿠라 시대 교넨(凝然)의 저작에도 화엄뿐만이 아니라 많은 신라 학승들의 문헌이 인용되어 있음을 밝히고, 이들 문헌이 신수대장경이나 대일본불교전서, 일본대장경 등의 총서에 수록되지 못한 방대한 사본을 조사해야 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필자는 이와 같은 작업이 신라불교의 연구뿐만이 아니라 일본불교의 연구에도 가치를 가지며, 한국불교의 연구라는 생각으로 한국 내부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중국 일본의 불교 문헌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것은 본인이 일본 유학시절에 도서관이나 일본인 친구들의 고찰에 방문하여 보고 필자와 똑같은 생각을 가졌다. 그것은 일본 유학하여 공부를 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가졌을 법한 생각이다. 실제로 우리 나라에서는 물론이고 일본에서조자 산일되어 버린 신라의 불교 문헌을 일본 불교 문헌에 인용된 것만 골라서 다시 복원하여 한국불교전서에도 수록된 것이 있으므로 이 같은 작업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재삼 말할 필요가 없다.

예를 들면 우리 나라 사찰의 경우는 건물이 대부분 최근 몇 백 년 이내의 것들이어서 우리 고대의 양식을 보기가 어렵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거의 1천 년 가량 그 형태를 잘 보존하고 있는 문화재들이 많이 남아 있어 한국 고대의 문화유적의 냄새는 일본에서 더 진한 향기를 맡을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바로 이점을 말하고 있다.

어쨌든 우리 나라는 일본불교학을 역수입한 형태를 취하였다. 사상의 전래와 발전도 식물의 그것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한다. 같은 종자라도 각기 다른 땅에 심으면 그 열매의 맛이 달라진다. 또 그 열매를 같은 사람이 먹어도 어떤 장소에서 먹느냐에 따라 느끼는 맛도 달라진다. 같은 음식도 먹는 분위기에 따라 느끼는 맛이 달라지듯이 우리가 같은 경전을 보더라도 각 지역의 풍토에 따라 그 지역 사람들의 수용하는 방식에 따라 느낌이 전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인도에서 불교가 각 지역으로 전파되면서 각국의 풍토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초기불교에서 보면 그것은 이단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모습이 변화되었지만 불교의 근본 정신에 위배되지 않는 한 그러한 것들을 결코 불교의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어떤 사상을 수입해도 겸허하게 충분히 소화하여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어디서 어떤 종류가 우리 나라에 들어와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우리의 풍토 속에서 토종사상으로 또 다른 새로운 생명을 가지게 되므로 일부에서 우려하는 정신적인 종속 문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충분한 소화 흡수 없이 맹목적인 데서 항상 말썽이 생긴다.

이 책에서 한국불교, 일본불교, 한국 화엄, 신라 유식 등의 개념으로 구분하여 서술하는 것도 그와 같은 것이다. 한국에 있는 부처가 다르고 일본에 있는 부처가 다르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부쳐진 것이 아니라 같은 일불(一佛)의 말씀이라도 그 지역의 풍토에 따라 다르게 수용했기 때문이다.■

강창호
일본 龍谷大學 문학연구과 박사과정수료, 정토사상 전공. 현재 해인사 고려대장경보존연구원 연구원, 주요 논문으로는 <憬興の佛身觀> <普賢の德に關する一考察> <敎卷の硏究>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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