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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불교의 가능성과 한계 / 최종남
[ 기획 ] 서구불교의 가능성과 과제
[11호] 2002년 09월 10일 (화) 최종남 acaryachoi@hanmail.net

1. 들어가는 말

동남아시아를 제외한 서구에서는 불교에 대한 학문적인 연구와 함께 종교적인 활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개신교나 가톨릭의 역사·문화와 함께 2,000여 년 동안 삶을 같이 해온 미주·유럽 등지에서는 80년대 후반부터 해를 거듭할수록 불교인의 수와 사원의 수가 타종교와는 달리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현재 서구에서는, 불교인은 대학과 사원을 통해서 학문과 신앙의 차원에서 불교를 접하고 있고, 비불교인은 불교의 선(禪)사상과 접목한 새로운 문화들(禪食·패션·건축양식·가구·생활용품 등)을 직·간접적으로 생활 속에서 접하고 있다. 또한 사회·자연과학에 관련한 많은 학자들은 불교·불교학에 관심을 갖고 불교학 강의를 직접 수강한다든가 아니면 불교와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다. 이로 인하여 서구에서는 많은 사상적 변화와 함께 삶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와 같이 불교·불교학이 서구에서 주목과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실은 단기간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부처님은 《아함경》의 여러 곳에서 삼세를 과거·현재·미래의 순서가 아닌 과거·미래·현재의 순으로 언급하고 있다.1) 이는 불교 특유의 시간인 행위(karman)의 시간으로서 현재를 중심으로 한 시간이다. 즉, 현재 속에 과거와 미래가 내포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현재 서구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불교학과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종교활동은 과거 350여 년 동안 수많은 훌륭한 불교학자들에 의해 원시·소승·대승불교의 여러 분야에 대해서 연구가 있었기에 오늘의 불교학과 종교활동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즉, 서구 불교는 서구인 자신들에 의해 연구된 불교학을 토대로 하여 현재의 불교·불교학을 이룩하게 된 것이다. 요컨대 서구 불교는 이른바 학문적 성과를 토대로 한 불교이다. 그러므로 서구 불교는 단순한 일시적인 붐의 현상이 아니다.
본 논고에서는 이와 같이 학문 불교에 의해 출발한 서구 불교가 불교학, 신앙, 수행면에 있어서 어떠한 가능성과 한계 내지는 과제를 갖고 있는지 서구 불교사를 토대로 하여 논하고자 한다.

2. 서구 불교의 출발

서구의 불교는 유럽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서구와 인도 문화와의 접근은 알렉산더 대왕(Alexander)의 인도 정복(B.C. 326∼323) 이전부터라고 전하고 있다. 그러나 불교와의 만남은 기원전 300년경에 메가스테네스(Megasthenes)라고 하는 그리스 사신이 인도 빠따리뿌뜨라(Pa?.ariputra)를 방문하여 바라문과 사문(불교 승려)들을 만나 가르침을 받은 이후부터이다.2)

미국을 제외한 서구에서는 종교적 활동이 먼저 시작한 것이 아니다. 서구인들은 불교를 종교로서가 아닌 철학으로서 받아들여 불교에 대한 연구를 먼저 시작하였다.

서구에서의 불교학 연구는, 메가스테네스 이후 초창기에는 이탈리아·그리스 가톨릭 신부들에 의해 인도·티베트·중국 등지를 선교하기 위하여 또는 여행자들에 의하여 불교가 연구되었다.3) 그러나 실질적인 불교학 연구는 독일인으로서 인도 아그라(Agra)에서 6년간 산스크리트어를 연구한 후 유럽에 돌아와 서구 불교학에 많은 공헌을 한 하인리히 로스(Heinrich Roth, 1620∼1668) 이후부터이다.4)

유럽에서의 불교학은 프랑스·벨기에·독일·영국·러시아 등을 중심으로 연구가 되었다. 이들 국가의 불교학에 대한 연구 방법은 거의 동일하다. 불교학 관련 언어들을 먼저 습득한 후 유럽의 고전언어학적 연구 방법에 기초를 둔 철저한 원전 비판을 하는 문헌학적인 연구 방법을 택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단순한 언어학적인 훈련에 의존하는 연구(Philology)가 아닌 문헌학과 철학사상이 함께 하는, 즉 철저한 원전 비판의 능력을 갖춘 연구라 하겠다.

