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힐튼의 《잃어버린 지평선》은 매우 이상적인 나라를 묘사한 소설로, 그곳에 묘사된 곳을 샹그릴라라고 부르며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곳으로 생각해왔다. 그러나 중국정부는 이곳이 실재한다는 정보를 갖고 면밀히 탐사한 끝에 1997년 티벳과 경계를 이루는 윈난성의 쫑디엔(中甸)이 바로 소설의 모델인 샹그릴라라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 곳은 여러 종교가 서로 분쟁 없이 공존하며 평화로움과 빼어난 풍경미가 함께 존재하는 곳이라고 한다. 샹그릴라는 티벳어로 ‘마음 속의 해와 달’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최근 몇몇 자료를 통해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이면서도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높고 환경국가로 알려지고 있는 히말라야 동부 산악국가인 부탄은 또 하나의 신비로움을 지닌 샹그릴라로 여겨지고 있다.

자의적 선택인가 아니면 어쩔 수 없는 한계인가를 말하기 어려운 여건 속에서 천혜(天惠)의 자연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삶을 유지하는 부탄에서 그들의 정신적인 기둥이 되는 것이 불교이다. 국민의 99%가 불교도라고 하는데, 길에서 만나는 보통 사람에게 물어보면 거의 대부분 스스로를 불교도라고 말한다. 부탄의 불교는 8세기에 티벳으로부터 파드마삼바와가 전나무 지팡이를 짚고 히말라야를 넘어와서 전래했다고 한다. 승려들은 지금도 평상시에 사원에서 엄격한 공부를 하고 있으며, 또한 일반인들도 온 나라 곳곳에 쉽게 눈에 띄는 사원을 자기집처럼 드나들며, 목에 염주를 걸고 있거나 염주를 돌리며 옴마니반메훔을 하는 모습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대부분의 관광국가들이 사원 안에서도 사진을 촬영하게 하는데 반해, 부탄에서는 크든지 작든지, 오래되어 유명하거나 새로운 곳을 막론하고 어떠한 사원 안에서도 사진촬영이 엄격히 제재되고 있다. 안에 들어가서 참배할 수 있으며 승려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볼 수는 있어도 사진을 찍는 것은 금지된다. 따라서 부탄에 관해 나온 자료나 책들을 아무리 뒤져봐도 사원 안에 있는 불상을 발견할 수 없다. 이 나라에서 불교는 단순한 관광거리가 될 수 없는 신성함을 간직한 것이라는 그들의 말을 입증하는 단면이기도 하다.

이곳의 사원은 대개 세 부류로 나누어진다. 첫째는 8세기 불교 전래 당시 티벳의 송첸감포 왕의 서원에 의해 세워진 같은 형식의 티벳식 사원이며, 두 번째는 네팔에서 전래된 형식의 탑을 가지고 있는 사원이다. 이것은 탑 중앙에 세 개의 눈이 그려져 있어서 쉽게 구별된다.

나머지 하나는 매우 단순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부탄식 전탑 사원이다. 이 중 세 번째는 대개 건립 연대가 1646년과 1647년으로 부탄에서는 이곳을 종(Dzhong)이라고 하며, 오랜 옛날 티벳과 10여 차례 전쟁을 하던 때에 요새가 된 곳이기도 하다. 지금으로부터 350여 년 전의 이 건물들은 벽에 다만 흰색으로 칠이 되어 있지만 어떤 것은 놀랍도록 깔끔하고, 또한 매우 아름답고 화려하면서 뛰어난 미술감각이 돋보이는 단청이 그려져 있다. 오래된 사원이 이런 모습을 유지하는 무슨 특별한 비법이라도 있는가 했지만, 알고 보니 이곳들은 승가와 정부주관에 의해서 5년마다 모두 새롭게 단청을 한다고 한다.

가장 대표적인 부탄의 세 곳 사원 중 한 곳인 푸나카종은 작년에 새로운 단청을 마쳤고, 트롱사종은 현재 외부를 새단장하고 있는 중이다. 다만 파로종만이 오래된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것도 기껏해야 5년 전의 단청일 뿐이다. 결국 이 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의 형태는 과거의 것을 그대로 복원하고 유지하면서 항상 현대적인 새단장을 하고 있는 것들이다.

오래된 것을 있는 그대로 손질하지 않은 것만을 ‘오래된 것’이라고 하면서 유지하려고 하는 우리의 문화재에 대한 인식을 떠올리며 순간적으로 매우 경악에 가까운 마음이 일어났다. 이것을 보고 어떻게 오래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러나 이것을 다시 생각해보면 바로 이 점이 전통과 현대를 단절적으로 이해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장 오래된 것,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 아시아에서 최고 등의 수식어를 끊임없이 찾아내고 만들고자 하는 우리의 모습과 대비되는 그들의 태도는, 생활의 많은 것을 전통과 어우러지는 속에서 만들어가고 있는 언제나 현재진행형인 과거이자 미래를 지향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다시 주위를 둘러보면 전통식 부탄의 가옥은 현재도 같은 형태로 지어지고 있으며, 이 건물 구조는 모든 곳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일반적인 가옥, 은행, 학교, 공항, 행정기관, 호텔, 왕궁, 박물관, 사무실, 사원 등이 모두 같은 형태이다. 다만 높낮이에 차이가 있는데 가장 높은 아파트나 호텔이 4층을 넘지 않는 구조를 가졌다. 따라서 다양성을 추구하는 현대적 삶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지만 드러난 겉모습을 통해서 위화감을 느낄 요소는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헬레나 노르베르호지가 《오래된 미래》에서 제시한 것처럼, 이상적인 나라 샹그릴라는 과거와 단절되지 않으면서도 각각의 지역적 자연환경에 맞는 지속가능한 개발을 추구하는 현대와의 접목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부탄사회는 어느 정도 단점을 지니고 있겠지만 현재 가장 동양의 샹그릴라에 적합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뿐만 아니라 그 밖의 많은 것들에 대해서 지나치게 분별하는 마음을 일으키는 것에 의해 화합과 공존이 어려운 것이 현재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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