서구에서는 공통적으로 범어학에 중점을 두어 연구가 시작되었다. 그 이후 원시·소승·대승 불교의 여러 분야에 대한 연구와 함께 팔리어, 티베트어 그리고 한역에 의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서구에서의 불교학 연구는 1900년을 전후로 하여 그 꽃을 피웠다. 유럽의 대표적인 학자들을 각 나라 별로 보면 아래의 주와 같다.5)

앞의 주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길게는 350년, 짧게는 90여 년의 오랜 기간 동안 훌륭한 불교학자들에 의해 연구된 그들의 논문, 저서 그리고 번역서들의 도움으로 서구인들은 불교·불교학을 쉽고, 체계적으로 접할 수 있었고, 이를 토대로 한 종교적인 활동들이 활발히 전개될 수 있었으리라고 생각된다.
서구에 있어서 종교활동(신앙)은 1900년을 전후로 하여 시작되었다. 종교활동의 출발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분류된다. 미국의 이민 불교와 유럽의 엘리트 불교이다.

먼저 미국의 경우이다. 미국에 불교가 공식적으로 전래된 것은 1893년에 시카고에서 있었던 ‘세계 종교인 회의’ 참석차 방문했던 스리랑카의 아나가리카 담마팔라(Anagarika Dharmaphala) 스님에 의해서이다. 그러나 미국에 불교가 전래된 시기는 1850년을 전후로 하여 아시아의 여러 불교국에서 간 이민자들에 의해서이다. 그리고 그들에 의해 종교활동이 전개되었다.

그들의 종교활동은 초창기에는 각자의 가정과 교민 사회의 종교의식으로 머물었지만, 나중에는 현지인들과 함께 하는 종교활동으로 확대되었다. 그 이후 미국 불교는 1900년을 전후로 하여 스리랑카, 태국 등지에서 초청에 의해 또는 포교차 온 스님들, 그리고 일본에서 온 스님과 학자들에 의해 종교활동이 전개되었다. 70년대 들어 티베트인들의 이민과 함께 티베트 불교가 소개되면서 종교활동은 그 열기를 더하여 미국뿐만 아니라 미주 전지역까지 불교가 소개되어 불교·불교학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다음은 유럽의 경우이다. 유럽은 각 나라마다 종교활동이 시작되는 시기는 다르다. 그러나 유럽에서 현재 활발히 종교활동이 전개되고 있는 프랑스, 독일, 영국 등의 예를 보면 1900년을 전후로 하여 종교활동의 모임·단체 또는 전국적인 불교 단체가 조직되었다.6)

종교활동은 학문적인 연구와 함께 불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불교학자 또는 동양학 관련 학자(중국학)들을 중심으로 하여 시작되었다. 초창기에는 거의 모든 단체들이 불교학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위하여 조직되었다. 그러나 남방 불교계 스님들과의 교류에 의해 점차 불교 활동으로 확대·개편되었다. 그 이후 1960년대 들어 일본 불교와 티베트 불교가 소개되면서 불교의 모임과 활동이 급증하였다.

서구에서의 불교 수행은 종교활동이 전개된 이후부터다. 서구 불교는 선불교(Zen Buddhism)이다. 그러므로 수행 방법 또한 선 중심의 수행 방법을 택하고 있다(서구인들이 실은 참선을 하고자 절 또는 명상 센터를 많이 찾기 때문에 선불교 중심이 된 것). 선 수행 방법은 대체적으로 2가지 형태로 분류할 수 있다. 남방 불교(Therava?a Buddhism)의 위빠싸나(觀法, Vipassan) 수행 방법과 대승 불교의 화두선(話頭禪, 公案禪)이다.

미국은 이민자들이 각자의 나라에서 스님을 초청하여 종교활동7)과 함께 수행을 하였다. 그러나 현지인들은 유럽에서와 같이 공통적으로 초창기에는 남방 불교 승려들과 교류가 많아 위빠싸나 수행을 많이 하였다. 이로 인하여 서구인(특히 유럽인)들은 남방 불교 국가인 스리랑카·태국·미얀마 등지에 직접 가서 수행하기도 하고 또는 승려8)가 되기도 하였다.

그 이후 일본 선승들에 의해 공안선(公案禪)과 티베트 라마승(blaa?a)들에 의해 밀교 수행과 선 그리고 인도 요가 수행자들에 의해 요가 수행이 전래되었다. 이로 인하여 70년대를 전후로 하여 많은 서구인들이 물질문명에 의한 정신적인 공황과 삶에 있어서 절대적인 문제점들을 불교에 의해 해결하고자 하는 기대감에 일본9)과 인도에 직접 가서 수행하였다.

초창기 서구의 불교 수행은 아시아의 전통 수행 방법을 답습하고자 하는 열망에 의해 아시아적 색채가 강한 수행 방법·자세가 있었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서구의 문화와 환경에 적응·접목되어 수행 방법이 조금씩 변화됨을 볼 수가 있다.

3. 서구 불교의 가능성과 과제

본 장에서는 현재 서구의 불교학, 종교활동 그리고 수행의 전개를 통해서 미래 서구 불교의 가능성과 극복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 논하고자 한다.

현재 서구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종교, 2000여 년 동안 개신교와 가톨릭 사상에 의해 살아 온 서구인들의 정신세계와 세계관에 많은 변화를 준 종교, 정치·사회의 여러 분야 운동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종교, 타종교 성직자까지 주목을 하고 있는 종교가 있다. 그 종교는 바로 불교이다. 불교는 현재 서구의 거리, 서점, 음식점, 극장, 매스 미디어, 가정, 대학 강의실 등의 어느 곳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고 만날 수 있다.

이와 같이 서구에서 불교가 서구인들의 삶에 깊숙이 내재하게 된 것은 티베트·일본·태국·베트남·한국 등의 많은 고승들의 가르침에 의한 영향도 크겠지만, 그러나 앞장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350여 년 동안 훌륭한 불교학자들에 의해 불교학에 대한 연구가 있었기에 가능하게 된 것이다.

서구에서의 불교학은 프랑스·벨기에·독일·영국·러시아 등의 여러 국가에서 시작되었다. 이들 나라의 훌륭한 학자들에 의해 불교의 여러 분야에 대해서 연구가 있었다. 그들은 원시·소승·대승 불교의 삼장을 주로 문헌학적인 방법으로 연구하였다. 그들에 의해 연구된 논문, 저서, 번역서 등을 하나 하나씩 열거하면서 비평 또는 업적을 논하기에는 지면의 한계상 어렵다. 그러나 그들이 연구한 논문과 저서는 우리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고 그리고 1900년을 전후로 하여 영어·독일어·프랑스어(일부)로 번역된 《아함경》은 인터넷 사이트를10) 통해서 볼 수가 있다.

서구의 초창기 불교 연구는 팔리어, 산스크리트어 원전 연구, 번역, 사전 편찬 그리고 원전과 사본에 대한 교정 작업이 중심이었다. 그 이후 티베트어역, 한역과의 대조 연구가 이루어졌다. 서구의 학자들은 불교학을 시대(원시·소승·대승), 학파(중관·유식·밀교 등), 지역(인도·중국·티베트·일본) 등의 분야별로 각각 심도 있게 그리고 광범위하게 연구하였다. 그들의 연구서와 이론들은 불교학 연구에 많은 기여를 하였고 그리고 기초가 되었다.

서구의 불교학은 아시아에 역수입되어 또 다른 연구 계기·풍토를 조성하기도 하였다. 그 예로 일본의 불교학자 그리고 한국의 불교학자들이 유럽의 불교학자들에게서 지도를 받은 후 자국에 돌아와 각자 자신의 학문뿐만 아니라 학계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현재 서구 불교학의 중심은 독일·영국·미국·오스트리아·프랑스이다. 이들 나라 이외에도 캐나다·스위스·벨기에·러시아·그리스·이탈리아·헝가리·불가리아·노르웨이·아일랜드·리투아니아·덴마크·네덜란드·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 등의 여러 국가들에서도 불교학 연구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의 불교학 연구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불교의 여러 분야에 대해서 연구되고 있다.

이들 나라의 모든 불교학자들 그리고 각 대학별로 나누어 주요 연구분야를 설명하기에는 필자에게 부족함이 많이 있다. 따라서 각 나라별로 주요 연구분야를 구분하면 다음과 같다. 독일은 원시·소승·대승에 있어서 중관·유식·티베트 불교 그리고 불교 언어학, 영국은 원시·소승·불교 언어학 그리고 밀교, 프랑스는 원시·소승, 오스트리아는 인명·중관·티베트 불교, 미국은 원시·소승·대승 그리고 지역 불교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룬다.

서구에서의 불교학은 인도학과·동양학과·근동(近東)아시아학과·중국어학과·일본어학과·신학과 등에서 강의되고 있다. 유럽에 있는 오스트리아의 빈(Wien) 대학과 독일의 괴팅겐(Go촷tingen) 대학에는 특이하게 학과의 명칭이 불교학과로 되어 있다.

서구에서 불교학 강의가 많이 개설되고 그리고 인도학과(=불교학과)가 가장 많이 있는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에는 60개 대학이 있다. 이들 대학 중에서 인도학과가 있는 대학은 17개 대학이다.11) 1600년의 불교 역사를 갖고 있는 한국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서구의 불교학자들(과 일본의 학자들)은 나라와 언어에 관계없이 학술 교류가 많아 공동 연구, 학술대회 그리고 학술지 출판 등을 함께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서구 불교학계에 대해서 일면을 보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서구 불교학자들이 불교학 연구에 임하는 자세라고 하겠다. 서구인들이 불교학에 임하는 모습은 마치 화두를 놓지 않고 무간(無間)의 용맹정진하는 선승과도 같음을 느낀다.

서구의 불교학자들에 의해 연구되고 있는 분야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다. 그 중에서 특히 세계 불교학계를 대표하고 있는 분야는 초기불교·중관·유식·인명·티베트불교·밀교 등이다. 현재 서구에는 훌륭한 불교학자들과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불교 활동의 영향으로 불교학이 개설되고 있는 대학과 인도학과가 있는 대학에는 불교학을 전공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그러므로 서구의 불교학은 꾸준한 발전과 함께 세계 불교학계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다음은 서구 불교학계에 있어서의 과제와 필자의 제언이다.

서구 불교학계는 오랜 불교학의 역사 속에서 우연하게도 불교학의 여러 분야 중 일부 분야에 대한 연구가 거의 안되고 있다. 그 중에서 특히 화엄학·선종사·정토학 분야와 응용불교 분야이다. 그리고 지역불교 연구로서 한국, 중국, 일본에 대해서이다. 특히 3국의 불교사 속에서 학승들과 선사들에 대해서는 전혀 연구가 되어 있지 않다. 만약에 이들 분야에 대한 연구가 서구 불교학계에서 이루어지게 된다면 관련 학문 발전과 함께 불교학자들 간의 많은 학술 교류가 있으리라고 본다.

불교의 삼장 중에서 많은 경론의 원전이 분실되어 불교학을 연구함에 있어서 번역본(티베트어역·한역)만을 이용하고 있다. 특히 소승과 대승불교를 연구함에 있어서는 원전은 물론 사본12) 또한 현존하지 않는 것이 많이 있다. 그러나 현재 서구의 여러 대학, 연구소 그리고 박물관 등에는 중앙아시아·인도·티베트·네팔 등지에서 발견된 사본들(사진 복사, 구입해 온 사본 등)이13) 다량 보존되고 있다. 일부 사본들은 관련 학자들에 의해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그렇지만 많은 사본들이 현재 서구의 불교학자들에 의해 완전히 연구되기까지에는 몇 백년의 기간이 필요하다. 연구실에 보존되고 있는 사본들이 전 세계의 관련 학자들에게 개방·열람할 수 있게 되어 불교학 발전에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서구에서의 종교활동은 1900년을 전후로 하여 시작되었다. 초창기의 종교활동은 이민자들과 불교에 관심을 가진 자들에 의한 모임으로서 몇 명 혹은 몇십 명이 모여 활동하는 모임이었다. 그 이후 60∼70년대 들어 티베트 불교가 서구에 소개되어 티베트 라마승들과 일본 고승들에 의한 종교활동이 있었다. 그러나 서구에서 종교활동이 활발히 전개된 것은 80년대에 들어서이다.

현재 서구에서 종교활동이 불교 내외로 급성장·확산되고 있는 것은 유감스럽게도 그 동안 불교단체가 일구어낸 결과가 아니다. 불교단체의 종교활동과는 다른 티베트의 종교 지도자 달라이 라마(Dalai Lama 14대, 1934∼)와 베트남의 선승 틱낫한(Thich Nhat Hanh, 1926∼)에 의한 지도 영향 때문이다. 특히 서구인들에게 있어 달라이 라마는 불교계뿐만 아니라 정치·종교·사회·문화의 다양한 분야에까지 크나큰 영향을 주었다.

서구인들이 그들의 종교와 철학에 대한 회의를 가짐과 동시에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된 몇 가지 이유를 보면 다음과 같다.

① 그들의 역사 속에서 종교는 항상 정치와의 관계 속에서 존재해 왔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도 정치와의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종교적인 모임에서조차 늘 정치에 대해 언급하는데 이에 대한 염증도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 그러나 불교는 (서구에서) 정치와의 관계가 없을 뿐더러 달라이 라마와 중국과의 정치적인 관계를 통해서 비폭력(Ahimsa)을 알 수 있었다.

② 그들의 종교에 의해 정신적인 평온, 자기 존재 그리고 자기 완성이라는 삶에 있어서 절대적인 문제점들에 대해서 충분한 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③ 다음은 교황청에 대한 불만이다. 불교에서는 평등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에 가톨릭에서는 남녀 성차별이 심하여 수녀들의 지위가 신부보다 낮고 의식을 집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피임과 낙태 문제에 대해서 교황청과 성직자들간에 서로 의견이 다르다. 교황청에서는 피임과 낙태를 금하고 있지만,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성직자들과의 상담에 의해 낙태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유럽인들은 교황청과 성직자들에 대해 많은 불신을 갖고 있다.

다음은 서구인들이 불교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거나 또는 이로 인하여 불교를 종교로 택한 이유다. 앞의 ①, ②번의 예와 함께 ①불교는 다른 종교와는 달리 육식을 금하고 있고 생명을 존중하는 환경 친화적인 종교라는 점이다. ②불교사상 중에는 서구의 이원론적 세계관을 초월하는 훌륭한 중도사상이 있다는 점이다. ③불교교리 중에는 인간의 존재와 삶이 어느 누구에 의하지 않고(=神) 스스로의 행위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하는 업(Karma)사상이 있다는 점이다. ④서구인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종교의 지도자로서 또는 인간으로서 감명을 가져다 준 달라이 라마에 대한 존경심에서이다.

이와 같은 이유들로 인하여 서구인들은 그들의 종교를 멀리하고 동양의 종교인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현재 서구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교회와 성당을 떠나고 있다. 그 수는 해를 거듭할수록 현저하게 증가하고 있다. 교회와 성당은 결혼식과 장례식장으로 이용되고 있고 심지어는 이방인을 위한 관광명소로서 제공되고 있을 정도이다.

서구의 불교인 숫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확한 통계는 없다. 그러나 미국은 약 500∼600만 명, 유럽은 800∼1,000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원의 수는 각 나라별로 집계가 어느 정도 되어 있으나 미주 지역과 유럽에 있는 모든 사원을 집계한 자료는 아직 발표되고 있지 않다. 독일의 경우 1897년에 발표한 ‘독일불교연합회(DBU)’의 자료에 의하면 112개 단체가 가입되어 있다. 14년이 지난 지금에는 약 200∼300여 개 정도의 단체가 있으리라 추정된다.15)

위에서 논한 바와 같이 서구에서는 수승한 불교교리에 대한 고승들의 지도, 각국의 불교연합회·사원·단체들을 중심으로 한 열성적인 준비와 기획에 의해 종교활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서구 불교와 종교활동이 실제로 가능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요인 중의 하나는 많은 불교학자들에 의해 심도 있고, 폭넓게 불교학 연구가 되어 있어서 서구인들이 언제라도 불교에 대한 궁금증을 즉시 자국의 언어로 대학의 도서관, 강의실 또는 서점 등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서구의 불교계는 불교학 연구자의 수와 연구 내용의 질적인 면이 세계를 대표하는 수준이어서 서구의 불교와 종교활동은 더 많은 발전이 있으리라고 본다. 다음은 종교활동에서 극복해야 할 몇 가지 과제들이다.

서구의 불교인 숫자는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비례해서 불교단체의 활동은 아직도 절대적으로 미비한 단계이다. 따라서 서구 불교계의 종교활동은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그 예를 보면 다음과 같다. ①거의 대부분의 각 단체 및 사원에 절대적으로 승려와 법사가 부족하다.

단체들이 자체적으로 또는 외국의 스님을 초빙하여 종교활동 및 법회를 진행하고 있으나 체계 있는 교리 강의는 물론이고 신행, 수행 상담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법사 양성 등 지도자 교육이 필수적이다. ②불교연합회의 체계에 문제가 있다. 각 주(州)·시(市) 지부 및 사원간의 조직 체계가 절대적으로 미흡하다. 그리고 불교연합회와 외국 사원(티베트·일본·한국·베트남 등)들과의 연계 관계 또한 거의 없다. ③불교단체의 사회 참여가 실천적이지 않다.

서구의 정치·사회·문화 등의 여러 분야에 있어서 불교의 가르침이 많이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불교단체와의 연계 속에서 이루어진 것은 거의 없다. 일반 사회단체가 개별적으로 불교의 이론을 접목하여 기획한 것뿐이다. 불교단체는 사회와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또 참여해야 한다. ④종교활동을 위하여 문서 포교 및 법회용 교재 연구가 되어 있지 않다. ⑤불교의례가 전혀 없기 때문에 불교 의식에 의한 결혼식, 장례식 등의 의식이 전혀 불가능하다. ⑥종교단체로서의 보살 행위가 전혀 없다. 서구의 불교단체들은 병원 또는 사회복지 시설을 방문하여 보살행을 통한 종교활동 및 포교활동 등을 전개하지 못하고 있다.

서구인들이 불교와 사원을 찾는 궁극적인 이유는 선(禪)과 선 수행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각 사원(일본·티베트·남방 불교 국가 사원, 현지 사원 등)에서 진행되고 있는 각 주 또는 월 계획표를 보면 대부분 선 수행 중심으로 시간표가 편성되어 있다. 특히 유럽의 거리 벽보를 보면 거의 선 수행을 알리는 안내문들이다. 이와 같이 서구의 불교는 선 중심의 불교이다.

서구의 불교인(혹은 서구인)들은 현재 일본·티베트·한국·남방 불교 국가 등지에서 전래·전수된 수행 방법으로 수행을 하고 있다. 외국의 사원에서는 각자 나라의 전통 수행 방법에 의해 선이 지도되고 있다. 그러나 각 나라의 불교연합회, 주·시 지부에서는 위빠싸나 수행과 화두선을 병행해서 지도하고 있다. 현지인이 운영하고 있는 선 센터 또는 도량(道場)들은 선을 지도하는 지도 법사가 어느 나라(불교국), 어떤 선승에게서 지도를 받았느냐에 따라 선 수행의 방법과 지도가 결정된다. 많은 선 센터와 도량은 일본식 선 수행 방법을 택하고 있다.

현재 서구인들은 자국의 사원과 여러 모임 단체에서 수행을 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서구인들이 더욱더 깊은 수행을 경험하고자 스리랑카·태국·미얀마·인도·일본·한국 등의 불교국에 직접 찾아가 수행을 하고 있다.
서구의 선원 분위기는 어느 불교국의 선원과도 똑같이 엄숙하다. 그리고 선에 임하는 자세는 백척간두의 위에 선 수행자와 같이 대신심, 대분심, 대의정의 자세로 용맹정진 수행을 하고 있다.

다음은 선 수행에 있어서 불교단체가 해결하여야 할 몇 가지 과제들이다. 그 예를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각 나라의 불교연합회에서는 각 사원(수행처)들에 대한 지도·감독이 전혀 없다. 오랜 선 수행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선을 지도하고 있다. 따라서 수행자들이 선을 바르게 이해하고, 수행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둘째, 각 나라의 불교연합회에서는 선 수행을 지도할 수 있는 지도자 양성 및 교육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셋째, 선 수행을 위한 교재가 없다. 그러므로 각 사원마다 자료를 만들어 지도하기도 하고 또는 외국에서 출판된 자료들(주로 일본)을 사용하기도 한다.

4. 맺는 말

서구인들은 불교를 단순히 하나의 종교로서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들은 철학과 종교로서 받아들여 그들의 삶에 접목하고 있다. 이것은 획기적인 변화이다. 서구인들은 그 동안 모든 것이 신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존재한다는 사고에 의해 살아 왔다. 이것은 타력이라든가 마음 밖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부정하는 의미이다. 이와 같은 변화가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서구에 불교가 전래된 이후 훌륭한 불교학자들에 의해 연구된 논문, 저서, 번역서들을 통해 불교를 쉽고 체계적으로 접할 수 있었고, 그 위에 아시아 불교국의 많은 고승들, 특히 달라이 라마와 틱낫한 스님에 의한 지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 서구에서는 불교의 열기가 한창 무르익고 있다.

그러나 서구 불교는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그 한계 또한 분명히 있다. 불교가 서구에서 곧은 뿌리를 내려 사회와 대중의 곁으로 가까이 가서 꽃을 활짝 피우기 위해서는 불교의 교리와 수행 그리고 서구의 학문 불교를 대중 불교에 접목하여야 한다. ■

최종남
일본 사천왕사 국제 불교대학교 불교학과 졸업. 독일 함부르크 대학교 인도 티베트 문화.역사학과 석사.박사. 현재 위덕대학교 불교학과 겸임교수. 논저서로 <梵漢藏對照 현양성교론색인><독일의 인도학 연구><신라 도륜의 유가론기에 대해서><현양성교론의품 구조에 대해서><서구에서의 불교수용과 포교방향><유가사지론 성문지 산스크리트어 원전 연구><쌈마디티숫타의 원전연구>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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